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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onstructing ATOBOY   아토보이 해체하기 

박정현 셰프: 해체와 융합, 비틀림과 어울림, 반전의 묘미

 

페루 세비체식 광어물회, 홍콩식 할리벗죽, 참기름 찹쌀 '김밥', 사과 깍두기, 뼈 없는 프라이드 치킨, 수정과빙수, 인절미 초코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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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BOY, NYC

 

지난해 10월 친구의 초대로 박정현(Junhyun Park) 셰프의 테이스팅 메뉴 레스토랑 아토믹스(Atomix)를 맛본 후 2018 뉴욕타임스의 '뉴 레스토랑 1위', 2020 미슐랭 2스타를 받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박정현 셰프는 한식 재료를 창의적인 마인드와 정교한 테크닉으로 유니크한 맛을 제조하는 마술사같았다. 그 아토믹스는 영국의 레스토랑 매거진이 선정하는 2022 세계 최고 레스토랑 50-월드50 베스트(The World’s 50 Best)에서 33위에 선정되며 미국 내 레스토랑 중 최고위로 기록됐다. 그리고, 박정현씨는 10월 록펠러센터 아이스링크 옆에 제 3호 레스토랑 나로(Naro)를 오픈할 예정이다. 

 

박정현 셰프의 첫 식당은 아토믹스에서 파크애브뉴를 사이에 두고 2 블럭 아래에 자리한 아토보이(Atoboy)다. 서울의 정식당(대표 임정식)에서 일했던 박정현 셰프는 뉴욕 첫 미슐랭 2스타 한식당 정식(Jungsik)의 메인 셰프(chef de cuisine)으로 키친을 지휘했다. 그리고, 2016년 7월 부인 엘리아 박(Ellia Park, 매니저)과 아토보이(Atoboy)를 오픈했다. 그의 데뷔 식당은 아토믹스와 어떻게 다를까? 지금 아토믹스의 10코스 테이스팅 메뉴는 $375(+tax +tip)이지만, 타파스(tapas) 스타일로 밥+김치+짠지와 5코스를 제공하는 아토보이는 $75(tip 포함)의 친절한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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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BOY, NYC

 

아토보이는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미니멀리즘 인테리어가 주조를 이룬다. 외관은 짓다가만듯 미완성의 콘크리트 벽에 ATOBOY 네온 사인이 걸려 있으며, 전선이 밖으로 노출되어 있다. 거의 폐목에 가까운 소박한 나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역시 미완성의 거칠은 콘크리트 벽에 회색 색면화의 캔버스들이 걸려있으며, 천장에서 산업용 형광등이 내려온다. 미니멀리스트 댄 플래빈(Dan Flavin)의 조명 조각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차가운 산업형 인테리어가 불친절한듯 낯설었다. 

 

카페테리아 형으로 좌우를 2인/ 4인 테이블로 나누었고, 나무 테이블과 플라스틱?? 의자가 생각보다 편안하다. 나직한 일렉트로닉 음악은 분위기에 잘 맞았지만,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과장된 웃음소리들은 거의 지하철 소음에 가까왔다. 식사 중간 쯤에서 그들이 떠난 후에야 히스테리 없이 식사를 계속할 수 있었다. 뉴욕 식당에서 인더스트리얼과 미니멀리즘의 만남은 음식에 대한 기대치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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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BOY, NYC

 

아토보이는 순 우리말로 선물을 의미한다는 아토에서 착안, '선물을 주는 소년'의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박정현 셰프가 주는 식사 선물은 기존의 한식 개념을 해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한식의 한상 차림에서 벗어나 반찬을 스페인의 애피타이저 사이즈 타파스(tapas) 형태로 재구성한 정식(prix fixe) 메뉴를 제공한다. 12가지 요리를 5개의 섹션(코스)으로 나누어 선택할 수 있었다.

 

웨이트레스가 두사람이 각각 다른 것을 시켜서 시식하는 것을 추천했다. 밥과 반찬, 김치가 제공된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12개 요리 중 스캘롭(패주 +$10), 성게알(+$26), 양고기(+$12)는 부과료가 있었다. 또한, 아토보이의 스타 메뉴인 프라이드 치킨($27)은 정식 메뉴에 포함되지 않아 따로 주문해야 했다. 사실 아토보이에서 프라이드 치킨은 필수라는 걸 깨달았다.   

