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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센터 '한국 영화 황금기 1960년대' (9/1-17) 추천작 

<6> 오발탄 誤發彈 Aimless Bullet (1961)  

 

전후 한국사회의 절망적 상황 그린 리얼리즘 걸작 

해방촌의 무기력한 가장 김진규, 마지막 시퀀스 연기 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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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less Bullet, 1961

 

유현목(1925-2009) 감독의 '오발탄(誤發彈, Aimless Bullet, 1961)'은 한국전쟁의 상흔과 절망적인 사회상을 그린 리얼리즘 걸작이다. 제 2차 세계대전 후 이탈리아에 네오리얼리즘(Neo-Realizm)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와 로베르토 로셀리니가 전후의 황폐한 모습을 담은 것처럼 유현목 감독도 전후 한국사회의 궁핍한 모습을 포착했다.

흑백영화 '오발탄'과 같은 해인 1961년 제작된 강대진 감독의 '마부(The Coachman, 1961)' 역시 전후 궁핍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오발탄'보다 서정적인 '마부'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출품되어 은곰상(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고, '오발탄'은 5.16 군사정권에 의해 상영중지 처분을 받았다가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 출품되면서 재개봉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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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less Bullet, 1961

이범선(李範宣, 1920-1982)의 동명 단편소설(1959)을 원작으로 한 '오발탄'은 6.25 전쟁 후 용산구 해방촌의 산동네 판잣집에서 살고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장남 송철호(김진규 분)는 회계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다. 철호는 "가자!, 가자!"만 외치는 실향민 어머니(노재신 분), 영양실조에 만삭인 아내(문정숙 분)와 어린 딸, 참전용사 출신으로 실업자  남동생 영호(최무룡 분), 미군 대상 매춘부가 된 여동생, 학교를 포기하고 신문배달하는 막내까지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철호는 지독한 치통을 앓으면서도 치과에 가지 못하고, 점심도 굶는다. 그는 딸에게 신발 한켤레 사주지 못하는 처량한 아빠, 고개 숙인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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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less Bullet, 1961

어느날 영호는 권총을 구해 은행을 털고, 도주하다 체포된다. 부인은 병원에서 출산하다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철호는 여동생이 준 돈을 갖고 병원을 찾지만, 아내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철호는 거리를 방황하다가 치과에서 충치를 둘다 빼버린다. 그는 출혈이 심해 몽롱해진 상태에서 택시를 탄다. 택시기사가 행선지를 묻자 철호는 "해방촌이요" "아니 서울대학교 병원" "중부경찰서" 그러다가 어머니처럼 "가자, 가자!"를 외친 후 의식을 잃고 만다. 택시는 혼잡한 서울 밤거리 속으로 유영해 간다.  

택시기사는 "어쩌다가 재수없게 오발탄 같은 손님이 걸려버렸다"고 투덜댄다. 철호는 "자신은 어쩌면 사회의 오발탄일지도 모른다"고 혼잣말을 한다. 원작자 이범선은 인간을 조물주의 오발탄으로 비유해 제목으로 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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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less Bullet, 1961


장남 철호(김진규 분)와 영호(최무룡 분)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이론을 빌어서 말하면 각각 수퍼에고(Super Ego)와 이드(Id), 이성과 감성을 상징하는 캐릭터처럼 보인다. 철호는 도덕적이며, 이상향을 추구하는 수퍼에고형으로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자신을 희생하며 성실하게 가족을 부양하는 인물이다. 한편, 영호는 본능적이며 쾌락에 따라 행동하는 이드적 인물로 충동적으로 은행강도짓을 하게 된다. 그는 어린 여조카에게 신발도 사주고, 화신에 구경시켜줄 것이라는 무책임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거짓말쟁이'로 낙인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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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less Bullet, 1961

 

영호는 형에게 "잘 살려면 윤리도 양심도 버려야 한다"고 다구친다. 형 철호는 아들, 남편, 아빠, 형, 오빠라는 수많은 역할과 책임의식의 무게에 의해 짓눌려 무기력해진 상태다. 좌절감에 빠진 영호는 만취해서 '사의 찬미'를 부른다. 영호는 가난을 탈피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여동생 명숙도 돈 때문에 몸을 판다, 막내 역시 학업을 포기하고 신문배달을 한다. 붕괴되어가는 송씨 가족의 가장 철호에게 미래는 어둡기만 하다.    


