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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 59 (9/24-10/10) <8> Les Enfants Terribles II: 힛 더 로드 ★★★★☆

 

2021 뉴욕영화제의 무서운 아이들
'프티트 마망', '힛 더 로드', '컴온 컴온'00001.jpg

 

'어른들은 몰라요' 
2021 뉴욕영화제에서 어린이들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 세편을 소개한다. 프랑스 여성감독 셀린 시암마 감독의 '프티트 마망(Petite Maman)'의 8살 소녀 넬리(조세핀 산스 분)와 마리옹(가브리엘 산스 분), 이란 감독 파나 파나히의 데뷔작 '힛 더 로드(Hit the Road)'의 6살 짜리 '둘째 원숭이(Monkey the Second, 라얀 살락 분), 그리고 미국 마이크 밀스 감독의 흑백영화 '컴온, 컴온(C'mon C'mon)'의 9살 소년 제씨(우디 노만 분)는 뉴욕영화제의 무서운 아이들/앙팡 테리블(Les Enfants Terribles)'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일까? 세 영화 모두 죽음(할머니, 개, 할머니)이 나오고, 이 아이들은 성장통을 겪거나, 가족사의 중요한 목격자로 등장한다. 영화의 세계관이 어둡고, 절망스러울지라도 빼어난 연기력을 지닌 네 아역 배우들의 미래는 밝다.  
 
 
우리가 타고 있는 삶의 자동차
'힛 더 로드(Hit the Roa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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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힛 더 로드' 예고편

https://youtu.be/l03OVNdbpRs

 

필자가 이란 영화를 처음 발견한 것은 1993년 4월 홍콩국제영화제에서였다. 약 2주간 머물면서 45편쯤(잠든 영화도 하루 한편 꼴) 보았는데, 5월 '패왕별희'(첸 카이거 감독)가 칸영화제에서 '피아노'(제인 캠피온 감독)과 공동으로 황금종려상을 받기 전 깜짝 시사회를 했고, TV판 '패왕별희'(*두 주인공이 공중 목욕탕에서 노래하는 엔딩이 놀라웠다)도 볼 수 있었다. 미 독립영화 감독 존 카사베츠 스페셜과 이란 감독 아바스 키아로스타미(Abbas Kiarostami, 1940-2016) 감독의 미니 회고전도 마련됐다. 

 

영어 해독이 부족한 영화광에게 어린이들이 등장하며, 단순한 대사에 롱숏(멀리 찍기), 롱 테이크(길게 찍기)로 촬영한 이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에'(1987)와 '숙제'(1989), '빵과 골목길(The Bread and Alley, 1970)'은 이해가 쉽고도 파워풀한 영화였다. 몇년 후 모센 마흐말바프(Mohsen Makhmalbaf, 살람 시네마),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 하얀 풍선) 등은 국제영화제를 휩쓸며, 이란 영화는 르네상스를 맞았다. 그러나, 2001년 9/11이 발생한 후 오사마 빈라덴과 테러리스트 조직, 이슬람권에 대한 반감으로 미국에서 이란 영화는 주눅 들었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과 브루클린 뮤지엄의 이슬람 갤러리도 몇년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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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the Road by Panah Panahi, NYFF59

 

그로부터 한참 후 아바스 키아로스타미(클로즈업, 체리의 맛, 올리브 나무 사이로) 감독은 사진작가로 뉴욕에서 전시회를 열어서 가보았다. 그는 2016년 파리에서 별세했다. 

 

키아로스타미의 동료 감독들에겐 영화가 패밀리 비즈니스였다. 게릴라 출신 모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딸 사미라 마흐말바프는 20세에 '흑판'으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반체제 감독 자파르 파나히의 아들 파나 파나히는 37세에 감독 데뷔작 '힛 더 로드(Hit the Road)'로 칸영화제와 뉴욕영화제에 초청됐다. 아바스 키아로스타미와 아버지 파나히 감독 아래서 수련한 파나 파나히의 '힛 더 로드'는 흥미진진한 로드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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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the Road by Panah Panahi, NYFF59

 

영화는 슈베르트의 멜란콜리한 피아노 소나타(Piano Sonata No. 20 in A Major, D. 959: II. Andantino, *프랑스 로베르 브레송(Robert Bresson) 감독의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Au Hasard Balthazar, 1966)'에서 도입부에 사용되었던 음악이기도 하다. )와 함께 다리 깁스에 그려진 피아노 건반을 치는 어린이(라얀 살락 분)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카메라는 졸고 있는 아버지(하싼 마주니 분)와 엄마(판티아 파나히하 분)를 보여주며, 차창 프레임 안으로 멀리서 걸어오는 청년(아민 시미아 분)이 보인다. 파하니 감독은 SUV를 타고 여행 중인 이란의 한 가족을 카메라 원 테이크로 소개한다.

