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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테이스팅 메뉴 레스토랑 아토믹스(Atomix)의 박정현(Junghyun Park)씨가 2023 제임스비어드재단상(James Beard Foundation Awards)의 뉴욕주 최우수 셰프상을 수상했다. 6월 5일 시카고의 릴릭 오페라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미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우는 제임스비어드재단상은 미 최우수 셰프는 워싱턴 DC 오이스터 오이스터(Oyster Oyster)의 롭 러바(Bob Rubba), 최우수 레스토랑은 필라델피아의 'Friday Saturday Sunday), 최우수 뉴 레스토랑은 포틀렌드의 칸(Kann)이 차지했다. <Update>

 

*2023 수상자 리스트 James Beard Awards winners

https://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4097098&mid=Loun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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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OMIX, NYC. 아토믹스의 다이닝룸 셰프의 카운터. 미슐랭 2스타를 받은 박정현, 엘리아 박 부부. 

 

There's Something About ATOMIX

아토믹스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미슐랭 2스타, 2018 뉴욕타임스 NEW 레스토랑 #1, 2021 세계 레스토랑 #43(NY #1)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랫동안 외식을 못해서 한동안 집에서 유튜브와 '만개의 레시피'를 보며 김치와 반찬 만드는게 일상이 되었다. 그러다가 올 6월 동네 브루클린 다운타운에 오픈한 김소희 셰프의 '게이즈 & 톨너(Gage & Tollner)'을 필두로 서서히 레스토랑 나들이를 하기 시작했다. 9월 하순에는 오래 전부터 함께 스태튼아일랜드, 시티 아일랜드까지 뉴욕 식당을 탐험하던 한 친구의 초대로 요즈음 한창 인기있는 한식당 아토믹스(Atomix)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됐다. 컬빗은 2020년 초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테이스팅 메뉴에 거부감이 드는 10가지 이유'를 올린 바 있다.   

 

아토믹스는 박정현 셰프가 운영하는 맨해튼 노매드(NoMad, 매디슨스퀘어파크 북쪽)의 테이스팅 메뉴 전문 레스토랑이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미국이 좋아하는 레스토랑 50(America's Favorite Restaurants 50)'에 아토믹스와 게이즈 앤 톨너가 선정됐다. 한인이 운영하는 식당으로는 이외에도 시카고의 카사마(Kasama), 시애틀의 파주(Paju), 미네아폴리스의 수키 & 미미(Suki & Mimi)도 올랐다. 이들은 모모푸쿠 데이빗 장(NY), 고기의 로이 최(LA), 베누의 코리 리(SF), 에드워드 리(루이빌, KY)가 동서남북에서 K-Food 열풍을 몰고 온 이후 제 2의 K-Food 웨이브를 이끄는 주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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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믹스는 뉴욕타임스의 2018 NEW 레스토랑 1위, 2020 미슐랭 2스타, 2021 세계 최고 레스토랑 43위에 선정됐다. 

 

박정현(Junghyun Park, JP), 엘리아 박(Ellia Park, 박정은) 부부는 레스토랑 그룹 '핸드 호스피털러티'(HAND Hospitality)와 2016년 7월 아토보이(Atoboy, 48 East 28th St.)를 오픈하며 뉴욕 요식업계에 데뷔했다. 반찬을 메인디쉬로 업그레이드한 타파스 스타일의 캐주얼 한식당 아토보이는 뉴욕타임스 2스타, 미슐랭 비브 구르망(Bib Gourmand, 합리적인 가격, 훌륭한 음식)에 선정되며 성공을 거두었다.

 

2018년 5월 말 두 블럭 거리에 오픈한 제 2호 레스토랑 아토믹스는 로켓처럼 스타덤에 올랐다. 셰프의 계절성 테이스팅 메뉴 10코스를 제공하는 아토믹스는 2018년 10월 뉴욕타임스 3스타 리뷰, 12월 뉴욕타임스 넘버 1 뉴 레스토랑,... 2020년엔 미슐랭 2스타를 받았다. 그리고, 최근엔 2021년 영국 잡지 '레스토랑'의 세계 최고 레스토랑 #43위에 올라 르 버나단(Le Bernadin, 르 베르나댕, #44위)에 앞서며 뉴욕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그러면, 아토믹스는 어떻게 세계의 미식가들을 사로 잡았을까? 

