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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 61 (9/29-10/15)

이상한 방식의 삶 (Strange Way of Life) ★★★★☆

'브로크백 마운틴'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버전 

 

Boy Meets Boy. They Fell in Love. They were Separated for 25 Years. They Meet Again. And They Live Happily Ever After.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앙 리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2005)에서 못다한 제이크와 에니스를 부활시켜 목장에서 재결합하는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를 맺는다. 생로랑의 패션, 조지아 오키프의 회화가 있는 게이 로맨스, 이것이 알모도바르가 꿈꾸는 카우보이들의 유토피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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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nge Way of Life - Extraña forma de vida by Pedro Almodovar

*trailer 예고편 https://youtu.be/mvoiuRAYjqU?si=bL4QBq3FtPAlZ5J3

 

"두 남자가 서부의 목장에서 일하면서 무엇을 할까?" 

("What would two men do in the West, working on a ranch?")

-히스 레저가 제이크 질렌할에게 '브로크백 마운틴' (2005), 

 페드로 파스칼이 에단 호크에게 '이상한 삶의 방식(2023)-

 

 

스페인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Pedro Almodovar, 73) 감독이 게이 서부극으로 뉴욕영화제에 돌아왔다. 알모도바르는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자전적인 영화 '고통과 영광'(2019)을 제외하고는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1988), '하이 힐'(1991),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 '그녀에게'(2002), '줄리에타'(2016), '평행의 엄마들'(2021) 등 대부분이 여성들의 욕망을 포착하는 스타일리쉬한 감독이었다. 알모도바르 영화의 캐릭터들은 열정적이며, 화면은 컬러풀하다. 

 

러닝타임이 31분에 불과한 알모도바르의 단편 서부극 '이상한 삶의 방식(Strange Way of Life/ Extraña forma de vida)'은 대만 출신 앙 리(Ang Lee, 이안) 감독의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 2005)'에 대한 대답처럼 보인다. 사실 동성애자인 알모도바르는 20여년 전 애니 프루(Annie Proulx)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브로크백 마운틴'의 연출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이유는 원작 소설은 추위를 피해 몸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동물처럼 섹스를 하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시나리오엔 빠져있었다. 할리우드가 알모도바르가 원하는대로 연출하게 해주지는 않을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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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keback Mountain (2005) by Ang Lee

 

그때까지만 해도 할리우드에선 동성애 영화가 터부시되었었고, 게다가 게이 웨스턴은 충격적인 소재였다. 당시의 사회 분위기로 떠오르는 스타 제이크 질렌할과 히스 레저에게는 위험한 배역이었고, 영화는 성인용 R 등급을 받고 개봉됐다. 이성애자 앙 리 감독은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아카데미상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카우보이 에니스(히스 레저 분)와 잭(제이크 질렌할 분)은 목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안타깝게도 각자의 삶을 찾아가 20여년간 일년에 한번씩 만나다가 질렌할은 사망하고, 레저가 살아남아 그를 그리워한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슬픈 멜로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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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nge Way of Life - Extraña forma de vida by Pedro Almodovar

 

'이상한 삶의 방식'은 알모도바르가 새로 해석한 '브로크백 마운틴'이다. '이상한 삶의 방식'은 전형적인 서부극 장르의 관습처럼 아웃사이더가 한 마을에 나타나면서 시작한다. 그 아웃사이더는 녹색 재킷에 말 타고 찾아온 실바(페드로 파스칼 분). 그가 만날 보안관은 제이크(에단 호크 분)이며, 마을 이름은 '쓸쓸한 개울(Bitter Creek)'이다. 25년만에 재회한 이들의 랑데부는 심상치않다. 

 

실바는 '브로크백 마운틴'을 연상시키듯 믿거나 말거나 말을 다루니 "등이 아파(broken back)" 의사를 만나야한다고 제이크에게 말한다. 실바는 제이크가 만든 감자소고기 요리와 와인으로 저녁식사를 한 후 격렬한 감정에 빠진다. 호크와 파스칼의 스크린 궁합이 절묘하다. 사실 두 배우의 시선이 누드보다 더 에로틱하다. 다음날 아침 실바는 하의를 벗은 채 침대에, 제이크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다. 제이크는 실바에게 "너의 등이 아픈게 아니었더군"이라는 식으로 농담을 한다. 실바는 제이크에게 속옷을 빌려달라고 요구한다. 제이크의 팬티가 가지런히 놓인 서랍은 마치 광고의 한 장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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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dro Almodóvar directing Ethan Hawke and Pedro Pascal on set. Photo: Iglesias Más/Sony Pictures Classics

 

사실 제이크는 실바의 아들 조를 추적 중이다. 자신이 연정을 품었던 형수의 살해 용의자이기 때문이다. 결국 목장에서 다시 만난 세 사람. 실바는 제이크, 제이크는 조, 조는 제이크에게 서로 총구를 겨누다가 제이크는 실바가 쏜 총을 배에 맞고 쓰러진다. 이 틈을 타서 실바의 아들은 말을 타고 도망가 버린다. 실바는 총상을 입은 제이크를 정성으로 간호한다. 아마도 실바가 제이크를 곁에 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총 쏘는 것이었을까? 실바는 예전에 제이크가 했던 질문을 하고 스스로 대답한다. 