 

짜증광인 수염이 덥수룩한 아버지, 수심에 찬 엄마,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소년, 불안한 표정으로 말 없이 운전하는 청년, 이들은 다리를 다쳐서 죽어가는 개(제씨)와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다. 큰 아들의 결혼 때문인지, 범죄 때문인지 미스테리하다. 이 가족은 자동차 안에서 길 위에서 내내 부딪힌다. 소년은 복면 쓰고 오토바이 타고 나타난 남자를 보고 영화 '배트맨'을 상상한다. 현실은 불안하고, 위험하고, 비참하지만, 천진난만한 소년의 눈에는 그저 영화처럼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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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the Road by Panah Panahi, NYFF59

 

파나 파나히 감독은 키아로스타미처럼 이란의 산세 속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을 롱테이크로 관조한다. 부부가 자동차 차창 밖으로 대화하는 프레임, 차창 밖으로 멀리 두 형제가 개를 쫓아가는 장면은 화면에 깊이 만큼이나 가족간의 괴리감을 강조한다. 가족의 여정 중간중간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로 멜란콜리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다가, 가족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뽕짝풍의 신파조 노래에 합창하면서 춤을 춘다.

 

'자동차 풀 가라오케(carpool karaoke)'를 방불케하는 뮤지컬 장면은 차안의 긴장감을 해소하며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집도 팔고, 엄마 자동차도 팔고, 가족은 길 위에 있다. 아버지는 다리 부상, 큰 아들은 도피해야하는 몸, 둘째 아들은 순진무구하다. 엄마의 어깨엔 무거운 삶의 짐이 짓누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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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the Road by Panah Panahi, NYFF59

 

마침내 큰 아들은 좋아하는 영화(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이야기를 하면서 활기를 찾는다. 캠프하면서 큰 아들과 헤어지는 날 아버지는 우주복같은 침낭 속에서 작은 아들과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응시하며 이야기하고, 이들은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판타지로 들어간다. 파나히 감독의 스탠리 큐브릭 감독에 대한 오마쥬이자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아버지와 아들의 장면 중 하나인 것 같다.

 

우리의 삶은 길고도 굴곡진 길이다. 민둥산의 고속도로에서 구불구불한 산등성이, 낯선 이들이 삶 속으로 들어오고, 가족은 언젠가 떠난다. 부모로부터 '꼬마 방귀' '둘째 원숭이' '해충' '꼬마 쥐'라고 불리우는 소년은 우리의 불안한 삶에서 붙들고 있어야할 유머와 꿈일 것이다. 그가 아버지 기브스에 그리는 그림과 그림 피아노 연주, 그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은 희망의 미래를 상징한다. 다리를 다친 아버지는 지금 가족이 물에 빠져 있다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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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the Road by Panah Panahi, NYFF59

 

아버지 자파 파나히는 이란 정부에 의해 6년간 투옥되었고, 20년간 영화 제작을 금지당한 바 있다. '힛 더 로드'는 그 아들 파나 파나히의 자신만만한 감독 출사표다. 9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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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 the Road

WEDNESDAY, OCTOBER 6 6:15 PM 

THURSDAY, OCTOBER 7 9:00 PM

https://www.filmlinc.org/nyff2021/films/hit-the-road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세일즈맨' ★★★★ 

*아스가 파르하디(Ashar Farhadi, 별거, 2012) ★★★★★

*브루클린 이란 레스토랑 소프레(Sofre): 체리밥은 어디에?

