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회 수 3312 댓글 0

'와일드 라이프' 링컨센터 개봉. 감독 폴 다노, 배우 제이크 질렌할과의 대화

Wildlife Q&AS WITH PAUL DANO & JAKE GYLLENHAAL ON OCTOBER 20 & 21

https://www.filmlinc.org/films/wildlife-paul-dano

 

NYFF 2018 <1> 와일드라이프 (WILDLIFE)

 

산불같은 열정과 분노의 끝

 

배우 폴 다노 감독 데뷔작 '와일드라이프(WILDLIFE)' ★★★★

 

TIFF-2018-Wildlife-Review-Featured.jpg

WILDLIFE directed by Paul Dano

 

*'와일드라이프' 예고편

 

영화를 보는 즐거움 중의 하나는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 스크린 속 가공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어느새 그들과 사랑에 빠지고, 영화가 끝나는 것이 아쉬워진다면, 그 영화는 특별한 메시지를 주지 않아도 가치가 있다. '와일드라이프(Wildlife)'에서는 제리, 자넷, 그리고 그들의 아들 조우까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J. J. J. 브린슨 가족의 해체를 보면서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 또한 영화가 관객에게 주는 선물이다.  

 

1960년대 거대한 산이 병풍처럼 버티고 있는 몬태나주 그레이트폴스를 배경으로 부부와 외아들의 이야기가 라르고풍으로 천천히 그려진다. 어찌 보면 '영화적'이지 않고, TV 드라마같다. 하지만, 초반의 라르고의 리듬은 안단테, 알레그로로 발전하며 관객을 정서적으로 몰입시킨다. 

 

'리틀 미스 선샤인(Little Miss Sunshine)'과 '피가 있으리(There Will Be Blood)'의 성격배우 폴 다노(Paul Dano)의 감독 데뷔작 '와일드라이프(Wildlife)'는 한 가족의 해체를 외아들의 시선으로 그린 수작이다. 원작은 리처드 포드(Richard Ford)의 동명 소설이며, 각색과 제작에 폴 다노의 오랜 연인 조이 카잔(Zoe Kazan)이 가담했다. 조우 카잔은 '에덴의 동쪽'의 명장 엘리아 카잔(Elia Kazan) 감독의 손녀로 예일대 출신의 배우 겸 작가다. 그래서일까? 영화는 페미니스트 터치가 보이는 자넷의 홀로서기 스토리이기도 하다. 

 

 

primary_Wildlife-2018.jpg

WILDLIFE directed by Paul Dano

 

'와일드라이프'는 자그마한 집에서 소박하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는 제리 브린슨(제이크 질렌할 분 Jake Gyllenhaal)과 자넷 브린슨(캐리 뮬리간 분 Carey Mulligan) 부부와 그의 아들 조우 브린슨(에드 옥센불드 분 Ed Oxenbould)의 이야기를 나직한 목소리와 롱 테이크로 보여준다. 

 

몬태나주의 캐나다 국경 인근에서 산불이 겉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골프장에서 조수로 일하는 제리는 앉아있는 고객의 구두까지 닦아주며 비굴할 정도의 과잉 친절을 보인다. 그리고, 오히려 그점 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해고된다. 가장이 실업자가 되자 전업 주부였던 자넷이 일자리를 찾아나선다. 제리는 골프장에서 다시 일자리를 제안지만, 자존심에 거절한 후 취업에 애를 먹고 있다. 한편, 자넷은 가까스로 YMCA의 수영강사 자리를 얻고, 활기를 찾는다. 

 

어느날 제리는 산불 소방수로 가겠다며 자넷과 대판 싸운다. 목숨이 오가는 산불 소방수는 가족과 떨어져 텐트에서 생활하는 비참한 직업이다. 자넷은 남편에게 버림당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춘기 아들 조우는 집안을 도우려고, 사진관 조수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는다.  

 

 

EE2E48A0-3532-457A-AFA9-9748A77BA63B.png

WILDLIFE directed by Paul Dano

 

남편이 떠나자 자넷은 수영장에서 타운 오토숍 사장인 이혼남 워렌 밀러(빌 캠프 분 Bill Camp)를 가르치다가 친해진다. 밀러는 늙었고, 다리가 불편하지만, 부자다. 그를 집으로 초대하고, 그의 초대에는 섹시하게 차려입고, 아들 조우까지 데려간다. 그 자리에서 조우는 엄마가 밀러와 애정행각을 벌이는 장면을 목격한다. 

 

사춘기 소년 조우에게 아버지의 부재, 엄마의 바람, 학교 공부 뒤처짐, 여학생 루스 앤의 치근거림까지 벅차다. 그가 어디론가 떠나려 하자 첫눈이 날리기 시작한다. 아버지 제리는 눈이 오면 돌아온다고 했었다. 돌아온 제리는 자넷의 별거 선언을 듣고,  아들 조우에게 그동안의 일들을 캐묻는다. 그 길로 휘발류를 들고 밀러의 집에 불을 지르는데...

