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1 DOCNYC <2> Listening to Kenny G 

수퍼스타 재즈 색소포니스트 다큐멘터리 '케니 G를 듣다'

케니 G가 재즈계의 악동인 이유

 

00kennyg.jpg

LISTENING TO KENNY G by Penny Lane, 2021 DOCNYC

 

1980년대 후반 서울에 모던한 카페들이 속속 생기면서 늘 들리던 음악, 색소폰주자 케니 G(Kenny G)의 색소폰 연주곡은 카페 음악의 대명사였다. 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의 배경음악, 예식장의 로맨틱한 음악, 치과나 산부인과 분만실 등지에서 위안을 주는 음악으로 사랑받아왔다. 특히 'Going Home'은 중국에서 백화점뿐만 아니라 학교, 기차역, 체육관, 태권도장 문을 닫을 때, TV 방송 마감에 틀으며 공식 폐점 음악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의 연주는 종종 발렌타인 데이의 주제가로도 쓰인다. 힙합 가수 카니예 웨스트는 발렌타인 데이에 케니 G를 초대해 부인 킴 카다시안을 위해 연주를 들려주었다. '재즈 뮤지션' 케니 G는 무려 7천500만장의 레코드를 판매하며 팝뮤직 역사상 최고 악기연주 앨범(instrumental album) 판매 아티스트이자 역사상 #26위의 베스트셀러 뮤지션으로 기록됐다. 한국에서도 여러차례 콘서트를 연 뮤지션이다.  

 

 

k4.jpg

LISTENING TO KENNY G by Penny Lane, 2021 DOCNYC

 

*Kenny G-Songbird <YouTube>

https://youtu.be/QN2RnjFHmNY

 

수퍼스타 색소폰주자 케니 G는 이처럼 세계에 수많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음악 비평가들 특히 정통 재즈계로부터는 혹평의 화살이 쏟아졌다. "벽지(wallpaper)음악이다" "음악적 가구(musical furniture)" "술책(gimmick)" "게으르고, 안전한 음악(lazy and safe)" "나쁘다(bad)" 등 비난을 받았다. 40년 가까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색소폰주자로 부와 명예를 얻은 케니 G는 자신이 "평가 절하되었다(underappreciated)'고 생각한다. 그러면, 왜 그들은 케니 G의 음악을 혐오하는 것일까? 

 

2021 뉴욕 다큐멘터리 영화제(11/10-28) 개막작 페니 레인(Penny Lane) 감독의 다큐멘터리 '케니 G를 듣다(Listening to Kenny G)'는 그 질문에 해답을 던져준다. 케니 G 자신뿐만 아니라 그의 혹평가, 호평가들, 그리고 팬들의 이야기를 비교적 공정하게 담고 있다. 뮤지션, 비평가, 레코드사와 라디오 등 음악업계, 그리고 음악을 소비하는 대중까지, 아티스트의 재능, 히트 메이커의 마케팅 전략과 함께 미국에 뿌리 깊은 인종차별까지 음악계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k3.jpg

LISTENING TO KENNY G by Penny Lane, 2021 DOCNYC

 

*Kenny G-Silhouette <YouTube>

https://youtu.be/5DkLTV0GccY

 

케니 G는 누구인가? 1956년 시애틀에서 태어난 케니 G의 본명은 케네스 브루스 고어릭(Kenneth Bruce Gorelick), 유대인이다. 아버지는 배관사업체를 운영하며 아들이 물려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재즈 밴드에서 색소폰주자로 활동하던 케니 G는 17살 때 배리 화이트(Barry White)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할 정도로 실력을 갖추었다. 아버지와 몇년간 음악 생활을 한 후 실패하면 사업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워싱턴 대학교에서 회계학과를 우등으로 졸업한 후 펑크 그룹에서 활동했다. 

 

1982년 그는 인생을 바꿀 프로듀서를 만난다. 아바(Abba)의 댄싱 퀸(Dancing Queen)을 색소폰 버전으로 들은 후 전설적인 레코드 제작자 클라이브 데이비스(Clive Davis)가 솔로 앨범을 내주었다. 브루클린 출신 유대인 클라이브 데이비스는 뉴욕대와 하버드법대 졸업 후 컬럼비아 레코드를 거쳐 아리스타(Arista records)를 창립해 재니스 조플린, 브루스 스프링스틴, 시카고, 빌리 조엘, 핑크 플로이드, 배리 배닐로우, 그리고 휘트니 휴스턴을 스타덤에 올려 놓은 인물이다. 