 

 

예약: 낙타 바늘구멍 들어가기 Eye of a Nee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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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exploretock.com/atomixnyc

 

아토믹스에서 식사를 하려면 여러가지 장애물을 거쳐야 한다. 

우선 가격이 비싸다. 셰프의 카운터(Chef's Counter)에서 맛볼 수 있는 10코스 테이스팅 디너가 1인당 $270(세금, 팁 포함)이다. 2018년 오픈 당시엔 $175였다. 우리는 와인 페어링(1인당 $195)을 할 예정이었고,  추가 금액은 식사 당일 받는다고 했다. 참고로 뉴욕의 미슐랭 3스타 르 버나단(Le Bernadin)이 8코스에 $280, 일레븐 매디슨 파크(Eleven Madison Park)는 11코스 $335, 브루클린페어 셰프즈 테이블(The Chef's Table at Brooklyn Fare)은 12-14코스 $430, 퍼 세(Per Se)는 9코스 $355, 모모푸쿠 코(Momofuku Ko)는10코스에 $280이다. 아토믹스의 식대는 예약 때 지불해야하며, 환불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타인에게 양도할 수는 있다.   

 

예약도 힘들다. 아웃도어 다이닝 공간은 없다. 셰프 카운터는 14석뿐이다. 1인-4인만 받으며,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5시 30분, 오후 8시 30분에만 잡을 수 있다. 따라서 경쟁이 치열하다. 매달 1일 오후 3시에 그 달과 다음 달 식사를 식당 예약 사이트 Tock(웹사이트나 앱)에서 예약해야 한다. 10월 중순 현재 11월 말까지는 예약이 다 찬 것이다. 12월 식사 예약은 11월 1일 오후 3시에 할 수 있다. 민첩해야 한다. 우리는 8월 1일 컴퓨터와 셀폰을 동시에 켜놓고 9월 하순 4인의 저녁식사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아토믹스에 예약한 것만으로도 안도감과 성취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https://www.exploretock.com/atomixnyc

 

 

초대받은 손님, VIP 대우 Guess Who's Coming to D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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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Map

 

가을비가 스산하게 내리는 어느날 저녁 아토믹스로 향했다. 미국인 남자 세명과 필자까지 네명의 저녁식사였다. 모두 영화광이다. 한명은 영화 촬영기사 및 제작자 출신, 한명은 영화를 전공했고, 한명은 대학 때 영화 프로그래머였다. 지금은 셋다 변호사다. 영화와 음식을 좋아한다는 면에서는 필자까지 네명 모두의 공통분모였다. 한식당이라 필자가 해설을 해주어야 하나?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다행히도 아토믹스의 메뉴카드가 나의 부담감을 해소시켜주었다. 초보자인듯한 미국인 남자 서버가 '간장'을 '된장'으로 잘못 말해 고쳐주었다. 하지만, 그가 '된장'을 제대로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참 기특했다.  

 

아토믹스(104 East 30th St.)는 맨해튼 노매드(NoMAD, 매디슨스퀘어파크 노스) 주택가에 숨어 있다. 예전에 가본 어퍼이스트사이드의 프랑스 식당 루테스(Lutèce, 2004년 폐업), MoMA 후문 건너편 보자르 양식의 록펠러 타운하우스에 자리한 이탈리아 식당 일 가토파르도(IL Gattopardo, 표범), 뉴욕대 인근 이탈리아 식당 바보(Babbo)같은 타운하우스 건물에 자리한 식당에는 큼직한 레스토랑 사인이 보였다. 입구를 들어가면 식당이었다. 

