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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FF 61 (9/29-10/15)

'물 안에서(In Water)' ★★★★☆

홍상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 An Artist Statement

 

*English version

https://www.nyculturebeat.com/?document_srl=4106648&mid=Film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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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 (2023) by Hong Sangsoo 

 

올 2월 베를린영화제 인카운터스(Encounters) 부문 초청작 '물 안에서(In Water)'와 올 5월 칸영화제 감독 주간(Directors Fortnight) 폐막작으로 상영된 홍상수 감독의 '우리의 하루(In Our Day)'가  나란히 뉴욕영화제에 초청됐다. 두 영화는 홍 감독의 예술관과 인생관이 집약된 작품이다.

 

제작, 각본, 감독, 촬영, 편집, 음악을 도맡아 한 중편(61분) '물 안에서'는 홍상수의 '작가의 변(Artist Statement)' 같다. 그는 왜 주류에서 벗어나 한국 관객들이 외면하는 영화를 고집스럽게 만들고 있는가를 '고백 '혹은 '변명'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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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 (2023) by Hong Sangsoo 

 

'물 안에서'는 대부분의 장면이 아웃오브포커스(out of focus, 탈초점) 방식으로  촬영됐다. 여행자들이 많고 돌과 바람이 많은 섬, 제주도에 세 남녀가 머무르고 있다. 단편영화를 찍으려는 승모(신석호 분), 촬영을 맡을 성국(하성국 분), 그리고 여배우 남희(김승윤 분)이다. 배우 출신 승모는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 300만원을 들여 영화를 만들려고 하지만, 아직 시나리오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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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 (2023) by Hong Sangsoo 

 

관광객들의 섬에서 장소 헌팅을 하면서 스토리를 찾아 나선 승모는 시네아스트의 고행을 대변한다. 그것은 홍상수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저예산에 주변인들의 출연과 협력으로 완결된 시나리오 없이 일상의 스토리로 재빨리 찍어내는 홍상수의 작업 방식이다. 카메라를 세우기 전까지 승모에게 모든 것은 물 안에 잠수해 있는 것처럼 흐릿하고, 불확실하다.  마침내 절벽 아래에서 쓰레기를 줍는 한 여인에게서 반짝 영감을 얻은 승모는 스토리가 잡혔고, 영화를 촬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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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 (2023) by Hong Sangsoo/ Stranger Than Paradise (1984) by Jim Jarmusch

 

세 젊은이들(영화인들)은 관광객들이 보는 컬러풀한 풍광 대신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 혹은 에드바르트 뭉크의 퇴색한 그림을 연상시키는 황폐하고, 몽롱한 풍광을 접한다. 제주도는 짐 자무쉬 (Jim Jarmusch) 감독의 '천국보다 낯선(Stranger Than Paradise, 1984)'에서 윌리, 에바, 에디의 플로리다와 클리블랜드처럼 황량한 풍경이다. 

 

승모는 영화를 하는 이유로 동료들에게 "돈 되는 영화를 찍기 어려우니 명예" "늦기 전에 창조성이라는게 있는가 만들어보고 싶다"고 토로한다. 그는 이제까지 본 영화를 따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독창성있는) 영화를 꿈꾸고 있다. 그 영감은 픽션/허구가 아니라 자신 주변의 일상/현실에서 발견한다. 음악조차도 기성음악 대신 예전에 자신이 친구(김민희)를 위해 작곡했던 곡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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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 (2023) by Hong Sangsoo 

 

탈초점의 세상은 영화가 완성되기 전까지의 애매모호한 상황, 답답한 심리,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관객은 승모의 예술가로서의 고단한 여정을 함께 한다. 그것은 지리멸렬한 시간이 될 수도, 뚝심있는 예술가의 내면을 탐험하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 수도 있다. 

