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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28-3/10)


여형사와 출옥수의 공통 분모

당신과의 트러블 The Trouble with You / En libert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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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ouble with You / En liberté!,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19


*The Trouble with You 예고편


1970년대 전설의 배우 쟝 가방(Jean Gabin)과 알랑 들롱(Alain Delon)이 출연한 '암흑가의 두 사람'(Deux Hommes dans La Ville, 1973)이 서울 피카디리 극장에서 개봉되어 들롱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은행강도 혐의로 수감된 들롱은 보호감찰관 쟝 가방의 도움으로 감형 석방되어 10년 기다린 부인과 새출발하려지만, 과거 범죄조직 일당의 집요한 요구와 그를 타겟으로 함정에 빠트린 악질 형사로 인해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판결을 받는다. 마지막 단두대 앞에서 들롱의 와이셔츠 컬러를 자르는 장면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부패한 프랑스 경찰이 개과천선한 들롱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점이 두고두고 사춘기 소녀의 가슴을 아리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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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가의 두 사람'에서 쟝 가방과 알랑 들롱. Deux Hommes dans La Ville, 1973


2019 링컨센터 불란서 영화제 '프랑스 시네마와의 랑데부(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28-3/10)'의 개막작 '당신과의 트러블(The Trouble with You / En liberté!)'은 멜란콜리한 '암흑가의 두 사람'과는 다른 경찰과 범죄에 관한 이야기다. 프랑스 원어 제목이 '자유롭게!'인 이 영화는 '암흑가의 두 사람'을 연상시킨다. 혹시 감독이 패러디한 것은 아닌지.


'당신과의 트러블'은 경찰 액션/스릴러 대신 죄책감에 사로잡힌 여형사와 누명쓴 범죄자라는 괴짜 커플의 슬랩스틱 블랙 코미디다. 피에르 살바도리(Pierre Salvadori) 감독은 코미디로 포장했지만, 사실은 진실 찾기와 구원하기, 그리고 역사와 스토리 바로잡기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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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ouble with You / En liberté!,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19


프랑스 리비에라의 여형사 이본느(아델 아에넬 분, Adèle Haenel)는 아들에게 직무수행 중 사망한 경찰서장 남편(산티, Vincent Elbaz)의 영웅담을 들려준다. 산티는 동상 제막식까지 열릴 정도로 동네의 영웅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이본느는 남편이 부패한 경찰에 불과했다는 진실을 알게된다. 그녀가 끼고 있던 다이아몬드 반지가 바로 보험 사기의 결과물이었던 것. 이본느는 정의감과 아들의 환상을 깬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남편 때문에 보석상 강도 혐의로 억울하게 8년 징역형을 치르고 나온 앙트완(피오 마르메이 분, Pio Marmaï)을 찾아 속죄를 하려고 한다.


앙트완을 기다려온 아내 아그네스(오드리 타투 분, Audrey Tautou)는 청춘을 감옥 안에서 보내면서 난폭해진 앙트완을 어찌할줄 몰라 한다. "그들은 내 청춘을 뺐아갔다. 나는 괴물이 됐어. 나쁜 놈이 되는 것이 피해자가 되는 것보다는 낫지." 결백한 남자가 감옥살이 끝에 괴물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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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ouble with You / En liberté!,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19


"나도 쓰레기같은 인간, 부정직한 경찰과 8년을 살았어." 이본느는 남편의 거짓말에 속아 살아왔다. 앙트완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 잡힌 이본느는 그를 미행하다가 둘다 자살 시도하는 '동병상련'에 이끌려 기이한 커플이 된다. 여기에 그녀를 짝사랑해온 동료 형사 루이스(다미엔 보나르 분, Damien Bonnard)와 삼각관계에 들어가며 범죄에 연루되는데...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예측불허의 시나리오다. 해피 엔딩으로 가는 뻔한 스토리가 아니라 이본느와 앙트완의 기기묘묘한 행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본느 남편 상티의 동상이 권총을 든 코믹한 모습이라거나, 경찰서에 시체 봉다리를 갖고 찾아와 토막살인을 자백하는데도 이본느에 빠져 무관심한 형사 루이스, 상티가 고교* 동창을***  등  장면 곳곳에 유머가 넘친다. 산드라 불럭과 린다 해밀턴을 믹스한 분위기의 이본느, 아델 아에넬과 잭 니콜슨의 젊은 시절을 떠올리는 피오 마르메이, 알 파치노같은 짝사랑 형사 다미엔 보나르의 앙상블 연기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 오드리 타투는 도드라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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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ouble with You / En liberté!,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19

  

영화의 오프닝이 상티의 범죄자를 통쾌하게 제압하는 영웅스러운 액션으로, 실상 이본느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며, 마지막 장면도 이야기로 맺는다. 상티의 영웅담은  이후 다른 스토리로 되풀이 된다. 이본느의 이야기 속에서 상티의 진실, 그리고 아들의 아빠에 대한 허상의 이미지가 서로 충돌되면서 혼란을 자아낸다. 경찰 서장 남편은 지역의 영웅이 아니라 사실은 부패한 경찰에 불과했던 것. 이본느는 그 잘못을 바로 잡고, 피해자를 구원하려는 새로운 영웅이다.  


이본느와 앙트완은 자살 소동을 벌이며 강물에 빠진 후 하늘을 바라본다. 시궁창에 뜬 별들의 이미지는 부패 속에서도 정의와 희망을 시적으로 상징한다. 앙트완이 저녁식사 데이트에서 기다리다가 레스토랑을 불지르는 '버닝(Burning)' 역시 옥살이 후 괴물로 변신한 남자의 분노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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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rouble with You / En liberté!,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19


그리고, 앙트완이 석방되어 아내가 있는 집으로 가서 재회의 순간을 되풀이하는 장면은 우리의 삶에서 시간은 흐르며, 과거는 되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앙트완의 잃어버린 청춘을 보상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아무 것도 없다. 오히려 앙트완은 분노의 남자로 세상 밖에 나왔다. 이로써 감독은 프랑스 경찰의 부패는 물론, 교도소의 역기능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웃음 속의 신랄한 비판, 침묵으로 넘어갈 수 있던 이본느는 진실 찾아, 피해자에게 속죄하고자 앙트완과의 트러블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역사를 바로 잡고, 구원을 하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다. 그래서 프랑스 로맨틱 코미디 '당신과의 트러블'은 유쾌한 작품이다. 108분. https://www.filmlinc.org/films/the-trouble-with-you


February 28, 6:30pm, 9pm (Introduction by Pierre Salvadori and Pio Marmaï)

Walter Reade Theater: 165 West 65th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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