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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베스트 식당 #52 브루클린 랑군(Rangoon) 

찻잎 샐러드, 모힝가 크로켓, 새우 카레, 양고기 카레...

 

001.jpgRangoon, Brooklyn

 

인도, 타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뉴욕에서 동남아 식당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9월 맨해튼 미드타운에 오픈한 싱가포르 푸드홀 어번 호커(Urban Hawker)까지 바야흐로 뉴욕은 국제 먹거리의 UN이다. 그런데, 버마(미얀마) 식당은 좀체로 찾기 어려웠다. 

 

버마 음식을 맛본 곳은 사실 필라델피아였다. 친구와 필라델피아에 갔을 때 두어번 차이나타운의 버마 식당 랑군(Rabgoon, 양곤)에서 국수와 몇가지 음식을 먹어보긴 했다. 그런데, 기본 메뉴 조사도 하지 않았고, 메뉴를 잘못 선택해서인지 인도-중국-말레이시아와 유사했고 특별히 버마만의 맛을 발견하지 못했다.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인도 등과 인접한 나라여서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한국, 중국, 일본이 각각 독특한 음식문화를 발전시킨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여전히 버마는 미지의 음식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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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oon, Brooklyn

 

버마의 역사를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인도차이나에서 가장 면적이 큰 국가, 아시아에서 10번째로 큰 버마는 인구가 **에 달한다. 원래 고대에 미얀마로 거슬러 올라가는 버마는 9세기경 중국 남부의 운남성에 거주하던 버마족이 들어와 1044년 최초의 통일 왕조 버간 왕국을 세우면서 2021년 현재 인구 5천380만명 중 약 68%인 3천만명을 차지하는 다수족이3) 됐다고 한다. 미연마는 1824년 서쪽으로 세력을 넓히면서 영국령 인도와 국경분쟁을 일으키며 전쟁을 시작, 1차(1824-26), 2차(1852-53), 3차(1885-86) 전쟁에서 모두 패하면서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그리고, 제 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 제국의 지배를 받다가 1948년 독립을 쟁취하게 된다. 

 

그러나, 1988년 군사 쿠테타로 수천명의 시민이 학살됐고, 버마는 군부 독재 치하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미지 쇄신을 위해 135개의 소수민족을 아우르는 명칭인 마얀마(Republic of the Union of Myanmar)로 국호를 바꾸었다.(하지만, 미국에선 여전히 버마로 쓰고 있다.) 미얀마는 여전히 버마족과 소수민족간의 분쟁으로 내전을 겪었다. 1991년엔 영국 식민지시절 버마 총리였던 아웅산의 딸 아웅산 수치가 비폭력 민주화운동을 주도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2010년 총선으로 문민정부가 들어서 아웅산 수치가 권력을 잡았으나 다시 2021년 2월 쿠테타로 군부정권이 다시 장악하게 된다. 

 

우리에겐 1983년 랑군의 아웅산 묘지 폭파사건으로 외교사절과 기자 등 17명이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군부 독재와 시민학살, 우리와 공통점이 있는 미얀마는 반찬이 딸려오는 집밥(정식), 콩을 발효시킨 소스와 젓갈, 우거지같은 tealeaf까지 음식문화도 닮은 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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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oon, Brooklyn

 

얼마 전 친구가 뉴욕에 랑군이라는 버마 식당 랑군(Rangoon)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맨해튼 첼시와 브루클린에 두개의 랑군이 운영 중이었고, 모던한 분위기도 끌렸다. 마침 따사로운 봄날 브루클린식물원과 이웃의 브루클린뮤지엄도 갈겸 1석3조로 버마식당에 가보기로 했다.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클래슨 애브뉴(Classon Ave.)로 6블럭 거리의 프로스펙트 플레이스에 자리한 랑군은 인테리어가 참신하고, 모던한 레스토랑이다. 17개의 흰색 꽃무늬 패널이 달린 문들이 상냥하다. 빅토리아 시대의 벽지 문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컬러풀한 칸막이와 테이블이 있는 뒷 뜰은 더 아늑하게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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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oon, Brooklyn

 

오프닝을 할 무렵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이름의 기나긴 터널을 지나가야 했지만, 다행히도 2020년 9월 브루클린 거주자인 뉴욕타임스의 피트 웰스가 리뷰를 잘 써주어서 랑군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했을 것처럼 여겨진다. 랑군의 셰프는 미얀마에서 사란 미요 모에(Myo Moe)씨이며, 남편 다니엘 브렌지(Daniel Bendjy)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주인장이 키친을 책임지고 있는 식당에는 믿음이 간다. 

