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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이 남기고 간 선물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


11월 12일 뉴욕 다큐멘터리 영화제 세계 최초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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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ing Grace, Aretha Franklin documentary film


*'어메이징 그레이스' 예고편


1972년 1월 13일  LA의 자그마한 침례교회(New Temple Missionary Baptist Church)에 '여왕'이 나타났다. 이미 "Respect", "Chain of Fools", "(You Make Me Feel Like) A Natural Woman", "I Never Loved a Man (The Way I Love You)" 등 히트곡을 터트리면서 '소울의 여왕(The Queen of Soul)'로 불리우던 스물아홉살의 가수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1942-2018. 8. 16)이었다. 


이 교회에 신예 감독 시드니 폴락(Sydney Irwin Pollack(1934-2008)도 나타났다. 이듬해 로버트 레드포드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주연 영화 '추억(The Way We Were)'을 연출하고, 훗날 '투씨(Tootsie, 1982)'와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를 만들 시드니 폴락은 워너브라더스 영화사의 의뢰를 받아 이틀간 아레사 프랭클린의 콘서트를 TV용 다큐멘터리로 만들게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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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ing Grace, Aretha Franklin documentary film


아레사 프랭클린의 목사 아버지(C. L. Franklin)와 영국 록그룹 롤링 스톤스(Rolling Stones)의 리더 믹 재거(Mick Jagger)까지 참관한 이틀간의 콘서트 촬영은 무사히 마쳤다.  6개월 후 아틀랜틱 레코드는 더블라이브 앨범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으로 발매해 200만장이 팔리며,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링 가스펠 레코드이자 아레스 프랭클린 앨범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된다. 이듬해 아레사 프랭클린은 그래미상 최우수 가스펠 퍼포먼스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필름은 촬영 이후 미완성인 채로 38년간 영화사 창고에 묻혀있었다. 초보 감독 시드니 폴락이 그만 촬영 당시 딱딱이(clapperboard)를 사용하지 않아 화면과 음향을 맞추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2008년 시드니 폴락은 암으로 사망했고, 2018년 아레사 프랭클린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8월 16일, 수퍼 스타 마돈나가 태어났고(1958년), '록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사망했고(1977년),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이 유언 없이 눈을 감은 날(2018년)이다. 다큐멘터리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도 잊혀질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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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ing Grace, Aretha Franklin documentary film


한편, 영화 제작자 알란 엘리엇(Alan Elliott)은 2007년 창고에 묻혔던 필름을 구매한 후 2년에 걸쳐 편집으로 화면과 음향을 싱크로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2011년 완성된 다큐멘터리를 개봉하려 했을 때 아레사 프랭클린이 자신의 허가없이 상영하는 것에 대해 고소했고, 2015년 다시 텔룰라이드, 토론토, 시카고 국제영화제에서 상영하려는 계획도 프랭클린의 법적 조치로 물거품이 되고 만다.

 

올 8월 아레사 프랭클린이 세상을 떠난 후 알란 엘리엇은 프랭클린 유산 집행자와 협상한 후 무덤 안에 있던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46년만에 마침내 세상 밖으로 내보낼 수 있게 되었다. 2018 뉴욕 다큐멘터리 영화제(DOC NYC, 11/3-15)에서 11월 12일 오후 6시 45분과 9시 스쿨오브비주얼아트(SVA) 시어터 세계 최초로 공식 상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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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ing Grace, Aretha Franklin documentary film


목사 아버지와 피아니스트 겸 가수였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아레사 프랭클린은 교회가 곧 집이었다. 가장 편안한 무대 또한, 교회였을지도 모른다. 특히 아버지 C.L. 프랭클린은 '백만달러 목소리'로 불리우며 감동적인 설교로 유명세를 떨쳐 설교 투어로 돈을 벌었다. 한편, 엄마는 아레사가 10살 때 심장병으로 사망한다. 아레사는 아버지 교회 성가대에서 가스펠을 부르기 시작, 11살 때부터는 아버지를 따라 투어에 나섰다. 아버지는 그녀의 매니저로 활동했다. 열여섯살 때 아레사는 전설적인 가수 샘 쿡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와도 함께 투어를 하며 인권운동에 가담한다. 1968년 킹 목사가가 암살된 후 프랭클린은 장례식에서 노래를 불렀다. 


가스펠 콘서트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LA의 조그만 흑인 교회가 무대다. 스테인글래스 윈도우와 로즈 윈도우가 화려한 고딕 성당이 아니다. 저렴한 합판에 하늘색 페인트를 칠한 벽, 이불이 덮여진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다. 십자가와 벽의 예수가 물길을 걷는 회화가 아니라면, 학교 강당처럼 보이는 교회. TV 방송용 청중들은 아프로 헤어, 엘비스 프레슬리풍 수트, 히피 스타일로 차려입고 객석에 앉았다. 