 

1920년에 지어진 타운하우스 안에 있는 아토믹스는 다르다. 일단 문패가 자그마해서 잘 보이지 않아 두리번 거리게 된다. 주소를 재확인한 후 아토믹스 문패를 찾고나서야 안도의 숨을 쉬었다. 비밀스러운 식당...1993년 4월 홍콩이 떠올랐다. 홍콩국제영화제에 2주간 머물면서 매일 영화를 4-5편씩 보던 때였다. 홍콩에서 제일 맛있게 먹었던 곳은 영국의 비평가 토니 레인즈(Tony Rayns)씨가 한국 영화판에서 온 우리를 데리고 굽이굽이 골목길을 지나, 빌딩 안 당구장을 거쳐서 누추하고도 비밀스러운 방에서 시켜준 해산물 중심의 '조주 요리(潮州料理, Chiuchow Cuisine)' 만찬이었다. 토니 레인즈씨는 당시 왕가위, 파스빈더 외에 한국영화에도 조예가 깊을 뿐만 아니라 박광수 감독 영화(그 섬에 가고 싶다) 등 자막도 번역했으며, 최근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크라이테리온 컬렉션에서 코멘트를 한 인물이다. 잊을 수 없는 성찬을 선물해준 토니 레인즈씨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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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코로나 팬데믹 중 아토믹스는 돔 페리뇽 투고(Atomix x Dom Perignon To-Go) 메뉴를 $350에 선보였다. 2인 저녁식사(도미, 랑구스틴, 전복, 두두선/성게, 넙치, 와규, 된장밥, 명란구이밥 )와 돔 페리뇽 샴페인 2009년 빈티지의 세트 메뉴를 이틀간 25개 제공했다.  

 

차양이나 요란한 식당 사인 없는 타운하우스로 들어가니 개인집 식사에 초대된 느낌이었다. 어두운 조명의 입구에서 아시아계 여성 메트르 디(maître d') 두명이 반갑게 맞이하며 코로나 백신 카드와 신분증을 요청했다. 비와 우산, 백신 증명 모두 번거로웠다. 1층의 빈 칵테일바 앞에서 친구들과 만나 지하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또 하나의 관문을 거치는 느낌이었다. 셰프즈 테이블로 가는 길은 은밀했다. 

 

아토믹스의 셰프즈 카운터는 2009년 가보았던 오리지널 브루클린 페어의 셰프즈 테이블처럼 ㄷ(U)자형이다. 카운터 코너에 2+2씩 자리를 잡았다. 셰프즈 테이블에서는 오픈 키친에서 세자르 라미레즈 셰프가 직접 히스테리컬하고, 정교하게 음식을 준비했었다. 사진 촬영을 금지했고, 대화도 속삭이듯이 나우면서 조심스럽게 식사했던 기억이 난다. 아토믹스에선 서버들과 소믈리에가 마스크에 가려 보이지는 않았지만, 싱그러운 미소를 상상할 만큼 정중했고, 차분했다. 타운하우스 지하의 비밀 식당(?) 아토믹스에서 3시간 짜리 저녁식사는 특별히 초대된 VIP처럼 특별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아토믹스 테이스팅 메뉴 ATOMIX Tasting Menu, Food as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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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믹스 메뉴카드의 테이스팅 메뉴와 페어링 와인 리스트

 

테이스팅 메뉴가 10코스라고 소개했지만, 실상 숫자로는 15코스 정도 나왔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에는 메뉴판에 음식의 조리방법과 재료에 대해 1-2줄 정도의 간략한 설명이 있다. 아토믹스엔 메뉴판이 없다. 대신 각 메뉴를 설명하는 카드가 음식과 함께 제공된다. 카드 한면엔 한인 미술가의 작품, 다른 한면에는 해당 메뉴에 대한 셰프의 이야기와 식재료가 설명되어 있다. 마치 뮤지엄의 미술품 옆에 붙은 레이블같은 설명서다. 박정현 셰프는 특정 메뉴에 대한 백그라운드 스토리를 조근조근 들려준다. 한국의 식문화 역사, 식재료의 특성, 제철 식재료와 아토믹스가 어떻게 레시피로 응용했는지를 공개한다. 대부분의 셰프들에게 상세한 레시피는 아마도 특급 비밀일 것이다. 요리책에 공개하기 전까지는. 

