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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반데라스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 '인생 희로애락'  

NYFF 2019 (9/27-10/13) 

<10> 페인 앤 글로리(Pain and Glo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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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 and Glory by Pedro Almodovar

 

*'페인 앤 글로리' 예고편 'Pain and Glory' trailer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óvar, 70)와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Antonio Banderas, 59)는 스페인 영화계 환상의 콤비였다. '마타도르'(1986), '욕망의 법칙(Law of Desire, 1987)',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Women on the Verge of a Nervous Breakdown, 1988)' '욕망의 낮과 밤(Tie Me Up! Tie Me Down!, 1990)', '내가 사는 피부(The Skin I Live In, 2011) 등 무려 8편의 영화를 함께 만들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2016년 '줄리에타(Julieta)'를 완성한 후 파나마 게이트로 곤욕을 치루었다. 세계의 부자들이 조세를 피난하는 파나마 로펌의 페이퍼 컴퍼니 명단에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프로듀서인 동생 오거스틴과 함께 올라있던 것이다. 페드로는 자금 관리 문외한이었고, 동생이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줄리에타'는 스페인에서 흥행 실패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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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시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심장마비는 내게 일어났던 최고의 사건"이라고 밝히는 안트니오 반데라스와 알모도바르 감독.

 

한편,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1996년 배우 멜라니 그리피스와 결혼 후 할리우드 영화에 집중하다가 2014년 이혼에 이른다. 이후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Central Saint Martins)에서 패션디자인을 공부했다. 2017년 반데라스는 운동 중 심장마비로 병원에 실려갔다. 죽음 일보 직전에서 반데라스는 새로운 배우로 태어났다. 그는 "심장마비가 내게 일어났던 것 중 최고의 사건이었다. 이전에 네가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에 대한 눈을 열었기 때문이다. 난 뭐가 정말 중요한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시련을 겪은 알모도바르와 반데라스가 다시 만났다. 2019년작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자전적 영화 '페인 앤 글로리(Pain and Glory/ Dolor y gloria)'에서다. 2019 칸영화제는 반데라스에게 남우주연상을 바쳤다. 알모도바르는 칸 감독상(내 어머니의 모든 것, 1999)과 각본상(귀향, Volver, 2006)을 수상한 바 있으며, 올 황금종려상의 유력한 후보였지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에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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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 and Glory by Pedro Almodovar

 

영화 제목 '고통과 영광'은 알모도바르의 영화 인생에서 무엇을 의미할까? 그의 자전적 허구(autofiction/ faction) 영화 '페인 앤 글로리'는 '상처뿐인 영광'처럼 보인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무엇이 알모도바르의 체험이며, 무엇이 허구인지를 구별하고 싶어진다. 알모도바르는 동성애자이며, 미술을 사랑하고, 어머니와의 정이 깊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동굴에서 살던 어린 시절이나 영화배우와의 헤로인 흡입이 사실일까, 허구일까? 그는 무엇에 중독되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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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 and Glory by Pedro Almodovar

 

영화는 화려한 컬러의 추상화가 이어지며 바이올린 솔로에서 피아노 듀오로 사운드트랙이 흐르는 오프닝 타이틀로 시작된다.  

영화감독 살바도르 마요(안토니오 반데라스 분)은 척추 수술에, 우울증으로 중년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는 풀장에서 잠수하며 옛 추억에 빠져든다. 수영장의 물은 스페인 시골 개울가 빨래터로 장면전환된다. 어린 살바도르의 엄마(페넬로페 크루즈 분)가 아낙네들과 합창을 하며 들풀 위에 빨래를 널고 있다. 가족은 동굴로 이사하며, 교회 합창부에서 노래하는 살바도르는 동네의 페인트공 청년에게 글을 가르치게 된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기억의 파편들을 깊은 우물 속에서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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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 and Glory by Pedro Almodovar

 

그는 예전 영화 '향미(Sabor)'의 리바이벌 상영을 기해 30여년간 소원했던 배우 알베르토(아시에 이트시안디아 분)을 찾아간다. 알베르토는 살바도르 감독에게 헤로인과 흡연을 가르쳐주었다. 살바도르는 옛연인 페데리코(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아 분)와 재회하지만, 그는 결혼해 자식을 두고 아르헨티나에서 살고 있다. 연로한 어머니는 살바도르가 자신을 버려두고 떠난 것에 질타하고, 시골에서 세상을 떠난다. 

 

어느날 갤러리에서 살바도르는 한장의 그림을 발견하고, 다시 추억에 빠진다. 소년 시절 글을 가르쳐주었던 그 청년이 시멘트 봉투에 그려주었던 자신의 모습이다. 그날 소년은 청년의 목욕하는 모습을 보았고, 동성애에 눈을 뜨게 된다. 현재의 살바도르는 수술을 거치고, 소년은 동굴을 떠나 마을의 새집으로 이사한다. 소년은 그날 밤 하늘의 불꽃을 바라보고, 엄마와 새집에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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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 and Glory by Pedro Almodovar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영화관이 자신의 인생학교였다'고 술회한다. 영화에 중독된 그가 영화를 만들 수 없는 것은 작가의 절필감(writer's block)처럼 예술가로서의 위기이며, 그가 다시 창작의 열정을 회복하게된 것은 바로 자신의 삶을 반추하면서였다. 파편화한 그의 추억 속에서 욕망에 눈뜨던 소년 살바도르를 다시 만난다. 그리고, 멀어진 배우와 화해하고, 옛사랑과 재회했지만 이별로써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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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 and Glory by Pedro Almodovar

 

'페인 앤 글로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햇볕이 비추는 동굴 집에서 소년 선생 살바도르를 인부 청년이 그리는 모습이다. 또한, 페데리코와의 격정적인 키스와 이별도 처연하다. 슬픈 순간과 기쁜 순간, 고통과 영광의 시간들이 반복되는 인생사, 희로애락(喜怒哀樂)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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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n and Glory by Pedro Almodovar

 

실제 아트 컬렉터로 유명한 알모도바르는 미술품으로 장식한 자신의 마드리드 아파트를 복제해서 촬영했다. 중년 살바토르는 물질적으로 안락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황폐하다. 영화의 창작욕이 불타지 않고, 인간관계도 위태롭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남의 이야기(픽션)가 아니라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스토리로 창작의 열정을 회복해 영화를 완성한 것이며, 관객은 그의 진솔한 고백에 박수를 보내지않을 수 없다. '페인 앤 글로리'는 뉴욕영화제 상영 후 10월 4일 뉴욕의 안젤리카 필름 센터랜드마크 시네마 57 웨스트 등 전국에 개봉되며, 내년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 스페인 대표작으로 선정됐다. 113분. 

https://www.filmlinc.org/nyff2019/films/pain-and-gl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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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영화제에서는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디자인한 NYFF57 포스터와 그의 얼굴이 담긴 토트백을 판매한다. 

 

https://www.filmlinc.org/57th-new-york-film-festival-merchan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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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h77 2019.10.09 13:28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새 영화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전적 영화라니 더 궁금하네요. 오래전에 " Talk to Her"라는 영화를 인상적으로 보고 한번 더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댄스신, 투우신, 병원신이 떠오르네요. 카메라를 가까이에 클로즈 업하고 화면의 색채가 선명하고 예술적이라 기억이 되는데 역시 아트를 좋아하는군요.
  • sukie 2019.10.09 15:25
    역시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진솔하고, 아름다운 것 같아요. 어릴 적 장면과 옛 친구와 재회하는 장면은 콧날이 찡해질 정도로 울림이 있습니다. 꼭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