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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23 (3/2-12, 2023)

Revoir Paris/ Paris Memories ★★★

 

링컨센터의 '프렌치 시네마와의 랑데부(Rendez-Vous with French Cinema)'가 3월 2일부터 12일까지 월터리드시어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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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ir Paris/ Paris Memories' 예고편

https://youtu.be/TgvvxXr_Vrc

 

오프닝 나잇 상영작 '르부아 파리 Revoir Paris(영어 제목 Paris Memories)'는 파리 레스토랑에서 발생한 테러에서 생존한 여성 미아의 트라우마와 치유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2015년 11월 13일 금요일 밤 9시경 파리 일대 거리와 공연장 6곳에서 동시다발 테러로 130여명이 숨졌고, 416명이 중상을 입었다. 여성감독 알리스 위노쿠르(Alice Winocour)는 당시 테러 현장 중 한곳인 바타클랑 콘서트홀(Bataclan Concert Hall)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남동생에게서 영감을 받아 시나리오를 공동으로 쓰고(Marcia Romano, Jean-Stéphane Bron)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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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ir Paris/ Paris Memories,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23

 

폴 버호벤 감독의 레즈비언 수녀 이야기 '베네데타(Benedetta, 2021)'에서 열연했던 비르지니 에피라(Virginie Efira)가 러시아어 통역가 미아, 남편 뱅상역은 클레르 드니 감독의 '아름다운 직업(Beau Travail, 1999)'로 스타덤에 오른 '그레고아 콜랭(Gregoire Colin)가 맡았다. 그리고, '퐁네프의 연인들(Les Amants Du Pont-Neuf, 1991)'의 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딸 나스티야 골루베바 카락스(Nastya Golubeva Carax)가 부모를 잃은 소녀로 출연한다. 지난해 칸 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으며,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 에피라는 세자르상(César Award)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다리 하나를 잃은 은행가 토마스 역의 베누아 마지멜도 지난해 'Pacifiction/Tourment sur les îles'로 세자르 남우주연상 거머쥐었다. 

 

영화는 세계에서 가장 로맨틱한 도시 파리를 오토바이 타고 달리는 미아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러나 암울한 음악이 비극적인 사건을 예고한다. 미아와 뱅상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 중이었다. 뱅상은 갑자기 전화를 받고 병원으로 가버리고, 홀로 남은 미아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던 중 폭우가 쏟아지자 다른 레스토랑(L'Etoile d'Or, 황금별)에 잠시 머물게 된다. 어느 테이블에선 생일 파티가 한창이었고, 다른 테이블엔 일본인 관광객들이 셀피를 찍으며 행복한 시간을 갖고 있다. 비를 긋기 위해 레스토랑에 홀로 앉아있던 미아는 이곳에서 생애 최악의 순간을 맞게 된다. 테러리스트가 나타나 무차별 폭격을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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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oir Paris/ Paris Memories,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23

 

미아는 총격 테러에서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그 트라우마는 그녀의 정신 세계를 엄습한다. 1시간 48분간, 악몽의 순간들 자신의 기억도 산산이 조각이 났다. 전형적인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에 시달리는 미아는 오토바이 대신 버스를 타고, 버스 안에서 그날 희생자들의 유령을 만나며 좀비같은 시간을 보낸다. 사건 현장으로 반복해서 찾아갔다가 테러 피해자들의 모임을 알게된다. 다리 한쪽을 잃은 은행가 토마스, 졸지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10대 소녀 등 피해자, 희생자 유족들과 그룹 테라피에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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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스 카락스 감독의 딸 나스티야 골루베바 카락스가 모네의 '수련' (오르세이 미술관) 앞에서 부모를 회상한다. Revoir Paris/ Paris Memories,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23

 

목발에 의존하며 치료 중인 토마스는 그날 저녁 자신의 생일날 미아의 일거수일투족을 기억하며, 삶을 낙관적으로 바라본다. 소녀는 부모가 마지막 날에 무엇을 했는지 행적을 찾아 헤맨다. 그리고, 미아는 잃어버린 기억으로 우울증에 빠져 있다. 미아가 화장실 문을 잠구어서 자신의 남편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생존 여성도 만난다. 미아는 그것이 오해라는 것을 알지만 입증할 방법이 막연하다. 그 아비규환의 테러 속에서 잃어버린 기억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 그 퍼즐을 맞추기 위해 미아는 방황한다. 

