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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 감독: 아날로그 남자의 안분지족(安分知足)

'퍼펙트 데이즈 (Perfect Days)' ★★★☆

아카데미상 국제 극영화상 일본 출품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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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Days by Wim Wenders

*trailer 예고편 https://youtu.be/HTgWYojq-z8?si=D0UpuabT474yljY0

 

극영화 '파리, 텍사스(Paris, Texas, 1984)'와 '베를린 천사의 시(WIngs of Desire, 1987)', 다큐멘터리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Buena Vista Social Club, 1999)'와 '피나(Pina, 2011)'의 독일 감독 빔 벤더스(Wim Wenders)는 일본 감독 오즈 야스지로(Yasujirō Ozu, 小津 安二郎, 1903-1963)의 열렬한 팬이다. 벤더스는 '파리, 텍사스'를 연출할 즈음(1983) 도쿄에서 야스지로에 관한 다큐멘터리 '동경화(Tokyo-Ga, 1985)'를 만들었다. 

 

그리고, 2023년 벤더스는 도쿄에서 일본 배우들을 기용해 극영화 '퍼펙트 데이즈(Perfect Days)'를 연출했다. 이 영화에서 도쿄 공중 화장실의 청소부 역을 맡은 야쿠쇼 코지(Koji Yakusho, 役所広司)는 올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지난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Broker)'로 칸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올 경쟁부문 심사위원을 맡은 송강호가 시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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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Days by Wim Wenders

 

빔 벤더스 감독은 첫 장면에서 청소부 히라야마(야코쇼 코지 분)이 잠 자리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그 유명한 다다미 쇼트(*카메라를 앉은 키 정도에 맞추어 촬영하는 기법)로 오즈에 경배를 표한다. 시부야 공중 화장실의 청소를 맡고 있는 히라야마는 기상 후 이부자리를 개고, 화초에 물을 주고, 부엌 싱크대에서 양치질을 하고... 집 앞 자동판매기의 캔커피를 마시며 운전대를 잡고 일터를 향하면서 1960년-1970년대 음악을 듣는다. 첫 노래는 애니멀스(The Animals)의 "House of Rising Su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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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Days by Wim Wenders

 

중년의 독신남 히라야마는 디지털 시대의 아날로그 맨이다. 아직도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듣고, 구형 플립폰을 쓰며, 노인들이 가는 공중 목욕탕에 가고, 올림푸스 카메라로 나무 사진을 찍는다. 그가 청소하는 공중 변소는 최첨단으로 설계된 도시의 자랑이다. 그 안에 변기통 구석구석까지 손거울을 사용해 싹싹 닦아낸다. 히라야마의 교대 청소부는 요즘 청년이다. 늘 핸드폰을 보며, 산만하고, 충동적이며, 모든 것을 확률로 수치화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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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Days by Wim Wenders

 

우리는 열심히 책을 읽으며, 옛 팝송을 듣는 히라야마의 과거를 알 수 없다. 부인, 자식도 등장하지 않는다. 어느날 여조카가 가출했다고 불쑥 찾아와 함께 지내고, 소원해진 여동생이 방문하면서 그가 부잣집 출신이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벤더스 감독은 공중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를 통해 디지털 시대 현대인들의 물질주의, 탐욕, 즉흥성에 대해 경고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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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Days by Wim Wenders

 

사람들의 배설물을 청소하는 히라야마는 명예욕, 물욕, 탐욕을 거세한 인물이다. 낮은 곳으로 임한 우리 시대의 소시민이다. 어쩌면 청소부가 된 성자일지도 모른다. 그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을 살아간다. 그가 카메라에 담는 공원의 나무들과 세계 최고의 타워라는 도쿄 스카이트리(Tokyo Skytree, 634미터, 2080피트)가 대조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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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ect Days by Wim Wenders

 

야쿠쇼 코지는 지난해 12월 링컨센터 필름소사이어티의 모리타 요시미츠(Yoshimitsu Morita, 森田芳光) 감독 회고전에서 본 '실낙원(Lost Paradise, 1997)'에서 불륜에 빠져 애인과 동반자살하는 유부남 출판사 편집장으로 분했으며, 스오 마사유키 감독의 '쉘 위 댄스(Shall We Dance, 1996)'에선 사교댄스에 빠지는 단추회사 경리과장 역을 맡았다. '퍼펙트 데이즈'는 그 모든 욕망을 거세한 중년 남자의 안빈낙도(安貧樂道, 가난한 삶 속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기는 것)를 그린다. 

 

제목 '퍼펙트 데이즈'는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의 리더였던 루 리드(Lou Reed)가 데이빗 보위(David Bowie)와 함께 쓴 노래 'Perfect Day'에서 따왔다. 이 곡은 대니 보일 감독의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 1996)'에 삽입되어 재발견되기도 했다. 당신에게 완벽한 하루는 어떤 날일까? 

 

 

Perfect Day

 

Lou Reed,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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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a perfect day, drink Sangria in the park

And then later, when it gets dark, we go home

Just a perfect day, feed animals in the zoo

Then later, a movie too and then home

 

Oh, it's such a perfect day

I'm glad I spent it with you

Oh, such a perfect day

You just keep me hanging on

You just keep me hanging on

 

Just a perfect day, problems all left alone

Weekenders on our own, it's such fun

Just a perfect day, you made me forget myself

I thought I was someone else, someone good

 

Oh, it's such a perfect day

I'm glad I spent it with you

Oh, such a perfect day

You just keep me hanging on

You just keep me hanging on

 

You're going to reap just what you sow

You're going to reap just what you sow

You're going to reap just what you sow

You're going to reap just what you sow

 

 

완벽한 하루 

 

루 리드, 1972 

 

그저 완벽한 하루, 공원에서 상그리아 마셔보아요

그리고 이후에 어두워지면 우리는 집에 가지요

그저 완벽한 하루, 동물원에서 먹이를 주세요

그리곤 이후에 영화도 보고 집으로 가지요

 

오, 그런 완벽한 날

당신과 함께 보내서 기뻐요.

오, 그런 완벽한 날

당신은 그냥 날 계속 매달리게 해요.

당신은 그냥 날 계속 매달리게 해요.

 

그냥 완벽한 날, 문제들은 모두 그대로 두고

주말에 우리들끼리 정말 재미있어요.

그냥 완벽한 날, 당신 덕분에 나 자신을 잊었어요.

내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착한 사람으로

 

오, 그런 완벽한 날

당신과 함께 보내서 기뻐요

오, 그런 완벽한 날

당신은 그냥 날 계속 매달리게 해요.

당신은 그냥 날 계속 매달리게 해요.

 

뿌린 대로 거두게 될 거예요. 

뿌린 대로 거두게 될 거예요. 

뿌린 대로 거두게 될 거예요. 

뿌린 대로 거두게 될 거예요. 

 

*Lou Reed, Perfect Day

https://www.youtube.com/watch?v=9wxI4KK9Z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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