 

 

A Dinner at ATOBOY 

Think Different: 해체하고, 재구성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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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ARIÑO, Do Ferreiro, Rías Baixas, Spain 2021

 

와인은 음식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었다. 우리가 집에서도 종종 마시는 스페인산 화이트와인 알바리뇨(ALBARIÑO, Do Ferreiro, Rías Baixas, Spain 2021)는 1병에 $25 내외에 살 수 있는데, 1글래스에 $24. 1병에 5잔 정도가 나오니 바가지 느낌이다. 와인 콜렉터인 친구는 가성비가 좋은 프랑스산 샤도네이(Héritiers du Comte Lafon, Viré-Clessé, Maconnais, Burgundy, France 2020)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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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ARTLET yukpo, summer squash, dubu-ricotta mousse

 

페이스트리인 타르트는 보통 달달해서 디저트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미니 타르트-타르틀렛을 아뮤즈 부쉬(Amuse-bouche)로 가져왔다. 무슨 맛일까? 두부 리코타 무스와 여름호박에 육포 부스러기를 올린 짭조름한 맛이다. 디저트를 식전 아뮤즈 부쉬로, 두부로 부드러운 리코타 치즈를 만드는 발상이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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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CALLOP* +10  xo sauce, cara cara orange, sourdough/ FLUKE  strawberry, mulhwe, shiso

 

스캘롭(SCALLOP, 패주/조개관자) 요리에 스캘롭을 말려 우려내 감칠맛이 나는 홍콩의 XO소스의 컴비네이션. 아마도 사워도우(시큼한 빵) 부스러기에 XO 소스로 조린듯 하다. 스캘롭 위에 오른 속살이 그레이프프룻(자몽)처럼 붉은 카라카라 오렌지는 보통 오렌지보다 덜 시고, 더 달콤하다. 부드러운 스캘롭, 새콤한 오렌지와 바삭하고, 감칠맛 나는(성게맛) 사워도우가 겹겹이 삼중주를 연주한다. 

 

광어 물회(FLUKE)는 프라이드 치킨과 함께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새콤한 페루식 세비체(Ceviche, 사시미 샐러드)와 한식 물회에서 영감을 얻은듯한 광어 물회는 (아마도 초고추장 소스에) 딸기와 상큼하고 향긋한 시소(일본 깻잎)가 환상적이었다. 4조각의 광어는 상당히 컸고, 싱싱했다. 과일을 식재료에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높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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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HRIMP MANDU scallop, corn, lobster broth/ BROCCOLINI garlic scape, pinenut, creme fraiche

 

베이비 브로콜리니(BROCCOLINI)는 사실 실패한 주문이었다. 각자 다른 것을 주문하려다 보니 선택한 것인데, 마늘쫑, 잣과 프레쉬 크림으로 조리해 내왔다. 식당에서도 종종 사이드로 주문하고, 집에서도 브로클리 랍에 마늘을 듬뿍 넣고 볶아 먹어와서 색다른 맛은 없었다. 다음엔 패스. 

 

새우만두 튀김(SHRIMP MANDU)는 얼핏 일본식 두부튀김 아게다시도푸(あげだしどふ)처럼 보였다. 부드러운 튀김옷 속에서 씹히는 통통 새우살이 감미로웠다. 랍스터 국물 맛은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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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asonal Rice, Banchan, and Kimchi

 

네번째 코스에서 프라이드 치킨과 함께 밥, 깍두기, 짠지가 나왔다. 계절 밥(Seaonal Rice)은 찹쌀에 김가루와 참기름으로 비빈 '김밥'(seaweed rice)이다. 말지 않고도 간편하게 김과 밥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예전에 리오데자네이로 여행 중 포르투갈 식당에서 브로콜리를 가루로 내서 비빈 밥을 맛보았다. 그후 집에서도 종종 전기밥솥에 브로콜리를 넣고 으깨서 연어구이와 함께 먹기도 한다. 이제 아토보이 스타일의 '김밥'을 해먹어봐야 겠다, 김치(Kimchi)는 여름철 무우가 맵고, 맛이 없으니 사과로 깍두기를 담아냈다. 젓갈의 맛이 진하게 느껴진 깍두기다. 사실 지금 뉴욕에서 사과는 맛없는 철이다. 반찬(Banchan)으로는 바나나 고추로 담근 짠지로 짭조롬하고, 상큼한 맛이 참기름 김밥 한공기를 비우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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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HALIBUT  juk, ginger, chives

 

할리벗 죽 (HALIBUT)은 추억을 상기시킨 음식이었다. 할리벗(알래스카 광어/대서양 가자미)는 예전에 보스턴 여행 중 차이나타운에서 점심 때 먹은 성게알로 배탈이 나서 그날 저녁 때 레스토랑 리걸 씨푸드(Legal Sea Foods)에서 할리벗을 시켜놓고 그 하얗게 먹음직스러운  요리를 제대로 먹지 못했던 트라우마가 있다.