 

알리스 위노쿠르 감독은 허구의 레스토랑 안에서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묘사한다. 미아, 은행가, 관광객, 중년 부부 등 식당 고객들은 물론 요리사와 주방의 불법체류자들은 모두 현장에서 테러 공격을 당한 피해자들이다. 노동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롤레타리아 계층과 그것을 향유하는 부르주아 계층으로 상징될 수 있다.

 

감독은 로맨스 대신 테러의 피해자들에 촛점을 맞춘다. 미아의 애인 뱅상은 명백히 그날 저녁 응급 전화로 식당을 떠난 것이 아니라 바람을 피우고 있던 것으로 암시된다. 만약 그날 저녁 뱅상이 미아와 저녁식사를 마쳤더라면, 미아는 테러의 악몽 속에 던져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시나리오 작가들과 감독은 쿨한 파리지엔처럼 불륜에 집착하지 않는다. 뱅상은 미아에게 소리지른다. "차라리 나도 그 테러 현장에 있었기를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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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Pacifiction/Tourment sur les îles'로 세자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베누아 마지멜. Revoir Paris/ Paris Memories, 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23

 

'르부아 파리'는 미아가 트라우마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레스토랑 주방에서 테러를 당했던 세네갈 청년은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에펠탑 인근에서 행상으로 돌아온다. 그 흑인 청년의 손길은 미켈란젤로의 바티칸 시스틴예배당 천장화 '아담의 창조(The Creation of Adam)'에 묘사된 하느님과 아담의 손가락 끝처럼 의미심장하다. 이 영화에서 미아와 청년의 악수는 소통과 공감의 제스추어다. 자신과 고통을 공유했던 미지의 남자와 상봉해 그가 생존해있음을 확인함으로써 미아는 의문부호로 남았던 기억의 퍼즐을 맞추고, 평온을 찾게 되는 것이다. 기나긴 방황 끝에 미아가 그와 악수하는 순간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물이 찔끔 흐른다. 로맨스 영화는 '소년, 소녀를 만나다(Boy Meets Girl)'의 공식을 따르지만, '르부아 파리'는 소녀가 소년을 만나며(Girl Meets Boy) 끝난다. 미아는 파리를 다시 보게될 것이다. Revoir Paris(See again Paris). 1시간 43분. 

 

*올 프랑스영화제에선 난임으로 고뇌하는 교사 비르지니 에피가 애인 자동차 디자이너 로쉬디 젬(Roschdy Zem)의 딸에 집착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레베카 즐로토프스키(Rebecca Zlotowski, 쉬운 여자/ An Easy Girl) 감독의 '다른 사람들의 아이들(Other People's Children)'도 상영한다. 음악을 지나치게 많이 쓴 영화. ★★★

https://www.filmlinc.org/films/other-peoples-childr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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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dez-Vous with French Cinema 2023

Revoir Paris

March 2 6:30 PM(*알리스 위노쿠르 감독과 배우 비르지니 에피라 영화 소개), 9:30 PM  

https://www.filmlinc.org/films/revoir-paris

 

 

*뉴욕영화제 2011 레즈비언 수녀 '베네데타(Benedetta)' 

https://www.nyculturebeat.com/?mid=Film2&page=6&document_srl=4047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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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3.03.01 10:32
    불란서 영화를 본지가 하도 오래돼서 잊고 있었는데 컬빗이 올려주셔서 내가 본 프랑스영화를 기억해 봤습니다.
    몇십년 전에 봤던 남과여(A Man and a Woman)란 영화가 떠오릅니다. Car racer였던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살던 미망인과 부인이 자살을 해서 아들과 홀로사는 single man이 우연히 만나 잠깐 사랑을 나누다가 헤어지는 내용인데 인상깊게 봤습니다. 주제가가 유영했었습니다. 그후로는 불란서 영화를 못봤습니다. 미국영화는 happy ending이 많은 대신 프랑스영화는 슬픔을 간직하게 하는 것 같아요. 르부아 파리도 내용이 마음을 슬프게 하네요.
    동분서주하시는 컬빗에게 감사와 용기를 보냅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