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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개봉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18

영화 공부와 연애는 이들처럼

파리 교육(A Paris Education/ Mes Provinciales) ★★★★ 


March 8-18@링컨센터 월터리드시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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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aris Education/ Mes Provinciales


*A Paris Education / Mes provinciales (2018) 예고편


최근 한국의 연극계, 영화계, 그리고 대학 연극영화과에서 연달아 폭로된 #MeToo 운동을 보면서 30년 쯤 전 나의 대학원 영화과 시절을 떠올렸다. 대학 졸업 후 3류 잡지사에서 영화담당 기자를 하다가 충무로에 드나들며 영화인들을 만났고, 술마시며 영화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동경국제영화제와 홍콩영화제 취재 후 "세계는 넓고, 영화에서 배울 것은 많다"고 깨닫고, 영화를 공부하고 싶어졌다. 선배가 '영화에 한번 빠지면 못나온다'라는 경고를 듣고서 뒤늦게 간 대학원이었다. 학교는 교수들에게 기대한 만큼 실망도 컸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내겐 선생님이었다. 영화 속 가상의 캐릭터들과 황홀한 사랑에 빠지곤 하면서, 인생을 배웠다. 영화는 이 험난한 세상에 교훈을 주는 위대한 멘토다.


링컨센터 프랑스 영화제(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3/8-18) 기자 시사회에서 본 '파리 교육(A Paris Education/ Mes Provinciales)'은 영화학도들에겐 로망인 작품이다. 시네필은 물론, 성폭력이 만연한 한국 영화계와 대학 영화과에서 가르치는 교수들, 꿈나무 영화학도들을 학대한 교수들은 반드시 봐야할 텍스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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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aris Education/ Mes Provinciales by Jean-Paul Civeyrac


메거폰을 잡은 장-폴 시베이락(Jean-Paul Civeyrac) 감독은 리용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파리 영화학교 라 페미스(La Femis)의 교수이다.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파리 교육'은 시베이락 교수 자신의 젊은 날의 초상을 와이드 스크린, 흑백으로 담았다. 


리용의 청년 에티엔(앙드라닉 마네 Andranic Manet 분)은 파리 제 8대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하러 떠난다. 기차역에서 여자친구 루시(다이앤 룩셀 분)와 이별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파리에서 리용까지 자동차로 4시간 반, 고속열차로는 2시간 거리. 도시로 유학가는 남친을 보내는 루시는 불안해 한다. 에티엔은 파리에서 여자 룸메이트와 아파트를 나누어 쓰며 학교 생활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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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Paris Education/ Mes Provinciales


영화과에서 신랄한 천재과 마티아스(코렌탕 필라 분), 쾌활하고 착한 장 노엘(곤자크 반 베르베셀레스 분)과 어울리며 로베르 브레송, 존 포드,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파졸리니 감독 등에 관해 논쟁하며 파리의 예술 집단과 보헤미안같은 생활을 즐긴다. 에티엔은 새 룸메이트인 사회주의 운동가 아나벨(소피 베르빅 분)을 짝사랑하지만, 마티유에게 빼앗기고, 리용의 루시와는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영화촬영을 앞두고 마티유와 다툰 후 위기가 찾아오는데...  


'파리 교육'은 에티엔의 성장영화다. 사춘기 소년이 성에 눈뜨는 영화가 아니라 시골 청년이 파리로 유학해 지성적으로, 정치적으로, 예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그린다. 철학을 전공한 에티엔은 사유적이면서 우유부단한 성격이다. 시골에서 자란 그는 파리 젊은이들의 열정, 지성과 감성을 흡수하는 스폰지처럼 젖어들어간다. 영화과 학생 중 하나는 "난 징징거리는 프랑스 영화에 질려버렸어. 실제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를 보고 싶어."라며 현대 불란서 영화를 비판한다. 감독은 에티엔의 스승은 파리, 그 도시 자체였다고 설파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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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티엔(왼쪽부터), 마티유, 장 누벨,  그리고 아나벨. A Paris Education/ Mes Provinciales


스페인 화가 마네의 후손은 아닐까? 감독의 페르소나 에티엔 역의 앙드라닉 마네는 장대같은 키에 흐트러진 장발 머리가 마치 70년대 쿨한 청년을 보는 듯 매력적이다. 멕시코 감독 알레얀드로 곤잘레스 이나리투와 닮은 영화과 교수 파울 로씨(니콜라스 부쇼 Nicolas Bouchaud 분)의 자상한 가르침도 기억할만 하다. 흑백 와이드 스크린, 영화학교, 논쟁, 연애, 스승, 파리, 세느강, 카페, 바흐와 사티의 음악. 그리고 영화 학도들의 열정... 시네필에게는 유토피아같은 영화다. 그것이 한여름 밤의 꿈,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날지라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파리의 옥상이다. 처음엔 흐릿한 도시의 풍경이 차츰 명료해진다. 주인공 에티엔이 파리에서 신입생으로 방황하다가 마침내 만들어야할 영화, 여자 관계 등 확고한 자아가 생겼다는 메타포인듯 하다. 엔딩 타이틀이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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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프랑스어 원제 '메 프로빈셜스(Mes Provinciales)'는 '팡세'의 작가 파스칼이 시골 친구에게 쓴 편지 'The Lettres Provinciales'에서 따온듯 하다. 철학을 전공한 에티엔이 파리 영화대학 신입생으로 1년간을 에피소드식으로 보여주는 영상 편지(Cine Letter)다. 원제가 난해한 대신, 영어 제목 '하나의 파리 교육'은 지루해졌다. 올 2월 베를린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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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은 청년들의 날(les jeunes)로 21세에서 40세 사이 관객은 $40 패스로 이날 4편의 영화를 마라톤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 회3개월 회원권과 샴페인 한병을 보너스로 준다. 매표소에서 신분증을 제시하고 구입할 수 있다. 137분. 3월 12일 오후 3시 30분, 17일 오후 6시"(장-폴 시베이락 감독과의 Q&A) https://www.filmlinc.org/films/a-paris-education  


티켓: $17(일반), $12(회원, 학생, 노인)

상영관: Walter Reade Theater(165 West 65th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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