 

"What would two men do in the West, working on a ranch?

They can look after one another. Protect each other. They can keep each other company.” 

(두 남자가 서부의 목장에서 일하면서 무엇을 할까?

서로를 돌볼 수 있고, 서로 보호할 수 있어. 그들은 서로의 동반자가 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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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nge Way of Life - Extraña forma de vida by Pedro Almodovar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어 목장에서 뛰노는 말들을 보여주며 영화를 끝낸다. 라스트 씬은 '브로크백 마운틴'의 비극에 대항하는 해피 엔딩인 셈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못다한 제이크와 에니스를 부활시켜 목장에서 백년해로하도록 해피엔딩의 동화로 이야기를 맺는다. 생로랑의 패션, 조지아 오키프의 회화가 있는 게이 로맨스, 이것이 알모도바르가 꿈꾸는 카우보이들의 유토피아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 실바의 목장은 제이크의 형, 제이크가 관계를 맺었던 형수와 그 형수를 살해한 실바의 아들-이성연애자들이 사라진 에덴 동산이다. 

 

'이상한 삶의 방식'은 할리우드의 말보로맨으로 대표되는 마초 카우보이 이미지를 해체해버린다. 이브생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소니 바카렐로(Anthony Vaccarello)가 디자인한 컬러풀하고, 패셔너블한 의상와 액세서리 차림의 카우보이들이 스크린을 누빈다. 영화 오프닝에서 실바가 입고 등장하는 녹색 재킷은 제임스 스튜어트(James Stewart)가 안소니 만(Anthony Mann) 감독의 서부극 '분노의 강(Bend of the River, 1952)에서 입었던 색바랜 녹색 재킷을 선명한 이브생로랑의 에머랄드 컬러로 강화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선 잭이 죽은 후 에니스가 잭의 방에서 20년 전 싸움하다가 흘린 핏자국이 묻은 잭과 자신의 셔츠가 포개어져 옷걸이에 걸린 것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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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극 '분노의 강'에서 제임스 스튜어트가 입었던 빛바랜 녹색 재킷/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히스 레저가 두사람의 핏자국이 묻은 셔츠가 포개어 걸린 것을 발견한다.

 

아트컬렉터인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제이크의 집에 뉴멕시코에 살며 작업했던 조지아 오키프(1887-1986)의 회화 'Ram's Head and White Hollyrock Hill (1935)'Black Mesa Landscape, New Mexico' (1930)를 걸어 오마쥬를 표했다. 영화는 세르지오 레오네(Sergio Leone) 감독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만든 스파게티 웨스턴 시리즈(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1964-66)가 촬영됐던 스페인 안달루시아 알메리아의 타베르나스 사막에서 찍었다.  

 

이 영화는 생로랑 프러덕션(Saint Laurent Productions)과 알모도바르의 영화사 엘 데세오(El Deseo)의 합작이다. 생로랑 프로덕션은 데이빗 크로넨버그, 짐 자무쉬, 왕가위 등과 영화를 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목은 포르투갈 파두(fado) 가수 아멜리아 로드리게즈의 노래에서 따왔다. 영화 오프닝에서 카우보이 청년(Manu Rios)이 스패니쉬 기타를 치며 로드리게즈의 "이상한 삶의 방식(Estranha forma de vida/ Strange Way of Life)"을 노래한다. 

 

Strange Way of Life

 

It was by the will of God

that I live in this anxiety,

that all woes are mine,

that is mine all longing.

It was by the will of God.

 

What a strange way of life

has this heart of mine!

It lives in a lost way.

Who would cast it the spell?

What a strange way of life.

 

Independent heart,

heart that I do not command,

lives lost among the people,

stubbornly bleeding,

independent heart.

 

I shall accompany you no more.

Stop, cease to beat!

If you know not where you're going,

why insist you on running?

I shall accompany you no more.

https://lyricstranslate.com

 

 

Strange Way of Life - Extraña forma de vida

SATURDAY, SEPTEMBER 30, 3 PM @Alice Tully Hall, Q&A with Pedro Almodóvar

https://www.filmlinc.org/nyff2023/films/strange-way-of-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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