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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의 전설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

'황야의 무법자' '미션' '시네마 천국'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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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Love Theme, 1988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 1928-2020)가 7월 6일 로마에서 9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에서 '미션(Mission, 1986)',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등 불후의 영화음악 400여편을 헌정하고 눈을 감았다.

 

필자가 1990년대 초 KBS-2FM '영화음악실'(진행: 이규원, 채시라)의 대본을 쓰고, 선곡할 때 가장 자주 골랐던 음반은 엔니오 모리코네였다. 오보에와 팬파이프 연주가 숭고하면서도 구슬픈 '가브리엘의 테마'는 영화 '미션' 자체보다 더 오래 가슴 속에 남았으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브루클린 덤보를 배경으로 흐르는 멜란콜리한 주제곡은 가슴을 후벼 파는 슬픔이 담겨 있다. 이탈리아 시골 영화관에서 자라 감독이 된 살바토레가 옛날 영화의 키스 장면을 볼 때 흐르는 '시네마 천국' 피날레의 테마는 눈물을 자아낸다. 

 

그뿐인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도입부에 흐르는 하모니카 주제곡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폐부를 찌르는 섬짓함이 있다. '해리슨 포드의 실종자'(Frantic, 1988)의 테마 음악은 영화 보는 내내 최면에 걸리게 만든다. 엔니오 모리코네, 그는 오보레와 트럼펫부터, 스패니쉬 기타, 오카리나, 휘파람, 목소리, 말발굽 소리까지 풍요한 사운드로 영화를 채색했다. 그리고, 영화팬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여운을 남기고 '시네마 천국'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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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무법자/ 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Main Theme, 1966 <YouTube>

 

한국 영화팬들에겐 1960년대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스파게티 웨스턴(마카로니 웨스턴, 이탈리아 서부극) '황야의 무법자'(A Fistful of Dollars, 1964)'를 비롯 '석양의 건맨'(For a Few Dollars More, 1965),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 1966), 그리고 '옛날 옛적 서부에서'(Once Upon A Time In The West, 1968)로 친숙해졌다. 1984년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뉴욕 빈민가 갱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사극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음악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환상의 콤비는 1989년 레오네 감독의 사망으로 끝나고 만다. 

 

그는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외에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Bernardo Bertolucci),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Pier Paolo Pasolini), 테렌스 말릭(Terrence Malick), 롤랑 조페(Roland Joffé),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 브라이언 드 팔마(Brian De Palma), 배리 레빈슨(Barry Levinson), 마이크 니콜스(Mike Nichols), 존 카펜터(John Carpenter), 퀜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 등 거장들과 작업해왔다. 

 

모리코네는 서부극과 서사극 뿐만 아니라 '엑소시스트 2(Exorcist 2, 1977)' '괴물(The Thing, 1982)' '해리슨 포드의 실종자' 등 호러와 스릴러, '언터쳐블(The Untouchables, 1987)' '사선에서(In the Line of Fire, 1993)' '킬 빌(Kill Bill, Vol. 2, 2004 )' '헤이트풀8, The Hateful Eight, 2015) 등 할리우드 액션, 그리고 '천국의 나날들(Days of Heaven, 1978)' '시네마 천국' '롤리타(Lolita, 1997), '말레나(Malena, 2000)' 등 멜로드라마까지 방대한 스펙트럼의 장르를 섭렵하는 음악을 작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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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The Mission-Gabriel's Oboe, 1986 <YouTube>

 

1995년 베니스 영화제는 모리코네에게 평생 공로상(황금사자상)을 헌사했다. 하지만, 미 아카데미는 모리코네에게 오랫동안 인색했다. 그는 1977년 '천국의 나날들'부터 '미션' '언터쳐블' '벅시'(Bugsy, 1991), '말레나'로 5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아카데미는 2007년 그에게 평생공로상을 바쳤다. 

 

그리고, 2016년에야 그의 광팬인 퀜틴 타란티노 감독의 액션 '헤이트풀 8'로 오스카 음악상을 품에 안았다. 시상자는 '무법자'시리즈의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였다. 모리코네 나이 86세였다. 거장 오손 웰스(Orson Wells)나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ke) 감독처럼 오스카와의 인연이 거의 빗겨갈 뻔 했다.  

 

모리코네는 2007년 10월 한국을 방문했다. 서울 올림픽 공원 체조 경기장에서 콘서트를 열었으며, 이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부인 마리아와 함께 참석했다가 정치인들의 레드카펫으로 인해 푸대접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옥스포드대 출판사에서 회고록 'Ennio Morricone: In His Own Words'(by Alessandro De Rosa)가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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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Once Upon a Time in America, 1984 <YouTube>

 

엔니오 모리코네는 1928년 로마에서 태어났다. 트럼펫 연주자였던 아버지로부터 여러 악기 연주법을 배웠다. 6살 때 작곡을 시작했으며, 12살엔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 들어가 트럼펫, 작곡과 연출을 공부했다.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로마는 독일과 미군이 점령한 비무장 도시가 됐고, 이때 그는 굶주림에 시달렸다고 한다. 전쟁 후엔 이탈리아 라디오 방송국 RAI와 폴 앵카 등 RCA 레코드사 소속 가수들과 일했다. 1960년대 초반부터 영화 음악을 작곡하며, 전설이 됐다. 

 

모리코네는 1956년 결혼한 마리아 트라비아와 사이에 마르코, 알레산드라, 지오바니와 작곡가/지휘자인 아들 안드레아를 두었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생전에 자신의 사망 기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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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Ennio Morricone, am dead."

"나 엔니오 모리코네는 사망했습니다. 나는 나와 가까웠던 모든 친구들에게 이 방식으로 발표합니다. 그리고 좀 멀리 있는 이들에게 큰 사랑을 담아서 작별 인사를 전합니다. 모든 이들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거론된 이름으로는 '시네마 천국'의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페푸치오)와 여동생, 누이들, 자녀들이다.

매가 그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아주길 희망합니다.... 내 마지막 작별은 가장 슬픈 것으로 내 아내, 평생의 동반자인 위대한 사랑 마리아와의 작별입니다. 나는 우리를 함께 있게 해준 당신과의 각별한 사랑을 되새기며, 그것을 저버리게 되어 유감입니다. 당신과의 가장 가슴 아픈 작별 인사입니다."

모리코네는 "여러분을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고, 장례식을 가족장으로 치르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한다"고 밝혔다.

 

*Ennio Morricone-Official Sound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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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0.07.21 18:18
    너무 더워서 한발짝도 밖에 내놓지 않고 집안에서 "꼼짝마"를 따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나의 사랑, 나의 친구가된 뉴욕컬빗을 읽고 또 읽으면서 코로나에서 해방되는 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엔니오 모리코네의 가브리엘의 오보에를 듣고 있습니다. 언제 들어도 마음 한켠이 녹아드는 느낌입니다. 그의 음악, 넘 좋아요. "인생은 짦고 예술은 영원하다"를 길이길이 남긴 분 입니다.
    -Elaine-
  • sukie 2020.07.21 18:23
    Elaine 선생님, 저도 며칠 동안 엔니오 모리코네 음악에 취했었습니다.
    컬빗을 애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