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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음식의 멜팅폿

말레이시아 식당 논야(Nyo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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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 리틀 이태리 논야(Nyonya)의 로티 차나이(Roti Canai)와 새우탕면(Prawn Mee Soup) 

 

오래 전 차이나타운 센터 스트릿의 꽃집 동성화원에서 종종 오키드를 샀다. 오키드를 살 때마다 할인을 받았는데, 주인장이신 중국인 우씨 부부의 둘째 아들 애인이 한국인이라며 늘 친절하게 환대해주셨다. 언젠가 근처에서 가장 좋아하는 식당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우씨 부인께서 '논야(Nyonya)'라고 열정적으로 추천해주셨다.

 

그랜드 스트릿, 리틀 이태리의 중심에 자리한  논야는 그전에 몇번 가봤다. 맛있고, 캐주얼한 말레이시아 식당이다.하지만, 우씨 부인의 추천으로 공인되어 더욱 신뢰가 갔다. 그로부터 한참 후 브루클린 선셋파크의 논야에도 가보았다. 하지만, 맨해튼 논야가 더 분위기가 좋았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동성화원은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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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빌리지의 말레이시안 퓨전 식당 패티 크랩의 스타 칠리 크랩은 토스트와 함께 나왔다. 2012

 

플러싱 메도스파크에서 열리는 US오픈 테니스 구경 갈 때엔 플러싱 프린스스트릿의 페낭(Penang)에서 정통 말레이시아 음식을 즐길 수 있었다. 페낭은 어느새 폐업했다. 2011년 맨해튼 웨스트 빌리지엔 패티 크랩(Fatty Crab)이라는 퓨전 말레이시아 식당에서 토마토와 고추 소스로 양념해 매콤한 칠리 크랩(Chilli crab)을 맛보았는데, 우리의 간장게장 못지 않은 중독적인 맛이었다. 패티 크랩엔 세번 식사했고, 단연 그해 최고의 음식 중의 하나였다. 패티 크랩도 문을 닫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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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안 팝업 아시안 카레 식사, 2015

 

그런데, 사실 칠리 클랩은 싱가포르가 종주국이라고 한다. 논야에서 한번 칠리 크랩을 시켰다가 게살을 제대로 먹지못하고, 양념맛만 보았던 적이 있다. 2015년 뉴욕타임스에서 "아시아의 매운 카레 차이나타운 팝업 (Asian Spicy Curry Pops Up in China Town)"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차이나타운  MAMA Eatery에서 며칠간 말레이시안 음식을 팝업으로 제공했다. 뉴욕타임스에 보도됐는데도 손님이 없어서 말레이시아에 가본 친구가 셰프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음식은 대부분이 카레였다.

 

그후로 로어이스트사이드를 탐험하면서 이스트브로드웨이에는 자그마한 카페/식당 코피티암(Kopitiam, 커피숍이라는 뜻)에서 나시 레막(Nasi Lemak)을 시도했다. 멸치조림을 얹은 백반(코코넛 라이스)과 오이, 삶은 달걀...한식으로 치면 참으로 무성의한 음식인데, 말레이시아의 국가 대표음식이라고 한다. 한식이 얼마나 정교하고, 정성이 담긴 문화인지 새삼 느끼게 만든 메뉴다. 바나나 이파리에 싸서 나오는 주먹밥 플룻 팡강(Pulut Pangang)은 먹는 재미가 있었히잠, 말레이시아 커피는 소문과 달리 기대에 못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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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피티암(Kopitiam)의 바나나 잎 주먹밥 플룻 판강(Pulut Panggang)과 멸치조림을 얹은 코코넛라이스 나시 레막(Nasi Lemak). 2015. 

 

예전부터 인도양과 남중국해 사이에 자리한 말레이시아는 영국, 네덜란드, 아랍, 중국, 인도인 등 동서양 무역상들이 머물다 가는 멜팅폿(melting pot)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말라카(Malacca)는 15세기 명나라 때 중개 무역 도시로 번창했다. 1511년 말라카는 포르투갈령이 됐고, 말레이 반도는 17세기엔 네덜란드, 1785년부터는 향신료(spice), 중국차 무역을 하던 영국, 그리고 일본의 통치를 거쳤다. 

 

중국 남부에서 이주한 남자들이 말레이시아 여자들과 결혼해 생겨난 혼혈인들이 페라나칸(Peranakan)이라 부른다. 페라나칸 후손 중 남자는 바바(Baba, 말레이어로 '신사'), 여자는 논야(nyonya, 말레이어로 '숙녀')라 부른다. 논야 음식은 중국과 말레이 문화를 융합한 것이 골조를 이룬다. 하지만,논야는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그리고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의 영향으로 향신료와 허브, 고추, 마늘, 생강, 삼발소스(sambal: 고추, 후추, 양파, 마늘, 민트, 젓갈을 혼합한 소스), 코코넛 밀크, 라임, 레몬그라스, 그리고 판당(pandan) 이파리 등을 사용한 매콤한 맛의 음식을 개발했다.

 

말레이시아 음식엔 삼발소스(sambal sauce)가 많이 쓰인다. 고추, 마늘, 샬롯, 레몬그라스, 토마토, 생강, 튜메릭(강황), 새우장(shrimp paste) 등을 섞어 만든 매콤한 소스로 우리 입맛에 잘 맞는다. 게다가 말레이시아의 알곡달록한 얼음 디저트 아이스 카창(Aid Kacang, ABC)은 우리의 팥빙수와 닮았다. 뉴욕의 식당 논야(Nyonya)는 논야 요리 전문 식당으로 광범위한 메뉴를 구비하고 있다. 

