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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Burning)' AP 통신 2018 영화 1위, 오바마 '올해의 영화'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이창동 감독의 '버닝(Burning)'이 AP 통신에 의해 2018 최고의 영화로 뽑혔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Shoplifters, 만비키 가족)'는 4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은 좀도둑 부부가 길의 아이들을 데려다가 궁상맞지만 소박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가족의 의미를 탐구하는 영화다. '버닝'은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수상했다. 
https://www.timesfreepress.com/news/life/entertainment/story/2018/dec/28/burning-cold-war-top-aps-best-films-2018/485657
 
한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8 자신이 좋아했던 영화 15편에 '버닝' '어느 가족'과 '로마' '라이더' '스탈린의 죽음' 등을 올렸다. 
https://m.facebook.com/barackobama/posts/10156393283416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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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이창동 감독의 '버닝(Burning)'이 뉴욕타임스 비평가들이 뽑은 2018 최고의 영화 2위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호흡을 멎게하는 사랑스러우며, 무시무시한 영화. 두 무가치한 남성이 앉아서 지는 해 속에서 춤을 추고 한국 여성을 바라보며 서서히 그들의 세계를 불태운다. 1위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3위는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좀도둑들(Shoplifters)'. '버닝'과 '좀도둑들'은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에서 상영 중이다. 
https://www.nytimes.com/2018/12/05/movies/best-movies.html
 
*이창동 감독의 '버닝(Burning)'이 뉴욕영화제를 거쳐 10월 26일 링컨센터에서 개봉된다. 26일 오후 7시 30분 영화 상영 후엔 배우 스티븐 연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마련된다. 러닝타임 2시간 28분. https://www.filmlinc.org/films/burning
 
 
NYFF 2018 <2> 버닝 Burning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이창동 걸작 '버닝' ★★★★☆
'상실의 시대'에서 '분노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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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ning by Lee Chang-dong 
 
Burn, Burn, Burn! 스크린이 불타고 있다. 
2018 뉴욕영화제 언론 시사회 나흘째 골라서 본 6편의 영화 중 3편에 불타는 장면이 나왔다. 폴 다노 감독의 '와일드라이프(Wildlife)'에서 주인공 제이크 질렌할은 산불 소방수가 되고, 부인과 바람을 피운 남자의 저택에 불을 지른다. 에롤 모리스 감독이 연출한 도날드 트럼프의 수석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달마(American Dharma)' 마지막 장면에선 이들이 대화를 했던 막사가 불타오른다. 그리고, 이창동(Lee Chang-dong) 감독의 신작은 '버닝(Burning)'이다. 왜 지금 세계의 영화감독들은 분노하고 있나?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2년 주간 뉴요커지에 발표한 단편소설 'Burning'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윌리엄 포크너의 단편 '헛간 방화(Barn Burning, 1939)'의 계급 문제도 빌려왔다. 소설가 출신 이창동 감독과 영문학과 러시아 문학을 전공한 오정미 작가는 현대 한국의 젊은이들 이야기로 대폭 각색, 하루키식 멜란콜리한 미스테리를 파워풀한 스릴러로 만들었다. 이로써 하루키 스타일의 '상실의 시대'형 주인공은 이창동 스타일의 '분노의 시대' 주인공 종수로 변신(Metamorphosis)한다. 포크너 시대 부유층의 메타포인 헛간은 이창동 시대 빈민층의 상징인 그린하우스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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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ning by Lee Chang-dong
 
소설가 지망생 종수(유아인 분)는 택배기사로 일하다가 우연히 어린시절 한 동네에서 살았던 마켓의 판촉 치어걸 해미(전종서 분)를 만난다. 해미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판토마임이 취미다. 둘은 해미의 후암동 원룸에서 정사를 나눈 후 친해진다. 어느날 해미는 고양이를 부탁하며 아프리카로 여행을 간다. 귀국할 때 해미는 케냐에서 만났다는 벤(스티븐 연, 연상엽 분)과 함께 들어온다. 벤은 포르셰 자동차를 몰며 반포의 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이들은 우아한 벤의 집에서, 초라한 종수의 집에서도 만난다. 벤은 마리화나를 피우면서 종수에게 두달마다 그린하우스를 불태우는 것이 취미라고 고백한다.  어느날 해미가 사라지고, 종수는 벤을 추적하는데...
 