 

우리는 금요일 저녁 6시경에 가서 큰 테이블의 한 구석 자리에 앉았다. 상냥한 웨이트레스가 그날의 스페셜로 양고기 카레와 해피 아워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그날의 랑군 식사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전에는 브루클린뮤지엄에 가면 워싱턴 애브뉴의 자메이카 레스토랑 아일랜드(The Islands)의 소꼬리 스튜(Oxtail Stew)를 먹는 즐거움이 있었는데, 이젠 랑군의 카레와 해피 아워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A Dinner at Rangoon, Brook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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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 샐러드 "라페 톳" Tea Leaf Salad "Lahpet Thoke"

버마의 국민 요리 중 하나라는 찻잎 샐러드는 발효시킨 찻잎(라페)에 고추, 마늘을 넣어 무친 후 양배추, 토마토, 땅콩 등 견과류, 건 새우 등에 올려, 라임과 함께 낸다. 그런데, 우리의 김치와 우거지 사이에 자리한듯한 라페는 시큼한 맛으로 입맛을 돋굴지는 몰라도, 그 자체로는 맛이 있거나 흥미로운 샐러드는 아니다. 양배추는 코울슬로가 제격이며, 찻잎만 적은 양으로 내주면 더 좋을 것 같다. 다음에 가면 건너 뛸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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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프라이드 치킨 바오(BFC Bao)

해피 아워 메뉴 트리오 중 두가지를 주문했다. 2004년 모모푸쿠(Momofuku) 데이빗 장이 선보여 히트작이 된 포크번(Pork Bun)에서 영감을 얻은 버마 프라이드 치킨 바오(BFC Bao)는 달착지근, 매콤한 닭튀김이 한국식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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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힝가 크로켓(Mohinga Croquette)해피 아워 모힝가 크로켓은 버마의 국가 대표 음식으로 꼽히는 모힝가는 생선 메기 육수에 쌀국수를 말아 먹는 국수요리. 크로켓은 모힝가에 쌀국수 대신 감자를 으깨서 섞어 튀킨 것이다. 약간에 비릿한 맛이 있는 크로켓은 입맛을 충족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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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왕새우 카레 라이스 "파준 힌" Burmese Prawn Curry "Pazun Hinn"

필라델피아 랑군에서 국수를 시켜 실패한 경험을 되살려 이번에는 밥 요리를 주문했다. 친구가 시킨 왕새우 카레는 토마토와 카레 소스에 매콤한 맛을 더 가미했는데, 싱싱하고 큰 새우가 다섯 마리나 누워 있었다. 소스의 감칠맛이 황홀해서 친구 것을 침공하며 쫀듯쫀듯한 코코넛 라이스와 비벼 먹었다. 다음에 주문하고 싶은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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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마 양고기 카레 "토이 타 힌" Burmese Lamb Curry "Thoe Thar Hinn"

뉴욕 식당에선 양고기를 맛있게 먹은 적이 별로 없다. 오래 전 런던 소호에서 아주 소박한 인도 식당에서 런치 스페셜을 시켰는데, 그 양고기의 부드러운 육질과 매콤한 카레의 맛이 환상적이었다. 양고기는 주로 웨스트빌리지의 오래된 푸줏간 플로렌스 미트 마켓(Flornce Meat Market)에서 램찹이나, 소시지로 사다가 집에서 해먹는다. 그런데, 랑군의 '투데이 스페셜'이라고 해서 주문했는데 성공적이었다. 오래 푹 고아내서 부들부들하고, 고소한 맛이 매콤한 카레와 절묘한 맛을 연주했다. 새우 카레와 양고기 카레 중 더 맛있던 것을 선택하자면, 왕새우 카레다. 

 

와인은 로제 상세레(ROSÉ Saint-Laurent, Sancerre)와 화이트 머스카데(Muscadet, Polaris France 2021)를 글래스로 주문해 곁들였다. 해피 아워엔 9달러로 더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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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넛 타피오카 Coconut Tapioca

디저트는 코코넛 주재료의 타피오카와 롤케이크 단 2가지였다. 타피오카는 코코넛을 얇게 저며 코코넛 크림에 젤리를 넣은 것이다. 밍밍한 맛이라 다음엔 페이스트리 롤(Coconut Pastry Roll)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다. 

 

이제부터는 브루클린뮤지엄이나 식물원에 가는 날이면 랑군의 왕새우 카레와 아일랜드의 소꼬리 스튜 사이에서 고민을 해야한다. 랑군은 맨해튼의 식당처럼 북적북적하지 않으면서도 분위기가 근사하다. 아일랜드는 카페테리아를 약간 업그레이드한 정도. 아마도 한 여름엔 랑군으로, 보양식이 필요한 가을, 겨울엔 아일랜드로 가게될 것 같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피트 웰스(Pete Wells)는 랑군을 2023 베스트 뉴욕시 레스토랑 52위에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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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ngoon, Brooklyn

500 Prospect Pl,Brooklyn, NY 

917-442-0100

https://www.rangoon.nyc

 

*뉴욕 동남아 식당 베스트 10: 퓨어타이쿡하우스,스리프라파이, 농야, 모티 마할 디럭스..., 2013

https://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2971896

 

*인도네시아의 맛: 브루클린 자바(Java)의 정식 라이스타펠(Rijsttafel)

https://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407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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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04.30 08:45
    버마 요리의 맛도 보셨네요. 양고기를 식재료로 음식을 했는데 먹고픈 식탐이 생기네요. 찻잎 사라드는 마늘과 같은 양념이 한식의 양념과 비슷하네요. 한번도 버마음식은 맛을 본적이 없어서 어떤 맛일까 궁금해집니다. 컬빗이 랑군의 맛을 직접 시식하면서 음식을 사진과 함께 올려주셔서 실감이 납니다. 음식에 맞는 포도주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