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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York Film Festival 2022 (9/30-10/16) 

그의 운명을 바꾸었던 1960년 아프가니스탄 'A Cooler Climate'  ★★★★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시네메모아(Cine-Mem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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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Ivory ("Call Me by Your Name") wins Best Adapted Screenplay | 90th Oscars (2018) / A Cooler Climate

https://youtu.be/BNtvTr4hADk

 

'인도에서 생긴 일(Heat and Dust, 1983)' '전망 좋은 방(A Room with a View, 1985), ' 하워즈 엔드(Howard's End, 1992)' '남아 있는 나날(The Remains of the Day, 1993)' 등 이국적인 배경에서 상류계급의 갈등을 그린 제임스 아이보리(James Ivory, 94) 감독에 대해 오해했던 점이 몇가지 있다. 그가 영국인이며, 오스카 트로피를 여러 개는 거머쥐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틀렸다. 제임스 아이보리는 1928년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며, 아카데미상은 2018?년 89세에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로맨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의 각색자로 생애 첫 오스카상(Best Adapted Screenplay)을 수상했다. 그는 아카데미상 역사상 최고령 수상자로 기록됐다. 아이보리는 세번 감독상 후보에 올랐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1986년 '전망 좋은 방' 때는 올리버 스톤(플래툰), 1992년 '하워즈 엔드' 때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용서받지못할 자,  Unforgiven)', 1993년 '남겨진 나날들' 때는 스티븐 스필버그(쉰들러의 리스트)에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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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아이보리-이스마일 머천트-루스 프라워 자발라 삼총사의 영화들.

 

94세, 동성애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는 지난해 11월 회고록 '솔리드 아이보리: 회고록(Solid Ivory: Memoirs'을 출간했다. 그리고, 올 뉴욕영화제에 회고성 다큐멘터리 '더 선선한 기후(A Cooler Climate)'로 찾아왔다. 아이보리와 가일스 가드너(Giles Gardener)가 공동으로 연출한 '더 선선한 기후'는 열기를 떠올리는 그의 영화 '인도에서 생긴 일(Heat and Dust)'의 픽션과는 정 반대의 행성에 속하는 자전적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1960년 청년 제임스 아이보리가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의 위임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든 미개봉 다큐멘터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작가들에게도 미발표 작품(trunk play)이 있듯이 아이보리에겐 빛을 보지 못한 필름이었다. 그러나, 32세 아이보리는 아프가니스탄 여행 중 자신의 인생을 바꾸는 체험을 하게 된다.

 

'A Cooler Climate'의 오프닝은 업스테이트 뉴욕의 그리스 리바이벌 양식의 맨션(Jacob Rutsen Van Rensselaer House)의 서재에서 시작한다. 아이보리는 오래 묵혀두었던 필름 케이스를 연다. 그리고, 골동품같은  브라더(Brother) 타자기로 서투르게 나레이션을 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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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id Ivory: Memoirs (2021)/ The Barburnama by Barbur

 

카불의 풍경을 담은 빈티지 화면이 흐르고, 염소 머리로 물 축구(water soccer)를 즐기는 아이들도 나타난다. 아이보리는 엄마에게 보냈던 편지를 읽는다. 사실 그는 입양됐다. LOVE 조각가 로버트 인디애나 (Robert Indiana, 1928-2018),  록밴드 블론디(Blondie)의 싱어 데비 해리(Debbie Harry, 77), 애플 CEO 스티브 잡스(Steve Jobs, 1955-2011), 그리고 뉴욕 양키즈 홈런왕 애런 저지(Aaron Judge, 30)처럼 입양인이다. 본명은 리처드 제롬 헤이즌(Richard Jerome Hazen). 오리건주에서 자라면서 수녀들이 운영하는 학교에 다녔다.

 

소년 짐(제임스)는 5살 때 인형의 집을 장식하면서 미술학도를 꿈꾸었으며, 잘 생긴 교우 제임스에게 성적으로 끌렸다. 어느날 목재회사를 운영하는 아버지를 따라 MGM 영화사에 갔다가 영화제작에 매료됐다. 오리건대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남가주대(USC)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그리고, 뉴욕으로 왔다. 

 

아이보리는 1959년 맨해튼 인도 영사관에서 열린 자신의 다큐멘터리 '검과 플루트(The Sword and the Flute)' 상영회에서 운명의 파트너 이스마일 머천트(ismail Merchant, 1936-2005)를 만났다. 머천트는 인도 뭄바이(봄베이) 출신으로 뉴욕대에서 MBA를 딴 열혈 영화광이었다. 이들은 1961년 머천트아이보리 프로덕션을 설립하고 골든 트리오의 시대를 열었다.

 

 

James Ivory and Ismail Merchant in New York City (1974).png

A Cooler Climate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 제작자 이스마일 머천트, 여성 소설가/시나리오 작가 루스 프라워 자발라(Ruth Pawer Jhabvala, 1927-2013)의 3인조는 약 40편의 영화를 만들었다. 미국인 개신교도 아이보리, 인도 출신 이슬람교도 머천트, 그리고 유대계 독일인 자발라는 종교와 인종, 출신국을 넘어서 협업했다. 아이보리의 업스테이트 뉴욕 맨션을 3인조가 함께 살며 작업하던 곳이었다. 이스마일 머천트가 2005년 세상을 떠나면서 이 황금 트리오 시대는 막을 내렸다. 

 

'더 선선한 기후'는 아프가니스탄 필름과 아이보리의 사진 앨범, 그리고  티무르 왕자 바버의 회고록 '바부르의 편지(바버나마/ Baburnama, 1530)'과 병치해 공동감독이자 편집자인 가일스 가드너의 나레이션에 삽화(미니어처 회화)들을 담았다. 여기에 알렉상드르 데스플라(Alexandre Desplat, 'Shape of Water' 'The Danish Girl')의 멜란콜리한 체임버 음악이 한 시대의 거장 제임스 아이보리의 영상 회고록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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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ooler Climate

 

제임스 아이보리는 입양 출신이었기에 '거부(rejection)'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에게 낯선 곳으로의 여행과 다른 세계 사람들과의 소통, 달리 생각하는 태도는 수많은 걸작을 만들어내는 동력이었을 것이다. 그에게 미영화아카데미는 너무도 인색했다. 89세의 제임스 아이보리는 2018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Call Me by Your Name'의 주연 티모시 샤말랏 얼굴이 그려진 셔츠에 수트, 그리고 지팡이를 짚고 난생 처음 오스카 트로피(각색상)를 받았다. 그 오스카는 어지러진 그의 책상 위에 놓여 있다. 뉴욕영화제 세계 최초 상영. 75분. 

 

"상상의 힘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기억의 힘이다." (It's the power of memory that gives rise to the power of imagination.)

-  Akira Kurosawa (黒澤 明, 1910-1998)- 

 

 

A Cooler Climate

World Premiere · Q&A with James Ivory and Giles Gardner on Oct. 7

October 7 6:30 PM/ October 14 3:45 PM @Walter Reade Theater 

https://www.filmlinc.org/nyff2022/films/a-cooler-clim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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