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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 59 (9/24-10/10) <1> TITANE ★★★★★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티탄(TITANE)'의 음악 사용

상처받은 영혼들, 에로스와 학살의 여정, 구원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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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ANE' 예고편

https://www.filmlinc.org/nyff2021/films/titane

 

나는 단지 가난뱅이 나그네/ 저 아래의 세상을 여행하네

질병도, 노고도, 위험도 없는 곳/ 밝은 땅으로 

나는 아버지를 만나러 그곳으로 가네

그리고, 떠나간 내가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을 만나러 가네

나는 그저 요르단으로 가네

나는 그저 으로 가네...

 

I'm just a poor wayfaring stranger/ Traveling through this world below

There's no sickness, no toil or danger/ In that bright land to which I go

I'm going there to see my father/ And all my loved ones, who've gone on

I'm just going over Jordan

I'm just going over home....

 

Wayfaring stranger-16 Horsepower

https://youtu.be/t_vdlo2X2ug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쥘리아 뒤쿠르노(Julia Ducournau) 감독의 '티탄(TITANE/ 영어 타이틀 Titanium 티타늄)'은 지난해 수상작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 만큼이나 충격적이며, 스릴 넘치고, 슬프고, 애잔하다. 쥘리아 뒤쿠르노는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Jane Campion)에 이어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두번째 여성 감독으로 기록됐다.

 

뒤쿠르노는 스탠리 큐브릭, 리들리 스콧, 퀜틴 타란티노, 제임스 카메론, 폴 버호벤, 데이빗 린치, 박찬욱, 봉준호에서, 여성 감독 캐서린 비글로(블루 스틸, 1990), 메리 해론(아메리칸 사이코, 2000), 릴리아나 카바니(비엔나 호텔의 야간 배달부, 1974)까지 기존 감독들의 현란한 영상미와 강도 높은 연출력을 망라한듯한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  '티탄'은 그녀의 두번째 장편 영화로 제 59회 뉴욕영화제에 초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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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ANE by Julia Ducournau, NYFF59

 

영화에서 음악은 장면의 분위기, 인물의 감정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를 예고한다. '티탄'에서는 오프닝과 엔딩 음악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듯 하다.

도입부에서 반항기 많은 주인공 소녀 알렉시아는 냉정한 아버지가 모는 자동차에서 말싸움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이때 흐르는 노래는 "Wayfaring Stranger"다.  에밀로 해리스(Emmylou Harris)의 곡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영화에선 밴조(banjo) 반주의 '16 Horsepower'의 곡  을 썼다.  이곡은 알렉시아가 아드리앙으로 분장한 후 소방수 파티에서 트럭에 올라가 에로틱한 춤을 출 때 다시 배경음악으로 나온다. 영화는 알렉시아가 아버지/하나님을 찾는 여정을 그린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아기의 탄생' 장면을 배경으로 흐르는 음악은 바흐의 '성마태 수난곡-오라 딸들이여, 저를 슬픔에서 구하소서(J.S. Bach: St. Matthew Passion, BWV 244 / Part One - No.1 Chorus I/II: "Kommt, ihr Töchter, helft mir klagen")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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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ANE by Julia Ducournau, NYFF59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은 1983년 파리의 의사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영화학교(La Fémis, 전 IDHEC)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했다. 뒤쿠르노는 육체(body)와 성(sex)과 폭력(violence), 그리고 성(gender)에 대한 모든 관습과 스테레오 타입을 부수며 새롭게 보여주는 스토리텔러이자 시네아스트(Cineaste)다. '티탄'의 괴물(monster), 알렉시아/아드리앵이 벌이는 에로스와 학살과 잔혹미학은 아버지/하나님을 찾아 집으로 가는 여정, 구원에 관한 이야기 같다.   

 

알렉시아(아가시 루셀 분, Agathe Rousselle)는 어릴 적 자동차 사고로 뇌에 금속 티타늄을 심는 수술을 받는다. 퇴원하자마자 부모 대신 자동차에 열정적으로 키스를 하던 그녀는 자동차쇼에서 쇼걸로 일한다. 어느날 남자팬이 쫒아와 추행하려하자 알렉시아는 머리핀으로 잔혹하게 살해한 후 자동차와 성행위를 한다. 알렉시아는 자동차와의 관계로 임신사실을 알고, 낙태를 시도하지만 실패한다. 그녀는 어느 집 파티에서 충동적으로 사람들을 살해하고 집으로 돌아가 집을 불태워 부모도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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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ANE by Julia Ducournau, NYFF59

 

연쇄살인 혐의로 수배된 알렉시아는 자신의 머리를 밀고, 가슴을 테이프로 감고, 코를 부러뜨린 후 10년 전 실종된 17세 소년 아드리앙으로 변장해 경찰서로 간다. 아드리앙의 소방대장 아버지 뱅상(뱅상 랭동 분, Vincent Lindon)은 알렉시아를 아들로 받아들이며("You are my son.") DNA 검사를 거부한채 집으로 데려간다.