 

유대인 커넥션은 끈끈했다. 클라이브 데이비스는 이름을 케니 고어릭에서 케니 G로 바꾸어주고, 동명 타이틀로 솔로 앨범을 출반했다. 이어 'G 포스(G. Gorce)' '중력(Gravity)'를 내 100만장 이상을 팔았다. 1986년 최대의 히트곡이 될 '송버드(Songbird)'를 냈다. 케니 G는 자니 카슨쇼(Johnny Carson)의 TV 토크쇼 '투나잇'에서 '송버드'를 연주하면서 인생이 바뀐다. 파워맨 데이비스는 라디오 방송국 DJ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써서 케니 G의 곡을 틀어달라고 요청했다.(*다큐멘터리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레코드업계에선 라디오 방송에 촌지(payola)를 주는 것이 관습이었다.) 정통 재즈가 아닌 케니 G의 곡을 틀기 위해 라디오 방송국은 'Smooth Jazz'로 명명했다. 혹자는 Easy Listening, Adult Comtemporary로 분류하기도 한다. 얼마 후 케니 G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재즈 색소폰주자가 되었다. 

 

 

cd23.jpg

1983년 클라이브 데이비스의 아리스타 레코드에서 출반한 두번째 앨범 'G Force'의 재킷 커버는 케니 G를 흑인처럼 디자인했다. 

 

*Kenny G-Loving You <YouTube>

https://youtu.be/6gNRCoyA4hs

 

그러면, 케니 G는 재즈 뮤지션인가? 순수 재즈파는 케니 G의 음악을 경멸한다. 흑인들이 오랫동안 갈고 닦아온 재즈는 뮤지션들이 서로 대화하면서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음악이다. 케니 G는 그런 '대화' 없이 나홀로 연주한다. 그래서 케니 G는 "음악과의 섹스가 아니라 '자위(masturbation)'"라는 비판도 듣는다. 고등학교 때는 재즈 색소폰주자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Grover Washington Jr.)의 연주를 흠모했고, 그처럼 되고 싶었지만, 케니 G는 케니 G가 됐다. 

 

케니 G는 재즈를 정통으로 공부하지 않았다. 지금도 매일 3시간씩 연습하며, 멜로디를 만들어낸다. 심지어 그는 자신의 집 녹음실에 걸린 재즈 거장들을 담은 그림에서 찰리 파커(Charlie B. Parker, 색소폰),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트럼펫), 덱스터 고든(Dexter Gordon, 색소폰)는 알아도, 모자 쓴 재즈 뮤지션(델로니어스 몽크, Thelonious Monk, 피아노)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델로니우스 몽크?"라고 감독에게 말할 정도로 케니 G는 정통 재즈에 관심이 없다. 

 

'록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는 블루스, 가스펠, 리듬앤 블루스의 영향을 받았고, 비틀즈는 흑인음악의 산실 모타운(Motown)과 리틀 리처드(Little Richard) 등에 빚을 졌으며, 롤링 스톤스는 시카고의 블루스맨 머디 워터스(Muddy Waters)의 자그마한 클럽까지 찾아갔다. 엘튼 존은 자신이 미국의 소울 음악에서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마일스 데이비스, 존 콜트레인 등 많은 흑인 재즈 뮤지션들은 피부색 때문에 주류에서 인기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백인들은 흑인들이 만든 음악으로 돈 벌었다. 재즈=흑인음악이었지만, 케니 G=white boy로 대중에게 쉽게 잠입할 수 있었다. 케니 G도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피부색이 유리했던 것 같다고 고백하고 있다. 케니 G가 재즈의 저변을 넒힌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가 재즈를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이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다. 

   

 

louis.jpg

*Kenny G & Louis Armstrong-What A Wonderful World <YouTube>

https://youtu.be/CyFEs8e-P4Y 

 

케니 G에 대한 악평은 1999년 전설적인 트럼펫주자 루이스 암스트롱(Louis Amstrong, 1901-1971)의 기존 트랙에 오버더빙한 듀엣 곡 'What a Wonderful World'를 출반하고, 비디오 영상을 이용한 콘서트를 열면서부터다. 가장 강력한 비판은 백인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Pat Metheny)로부터 나왔다. 음악 가문 출신 '귀족'의 비판에 주의가 집중됐다. 팻 메시니는 그래미상을 17개 수상했으며, 케니 G는 단 1개 품에 안았다. 

 

메시니는 "그는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했다. 그 자신의 믿을 수 없는 허세와 냉담한 음악적 결정을 통해 가장 냉소적이며 음악적인 길을 걷기로 하고, 모든 과거 뮤지션들의 무덤을 파헤쳐서 똥을 만방에 싸댔다...케니 G는 현대 문화에서 최악의 지대를 창조했다"고 비난했다.       