 

 

논야에서의 저녁식사 A Dinner at Nyo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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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날 한여름의 입맛을 살리기 위해 친구와 논야로 갔다. 맨해튼 리틀 이태리의 중심인 멀베리 스트릿은 옥외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여행자들로 붐볐다. 칸초네를 부르는 가수가 팬데믹을 잊게 만들었다. 논야는 그랜드 스트릿에 자리해 있다.  우리는 번호표를 받아(6번) 20분 정도 기다렸다가 우리가 애용하는 이탈리아 식료품점 디 팔로(Di Palo's)가 보이는 창가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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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타이저: 로티 차나이(Roti Canai)

지난번 브루클린 자메이자 식당에서 시켰던 로티 차나이가 두터운 팬케익으로 나와 실망했던 탓에 논야의 얄팍해서 날라갈듯하면서도 바삭 고소하고, 쫄깃한 진짜 로티 차나이를 주문했다. 뉴욕에서 맛본 로티 차나이 중 최고다. 매콤한 치킨 카레에 발라 먹으면, 입맛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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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탕면 (Prawn Mee Soup)

코로나 팬데믹 동안 가끔 떠올랐던 것은 논야의 새우탕면(Prawn Mee Soup)이었다. 그런데, 국수를 굵은 에그누들 대신 쌀국수로 요청하는 것을 깜빡 잊었다. 이 국물은 정말 가슴 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국수는 몇가락 못먹었다. 쌀국수였더라면, 깨끗하게 비웠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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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 톰염 누들 수프 (Seafood Tom Yum Noodle Soup)  

태국 스타일의 새콤매콤한 해물 국수. 톰염 국물은 쌀국수와 잘 어우러진다. 다른 날 간단한 점심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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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프 렌당(Beef Rendang)

원래 비프 렌당은 인도네시아의 대표 음식으로 브루클린의 식당 '자바(Java)'에서 맛있게 먹었다. 논야의 비프 렌당은 자바와는 달리 국물이 자작했고, 카레 맛이 강했다. 친구가 시킨 닭고기 카레(Ayam Cari, 아얌 카리)와는 향신료에서 약간 차이가 나는 것 같았다. 결국 비프 렌당은 코코넛 라이스를 시켜 집에 싸갖고 와서 다음 날 점심식사로 맛있게 먹었다. 

   

#음료: 와인을 가져와도 좋다(BYOB, Bring Your Own Wine, $13)이라서 친구가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소비뇽 블랑(Peter Michael)을 준비했다가 잊었다. 논야의 와인 리스트는 심플하게 레드(말벡/ 멀로(아르헨티나 산)/ 카버네 소비뇽(이탈리아산)/ 피노 누아*프랑스 산)과 화이트(소비뇽 블랑(캘리포니아 산)/ 리슬링(독일산)/ 피노 그리지오(이탈리아 산) 7병이 병당 $35, 글래스당 $9의 좋은 가격에 올라 있다. 리슬링(Clean Slate)를 한잔 시켰는데, 맛이 없어서 맥주로 대신했다. 싱가포르산 맥주 Tiger가 떨어져서 태국산 맥주 싱하(Singha)를 주문했다. 친구는 기네스 흑맥주(Stout)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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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onya 

199 Grand St. (bet. Mulberry & Mott St.)

(212) 334-3669

http://www.ilovenyonya.com

 

 

말레이시아 주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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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테(Satay): 꼬치구이, 케밥. 땅콩 소스에 찍어 먹는다.

-로티 차나이(Roti Canai): 얄팍한 빵. 치킨 카레에 찍어 먹는다. 논야의 메뉴에는 '인도면포/Indian Pancake)'라고도 써있다. 

-나시 레막(Nasi Lemak): 말레이시아의 국가 대표 음식. 코코넛 라이스(코코넛빌크와 판단 잎, 생강을 넣고 조리), 멸치조림, 땅콩, 오이, 찐 계란. 네덜란드의 모듬밥상 리스타펠(Rijsttafel)의 영향을 받은듯 하다. 우리의 멸치조림같은 백반이 한 접시에 담긴다. 밥은 보통 바나나 잎사귀에 싸여 나온다. 

-나시 고랭(Nasi Goreng): 볶음밥

-하이난 치킨(Hainanese Chicken): 중국 호남 스타일의 담백한 닭찜.

-아쌈 락사(Asam Laksa): 매콤한 생선국물에 말은 쌀국수 

-아얌 고렝(Ayam Goreng): 프라이드 치킨. 튜메릭(강황) 소스에 버무려 튀긴다. 

-차퀘이토우(Char Kwuh Teow): 태국 스타일의 쌀국수 볶음

-생선 머리 카레(Fish head curry): 어두육미. 대가리를 푹 고아 만든 카레

-아이스 카창(Aid Kacang, ABC): 빙수 디저트 

 

 

*NYCB '2012 음식 톱 5': 칠리 크랩, 펌킨 리조토, 브란지노, 마파두부, 포토푀

https://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1344625

 

*로어이스트사이드 투어ㅣ 올드 로우스 시어터-메트로그래프-파이즈&타이즈-코피티암

http://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3431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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