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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센터 '한국 영화 황금기 1960년대' (9/1-17) 추천작 

<1> 고려장 (Goryeojang, 高麗葬, 1963) 

 

무당 지배하던 시기 노인유기 설화

거장 김기영 감독- 악습 철폐한 근대화의 영웅 구룡 이야기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등이 한국영화를 세계 무대에 올려놓면서 이제 K-무비는 K-팝처럼 하나의 장르가 된듯 하다. 필름엣링컨센터는 오늘 그 뿌리를 찾아 한국영화의 황금기였던 1960년대 작품들을 집중 조명하는 특별전 “Korean Cinema’s Golden Decade: The 1960s”을 9월 1일부터 17일까지 연다. 

 

1960년대는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기였다. TV가 가정에 보편화하기 전 극장은 한국인들에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였다. 영화진흥원에 따르면, 1961년 관객수는 5천8백만명에서 1969년엔 1억7천300만명, 제작편수는 1962년 100여편에서 1968년부터 200편 이상 제작됐다. 1970년대 유신체제 속 암흑기로 들어가기 전까지 이 시기 전성기를 누린 작가주의 감독 김기영, 이만희, 유현목, 신상옥, 김수용 등의 멜로드라마, 스릴러, 시대극에서 뮤지컬, 전쟁, 괴수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24편이 상영된다. 뉴욕컬처비트가 이 영화제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작품을 추천한다.       

 

 

<1> 고려장 (Goryeojang, 高麗葬, 1963) 

 

무당 지배하던 시기 노인유기 설화

거장 김기영 감독작, 악습 철폐한 근대화의 영웅 구룡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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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영 감독의 '고려장'(1963)

 

'하녀(The Housemaid, 1960)'의 거장,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 2019)'에 영감을 준 김기영(1919-1998) 감독의 '고려장(高麗葬, Goryeojang, 1963)'은 불완전한 필름이다. 3번째와 6번째 릴(*금속 필름감개통, 영화 한편은 약 24개의 릴로 구성된다)이 분실되었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영상자료원(Korean Film Archive)에서 복원하면서 오리지널 시나리오의 자막으로 스토리가 대치됐다. 

 

'고려장'은 '하녀'에 준하는 걸작이다. 고려시대 늙은 부모를 산속에 버려 죽게 만드는 풍습이었다는 고려장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 학계에선 일제강점기에 한국 전통문화를 말살시키기위해 왜곡되었다는 설이 신빙성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도 에도시대 이와 유사한 노인 유기 설화 '우바스테야마(姥捨山)'가 전해진다. 이 설화를 바탕으로 1958년 키노시타 케이수케(木下 惠介, 1912-1998) 감독이 '나라야마 부시코 (The Ballad of Narayama, 楢山節考)'를 만들었으며, 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 Shohei Imamura, 1926-2006) 감독도 1983년 같은 제목으로 리메이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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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시다 케이수케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1958)/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1983) 포스터

 

김기영 감독이 2년 전 제작된 케이수케 감독의 '나라야마 부시코'에서 영감을 얻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김기영 감독이 시나리오까지 쓰고 연출한 흑백영화 '고려장'은 가부키 연극의 형식을 빌린 컬러영화 '나라야마 부시코'보다 더 정교하게 스토리가 펼쳐지는 작품이다. '나라야바 부시코'에선 나라야마산의 가난한 마을에 사는 노파가 독신 외아들에게 부인감을 찾아주고, 자신의 건강한 이빨을 부러트린 후 아들 지게에 업혀 산으로 가는 이야기가 연극같은 인공세트에서 가부키 음악이 흐르며 진행된다.  '나라야마 부시코'는 크라이테리온(Criterion) 채널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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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1963)

 

'고려장'은 감자로 겨우 끼니를 잇고 사는 가난한 집안에 과부(주증녀 분)가 아들 구룡을 데리고 아들 10명을 키우는 홀아비의 집으로 재가하면서 시작된다.  마을의 무당(전옥 분)이 이복 형제들이 구령의 손에 죽을 것이라고 예언하자 형제들은 독사를 풀어 구령을 죽이려하지만, 구룡은 대신 절름발이가 된다. 30년 후, 구룡(김진규 분)은 벙어리와 결혼했다. 벙어리 아내는 3형제들에 의해 겁탈당하고, 그중 하나를 죽인다. 그러자 형제들은 구룡으로 하여금 아내를 죽이도록 한다. 그로부터 15년 후 극심한 가뭄으로 무당은 구룡의 엄마가 아들 등에 업혀 산으로 올라가면 비가 내일 것이라 예언한다. 형제들은 비가 내리면 구룡과 옛 애인 간난이(김보애 분)을 살려주겠다고 구룡을 협박하고, 끝내 구룡은 어머니를 지게에 업고 산으로 올라간다. 마침내 어머니를 해골이 가득한 산에 두고 내려오자, 비가 내린다. 그러나, 형제들은 간난이를 죽여버리는데... 

 

잃어버린 시퀀스 세번째 릴은 절름발이 구룡이 벙어리 신부와 신방을 차리면서 서로 장애인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장면, 도망쳤던 신부를 데리고 오지만 식음을 전폐하고, 구룡은 신부를 묶어놓고 밥을 먹인다. 구룡의 이복형제 셋은 신부를 겁탈한 후 아버지의 땅문서와 신부를 바꾸자고 제안하지만 구룡 어미는 이를 단호히 거절한다. 여섯번째 릴은 구룡의 어미가 자신이 산으로 올라갈테니 간난이와 재혼하라고 설득한다. 구룡은 산에서 바위 밑에 실신한 어머니를 찾아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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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1963)

 

영화의 첫장면은 인구조절 문제와 고려장에 대해 토론하는 TV 방송 녹화장면으로 시작된다. 구룡은 어머니를 버리고 가다가 동행한 아들로부터 "지게를 가져가야 한다. 그래야 아버지도 그 지게에 실려 올테니까"라고 지적받는다. 이는 구룡이 계몽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70세가 되면 노인을 산 속에 내버려 죽게 만드는 악습을 끝내는 계기가 된다.