 

 

이란 영화와 칸, 베니스, 베를린 국제 영화제 

 

#칸영화제 주요 수상작 

1995: 황금카메라상(신인감독상)-자파르 파나히  Caméra d'Or (Golden Camera): Jafar Panahi

1997: 황금종려상-아바스 키아로스타미 Palme d'Or (Golden Palm): Abbas Kiarostami

2000: 황금카메라상-하싼 엑타파나, 바흐만 고바디 Caméra d'Or (Golden Camera): Hassan Yektapanah , Bahman Ghobadi

2000: 심사위원상-사미라 마크말바프 Prix du Jury (Jury Prize): Samira Makhmalbaf

2001: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 Prize of the Ecumenical Jury: Mohsen Makhmalbaf

2003: 심사위원상-사미라 마크말바프 Prix du Jury (Jury prize): Samira Makhmalbaf

2003: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자파 파나히 Prix Un Certain Regard: Jafar Panahi

2003: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모센 마크말바프 Prize of the Ecumenical Jury: Mohsen Makhmalbaf

2004: 황금카메라상-모헨 아미리유세피 Caméra d'Or (Golden Camera): Mohsen Amiryoussefi

2007: 심사위원상-마르자니 사트라피 Prix du Jury (Jury prize): Marjane Satrapi

2009: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바흐만 고바디 Prix Un Certain Regard: Bahman Ghobadi

2011: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모하마드 라술로프 Prix Un Certain Regard: Mohammad Rasoulov

2013: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모하마드 라술로프 Prix Un Certain Regard: Mohammad Rasoulov

2013: 에큐메니컬 심사위원상-아스가 파르하디 Prize of the Ecumenical Jury: Asghar Farhadi

2016: 각본상-아스가 파르하디 Prix du scénario (Best Screenplay): Asghar Farhadi

2016: 남우주연상-샤합 호세이니 Prix d'interprétation masculine (Best Actor): Shahab Hosseini

2017: 주목할만한 시선 대상-모하마드 라술로프 Un Certain Regard Award: Mohammad Rasoulof

2018: 각본상-자파 파나히 Prix du scénario (Best Screenplay): Jafar Panahi

 

#베니스 영화제 주요 수상작

1999: 심사위원 특별상 & 국제비평가상-아바스 키아로스타미 Special Jury Prize & FIPRESCI Prize: Abbas Kiarostami

2000: 황금사자상/대상-자파 파나히 Golden Lion: Jafar Panahi 

2001: 은사자상/감독상-바박 파야미 Silver Lion for the Best Director: Babak Payami 

2008: 국제비평가상-라민 바흐라니 FIPRESCI Prize: Ramin Bahrani 

2009: 심사위원 특별상-압돌레자 카하니 Abdolreza Kahani 

2014: 각본상-라크샨 반티 에테마드 Best Screenplay Award: Rakhshan Bani Etemad

2016: 심사위원 특별상-아나 릴리 아미르푸르 Best Screenplay Award: Rakhshan Bani Etemad

 

#베를린 영화제 주요 수상작 

-금곰상/대상: 아스가 파르하디(2011), 자파 파나히(2015), 모하마드 라술로프(2020) Golden Bear: Asghar Farhadi (2011), Jafar Panahi (2015), Mohammad Rasoulof (2020)

-은곰상/감독상: 파르비즈 키미아비(1976) 아스가 파르하디(2009) Silver Bear: Parviz Kimiavi (1976), Asghar Farhadi (2009), 

-은곰상/각본상:  자파 파나히(2013)

-은곰상/배우상: 레자 나지(남우, 2008), 여우(레일라 하타미) & 모든 배우(별거, 2011) Reza Naji (2008), A Separation (Total Actors 2011), Best Actress: A Separation (Total Actresses 2011)

-심사위원대상: 자파 파나히(2006) Jury Grand Prix: Jafar Panahi (2006)

<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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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10.18 23:14
    컬빗이 이란 영화 Hit the Road를 소개해 주어서 잘 읽었습니다. 이란 영화는 내생애 딱 한번 봤습니다. 십년전 이곳 도서관에서 상영을 해서 가서 관람을 했습니다. 제목이 "천국의 아이들"(1997년 작)이 었습니다. 아이들의 연기가 눈물샘을 자극하더니 급기야는 눈물 펑펑 쏟았습니다. 신발 한켤레로 오누이가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서 번갈아 신으면서 학교를 가는데 가난은 불행이 아니라는 멧세지를 전하더라고요. 아이들의 연기가 하도 실감나게해서 감탄을 했습니다. '힛 더 로드'도 아이의 연기가 영화를 압도 하듯이 이란의 아이들의 연기가 장차 국제영화계를 뒤흔들 것같네요. 이란 영화까지 영역을 넓혀서 올려주시는 컬빗의 지식을 열심히 읽고 배우겠습니디. 이란 음식은 아직 못 먹어봤는데 마음에 간직하고 있겠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