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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산 다큐멘터리 '마운틴 MOUNTAIN' ★★★★★

산(山)은 신(神)이다


배우 윌렘 데포 나레이션, 5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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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by Jennifer Peedom


子曰 知者樂水(자왈 지자요수) 仁者樂山(인자요산)

知者動 仁者靜(지자동 인자정) 知者樂 仁者壽(지자락 인자수)

-論語(논어) 중 樂山樂水(요산요수)-


공자가 말하기를,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며,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 

지혜로운 자는 움직이고, 어진 자는 조용하며, 지혜로운 자는 즐겁게 살고, 어진 자는 오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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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by Jennifer Peedom


*'마운틴' 예고편 Mountain, Documentary Trailer


산보다 바다를, 등산보다 수영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다큐멘터리보다 할리우드 영화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 영화 '마운틴(Mountain)'은 꼭 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 수만년 존재해온 산들, 히말라야부터 오스트레일리아, 알래스카, 노르웨이까지 15개 나라에 걸친 산과 산 사람들을 담은 호주산 다큐멘터리다. 지난해 6월 호주에서 개봉되어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사상 흥행 3위를 기록했다.


'마운틴'은 등산가 출신 제니퍼 피돔(Jennifer Peedom) 감독이 메거폰을 잡았다. 2015년 네팔 산악지대 민족으로 히말라야 등정을 도와주는 안내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셰르파(Sherpa)'로 찬사를 받은 여성 감독. 제니퍼 피돔은 등반가 출신 암벽 등반가 르난 오즈터크(Renan Ozturk)를 촬영기사로, '정신의 산(Mountains of the Mind)'을 집필한 영국 작가 로버트 맥팔레인(Robert Macgalane)의 대본, 배우 윌렘 데포(Wilem Dafoe)의 해설로 완벽한 팀을 구성했다. 그리고, 산 너머 산으로 펼쳐지는 스크린 오디세이의 음악에 호주 체임버 오케스트라(Australian Chamber Orchestra)의 연주를 입혔다. 이로써 '마운틴'은 단순한 산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인사이더들에 의한 걸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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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0일 링컨센터에서 열린 '마운틴' 시사회에서 뉴욕 다큐멘터리 페스티벌(NYC DOC) 디렉터 라파엘라 닐하우센(왼쪽부터), 제니퍼 피돔 감독, 해설자 윌렘 데포.


영화는 호주체임버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준비하는 흑백 화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녹음실에서 윌렘 데포가 '준비 됐다'며 사인을 보내면, 화면은 바깥 세상, 웅장한 산으로의 여정을 시작한다. 


지구상 곳곳의 험준한 산의 4계와 함께 그곳을 오르는 등정가, 빙벽 등반가, 맨손 암벽등반가(free soloist), 스노우보더, 파라슈터, 마운틴 바이커, 헬스키어들이 생사를 무릅쓰고, 도전하는 모습들이 포착된다. 거대한 산세 속에서 이들의 모습은 동양화 속의 작은 인물들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림 속의 선비들처럼 산수를 감상하며 글을 짓는 이들이 아니라, 정상에 오르려거나, 불가능에 도전하는 치열한 투지의 사람들이다. 이들은 특수효과가 난무하는 할리우드 픽션의 스파이더맨이나 X멘이 아니다. 위기를 극복하거나 절명하는 실존의 인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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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ntain by Jennifer Peedom


헬리콥터와 드롬 촬영으로 야생의 산 속살을 샅샅이 보여주는 카메라 기술은 관객을 버추얼 리얼리티의 스크린으로 흡수시킨다. 위험천만한 록클라이머들, 절벽의 마운틴 바이커들, 예고 없는 눈사태까지 '마운틴'은 예고없는 사고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며, 진땀을 쥐게 만든다. 배우 윌렘 데포의 목소리는 영화 '플래툰'과 '예수 그리스도의 최후'에서 보여주었던 캐릭터로 때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노병처럼, 때로는 초자연적인 신(God)같은 아우라로 철학적인 메시지를 들려준다. 

 

제니퍼 피돔 감독은 무려 2000시간에 달하는 필름을 74분으로 압축했다. 지루할 수도 있는 산 다큐멘터리 '마운틴'에 아드레날린을 주입시키는 것은 음악이다. 리처드 토그네티(Richard Tognetti)의 오리지널 작곡 외에도 비발디의 4계, 베토벤, 쇼팽, 그리그의 클래식이 마운틴'을 웅장한 심포니로 만든다. 아슬아슬한 장면에 관객들이 내는 숨소리와 비명은 즉흥적이며 절묘한 효과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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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stralian Chamber Orchestra,  Mountain by Jennifer Peedom  


인간은 왜 산에 오르는 것일까? 왜 결국 내려와야할 산, 그 꼭대기를 꼭 밟아야하는 것인가? 결국 정상 정복은 자신에 대한 정복일 것이다. 세계 리더쉽이 비틀거리면서 정세가 혼돈에 빠지고, 이기심과 탐욕으로 어지러운 세상, 스마트폰과 SNS에 빼앗기며 살아가는 디지털 시대 우리들, 잠시 영화관 속으로 들어가 산과 마주하시라. 산(山)은 신(神)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마운틴'은 청정한 오아시스같은 디톡스 영화다. 아찔하고, 스릴 넘치며, 마술적인 산 영화 체험은 극장에서 가능하다. 보고 나서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린듯 현기증과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으므로 심약자는 주의. 5월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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