은빛 조끼를 입은 합창대와 청중 대부분이 흑인이다. 촬영팀은 대부분이 백인이다. 일요일 아침 미국은 인종주의와 민족주의를 실감하게 되는 시간대다. 1972년은 인권운동이 활발했던 60년대 존 F. 케네디(JFK), 로버트 케네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 이후 후유증이 가시지 않은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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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ing Grace, Aretha Franklin documentary film


이 가장 낮은 교회의 연단에 오른 '소울의 여왕' 아레스 프랭클린은 설교보다 더 설득력있는 노래를 목젖을 드러내며 부른다. "You'll Never Walk Alone" "What a Friend We Have in Jesus"에서 캐롤 킹이 작곡한 팝송 "You've Got a Friend"를 가스펠 스타일로 노래하며 Friend=Aretha=God로 향한다. 


아레사 프랭클린의 영혼을 두드리는 가창력은 "Amazing Grace"에서 절정에 달한다. 목사 뮤지션 제임스 클리블랜드(Dr. James Cleveland)은 끝내 눈물을 흘리며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고, 아레사 프랭클린은 땀방울과 눈물방울이 범벅이 된듯한 혼신의 가창력으로 청중을 울리는 것이다. 프랭클린의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비기독교인, 무신론자들까지의 영혼을 움직일만한 위대한 퍼포먼스다. 

 

*Aretha Franklin - "Amazing Grace" <YouTube>


2018년 도날드 트럼프의 패권정치가 미국은 물론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 시점은 인권운동이 팽배했던 1972년과는 또 다른 현실이다. 아레사 프랭클린의 "Climbing Higher Mountains"은 우리가 또 극복해야할 수많은 장애물들을 상기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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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ing Grace, Aretha Franklin documentary film


두번째날 콘서트엔 프랭클린 목사가 연단에 올라 딸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백만달러짜리 목소리'를 실감케 하는 연설과 용모다. 목사 아버지는 설교로, 가수 딸은 노래로 신의 목소리를 전한다. 아버지 앞에 스물아홉살의 아레사는 겸연쩍은 딸의 모습이다. 그녀가 피아노를 치며, 땀방울을 흘리며 노래하자 아버지는 수건으로 딸의 땀을 닦아준다. 이날 콘서트에서는 아레사 프랭클린의 창법에 영향을 준 가스펠 가수 클라라 워드(Clara Ward)도 소개된다. 워드는 당시 아버지의 애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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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ing Grace, Aretha Franklin documentary film


이틀간의 콘서트에서 우리는 시드니 폴락 감독을 비롯 카메라맨과 테크니션들의 모습을 본다. 폴락과 카메라맨은 5대의 16밀리 카메라로 이틀동안 총 20시간을 찍었다. 그리고, 이 분량은 안란 엘리엇의 후반작업 팀에 의해 87분으로 편집된다. 그 결과 카메라 앞과 카메라 뒤의 장면들이 섞여서 다큐멘터리를 더욱 생생하고, 다이나믹하게 만든다. 


파블로 피카소가 여러 앵글의 이미지를 화면에 담는 입체파(Cubism)을 창시했듯이,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결함이자 장점은 영화제작의 현장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시카고의 블루스 가수 '머디 워터스(Muddy Waters)의 클럽 콘서트에도 들렀던 롤링 스톤스 리더 믹 재거(Mick Jagger)가 참관하며 박수치며 흔드는 '카메오' 장면도 기억할만 하다. 흑인 뮤지션들의 소울에서 한수 배워보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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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ing Grace, Aretha Franklin documentary film


목사 제임스 클리블랜드는 '가스펠 음악의 왕(King of Gospel music)'으로 알려진 인물로 그래미상 4회 수상 경력에 할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첫 가스펠 음악인이다. 아레사 프랭클린, 프랭클린 목사와 오랜 인연이 있는 클리블랜드는 콘서트 호스트, 피아노 연주자, 가수, 지휘자로 맹활약한다. 교회 성가대를 이끄는 청년 지휘자의 이름은 알렉산더 해밀턴(Alexander Hamilton)!


'소울의 여왕'의 전성기, '신이 내린 목소리' 아레사 프랭클린의 가스펠 송은 종교적인 체험이 된다. 할렘의 아비시니안 침례교회(Abyssinian Baptist Church)에는 가스펠 합창을 감상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토록 개봉을 반대했던 아레사 프랭클린이 떠난 자리, 46년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그녀가 우리에게 주고간 선물이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뉴욕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세계 최초 상영된 후 11월-12월 중 뉴욕과 LA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벌써부터 내년 아카데미상 최우수 다큐멘터리상 감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87분. 



delfini2-small.jpg *아레사 프랭클린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 NJPAC 콘서트

*치네치타 NYC <31> 영화 '추억'과 플라자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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