 

이제 남자로 살아가게 된 알렉시아는 불러오는 배와 가슴을 감추면서 소방업무를 배운다. 소방수들과의 파티에서 60년대 팝그룹 좀비즈(The Zombies)의 노래 "그녀는 여기 없어(She's Not There)"가 흐른다. 

 

그러게, 아무도 그녀에 대해 말하지 않았어, 그녀가 거짓말을 한대로

그러게, 아무도 그녀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구,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울었는지

그러나, 이제 미안하다고 말하기엔 너무 늦었어

내가 어떻게 알겠니, 내가 왜 신경 써야 하지?

그녀를 찾으려 애쓰지마

그녀는 그곳에 없다니까

 

Well, no one told me about her, the way she lied/ Well, no one told me about her, how many people cried

But it's too late to say you're sorry/ How would I know, why should I care?

Please don't bother tryin' to find her/ She's not there...

 

*The Zombies - She's Not There

https://youtu.be/_2hXBf1D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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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ANE by Julia Ducournau, NYFF59

 

약물중독에 빠진 뱅상은 부하직원들로부터 아드리앙을 보호한다. 어느날 뱅상의 전처가 '아들'을 찾아오지만, 그녀는 알렉시아가 임신한 여성이라는 걸 알아버린다.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뱅상 곁에 알렉시아를 둔다. 시간이 지나면서 만삭에 가까워진 알렉시아는 몸에서 기름과 금속판이 나오면서 고통을 겪는다. 결국 알렉시아는 뱅상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서 출산을 하는데... 이때 흐르는 곡이 바흐의 '성마태 수난곡-오라 딸들이여, 저를 슬픔에서 구하소서'다. 

 

"나의 사랑하는 예수님, 당신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그토록 가혹한 판결을 내려주시다니

당신의 죄는 무엇이며, 어떤 잘못인가요?

들켰는지요?...   

 

*J.S. Bach: St. Matthew Passion, BWV 244 / Part One - No.1 Chorus I/II: "Kommt, ihr Töchter, helft mir klagen"

https://youtu.be/pf4UNJqv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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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중앙), 배우 아가시 루셀(왼쪽)과 뱅상 랭동(오른쪽).

 

'티탄'의 알렉시아/ 아드리앙은 현대의 애정 없는 가정에서 태어난 외동딸이 괴물(monster)로 변하는 여자다. 교통사고 후 티탄/티타늄을 두뇌에 장전한 알렉시아는 그리스 신화의 타이탄(Titan)처럼 거대한 힘을 갖는다. 그러나 그 티탄은 소녀의 트라우마(trauma)이자 아킬레스 건이기도 하다. 알렉시아는 사람보다는 자동차라는 물질에 애정을 느끼고, 분노조절장애로 잔혹한 살인자가 된다. 결국 집은 불타고, 부모까지 살해된다. 집(home)과 가족(family)을 불태운 알렉시아는 아드리앙으로 변신하고 절망의 끝에 선 소방대원 뱅상을 만난다. 알렉시아는 애정없는 가정에서 자라 범죄자가 된 여자, 뱅상은 아들의 실종과 이혼, 약물 중독으로 고통받고 있는 남자다. 

 

그러나, 뱅상은 알렉시아를 무조건으로, 그녀 그대로를 받아들인 남자/아버지였다. 생사를 무릅쓰고 불길에 뛰어들며 살아온 뱅상은 마음이 병들었고, 호르몬의 의지한다. 두 상처받은 영혼의 남녀가 만나 가정 아닌 가정을 이루고, 아기가 탄생한다. 이 불확실한 시대 알렉시아와 자동차 사이, 아드리앙과 뱅상 사이의 아기가 태어나며 영화는 끝난다. 기이한 가족의 탄생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알렉시아는 뱅상에게 "I love you"라고 말한다. 알렉시아가 찾아왔던 아버지와 사랑을 찾은 것일까? 

 

아기로 상징되는 미래 세대에 대한 뒤쿠르노 감독의 비전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 1968)'의 스타 차일드에 대한 오마쥬일까? 아니면, 예수의 탄생에 대한 패로디일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달리 뒤쿠르노의 비전은 암울하다. 108분. 10월 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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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ANE 

SUNDAY, SEPTEMBER 26 9:00 PM

MONDAY, SEPTEMBER 27 8:45 PM

WEDNESDAY, SEPTEMBER 29 3:45 PM

https://www.filmlinc.org/nyff2021/films/tit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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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9.29 21:03
    여성감독 쥘리아 뒤크르노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니 기쁜 소식입니다. gender가 하나하나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네요."티탄"이 사랑과 구원을 찾는 여정이, 복잡하고 어둠에서 헤매는 게 우울한 느낌을 줍니다. 실제 이 영화를 보고 나의 소감을 말하고 싶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