 

'셰프 스토리' 아래의 식재료 란에는 재료와 양념 및 원산지가 명시되어 있다. 메뉴 한개당 거의 20여종의 식재료가 혼합되어 있다. 이 카드 한장에는 메뉴 하나하나가 연구되고, 세계 각지로부터 식재료가 공수되고, 정교하게 조리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토믹스의 메뉴카드가 백과사전식 정보라면, 대부분 식당의 메뉴판은 압축판이다. 아토믹스의 메뉴에서 보이는 미덕은 셰프의 투명성, 정직성과 소통하려는 의지다. 메뉴카드에 토푸(tofu) 대신 두부(dubu), 된장, 간장, 고추장, 고추가루, 이화주 등 우리말이 영어로 표기된 것 또한 감격스러웠다. 오래 전 소호 우래옥(Woo Lae Oak) 메뉴에 '닭튀김'으로 표기된 것을 보고 감동했던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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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카드에서 한국에서 쥐포로 즐겼던 쥐치(filefish) 이야기를 소개하고, 식재료를 설명한다. 

 

음식에는 눈으로 먼저 맛을 본다. 아토믹스는 음식을 돋보이게 하는 그릇을 제작한 도예가와 유리작가의 이름을 카드에 명시하고 있다. 신재일(Jaeil Shin),조현성(Hyunsung Cho), 인현식(Hyunsik In), 윤상현(Sanghyun Yoon), 조은샘(Eunsaem Cho), 권은영(Eunyoung Kwon), 김기라(Kira Kim), 박수이(Sui Park)씨가 만든 작품에 나왔다. 

 

 

Tasting Menu at ATOM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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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칵테일: 참외 오어 더 하이웨이(Chamoe or the Highway: Cimarron Tequila, *Chamoe, Chareau, Lime)

필리핀계 소믈리에/와인 디렉터 조넬 파엘나(Jhonel Faelnar)가 추천해준 참외맛 칵테일로 시작했다. 참외맛보다는 라임맛이 강했지만, 식욕을 돋구었다. 파엘나는 와인 지식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스승만큼이나 깍듯한 매너가 인상적이다. 파엘나는 노매드(NoMad)에서 우리가 BYOB로 로스트 치킨을 먹을 때 도와준 소믈리에 토마스 파스투작(Thomas Pastuszak)씨 아래서 수련했다고 한다. 식전 예쁜 브로치같은 아뮤즈 부쉬(Amuse-bouche)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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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umpkin crispy, Sorghum, Fois gras, Finger Lime *Dashima Tartlet, Oyster, *Ganjang, *Sea lettuce

Wine: 2019 Mullineux, Granite, Swartland, South Africa

 

호박, 수수, 푸아그라, 핑거라임 다시마 타틀렛, 굴, 간장, 파래가 어우러져 식욕을 돋구는 애피타이저가 탄생한다. 이와 곁들인 남아프리카공화국 화이트 와인(셰닌 블랑 Chenin Blanc)은 바디감은 없지만, 상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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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Striped beakfish, Black truffle, Yuza, *Yangha ginger

Wine: 2019 Mullineux, Granite, Swartland, South Africa

 

일본산 돌돔(Striped beakfish) 대신 한국산 도미(Sea bream)이라고 했다. 도미를 간장-다시마-무에 절인 흑송로버섯, 제주도 특산물 양하(襄荷) 생강이라는 낯설은 재료들이 어우러져 쫀듯쫀듯하고 감칠맛을 냈다. 식사의 하이라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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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weet Shrimp, Eggplant, Tomato, Salmon roe

Wine: 2009 Gaston Chiquet, Blanc de Blancs d'Ay Brut, Champagne, France

 

새우와 연어알, 가지와 토마토의 궁합이 맞을까? 가지엔 된장과 연두 소스, 토마토엔 다시마를 가미한다. 가스통 쉬퀘 샴페인 블랑드블랑이 산뜻하게 입맛을 돋구어주었다. 2018년 가을 샴페인 여행 중 방문했던 007 샴페인 볼랭제(Bolinger)가 아이(Ay)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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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Filefish, *Filefish liver, *Pen shell clam, Cauliflower/ #5 *Dubu. Nectarine, Sea urchin, Chopi