 

박정현 셰프의 할리벗 죽은 30여년 전 홍콩국제영화제에 2주간 취재갔을 때 아침마다 식당가를 누비면서 먹었던 생선죽을 떠올렸다. 수십여종의 값싼 죽을 파는 홍콩은 아침식사의 천국이다. 바로 약간의 생강맛이 들어간 생선죽, 그맛이었다. 아토보이의 할리벗 죽은 생선을 해체하는 대신 예쁘게 가다듬어서 위에 올리고, 주변에 송송 썬 부추를 띄워서 아름다운 섬처럼 보였다. 멋진 프리젠테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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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IED CHICKEN +27 spicy peanut sauce, gochujang sauce, ADD ON/ #4 PORK BELLY enoki, potato, horseradish

 

아토보이의 히트작 프라이드 치킨(FRIED CHICKEN)은 손으로 잡고 먹는 것이 번거로운 이들에겐 가장 깔끔한 닭튀김이다. 박정현표 프라이드 치킨엔 뼈가 없다. 자그마한 사이즈로 분해되어 튀겨나온 프라이드 치킨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못해 생선처럼 말랑말랑하다. 여기에 초고추장 소스와 피넛 소스를 곁들여 내놓았다. 말레이시아 식당에서 닭 꼬치 케밥 사테이(Satay)를 찍어먹는 땅콩 소스처럼 피넛 소스가 곁들여져 초고추장과 번갈아 찍어 먹으면, 색다른 별미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비싼 편이지만, 꼭 주문해야할 메뉴다.   

 

통삼겹살 요리(PORK BELLY)는 얼핏 일본식 부타 카쿠니(Buta Kakuni, 삼겹살 간장조림)을 연상시켰는데, 소스의 맛이 느껴지지 않고, 밍밍한 맛으로 실망스러운 메뉴였다. 다음엔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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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UJEONGGWA GRANITA lychee yogurt, burrata, walnut/ INJEOLMI MOUSSE rice cake, soybean, cocoa crumble

 

디저트도 색다른 아이디어와 맛이 돋보였다. 수정과 빙수(SUJEONGGWA GRANITA)는 열대과일 리치 요거트와 부라타 치즈에 수정과를 얼리고, 카라멜라이즈된 호두를 곁들였다. 요거트와 치즈, 수정과와 호두가 서로 다른 식감과 맛으로 한 그릇 안에서 쿼텟을 연주하는 독특한 디저트다. 

 

인절미 초코파이(INJEOLMI MOUSSE)는 한국 국가대표 간식 초코파이에 오마쥬를 표하는 디저트인듯 하다. 가운데 폭신한 마쉬맬로(Marshmallow) 대신 기발하게 인절미떡을 넣었다. 콩가루맛 덕분에 오리지널 초코파이보다 맛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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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JEOLMI MOUSSE rice cake, soybean, cocoa crumble

 

모모푸쿠 데이빗 장은 북경 오리(Peking Duck)에서 착안해 오리고기 대신 삼겹살을 넣은 샌드위치 포크 번(Pork Bun)으로 스타 셰프가 되었다. 박정현씨의 메뉴 스펙트럼 역시 발랄한 실험정신으로 가득하다. 요리가 과학이자, 예술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셰프다.  아토보이는 박정현 셰프의 해체와 융합, 비틀림과 어울림, 반전의 묘미가 녹아있는 메뉴가 인상적이다. 가격도 아토믹스보다 부담없는 캐주얼 식당 아토보이는 메뉴가 바뀌면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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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BOY

43 East 28th St.

(646) 476-7217

http://atoboynyc.com

 

*아토믹스(Atomix) 미 최고 레스토랑(2020 월드 50베스트 #33) 등극

http://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407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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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2.09.16 09:14
    아토보이 식당에서 사과 깍두기와 인절미 초코파이를 맛보고 싶습니다. 처음 듣는 음식이름이기도 하지만 깍두기와 초코파이는 한국사람은 다 먹어보고, 먹고있는 유명한 음식입니이다. 이것을 무대신 사과로 marshmallow대신 인절미로 대체한 아이디어가 기발하네요. 사과 깍두기는 집에서 시도해 보고 싶습니다.
    미국친구가 American's favorite things 3가지는 Hot dog, Basesball, Apple pie이라고 하면서 한국사람은 3가지가 무엇이냐고 물어서 당황한 적이 있었습니다. 컬빗에서 답을 찾을 것같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