종수는 흙수저 청년이다. 게다가 엄마는 오래 전 가출했고,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아버지는 종수에게 엄마의 옷을 다 불태우게 만들었다. 칼 수집가인 아버지는 경찰 폭행사건으로 재판 중이다. 종수가 돌아간 고향 부천집은 아직도 북한의 대남 선전방송이 들린다. 젊은이들이 모두 떠난 고향에도 베트남 여인, 다문화 가정이 생겨났다. 트럼프가 TV 속에서 반이민정책을 부르짖을 때 종수는 화장실에서 소변을 본다. 종수는 외양간의 외톨이 송아지처럼 외롭고, 미래가 불투명하다. 그가 모처럼 서울에서 고향 친구 해미를 만나 삶에 활기를 얻었지만, 느닷없이 장애물 벤이 등장한다. 
 
벤은 강남 스타일, 금수저 출신이다. 벤에게는 놀이가 일이며, 그린하우스 방화는 취미다. 벤은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한국에는 쓸모없고, 지저분해서 눈에 거슬리는 그린하우스가 많다. 나는 불타는 그린하우스를 보며 희열을 느낀다"고 말하는 부도덕한 인간형이다. 반면, 종수는 '한국엔 (벤 같은) 개츠비들이 너무 많다'며 투덜거린다. 소설가를 꿈꾸는 흙수저 종수와 무위도식하는 금수저 벤은 해미라는 브릿지를 통해 조우한다. 종수의 부천 고향집과 벤의 반포 고급아파트, 된장찌개와 파스타, 대남방송과 재즈, 허름한 트럭과 포르셰처럼 두 남자 계급의 간극은 깊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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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ning by Lee Chang-dong
 
해미는 남산타워가 보이는 후암동 언덕의 원룸에서 살고 있다. 종수의 시골집 열린 들판과 벤의 고급스럽지만 닫힌 아파트와 달리 비탈길의 아파트다. 하루에 한번 반사되는 햇빛을 잠깐 볼 수 있을 정도로 어두운 집이다. 창으로 보이는 남산타워와 그 옆의 전파탑은 마치 벤과 종수의 모습처럼 대조적이다. 햇빛은 해미에게 가녀린 희망. 판토마임을 하는 해미는 어쩌면 인생이 거짓말 투성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 우물에 빠졌다가 종수가 구해주었다고, 그가 자신을 못생겼다 했다고 이야기한다. 모두 종수는 기억할 수 없는 일들이다. 해미는 성형수술 후 판촉사원으로 일하지만, 늘 사라지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 아프리카 여행은 도피였는지도 모른다. 해미는 종수에게 육체적인 굶주림은 '리틀 헝거'이며, 삶의 의미에 굶주린 사람은 '그레이트 헝거'라고 말해준다. 그렇다면, 종수는 리틀 헝거, 벤은 그레이트 헝거일까? 외양간 송아지같은 종수, 고양이같은 해미, 새떼같은 벤은 이 시대 한국 청년들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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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ning by Lee Chang-dong
 
종수는 아버지가 1년6개월 실형을 받은 후 해미의 빈 집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여기부터 이창동 감독이 카메라 만년필(Camera Stylo)로 하루키 단편을 연장한다. 아버지의 칼, 벤의 자동차, 자신의 옷은 불 속으로 들어가고 자신은 나체로 녹슨 트럭을 몰고 간다. 분노의 불길 위로 흰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불과 눈이 주는 마지막 시퀀스는 소름 끼칠 정도로 극적이며,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해미는 판토마임하듯 고양이, 우물 등 이야기를 지어낸다. 어쩌면 영화 '버닝'에서 진짜 소설가는 종수가 아니라 해미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종수와 벤을 무대에 등장시킨 후 사라져버린 이야기꾼, 소설가 하루키와 영화감독 이창동의 분신일 수도 있겠다. 이창동 감독의 소설 '녹천에는 똥이 많다'의 교사 준식과 수배자 민우 형제처럼 종수와 벤은 현재 한국사회 문제를 폭로하기 위해 만들어낸 캐릭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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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rning by Lee Chang-dong
 
이창동의 소설가적인 카메라 스틸로는 촬영감독 홍경표의 마술적인 카메라와 신점희 미술감독의 세밀하고, 리얼한 세트, 영화음악가 모그(Mowg)의 베이스와 색소폰, 퍼커션의 변주로 하모니를 이룬 걸작이 됐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행복해할지, 안도할지, 질투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버닝'은 칸영화제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RESCI, the international federation of film critics)과 기술 부문 최고상인 벌칸상(Vulcan Award, 신점희 미술감독)을 수상했으며, 내년 아카데미상 외국어 영화상 후보 부문에 출품되어 있다.148분.  https://www.filmlinc.org/nyff2018/films/burning
 
뉴욕영화제: 10월 3일 오후 6시@앨리스털리홀, 10월 4일 오후 6시@월터리드시어터(*스티븐 연과 질의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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