 

 

'와일드라이프'에서 산불은 인간의 열정과 분노에 대한 메타포처럼 보인다. 순박하고, 친절한 제리는 실업자가 된 후 산불 소방수로 자처한다. 지고지순한 아내였던 자넷은 제리가 떠나자 생존을 위해 밀러와의 관계도 마다할 수 없고, 오히려 생존을 위해 유혹을 자처하는 신세가 된다. 그러면서 가정주부 속에 잠재되어 있던 관능성이 산불처럼 타오른다. 엄마의 바람 현장을 목격한 조우는 침묵을 지킬 수도 있었지만, 아빠 제리에게 사실대로 말해 버린다. 그의 불안감과 분노도 산불처럼 폭발한 것. '야생동물(wildlife)'같은 '야생의 삶(wild life)'이다. 

 

 

001.jpg

자넷 역의 캐리 뮬리건(왼쪽부터), 조우 역의 에드 옥센불드, 제리 역의 제이크 질렌할. Jeanette, Joe, Jerry Brinson.

 

브린슨 가족 이야기는 할리우드 해피엔딩이 아니다. 밀러가 플레이보이라는 걸 알게된 자넷은 멀리 오레곤주로 취직해 떠난다. 미국에서 페미니즘 운동이 시작되기 전 자넷의 새 출발이다. 아들 조우는 아버지 제리와 살고 있다. 어느 날 자넷이 이들을 찾아온다. 어색한 가족의 조우. 조우는 부모를 자신이 일하는 사진관으로 데려 간다. 이제 기술을 익히고, 경력이 쌓여서 사진도 직접 찍을 수 있게 된 것. 조우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 앉아서 셀프 가족 사진을 찍는다. 자넷과 제리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허우 시아오셴 감독의 '비정성시(City of Sadness)'의 가족 사진 만큼이나 애잔하다. 여기서 감독은 이야기를 끝내고 있다. '와일드라이프'는 조우 뿐만 아니라 제리와 자넷 세사람의 성장영화이기도 하다. 

 

디에고 가르시아(Diego Garcia)의 카메라는 움직이지 않고, 등장인물들을 응시한다. 마치 허우시아오셴 감독의 롱테이크와 때론,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다다미 숏 카메라를 닮아 있다. 특히 조우의 시선에서 카메라는 낮은 앵글로 부모의 갈등, 다른 학생들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속삭이는 듯한 데이빗 랭(David Lang)의 음악은 1960년대 빈티지 풍경을 재현한 프로덕션 디자이너(Akin McKenzie) 이미지나 배우들들 방해하지 않는다.  

 

 

5ae97cff4289c44a9c9fd751aac8babb.jpg

아역 배우 출신 폴 다노와 감독 데뷔작 '와일드라이프'의 포스터

 

캐리 뮬리건은 생존과 관능, 즉 돈과 섹스라는 본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자넷으로 열연한다. 바즈 루어만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2013)'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로망 데이지 역은 허영의 모닥불처럼 잊혀지는 캐릭터였다. 제이크 질렌할은 수미쌍관식으로 도입부와 결말에만 등장하지만, 유연하면서도 자존심과 남성성을 지키기위해 분투하는 서부 남자의 기질을 섬세한 연기로 소화하고 있다. 조우 역의 에드 옥센불드는 호주에서 온 아역 배우로 폴 다노 감독 자신의 분신처럼 닮아있다.

 

폴 다노 감독은 역시 아역 배우 출신으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피가 있으리)부터, 리처드 링클레이터(패스트 푸드 네이션), 이안(Ang Lee), 스파이크 존스 등 거장 감독들의 작품에 출연해왔다. 김소영(Soyoung Kim) 감독의 '엘렌을 위하여(For Ellen, 2012)'의 주연이기도 했다. '와일드라이프'의 인물들은 김소영 감독의 서정적이며 밀도있는 성격 묘사를 연상시킨다. 김소영 감독의 영향을 많이 받은 흔적이 보인다.

 

배우 출신 로버트 레드포드(Robert Redford)가 연출한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1992)'은 낚시를 메타포로 가족 이야기를 그렸다. 폴 다노는 감독은 산불을 메타포로 한 가족 이야기 '와일드라이프'로 레드포드가 창립한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됐다. 그리고, 칸영화제, 토론토영화제를 거쳐 뉴욕영화제에서 상영된다. 104분. 

 

뉴욕영화제(NYFF2018, 9/28-10/14): 9월 30일 오후 6시@앨리스털리홀, 

10월 1일 오후 8시 30분@프란체스카빌시어터 https://www.filmlinc.org/nyff2018/films/wildlife

뉴욕 개봉: 10월 19일 IFC시어터(323 6th Ave.)  http://www.ifccenter.com/films/wildlif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