Wine: 2019 Luis Seabra, Xisto Cru, Duoro Valley, Portugal

 

한국에서 쥐포로 인기있는 쥐치(filefish)의 간은 아구간이나 홍어간처럼 별미로 알려져 있다. 그 쥐치(일본산)와 쥐치간, 키조개(pen shell clam, 한국산)을 활용한 요리. 두부에 성게알이 올라가며 업그레이드된 반찬이다. 예전에 여행했던 포르투갈 듀오로강의 화이트 와인이 상큼하고, 드라이해 음식과 잘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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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Songyi, King crab, Quail egg, Galangal broth  #7/ Bap: *Songyi rice, *Mussel ganjang

Wine: 2019 Luis Seabra, Xisto Cru, Duoro Valley, Portugal

 

가을, 송이버섯 시즌이다. 한국에서 공수한 송이버섯에 노르웨이산 킹크랩, 메추리알, 그리고 동남아의 식재료 갈랑갈에 다시마, 무, 새우젓, 양파청, 송이버섯, 할라피뇨를 넣은 소스를 얹었다. 홍합간장과 북어가 들어간 송이버섯밥은 약간 질은 편이었고, 싱거워서 소금이나 간장을 요청했지만 서버로부터 거절당했다. 매일 밥을 먹는 한국인과 어쩌다 밥을 먹는 타민족과는 입맛과 기대치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식당에서 소금과 후추는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테이스팅 메뉴는 서버가 주는 대로 아무 말 없이 고맙게 먹어야한다. 셰프가 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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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Butterfish, *Gochugaru, Sesame seed  #9/Banchan: Veal sweetbread, *Gochujang, Girl & Dug salad(San Diego)

Wine: NV Weingut Brundlmayer, Brut Rose, Sekt, Kamptal, Austria

 

일본산 병어(butterfish)에 다시마, 무, 고추가루, 된장, 조청, 마늘 등을 넣고 조린 것. 여기에 깨거품, 키위 베리청, 감태가루에 칼루가 캐비아가 곁들여진다. 겉으로 보기엔 심플한 요리같지만, 수많은 재료가 녹아 있는 음식. 반찬으로 고추장에 버무린(?) 송아지 췌장과 샐러드가 예쁘게 동행했다. 와인은 오스트리아산 스파클링 로제(포도: Pinot Noir, St Laurent, Zweig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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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Green circle chicken, Ehwaju, Popcorn, Black currant  #11/ Juk: Chicken & ginseng juk, Sea cucumber

2020 Domaine Comte Abbatucci, Faustine, Ajaccio, Corsica, France

 

박정현 셰프는 치킨 메뉴에서 막걸리와 달리 쌀 누룩과 떡으로 만들어온 한국의 전통술, 이화주(梨花酒)의 역사를 소개한다. 이와 함께 몇년 전 삼해소주 김택상 명인의 워크숍에 참가했던 셰프는 지난 8월 별세한 명인을 기리는 의미로 그린서클 치킨을 이화주로 조리한 메뉴를 인삼, 해삼을 넣은 닭죽과 함께 내놓았다. 그린 서클 치킨은 야채 먹이로 방목해서 키운 '행복한' 닭으로 농장 근처의 시설에서 냉각시설에서 손으로 처리된다. 닭에 수분이 추가되지 않아 깊은 풍미에 바삭한 껍질을 얻는다고. 달타냥(D'Artagnan) 브랜드에서 나온다. 아토믹스의 메뉴는 식도락가들의 무지를 일깨워주고, 지속적으로 교육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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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Mangalitsa pork rack, Pearl onion, Unripe blueberry  #13/ Banchan: Flounder sikhae, Minari muchim

2019 Domaine Graeme et Julie Bott, Saint-Joseph, Rhone Valley, France

 