 

위성 라디오 시리어스(Sirius XM)의 스무스 재즈(Smooth Jazz) 채널(66)의 이름은 수채화(Water Colors)다. 케니 G 스타일의 소프트 재즈가 흐른다. 케니 G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즈의 저변을 확대하고, 돈을 벌었지만, 재즈의 색채를 흐린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의 명성 뒤에는 흑인 음악이라는 전통과 백인들의 네트워크로 운영되는 레코드업계 약육강식 게임의 법칙이 있다. '소울의 여왕' 아레사 프랭클린(Aretha Franklin, 1942-2018)은 수많은 히트곡을 냈지만 부를 축적하지는 못했다. 그녀의 레코드사만 돈을 벌었고, 사람들을 믿지 못하던 프랭클린은 출연료를 담은 핸드백을 무대까지 갖고 다녔다고 한다. 레코드 제작자는 억만장자가 되고, 아티스트는 비참하게 종말을 맞는 비할리우드적인 이야기.  MoMA와 링컨센터(뉴욕필하모닉 홀)에 1억 달러씩 쾌척한 레코드업계의 거물 데이빗 게펜(David Geffen)은 음악업계의 부익부빈익빈을 함축하고 있는 인물이다. 

 

 

k2.jpg

케니 G는 색소폰으로 한음을 45분 47초 불어 기네스북에 기록됐다. 

LISTENING TO KENNY G by Penny Lane, 2021 DOCNYC

 

*Kenny G-Going Home

https://youtu.be/TGIw60UKiKw 

 

이에 대해 케니 G는 자신에게 비판을 퍼붓는 이들을 '재즈 폴리스(Jazz Police)'라면서 무시해버린다. 자신은 지금도 매일 3시간씩 연습하며, 대중이 좋아할만한 멜로디를 발굴해내는 육감을 가졌다고 자부한다. 지금은 백인 재즈 색소폰주자 스탠 게츠(Stan Getz, 1929-1991)과의 듀엣을 기획하고 있다고 공개한다.

 

재즈계로부터 비난의 화살을 맞아온 케니 G는 음악적 성취보다도 골프대회 트로피를 더 가치 있게 여긴다. 음악상은 사람들이 선정하지만, 골프는 자신이 절대로 이겼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항공 조종사이기도 하다. 회계학을 전공한 만큼 재정에도 현명한 그는 고향의 커피숍 기업 스타벅스(Starbucks) 초기 투자자로 음반 판매보다 더 많은 수입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후대에 케니 G는 어떻게 평가될까?

재즈를 세계에 알린 색소폰주자? 스무스 재즈의 창시자? 아니면, 피부색 덕분에 성공했지만, 재즈를 희석시킨 뮤지션으로 기록될지도 모를 일이다. 케니 G.는 정통 재즈의 궤도 밖에서 맥도날드 햄버거처럼 최대 다수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스무드 재즈로 수퍼스타덤에 올랐다.

 

영화 속에서 그는 모교인 플랭클린 고등학교를 찾아가 벽에 사인한다. 케니 G는 "Go for what you lobe and Practice, Practice, Practice."라고 쓴 후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Practice, Practice, Practice"는 카네기 홀로 가는 길에 대한 대답으로 이미 유명한 말이다. 케니 G는 예술가로 독창성이 부족할지언정, 대중의 귀와 입맛을 찾아내는데는 성공한 뮤지션인 셈이다. 97분.

 

*Kenny G Greatest Hits <YouTube>

https://youtu.be/IN3DnZgZ3HI

       

 

poster.jpg

Listening to Kenny G

November 10, 2021 6:45 PM @SVA Theatre

November 11 - November 12, 2021, Online Screening

https://www.docnyc.net/film/listening-to-kenny-g

 

 

 

?
  • sukie 2021.11.08 21:52
    색소폰주자 케니 G의 이야기를 잘읽었습니다. 문화계의 새로운 인물과 값진 정보를 올려주셔서 제가 많이 세련이 돼가고 있습니다. 케니 G도 컬빗 때문에 알게됐습니다. 루이 암스트롱 정도만 알았고, 영화배우 겸 감독인 우디 알렌이 째즈광이고 클라리넷으로 째즈를 연주하는 것을 영상으로 보고 들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케니 G의 레코드가 무려 7500만장이나 팔렸는데도 그를 몰랐다니 제가 우물안 개구리였음을 고백합니다. 케니 G의 째즈음악을 듣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겠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