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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코다(CODA)' 영화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와의 대화

"나는 소리 낚시꾼, 세상은 사운드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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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in Conversation with Shirin Neshat

 

 

7월 15일은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과 윔블던 남자 단식 결승전으로 흥분되었, 뉴욕에선 브루클린 뮤지엄에서 록스타 데이빗 보위(1947-2016)의 특별전 'David Bowie is'가 세계 순회 마지막 전시의 막을 내린 날이었다. 그리고, 링컨센터에선 영화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 坂本 龍一, 1952- )의 다큐멘터리(Ryuichi Sakamoto: Coda)' 상영회에 이어 사카모토와의 대화 시간이 열렸다.

 

록스타 데이빗 보위와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는 35년 전 일본 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 戦場のメリークリスマス, 1985)'에 배우로 출연던 인연이 있었다. 나기사 오시마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는 제 2차 세계대전 중 인도네시아의 일본군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에로틱한 영화로 사카모토에게 영국 아카데미상(BAFTA Award) 영화음악상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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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와 데이빗 보위가 주연한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전장의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

 

*Ryuichi Sakamoto- 'Merry Christmas Mr. Lawrence' <YouTube>

 

이후 종종 뉴요커로 살았던 이들의 운명은 교차됐다.  2014년 보위는 폐암 진단을 받았고, 2016년 1월 8일 자신의 69세 생일날 마지막 앨범 'Black Star'를 낸 지 이틀 후 세상을 떠났다. 한편, 뉴욕에 살아온 사카모토는 2014년 구강암 진단을 받았다가 치유해 컴백, 알레얀드로 이나리투 감독의 '레버넌트(The Revenant)'의 음악을 담당해 골든글로브상 후보에 올랐다. 반핵운동가로 변신한 사카모토의 삶은 일본계 미국인 감독 스티븐 노무라 쉬블(Stephen Nomura Schible)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Ryuichi Sakamoto: Coda)'에 담겼다.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는 7월 6일 링컨센터 월터리드시어터에서 개봉됐다. 15일 상영회 후엔 원래 전위 음악가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과 사카모토의 대화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앤더슨의 사정으로 이란 출신 영화감독 쉬린 네샷(Shirin Neshat)이 질문을 던졌다. 아티스트 출신 쉬린 네샷 감독은 '남자 없는 여자들(Women Without Men, 2009)'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음악은 사카모토가 작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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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Coda

 

다큐멘터리 '코다'는 사카모토의 창작과정과 반핵 운동을 보여준다. 뉴욕 그리니치빌리지 스튜디오에서 요가볼 위에 앉아 작업하는 모습,  9/11 이후 몇개월 음악을 들을 수 없었던 체험, 일본 츠나미 후 구조된 피아노를 연주하며 반핵 운동에 열정적으로 참가하는 과정, 영화 음악을 작곡할 때의 에피소드, 그리고 '소리가 가득한 세상' 속에서 소리를 낚시하는 모습 등을 담고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The Last Emperor, 1987)'로 아카데미 오리지널 작곡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후 베루톨리치 감독의 '셸터링 스카이(The Sheltering Sky, 1990)'로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하고,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리틀 부다(Little Buddha, 1993)'와 알레얀드로 이나리투 감독의 '레버넌트(The Revenant, 2015)'로 골든 글로브상 후보에 올랐다. 사카모토는 올 베를린 영화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대화를 요약한 것이다.

 

*Ryuichi Sakamoto: Coda 예고편

 

 

Ryuichi Sakamoto in Conversation with Shirin Nes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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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Coda

 

-쉬린 네샷: 당신의 음악은 상당이 서정적이다. 감정은 어디서 오나?

-류이치 사카모토: 아마도 바흐의 영향이 아닐까. 내 음악에 대해 멜란콜리하다고들 말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2학년 때는 바흐를 치게 만들었다. 난 왼손잡이라 마치 개가 짖는 것처럼 연주했다. 9/11과 3/11 일본의 쓰나미 재난 이후엔 몇주씩, 몇달씩 음악을 생각할 수 없었다. 이럴 땐 바흐의 '마태수난곡'으로부터 다시 듣기 시작한다.

 

-쉬린 네샷: 새 앨범 'async remodels'는 무엇이 특별할까?

-류이치 사카모토: 아마도 가장 개인적인 앨범일 것이다. 나의 고통과 회복, 고통에서 치유까지, 애도에서 삶까지 담겨있다. 암 진단을 받은 후 죽음에 직면해 생과 사를 생각했다. 치료과정이 너무 힘들어 한때 음악을 들을 수 없어서 DVD를 보기도 했다. 영화 '레버넌트(망령에서 돌아온 자)'처럼 돌아왔다. 언제 다시 암이 찾아올지는 모르지만... 이나리투 감독과의 작업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암 진단 이전의 스케치, 메모를 모두 버리고 다시 시작해 완전히 새로운 음악을 만들었다. 비와 바람 등 자연 소리에 심취했고, 숲 속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처음으로 삶의 의미에 대해서 찾게 되었다.