스타 셰프 고든 램지(Gordon Ramsay)가 "아름다운 고기"라고 극찬한 헝가리산 망갈리차 돼지(양털처럼 곱슬한 털)는 육질이 부드럽고,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지만, 비싸다. 망갈리차 돼지갈비 , 북유럽의 식재료 펄 오니온(베이비 양파) 절임, 그린 블루베리 초절임, 돼지감자(sunchoke) 조청, 간장 다시로 조리해 제공했다. 반찬으로는 가자미 식해와 미나리무침, 무가 맵지않은 버전으로 나왔다. 프랑스 론밸리의 레드와인 쉬라를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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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Huckleberry ice, Hisbiscus tea, Veriegated fig

2018 Heidi Schröck, Beerenauslese, Neusiedlersee, Bugenland, Austria

 

디저트로는 허클베리, 후지사과, 레몬주스, 허클베리 오일로 만든 아이스 위로, 클레오파트라가 마셨다는 히비스커스 차 파나코타, 피그가 올려졌다. 식재료에는 파인애플 위드 그라니타도 나왔는데, 이 모든 맛이 오묘하게 농축된 디저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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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Pine nut ice cream, Cinnamon curd, Pine cone

2018 Heidi Schröck, Beerenauslese, Neusiedlersee, Bugenland, Austria

 

두번째 디저트이자 피날레 메뉴는 잣 아이스크림이다. 셰프는 한국에서 오래 전부터 잣이 식재료로 사용되어왔다고 설명하면서 아토믹스는 특별히 타마(Tama Matsuoka Wong of Meadows & More )에서 손으로 수확한 잣알, 잣 껍질(기름), 솔방울(시럽용)을 사용한다고 밝히고 있다. 복숭아, 살구 향미가 그윽하고 달달한 리슬링 하이디 슈록 베렌아우슬레제가 디저트 와인으로 곁들여 나왔다. 

 

아토믹스의 테이스팅 메뉴는 '세계 3대 진미'로 불리우는 캐비아트러플푸아그라와 간장, 고추장, 된장, 고추가루 등 한국의 발효식품을 비롯, 밥과 죽과 반찬 등 한국을 중심으로 동서의 다양한 식재료가 만나 탄생한다. 장은 전남 담양에서 감태, 천혜양, 식초 등도 한국에서 공수해온다고. 박정현씨는 온 세상의 식재료를 선별해서 혁신적인 조리법으로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과학자, 동서고금의 다양한 재료를 통합해서 '맛의 신세계'로 초대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수혜자는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 매운맛에 익숙했던 혀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독특한 맛을 체험하는 고객들일 것이다. 압도적으로 많은 식재료를 믹스&매치, 정교한 테크닉으로 완성되는 아토믹스 음식의 그 오묘한 맛을 표현하기에는 어휘가 부족하다.

 

 

한국문화 디테일: 인테리어, 식기, 유니폼, 메뉴카드 K-Design, K-Art, K-Fash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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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디자인 회사 스튜디오 라이터스(대표 김영래)는 아토믹스로 2019 제임스비어드재단 레스토랑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아토믹스의 셰프 카운터.

 

한때 '식도락가들의 성경'으로 불리웠던 자갓 서베이(Zaget Survey)는 F(음식), D(데코), S(서비스)로 나누어 점수를 매겼다. 음식뿐만 아니라 인테리어/분위기와 서비스도 식당을 평가하는 기준이었다. 

 

아토믹스는 음식뿐 아니라 인테리어 디자인, 식기, 메뉴, 유니폼까지 한인 디자이너, 도예가, 미술가, 패션디자이너들을 동원해 한국의 모던한 감각을 디테일하게 설계했다.    