 

마지막 장면은 분노한 구룡이 무당을 비난하며 서낭당의 고목을 베어버리고, 무당을 나무에 깔려 죽는다. 구룡은 간난이의 아이들과 함께 씨를 뿌리러 간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는 가족이 있는 고향 타라로 돌아가기로 한다. 오하라는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결국, 내일은 또 다른 하루야)"하며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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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1963)

 

'고려장'은 그리스 신화처럼, 셰익스피어 문학처럼 비극적이면서도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처럼 그로테스크하고, 클로드 샤브롤 영화처럼 잔혹하다. 김기영 감독은 케이수케의 '나라야마 부시코'보다 더 복잡한 인물들의 본능(식욕, 성욕, 탐욕, 복수심, 불안, 죽음 등), 시대 배경(구룡의 어린시절부터 장년까지)과 미신(무당, 점괘) 등 상징을 혼합해 '고려장' 설화에 한국의 효 사상은 물론, 현대의 인구, 식량난과 빈곤 등의 사회문제를 제기한다. 구룡은 관습, 빈곤, 무속 등 전근대성에서 탄생한 절름발이 아들에서 10형제와 무당과 대결해 근대성으로 환생하는 영웅이기도 하다. 고목과 무당은 한국이 근대사회에서 거세해버려야할 전근대성인 것이다.

 

김진규와 김보애 부부(김진아의 부모), 가수 김세환 부친 김동원, 배우 이덕화 부친 이예춘, 독고영재 부친 독고성, 그리고 곰보 소녀로 분한 전영선(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등 추억의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 영어 자막 제공, 8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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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장(1963)/ 김기영 (1919-1998) 감독

 

Korean Cinema’s Golden Decade: The 1960s

SEPTEMBER 01 - 17, 2023

 

고려장/ Goryeojang, 1963

김기영 감독 Kim Ki-young, 1963, South Korea, 89m (Film Festival Version)

출연: 김진규 , 주증녀, 김보애, 김동원, 이예춘, 박암, 전옥, 독고성, 전영선

Korean with English subtitles. 

Set in a famine-inflicted village that practices the custom of abandoning the elderly in the mountains once they reach the age of 70, the story follows the trials of Guryong (Kim Jin-kyu) as he goes through life with a disability due to an incident that happened in childhood, while trying to maintain his humanity in an environment filled with fear, greed, and superstition. Likely influenced by Keisuke Kinoshita’s The Ballad of Narayama (1958), Goryeojang is another masterpiece from Kim Ki-young (The Housemaid) that works as both a dark fairy tale and a reflection on South Korea’s April 1960 Revolution (protests that led to the resignation of president Syngman Rhee). With flawless mise-en-scène, elaborate sets, and atmospheric black-and-white cinematography, the film effectively brings to light the inherent corruption of human society, and the disastrous consequences of fear-based politics. Restored in 2019 by the Korean Film Archive. The original screenplay has been utilized to provide on-screen description of the missing scenes (the third and the sixth reels), for which only audio remains.

 

Sunday, September 3 at 6:00pm/ Wednesday, September 6 at 4:15pm/ Saturday, September 9 at 8:30pm

Walter Reade Theater: 165 West 65th St. 

Tickets: $17(일반), $14(학생, 노인, 장애인), $12(필름소사이어티 회원) *$5 할인코드 KOREANYC

https://www.filmlinc.org/series/korean-cinemas-golden-decade-the-1960s/#films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 

#5 한(恨)과 한국영화 르네상스 Country of Trauma, Culture of Drama  

Koreans have a unique sentiment of 'han'. The ethnic trauma of Koreans, such as separated families due to the division of the two Koreas after the war and the Ferry Sewol disaster, were more dramatic reality than the movies. Koreans who share their national sad feelings want more dramatic narratives and unforgettable characters. We are hungry for that. It is also the reason why Korean directors such as Park Chan-wook, Bong Joon-ho and Hwang Dong-hyeok have developed brutal aesthetics.

http://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Zoom&document_srl=4072876

 

*한국영상자료원 유튜브 채널 1930-90년대 한국 고전영화 100여편 무료 

https://www.nyculturebeat.com/index.php?mid=Film2&document_srl=410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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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08.29 09:17
    고려장이 정말 있었을까? 글을 읽고 내려가는 동안 의문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김기영 감독만이 이 작품을 만들었다면 다른 감독들은 고려장 자체가 없는 일이고, 양심을 찌르고 평안을 가질 수 없어서 아예 다루지를 않았나 생각되기도 합니다.
    중학생때 국어선생님이 고려장 얘기를 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늙은 어머니를 아들이 지게에 지고 산속깊은 데로가서 버리고 왔는데, 그 늙으신 어머니가 지혜로운 분이시라 아들이 자기를 산속에 버리러 가는 동만 나무가지를 꺾어 두었다가 그것을 자기를 버리러 가는 길을 따라 던져놓고, 아들이 떠난 후에 자기가 길을 따라 버린 나뭇가지를 따라서 집을 찾아왔다고 해서 반이 떠나갈듯이 박수를 친 기억이 새삼 떠오르네요. 50년대 60년대의 한국영화는 가난과 배고픔을 주제로한 영화가 많아서 고려장도 가난이라는 선상에서 제작됐겠지 합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