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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오면, 돈가방을 들고 튀어라

미국 제국의 추락 The Fall of the American Empi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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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ll of the American Empire 예고편


몬트리올에서 택배 운전수로 일하는 피에르-폴(알렉상드르 랑드리 분)은 철학박사 학위를 갖고 있다. 그는 너무나 지성적이라 세상에서 성공하기 힘든 인물이라고 자칭한다. 도날드 트럼프에 대해 "저능아들은 바보를 숭배한다(Imbeciles worship cretins.)"고 꼬집는다. 소심하고, 냉소적이며, 게다가 직업도 변변치않지만, 거리의 거지들에게는 늘 적선하고, 수프키친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착한 남자다.  서른여섯살의 노총각 피에르-폴은 은행원 애인과도 헤어진다. 그러던 어느날 강도 사건을 목격하게 되는데, 총격전 끝에 길바닥에 버려진 돈 가방 두개를 챙긴다. 그 안에는 수백만 달러의 현금이 들어있었다. 자, 일확천금을 쥐게 된 그는 어떻게 살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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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ll of the American Empire by Denys Arcand


돈(라르장, L’Argent, *로베르 브레쏭 Robert Bresson 감독의 영화 '돈, 1983'을 연상시킨다.)은 피에르-폴의 삶을 새로운 챕터로 이동시킨다. 새로운 인물들이 다가온다. 갱단이 연루된 강도 사건 목격자이니 경찰(루이스 모리세트와 맥심 로이 분 )들이 따라 붙었다. 모처럼 콜걸(아스파씨, 마리피에르 모랭 분, *캐나다 TV 사회자의 데뷔작)도 집으로 불렀다. 일단 돈을 창고에 보관한 후엔 재정 매니저를 찾아나섰다. 감옥에서 재정학 학위를 받은 실베인(르미 지라르 분, *역시 TV 사회자 출신으로 드니 아르캉 단골 배우), 그리고 아스파씨의 옛 애인이자, 탈세와 돈세탁의 귀재 윌브로드(피에르 쿠르지 분)이 끼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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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ll of the American Empire by Denys Arcand


피에르-폴(Pierre-Paul)은 두개의 이름처럼 도덕적 딜레마에 빠진다. 철학박사 출신이지만, 택배 배달부인 현실. 돈이 궁한 형편에 수백만달러가 떨어졌지만, 오히려 골치 덩어리가 된다. 드니 아르캉 감독은 각 인물들이 얼키고 설키는 과정을 통해 갱단, 매춘, 돈세탁 사업, 홈리스(특히 캐나다 인디언 원주민 이누이트족, Inuit) 문제, 인종차별, 경찰의 무능함 등 부패한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을 한꺼풀씩 드러낸다. 이웃 나라 캐나다에서 드니 아르캉 감독이 바라본 미국의 초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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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all of the American Empire by Denys Arcand


아르캉 감독은 2010년 몬트리올의 한 부티크에서 일어난 강도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서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 속에서 그 부티크의 이름이 '꿈의 공장' 할리우드(Hollywood)인 점도 일종의 우화임을 상기시킨다. 택배 운전수가 콜걸과 연인이 되고, 전과자가 재정 자문이 되며, 주인공이 일확천금을 세계로 빼돌리는 홍길동, 루팡처럼 변신한다. 피에르-폴은 '작은 아파트 소파에 누워 스포츠 중계를 보는 것이 꿈'이라는 홈리스의 소원도 풀어준다. 이 영화는 자본주의 사회의 동화(fairy tale)같다. 감독의 의도가 명백히 드러나는 사회문제의 파노라마는 범죄 스릴러라기에든 긴장감이 떨어지지만, 흥미진진한 블랙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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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국의 추락' 촬영장에서 드나 아르캉 감독과 출연진. 


역사 석사학위를 갖고 있는 드니 아르캉(77) 감독은 낮에는 포르노에 밤에는 예수의 수난 공연을 하는 배우들의 이야기를 그린 '몬트리올 예수(Jesus of Montreal, 1989)'가 한국에서 개봉되어 잘 알려졌다.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캐나다 예술가들의 섹스 라이프를 그린 '미국 제국의 쇠퇴(The Decline of the American Empire, 1886)'로는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받았다. 그 속편 격인 '야만적 침략(The Barbarian Invasions, 2003)'은 플레이보이 역사학교수가 암 진단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 제국의 추락'은 도도한 역사학자 출신 캐나다 감독의 시각으로 본 미 자본주의의 몰락이다. 도날드 트럼프의 무지와 횡포로 추락 중인 미국의 위상을 매일 느끼고 있는 미국인들에겐 현실 자체가 공포일 것이다. 127분. 5월 31일 뉴욕과 LA 개봉.


The Fall of the American Empire

상영관:The Beekman: 1271 2nd Ave.(66-67th St.) https://www.citycinemas.com/beekman/showtimes-and-tickets

 Quad Cinemas: 34 West 13th St. https://quadcinema.com/film/the-fall-of-the-american-emp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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