 

2019년 '요식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우는 제임스비어드재단상(James Beard Foundation Awards) 레스토랑 디자인(Outstanding Restaurant Design, 75석 이하) 부문상을 수상하면서 인테리어 감각도 공인됐다. 타운하우스 2층 1천800스퀘어피트 규모의 아토믹스는 한국의 스튜디오 라이터스(Studio Writers)의 김영래 대표가 디자인했다. 김 대표는 셰프를 꿈꾸며 호텔조리학과 디자인을 복수 전공한 후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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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믹스의 라운지

 

컬러 테마는 화가 재스퍼 존스(Jasper Johns)가 사랑하는 회색 톤인듯 하다. 흑과 백 사이의 회색은 중립과 균형, 지성과 타협을 상징하며 차분하고, 우아하고, 세련되며, 미스테리하다.  자연광이 쏟아지는 라운지엔 이집트 태생 캐나다의 미니멀리스트 디자이너 카림 라쉬드(Karim Rashid)의 오타와 소파(Ottawa sofa)와 아만다 레베트(Amanda Levete)의 드리프트 벤치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앉아볼 기회는 없었다.

 

다이닝룸은 마루 바닥과 목재 천장과 벽이 따스하게 다가온다. 회색 화강암 셰프 카운터앞에는 등이 편안한 흰색의 아델레이드(Adelaide) 의자들, 천장에는 갤러리같은 플로스(FLOS) 조명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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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엘리아 박이 수집해온 한국산 젓가락을 고를 수 있다. 서버의 유니폼은 뉴욕의 안성호 디자이너 작품이다. 섬세하게 배려된 서비스가 식사를 특별하게 만든다.  

 

서버들은 보트넥(boat neck)의 풍성한 회색 유니폼 차림으로 선(zen) 분위기를 고조한다. 아토보이의 에이프런을 제작한 뉴욕 패션디자이너 안성호(Sungho Ahn)씨 디자인이다. 서버는 젓가락 세트를 펼쳐보이면서 마음에 드는 한벌을 선택하라고 요청했다. 매니저 엘리아 박의 나무 젓가락 콜렉션이다. 

  

박정현 셰프는 테이스팅 메뉴 하나하나의 식기에도 개성을 부여하며, 저자들을 명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기의 출처는 '익명'이며 무관심의 카테고리지만, 아토믹스에선 한국의 아티스트들(도예작가, 유리공예가)이 제작한 식기에 음식을 낸다. 우리는 음식의 맛을 눈으로 먼저 본다. 우리가 즐긴 테이스팅 메뉴는 신재일(Jaeil Shin),조현성(Hyunsung Cho), 인현식(Hyunsik In), 윤상현(Sanghyun Yoon), 조은샘(Eunsaem Cho), 권은영(Eunyoung Kwon), 김기라(Kira Kim), 박수이(Sui Park)씨가 만든 '명품' 그릇에 나왔다. 와인은 오스트리아산 잘토(Zalto)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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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의 식재료에 대한 이해와 테크닉이 담긴 테이스팅 메뉴의 맛과 멋은 사진으로, 글로 남는다. 아토믹스에선 메뉴카드로 오래 기억에 간직하도록 만들어준다.   

 

아토믹스의 3시간에 걸친 10-15가지 마라톤 테이스팅 메뉴의 맛은 우리 입 안에서 얼마나 지속될까? 약 20여가지 다양한 식재료가 정교하게 변주하는 복합적이고 오묘한 맛은 글로 묘사하기도 쉽지 않다. 어떤 음식은 낯설은 신세계의 맛으로 혀를 노크하며, 어떤 음식은 친숙한 맛들이 메들리로 피아노 건반처럼 이어진다. 그 식사의 기억은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남길 수 있다.

 

어떤 고급 레스토랑에선 식후 선물로 따끈한 마들렌느나, 트러플 초콜릿을 준다. 아토믹스는 특별히 한인 아티스트의 작품이 담긴 메뉴카드 세트를 선물한다. 관광지의 엽서나 스냅 사진처럼, 아토믹스의 테이스팅 메뉴는 메뉴카드와 함께 추억으로 남게 된다. 그날 메뉴카드의 이미지는 주아롬(Arom Ju)씨의 작품이다. 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졸업 후 현재 동 대학원 일러스트레이션 석사 과정에 있다.  'At Home' 섹션 커버 일러스트로도 소개됐다. https://aromju.com/NEW-YORK-TIMES

 

