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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그레이스랜드' ★★★☆

프리실라 프레슬리 버전의 '엘비스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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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cilla by Sofia Coppola/ Elvis and Me by Priscilla Presley

*예고편 https://youtu.be/DBWk6BohVXk?si=EV95iQRmv1Z_trQJ

 

#MeToo는 할리우드에 경각심을 일으켰다. 거물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틴의 비참한 말로 외에도 이젠 할리우드도 가부장적인 시각의 'HiStory'가 아니라 여성의 시각인 'HerStory'의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뉴욕영화제(NYFF60)엔 케이트 블랜쳇이 지휘자로 출연한 토드 필드 감독의 '타르(TÁR)'를 비롯, #MeToo를 폭로한 뉴욕타임스 두 여기자의 이야기를 그린 마리아 슈레이더 감독의 '그녀는 말했다(She Said)'와 사라 폴린 감독의 역사극 '여성들 말하다(Wmen Talking)'가 상영됐다. 

 

올 NYFF61에 초청된 브래들리 쿠퍼 감독의 '마에스트로(Maestro)'는 뉴욕필하모닉 지휘자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전기영화지만, 칠레 출신 배우였던 부인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의 이야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그리고, 올 센터피스로 상영된 소피아 코폴라(Sofia Coppola, 52) 감독의 '프리실라(Priscilla)'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부인이었던 프리실라 프레슬리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대부' '지옥의 묵시록'의 거장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 소피아 코폴라는 갓난 아기 시절 '대부'에 출연했고, "대부 2'에선 단역, '대부 3'에선 비중있는 마리 코를레오네 역을 맡아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감독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는데 성공한다. 1999년 '처녀자살 소동(The Virgin Suicides)'로 감독 데뷔한 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Lost in Translation, 2003)', '마리 앙투아네트(Marie Antoinette, 2006)', '매혹당한 사람들(The Beguiled, 2017)'로 페미니스트 거장으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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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cilla by Sofia Coppola

 

소피아 코폴라의 신작 '프리실라'는 1985년 프리실라 프레슬리가 출간한 회고록 '엘비스와 나(Elvis and Me)'를 각색한 영화다. 제목 '프리실라'가 암시하듯, 프리실라의 시각에서 그렸다. 소녀시절 서독에서 엘비스와의 만남부터 멤피스 그레이스랜드에서의 결혼과 헤어짐까지 13년간의 여정이 담긴 영화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오스틴 버틀러가 주연한 바즈 루어만 감독의 전기영화 '엘비스(Elvis)'에 대한 코폴라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로큰롤의 제왕' 프레슬리의 화려한 무대 장면은 별로 없으며, '로큰롤 제왕의 부인' 프리실라와 엘비스의 관계에 포커스를 두고 그려나간다. 서독에 주둔한 공군 장교의 딸인 14세의 소녀 프리실라가 10살 연상의 공군 엘비스의 눈에 들어 만나게 된 이야기, 프리실라가 부모를 애걸해 엘비스의 멤피스로 이주해 카톨릭 학교를 다니던 시절, 간신히 졸업하고, 결혼도 했지만, 엘비스가 공연과 영화 촬영으로 늘 집을 비워 강아지와 보내야했던 공허한 결혼생활, 엘비스가 앤 마가렛, 낸시 시나트라와 스캔달로 상처를 받았던 시절, 딸 리사-마리가 태어난 후에도 고독했던 시절, 그리고 가라데를 배우며 강사에게  등 수퍼스타의 동반자로서 겪었던 아픔을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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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cilla by Sofia Coppola

 

엘비스가 화려한 조명이었다면, 프리실라는 그 조명에 가리워진 그림자였다. 프랑스 출신 촬영감독 필립 르 수르(Philippe Le Sourd)는 의도적으로 자연광을 사용해 소녀 프리실라의 주변을 어둡게 하고, 숙녀로 성장한 후 멤피스의 저택 '그레이스랜드'는 빛으로 가득하지만, 공허한 공간으로 찍었다. 그 그레이스랜드는 프리실라에게 우아하지 않은 '인형의 집'이였고, 그들의 결혼생활은 웨딩 케이크처럼 상징적이었다. 르 수르는 왕가위 감독의 무술영화 '일대종사(The Grandmaster, 2013)'의 촬영감독이었다.

 

영화는 엘비스의 노래를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다. 로네츠(The Ronettes)의 노래 'Baby I love you'가 흐르며 소녀 프리실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평범한 그녀가 세기적인 스타 엘비스와 만남에서 '상심의 호텔' 그레이스랜드에 갇혀 지내다가 돌리 파튼 버전의 'I'll Always Love You'(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로 더 유명한) 속에서 프리실라가 멤피스 맨션을 떠나는 장면으로 끝난다. 소녀 프리실라가 가장 좋아했던 엘비스의 노래는 '상심의 호텔(Heartbreak Hotel)'이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결국 세기의 로맨스는 13년만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리고, 프리실라는 엘비스의 전처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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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cilla by Sofia Coppola

 

'프리실라'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캐스팅이다. 프리실라 역의 카엘리 스페이니(Cailee Spaen)는 엘비스의 조언으로 멤피스에서 엘바이라 스타일의 흑발로 염색하기 전까지는 프리실라로 여겨지지 않는다. 하지만, 소녀에서 숙녀로 성장하는 과정의 심리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스페이니는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했다. 프리실라의 선명한 이미지가 각인된 엘비스 팬들은 스페이니를 끝까지 프리실라로 믿기 힘들 것이다. 소피아 코폴라는 장면마다 엘비스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픽션이라고 누누이 주입하는 것 같다. 한편, 엘비스 역의 제이콥 엘로르디(Jacob Elordi)는 엘비스보다 키가 훤칠하게 커 모델에 가까워보이지만, 엘비스의 소프트한 목소리와 제스쳐를 무난하게 소화했다. 

 

소피아 코폴라는 엘비스의 커리어를 주물럭했던 매니저 코널(톰 파커)을 영화에서 배제시켰다. 반면, 엘비스의 불량스러워 보이는 친구들을 병풍으로 등장시킨다. 또한, 엘비스와 아버지-계모와의 관계, 비만해진 엘비스의 말로를 과감히 생략했다. 그리고, 엘비스의 노래도 최소한 사용했다. 그것은 엘비스 전기영화의 몫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왕에 '그레이스랜드'의 문을 열어제친 소피아 코폴라의 의도적인 무심함에 실망할 엘비스 팬들도 있을 것이다.  113분, 11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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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scilla by Sofia Coppola

OCTOBER 8, 6pm, OCTOBER 15, 12pm, 3:15pm

https://www.filmlinc.org/nyff2023/films/prisc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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