 

-쉬린 네샷: 긴 커리어를 거치며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류이치 사카모토:  내가 처음 들은 영화음악은 네다섯살 때 엄마 무릎에서 들은 니노 로타(Nino Rota)의 '길(La Strada)' 주제 음악이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곳이었다. 난 영화음악에 대해 잘 몰랐다. 처음 작업한 것이 '전장의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 1985)'였는데, 내가 출연했기 때문에 나의 나쁜 연기를 보상하기 위해 음악을 입혔다. 그건 어디까지나 젊었을 때의 영화음악에 대한 생각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음악이 영화에서 튀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강한 멜로디로 튀는 영화음악엔 반감을 느낀다. 영화음악은 이미지와 음향효과 등 다른 사운드를 배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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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Coda

 

-쉬린 네샷: 즉흥적인 음악도 종종 사용하나?

-류이치 사카모토: 즉흥성, 우연, 실수 모든 것이 나의 영감이거나 새 아이디어다. 항상 귀를 열고 있다. 무언가 예기치않았던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사운드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 도시마다 앰뷸런스 소리가 달랐다. 뉴욕, 도쿄, 파리... 세상은 소리로 가득하다. 파리 중심부에서 물 소리를 녹음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였다. 

(영화에서는 사카모토가 북극에서 호수의 얼음을 깨고 녹음기를 넣고 사운드를 채집한다.  그는 이것을 "사운드를 낚시한다(sound fishing)"고 표현했다.)    

 

*Ryuichi Sakamoto - Rain <YouTube>

 

-청중: 영화에 출연했던 데이빗 보위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에게 영감을 얻었는가?

-류이치 사카모토: 보위와 나는 2014년 같은 시기에 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갔고, 나는 남았다. 보위의 마지막 앨범을 들으면서 목소리가 에너제틱하다고 생각했는데, 사망 뉴스가 들려왔다. 나는 그 앨범이 유언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더 살고, 더 음악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큰 손실이다. 

 

-청중: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 1928)와의 작업 과정은? 

(영화에서 '마지막 황제'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이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일주일만에 음악을 작곡해오라고 요구한다. 사카모토가 불가능하다고 말하자 베르톨루치는 "엔니오라면 했을 것"이라고 말하자 자극받고 일주일 내 40여곡을 써서 가져갔다. 모리코네는 베르톨루치 감독의 콤비 음악가였다.)

 

-류이치 사카모토:  모리코네가 아카데미상 평생공로상을 수상(2007)한 후 꽃을 보냈더니 답장이 왔더라. 모리코네는 마카로니 웨스턴 등 서부극에서 현대음악까지 거장이다. 그를 찬미한다. 엔니오는 베루톨루치 감독과 영화 5편에서 함께 일했다. 그는 내가 '마지막 황제' 음악을 담당할 때 베르톨루치에게 거의 매일 전화를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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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ichi Sakamoto: Coda

 

-청중: 영화감독들과 작업하는 방식은?

-류이치 사카모토: 영화음악 작곡가는 감독들의 개인적인 비전을 전하는 것이 본연이다. 그런데, 거의 모든 영화감독들에게는 '음악언어(language of music)'가 없다. 감독을은 일단 촬영 후 편집할 때 기존의 음악을 임시로 끼워 넣는다. 이를테면 차이코프스키, 바톡, 리게티나 재즈 음악을 삽입해서 편집한다. 그리고, 영화음악 작곡가가 기존의 음악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완벽한 연주로 깔끔하게 녹음된 음악과 경쟁해야 한다! 이것이 직업상 가장 힘든 부분이다.

 

-청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류이치 사카모토: '내 인생의 영화'는 수시로 변하고, 내일은 다른 영화가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는 야스지로 오즈 Yasujirō Ozu (小津 安二郎)의 '도쿄 스토리(Tokyo Story/東京物語, 1953)'다.

 

-청중: 지금의 정치 상황에 대한 생각은.

-류이치 사카모토: 얼마 전 일본에서 더위로 5명이 사망했다. 평소보다 20도가 높았다. 지구 온난화의 증거다. 세계에 안녕을 고해야할 시기인가 보다. 지금 우리는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극단적이다. 빈익빈부익부의 편차도 심하다. 내가 정치인이 아닌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한 아티스트가 내게 찾아와서 울면서 말했다. "우리에겐 그 어느 때보다도 미술과 음악이 필요합니다". 

 

*The Best of Ryuichi Sakamoto <YouTube>

 

 

Ryuichi Sakamoto: Coda

@Elinor Bunin Munroe Film Center(144 West 65th St.)

 https://www.filmlinc.org/films/ryuichi-sakamoto-co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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