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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이스라엘 청년의 파리 광시곡


NYFF 2019 (9/27-10/13) 

<2>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동의어(Synonym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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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nyms by Nadav Lapid


*Synonyms  trailer 예고편


올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Golden Bear for Best Film)을 수상한 이스라엘 출신 나다브 라피드(Nadav Lapid) 감독의 '동의어(Synonyms)'는 파리에서 새출발하려는 이스라엘 청년의 좌충우돌기를 그렸다. 올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벨기에 형제감독 장 피에르와 뤽 다르덴(Jean-Pierre and Luc Dardenne)의 '소년 아메드(Young Ahmed)'의 오프닝처럼 핸드헬드로 주인공의 뒷모습을 잡는다. '동의어'는 한겨울 파리에 도착한 청년 요아브(Yoav)의 모습을 핸드헬드 카메라로 따라간다. 아메드는 벨기에 작은 마을의 아랍계 소년, 요아브는 파리의 이스라엘 청년. 이들은 무언가에 사로 잡혀있다. 아메드는 이슬람교에 빠져있고, 요아브는 이스라엘을 증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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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nyms by Nadav Lapid


이스라엘 군 출신 요아브의 첫 숙소(Airbnb)는 세느강변의 고급 아파트. 넓지만 가구 하나 없는 빈집이다. 요아브는 우선 침낭 속에서 하룻밤을 자고 일어난 후 샤워를 즐긴다. 그런데, 목욕 후 나와보니 배낭과 침낭까지 모두 사라졌다. 한국 전래동화 속의 '나뭇꾼과 선녀'가 아니라 파리의 '도둑과 벌거벗은 이민자', 그의 첫 악몽이다. 


이때부터 요아브로 분한 톰 메르시에르(Tom Mercier)의 전면 누드쇼가 시작된다. 벌거숭이가 된 요아브는 이웃집 문을 두드리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욕조로 들어가 추위를 달래다가 잠들어버렸다. 마치 동사한듯한 그에게 천사같은 이웃의 젊은 부르조아 커플이 찾아온다. 부유한 사업가의 아들 에밀(QuentinDolmaire 분)은 소설가이며, 그의 애인 캐롤라인(Louise Chevillotte 분)은 오보에 연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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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숭이 설정은 요아브를 이스라엘에서 벗어나 프랑스에서 새로 태어나는 신생아로 은유한다. 사실 요아브는 자코 본 도마엘 감독의 영화 '토토의 천국(Toto le hero)' 속 소년 토토처럼 자신이 중동에 잘못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파리에서 만난 부자 에밀은 그에게 고급 옷을 한아름 안겨주고, 요아브는 겨자색 럭셔리 코트를 입고 영화 속을 누빈다. 


요아브는 프랑스어 사전을 갖고 다니며 수시로 동의어(Synonyms)를 낭송한다. 그는 모국 이스라엘에 대해 "répugnant, fétide, obscène, vulgaire... (모욕적, 악취가 나는, 역겨운, 저속한...)"라고 프랑스 형용사로 내뱉는다. 히브류어를 잊어버리고, 프랑스에 통합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영화 제목 '동의어'는 요아브가 새 문화에 적응하려는 의지를 언어로 대변한다. 


그리고, 요아브는 다시 한번 누드쇼를 펼친다. 누드 모델로 포즈를 취할 때 사진작가(*나다브 라피드 감독이 사진가 출신)의 요구로 음란한 포즈를 취하며 히브류어로 외친다. 이 장면은 아무리 요아브가 이스라엘인으로서의 뿌리를 지울 수는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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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nyms by Nadav Lapid


요아브의 출현 후 에밀, 캐롤라인은 미묘한 삼각관계로 들어간다. 벽이 허물어진 옷장만한 아파트에 살며 토마토 소스를 끓이는 장면의 클로즈업에선 나다브 라피드의 사진작가로서의 감각이 드러난다. 요아브의 분노, 욕구불만, 좌충우돌이 응집된듯 하다. 


'동의어'에서 클래식 음악은 적절하게 사용됐다. 요아브와 에밀이 캐롤라인이 소리치는데도 헤드폰을 낀 채 에드워드 엘가(Edgar Elga)의 첼로 콘체르토를 함께 듣는 장면에서 두 청년간의 유대감은 감미롭다. 유대계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과 그와 결혼하며 유대계로 개종했던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Jacqueline du Pré)의 협연으로 유명한 명곡이다. 캐롤라인이 속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요아브가 난동칠 때 연주하는 모차르트(Divertimento In D Major K 136 Allegro)는 절묘하다. 이스라엘 군대 장면에 깔리는 샹송 '난 일하고 싶지 않아(Je ne veux pas travailler)'의 아이러니한 음악 사용이나, 이민자들이 프랑스 역사 수업에서 요아브가 애국가 'La Marseillaise'를 랩처럼 부르는 장면은 차라리 구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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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nyms by Nadav Lapid


'동의어'는 '문(doors)'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요아브가 모국을 증오하고, 프랑스에서 이민자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때 그는 신생아처럼 벌거숭이가 되었고, 이웃의 문들은 닫혀있었다. 그러나, 꿈처럼 천사같은 커플이 다가왔고, 그는 동사 일보직전에서 구제된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가 문을 두드렸을 때는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다. 음울한 이민자의 초상이다. 


나다브 라피드 감독의 자전적이 이야기로 알려진 '동의어'는 톰 메르시에르의 몸을 사리지않는 연기가 스크린을 장악한다. 톰 메르시에르가 몇년 전 발굴되었더라면,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프레디 머큐리 역을 더욱 실감나게 하지 않았을까? 123분. 9월 29일 오후 2시 45분, 10월 1일 오후 8시 30분. https://www.filmlinc.org/nyff2019/films/synony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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