'아토'는 우리 고유어로 '선물'이라고 한다. 아토믹스는 메뉴카드로 그날의 저녁식사를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겨준다. 그리고, 한국의 식문화, 한인 예술가들과 함께 자신의 요리철학과 그 실현에 등장해준 동서(東西)의 식재료와 고금(古今)의 전통과 유행을 조화한 자신의 레시피를 기록으로 보관하도록 만들어준다. 그것이 음식을 넘어선 한국문화 전도사로서 박정현 셰프의 선물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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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현(JP)/셰프 & 엘리아 박/매니저

한국에서 스타 셰프를 지망하는 이들은 업스테이트 뉴욕에 있는 미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유학을 꿈꾼다. 하지만, 박정현 셰프는 경희대학교에서 조리과학을 전공한 후 교환학생으로 핀란드에 가면서 푸드 오디세이의 여정을 시작했다. 이후 런던 노팅힐의 미슐랭 2스타 식당 레드베리(The Ledbury)에서 호주 출신 셰프 브렛 그레이함(Brett Graham) 아래서 인턴으로 수련했다. 이후 호주 멜버른의 식당계의 귀재 앤드류 맥코넬(Andrew McConnell)의 레스토랑(Cutler & Co., Cumulus Inc.)에서 3년간 일하며 경영감각까지 배웠다. 이후 귀국해 한식 조리법을 공부하다가 2009년 CIA 출신 임정식씨가 오픈한 서울의 정식당에서 수석셰프로 일했다. 임씨가 2012년 봄 맨해튼 트라이베카에 정식(Jungsik)을 오픈하면서 박정현 셰프도 뉴욕에 입성했다. 정식은 박정현 셰프(chef de cuisine) 지휘 하에서 미슐랭 1스타를 거쳐 2012년 2스타를 받은 최초의 한식당으로 등극했다. 박씨의 부친은 삼성전자 디자이너 출신 홀로그램 화가 박병근씨다. 

 

매니저 엘리아 박은 일식당 카지추(Kajitsu), 대니 마이어의 마이알리노(Maialino), 이스트빌리지의 한식당 놀이터(Noreetuh)에서 수련했다. 박정현, 엘리아 박 부부는 2016년 아토보이, 2018년 아토믹스를 오픈했다.

 
ATOMIX
104 East 30th St.
https://www.atomixnyc.com
 

캐비아  http://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2942084&mid=FoodDrink2

트러플 http://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3493029&mid=FoodDrink2

푸아그라 http://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3500093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1 비빔밥 정신

https://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3890870&mid=NYStory2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3 음주가무-먹고 EAT

https://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3893900&mid=NYStory2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8 김치와 고추장의 힘

https://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3902285&mid=NYStory2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29 한식 엑스타시

https://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4037631&mid=NYStory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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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르마타 2021.10.20 12:37
    박 기자님~! 이렇게 재밌고 유익하고 알찬 기사 너무 감사합니다! 마치 제가 아토믹스를 다녀온 기분입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꼭 한번 가보고 싶네요^^
  • sukie 2021.10.22 12:04
    "박정현 세프는 천재"라고한 강익중 작가의 말이 수긍이 갑니다. 컬빗이 박정현 세프가 운영하는 아토보이를 설명하고, 그의 두번째로 오픈한 아토믹스의 음식들을 사진으로 보여주어서 감상했습니다. 음식이 예술일 수 있구나 했습니다. 된장, 고추장도 응용을 해서 훌륭한 맛의 재료로 쓰는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왔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펜데믹으로 오랫동안(6개월여 동안) 외식을 못해서 집에서 유튜브와 만개의 레시피에서 보고,김치를 손수 만든다고 하셨는데, 그 열정이 컬빗을 10여년간 계속 운영하고 있구나하고 감동했습니다. 컬빗이 만든 음식도 설명과 함께 사진으로 올려주세요. 박정현 세프의 아토믹스를 맛과 메뉴와 가격 등등을 자세히 써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하나의 완벽한 음식에 관해쓴 학사논문이라도 이보다 더 할 수 있을까 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