상이군인 경식(윤일봉 분) 역시 실업자로 술마시고, 행패를 부리곤 한다. 철호 동생 명숙과 사귀지만, 불구가 된 몸이라 결혼을 꺼리고 있다가 그녀가 '양공주'가 된 것을 발견하고 격노한다. 영호가 전쟁 중 야전병원에서 만났던 설희는 건물 옥상층에 살면서 옆집의 시인지망생 청년으로부터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 청년은 질투심으로 설희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오발탄'의 인물들은 모두 욕망이 거세되거나, 좌절되어 불행한 캐릭터들이다. '절망의 시대' 전후 한국사회의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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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less Bullet, 1961

 

'오발탄'의 오프닝 타이틀엔 로댕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이 등장한다. 주인공 철호의 고뇌를 상징하는 이미지다. 유현목 감독은 '출구가 없는(No Way Out)'의 철호의 비참한 상황을 선, 새장, 계단, 벽 등의 미장센(mise en scène, 등장인물의 배치, 무대장치, 조명 등 총체적인 연출)을 통해 극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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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mless Bullet, 1961


'오발탄'의 압권은 철호가 치과에서 나와 택시에서 혼절할 때까지 방황하며 독백하는 12분에 달하는 시퀀스다. 사망한 부인의 병원비로 충치를 두개나 뽑으며 출혈하며 의식불명 상태까지 되어가는 그 시대 가장 철호의 망연자실한 모습에서 전후 한국인들의 암울한 초상이 절절하게 표현되는 파워풀한 엔딩이다. 

 

 

춘몽 The Empty Dream, 1965 

유현목 감독은 1965년 작 '춘몽(The Empty Dream)'의 이야기를 치과에서 펼친다.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신성일 분)은 성적 매력이 있는 여환자(박수정 분) 옆에서 마취로 잠들게 된다. 그 꿈 속에서 치과의사(박암)은 변태신사로 변신해 여환자를 성적으로 학대하고, 신성일은 그녀를 구하려고 하는 일장춘몽 스토리다. 한국 영화 최초로 외설시비(박수정의 전신 누드)로 법정까지 갔던 '춘몽'은 2022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디지털로 복원됐다. 오페라와 연극적인 세팅, 극단적인 클로즈업, 현실과 초현실의 교차 등 파격적인 실험영화.

Wednesday, September 6 at 8:30pm/ Sunday, September 10 at 6:00pm/ Wednesday, September 13 at 8:30pm

 

 

오발탄 Aimless Bullet / Obaltan

유현목 감독 Yu Hyun-mok, 1961, South Korea, 107m

Korean with English subtitles. 이범선 단편 소설 원작, 김진규, 최무룡, 문정숙 출연. 

 

Banned in 1961 for its scathing critique of postwar reconstruction but now widely hailed as one of the greatest Korean films ever made, Yu Hyun-mok’s breakout feature was this unrelentingly bleak, noir-tinged melodrama set in the aftermath of the Korean War. The film follows the tragic bond between two brothers living with their surviving family in a Seoul slum called Liberation Village. While Cheol-ho, an accountant suffering from a toothache he can’t afford to treat, struggles to scrape together a meager existence, the senseless consequences of the war gradually tear at the seams of his family and push his younger brother, Young-Ho, to a desperate measure. An on-location tour through the traumatized atmosphere of Korea’s capital, Aimless Bullet artfully blends expressionist and neorealist styles within a grimly introspective portrait of a nation left shattered by hatred and fear—touching on everything from military prostitution and economic inequality to the exploitations of the film industry itself. Restored in 2015 by the Korean Film Archive.

Saturday, September 2 at 6:00pm/ Wednesday, September 6 at 6:15pm/ Tuesday, September 12 at 4:00pm

 

Walter Reade Theater: 165 West 65th St. 

Tickets: $17(일반), $14(학생, 노인, 장애인), $12(필름소사이어티 회원) *$5 할인코드 KOREANYC

https://www.filmlinc.org/series/korean-cinemas-golden-decade-the-1960s/#films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 

#5 한(恨)과 한국영화 르네상스 Country of Trauma, Culture of Drama  

Koreans have a unique sentiment of 'han'. The ethnic trauma of Koreans, such as separated families due to the division of the two Koreas after the war and the Ferry Sewol disaster, were more dramatic reality than the movies. Koreans who share their national sad feelings want more dramatic narratives and unforgettable characters. We are hungry for that. It is also the reason why Korean directors such as Park Chan-wook, Bong Joon-ho and Hwang Dong-hyeok have developed brutal aesthetics.

http://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Zoom&document_srl=4072876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 채널 1930-90년대 한국 고전영화 100여편 무료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Film2&document_srl=410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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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09.14 16:24
    한국영화 황금기 1960년대를 읽으면서 착잡함을 느꼈습니다. 그때는 저는 대학 sophomore였습니다. 5.16 혁명이 일어나고 군사정권이 정권을 잡았습니다. 시국이 어수선했고 공포감도 느꼈습니다. 그때 만들어진 영화가 '오발탄'이었군요. 출연 배우진들이 당대를 대표하는 특급 존재여서 시선을 끌었습니다. 김진규, 최무룡, 문정숙-그들의 연기는 완벽했지요. 오발탄을 친구들이랑 보러갈까 했는데 극장가는 것도 좀 무서워서 학교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곧장가서 조용히 있었습니다. 그때는 한국이 6.25 전쟁으로 인해 주위가 온통 가난했습니다. 오죽하면 이런말들을 했을까요? 이렇게 헐벗고 굶주리게할 바에야 왜 태어나게 했냐고 하면서 엄마 아빠가 원치않았는데 오발탄으로 태어났다는 푸념도 들렸습니다. 오발탄은 시대의 아픔을 대표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