 

남희가 한밤중에 체험한 "정신 차려!" 소리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체험인듯 하다. 우리는 한치의 앞도 알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들이다. '물 안에서'에서 초점이 맞은 장면 중 하나는 오프닝에서 민박 중인 세 사람이 남은 피자 한 조각을 가위로 잘라 나누어 먹으려는 승모와 실갱이하는 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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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 (2023) by Hong Sangsoo/ Death in Venice (1971) by Luchino Visconti

 

'물 안에서'의 마지막 장면에서 승모는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롱테이크의 흐릿한 이미지 속에 사라지는 승모는 쓸쓸하면서도 거룩하다. 이 엔딩은 루키노 비스콘티 (Luchino Visconti) 감독의 '베니스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 1971)'에서 미소년 타치오가 바다로 들어가 포즈를 취하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음악가 아센바흐(더크 보가트 분)가 갈망했던 소년 타치오는 완벽한 아름다움, 예술의 극치를 상징한다. '베니스에서의 죽음'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 5번이 웅장하게 흐르지만, '물 안에서'는 홍상수가 작곡, 김민희의 노래가 기타 반주로 흐른다. '물 안에서'는 홍상수 감독이 고고하게 걸어온 시네마 로드, "나는 왜 영화를 하는가"에 대한 작가의 변(Artist's Statement)일 것이다. 6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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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Water/ 물안에서

SUNDAY, OCTOBER 1, 5:30 PM, MONDAY, OCTOBER 2, 6 PM 

https://www.filmlinc.org/nyff2023/films/in-water

 

*12월 1일 맨해튼 메트로그라프(Metrograph) 개봉

https://metrograph.com

 
 

*나를 움직인 이 한편의 영화 '천국보다 낯설은'

https://www.nyculturebeat.com/?mid=Film2&document_srl=3881299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년 타치오(베니스에서 죽음) 50년 후

https://www.nyculturebeat.com/?mid=Film2&document_srl=4044661

 

*영화음악: 구스타프 말러와 '베니스에서의 죽음'

https://www.nyculturebeat.com/?mid=Film2&document_srl=3639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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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뉴욕영화제 NYFF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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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영화 연보/ Hong Sangsoo Filmography 

1. The Day a Pig Fell into the Well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6)

2. The Power of Kangwon Province (강원도의 힘, 1998)

3. Virgin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오! 수정, 2000)

4. On the Occasion of Remembering the Turning Gate (생활의 발견, 2002)

5. Woman Is the Future of Man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4)

6. Tale of Cinema (극장전, 2005)

7. Woman on the Beach (해변의 여인, 2006)

8. Night and Day (밤과 낮, 2008)

9. Like You Know It All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09)

*Jeonju Digital Project "Visitors": Lost in the Mountains (어떤 방문: 첩첩산중) (*short film, 2009)

10. Hahaha (하하하, 2010)

11. Oki's Movie (옥희의 영화, 2010)

12. The Day He Arrives (북촌방향, 2011)

*List (리스트) (*short film, 2011)

13. In Another Country (다른 나라에서, 2012)

14. Nobody's Daughter Haewon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2013)

15. Our Sunhi (우리 선희, 2013)

*"Hong Sang-soo": Venice 70: Future Reloaded (홍상수 베니스 70: 미래 리로디드) (short film, 2013)

16. Hill of Freedom (자유의 언덕, 2014)

17. Right Now, Wrong Then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2015)

18. Yourself and Yours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 2016)

19. On the Beach at Night Alone (밤의 해변에 혼자서, 2017) 

20. Clair's Camera (클레어의 카메라, 2017)

21. The Day After (그후, 2017)  

22. Grass (풀잎들, 2018)

23. Hotel by the River (강변 호텔, 2018)

24. The Woman Who Ran (도망친 여자, 2020)

25. Introduction (인트로덕션, 2021) 

26. In Front of Your Face (당신 얼굴 앞에서, 2021)

27. The Novelist's Film (소설가의 영화, 2022) 

28. Walk up (탑, 2022) 

29. In Water (물 안에서, 2023)

30. In Our Days (우리의 하루,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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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영화는 왜 나를 슬프게 하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데니스 림, 홍상수 감독론 '극장전(Tale of Cinema)' 출간

*홍상수 감독 인터뷰, An Interview with Hong Sangsoo,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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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10.04 17:26
    홍상수 감독하면 영화보다도 여배우 김민희와의 불륜이 떠오릅니다. 이걸 떠나서 그의 내면의 세계를 '물안에서'란 영화로 알려주셔서 잘읽었습니다. 홍 감독의 영화에 대한 열정이 가슴에 넘치고 있음이, 물안에서 밖으로 나오려고 용솟음치는 물체를 보는 느낌입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