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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디올: 꿈의 디자이너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1947 New Look에서 2017 Feminist Look까지 CD 황홀경(恍惚境)   

September 10, 2021–February 20, 2022

Brooklyn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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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뮤지엄에서 패션을 미술로 수용한지는 오래 됐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은 1948년부터 커스튬 인스티튜트(Costume Institute)에서 매년 할리우드 스타들과 유명인사들의 성대한 갈라 파티(Met Ball)와 함께 패션전시를 열어왔다. 구겐하임뮤지엄은 2001년 조지오 아르마니 회고전 'Giorgio Armani', 뉴욕현대미술관(MoMA)는 2017년 패션은 모던인가(Items: Is Fashion Modern)'전을 연 바 있다. 한편, 브루클린뮤지엄에서는 장 폴 고티에(Jean Paul Gautier, 2014), 피에르 가르댕(Pierre Cardin: Future Fashion, 2019)에서 하이 힐(Killer Heels: The Art of the High-Heeled Shoe, 2014), 그리고 패션이 테마가 된 록스타 데이빗 보위 회고전 'David Bowie is'(2018)을 선보였다.

 

올 가을 브루클린뮤지엄에서는 크리스찬 디올 회고전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9/10-2/20, 2022)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2017년 크리스찬 디올 창립 70주년 기념으로 파리의 장식미술관(Musée des Arts Décoratifs)에서 시작되어 런던의 빅토리아&알버트미술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2017)', 미국 덴버미술관(Denver Art Museum, 2018), 달라스미술관(Dallas Museum of Art, 2019), 상하이 롱뮤지엄 웨스트 번드(上海龙美术馆-西岸管 / Long Museum West Bund, 2020)'에 이어 브루클린뮤지엄에 상륙한 순회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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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Musée des Arts Décoratifs, Paris, 2017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at the Musée des Arts Décoratifs <YouTube>

https://youtu.be/FLWDWzMrkBE

 

루브르박물관 옆에 자리한 파리 장식미술관의 크리스찬 디올 전시는 300여점의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와 오르세뮤지엄, 피카소뮤지엄 등지에서 대여해온 미술품을 함께 선보였다. 1983년 맥킴, 미드 앤 화이트(McKim, Mead & White)가 설계한 보자르 양식의 브루클린뮤지엄 3층의 널찍한 보자르 코트(Beaux-Arts Court)는 크리스찬 디올 전시를 환상적인 정원으로 변모시켰다.

 

브루클린뮤지엄 전시에선 크리스찬 디올 70년 역사가 오트 쿠트르 200여점을 비롯, 비디오, 스케치, 행수, 액세서리 등 파노라마 전시에 뮤지엄이 소장한 패션사진(어빙 펜, 고든 팍스, 윌리엄 클라인, 리처드 아베동, 허브 리츠, 애니 르보비츠 등)과 페미니스트 작가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등의 작품이 동반된다. 주목할만한 것은 1949년 브루클린뮤지엄이 구입한 디올의 31인치 패션 인형 1880(Afternoon Ensemble)이다. 이는 미국 박물관 최초의 디올 소장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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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크리스찬 디올은 1947년 봄 데뷔 컬렉션 '코롤라(Corolla/Corelle)'로 뉴욕을 강타했다. 미국 언론은 '패션 쿠테타'라면서 디올의 컬렉션을 'NEW LOOK'(by 하퍼즈 바자 잡지의 편집장 카멜 스노우)이라 명명했다. 크리스찬 디올은 전쟁 중 여성들의 밀리터리 룩에서 탈피, 여성성의 회복을 추구하면서 스커트는 길고 풍성하게, 허리는 잘룩하게, 상반신 라인은 부각시키는 뉴 실루엣을 창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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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ar Suit by Christian Dior, 1947

 

그 하이라이트는 '바 수트(The Bar Suit)'였다. 완만한 어깨, 꼭 조이는 허리, 창백한 미색의 타이트한 새틴 재킷과 패딩 처리된 풍만한 블랙 플레어 스커트로 여성성을 과장한 투피스 수트다. 패션의 완성, 밀짚 모자는 영국 햇디자이너 스티븐 존스(Stephen Jones)가 중국 무사의 대나무 모자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이다. 바 수트 이름은 디올이 종종 가던 파리의 한 술집(bar)에서 따왔다. 

 

디올의 NEW LOOK은 스캔달이었다. 특히 스커트는 최대 15야드에 이르는 천이 필요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원자재를 사치에 사용하는 것에 비판도 쏟아졌다. 하지만, 전쟁에서 돌아온 남자들이 일터로 돌아가고, 여성은 가정으로 돌아가는 시대적 분위기에서 여성의 억압된 심리를 대변하듯 'NEW LOOK'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패션사의 분수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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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데뷔하자 마자 크리스찬 디올은 파리의 화려함과 매혹의 대명사가 된다. 몇개월 후 5애브뉴에 뉴욕 부티크를 오픈, 패션 잡지를 도배하며 크리스찬 디올은 당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로 등극한다. 그리고, 에펠탑과 샹젤리제 사이 몽태뉴 거리에 자리한 메종 크리스찬 디올에는 에바 페론, 윈저공의 부인 월리스 심슨, 재클린 케네디, 팔레비 왕비, 그레이스 켈리, 마를레네 디트리히, 에바 가드너, 소피아 로렌 등 세계 왕족, 귀족, 할리우드 스타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1949년 크리스찬 디올은 프랑스 패션산업 수출의 75%, 총 수출 수입의 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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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플로렌스 뮬러(Florence Müller)와 매튜 요코보스키(Matthew Yokovsky) 큐레이터가 기획한 브루클린뮤지엄의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는 3층의 보자르 코트를 비롯 총 2만2천 평방피트에 스펙터클한 패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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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디올 이브닝 가운 컬렉션의 황홀경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전시는 1947년 뉴욕과의 인연 'NEW LOOK'으로부터 시작된다. 전시는 디올의 컬렉션에  큐레이터가 선정한 브루클린뮤지엄 소장 미술품이 병치된다. 디올이 52세로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크리스찬 디올은 21세의 '후계자'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이 이끌어갔다. 

 

 

크리스찬 디올의 진화: 이브 생 로랑...존 갈리아노...마리아 그라찌아 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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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ves Saint Laurent (1958–1960),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이브 생 로랑은 2년 후 군대에 징집됐다가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1960년 가을 '비트니크(Beatnik) 컬렉션'은 생 로랑이 마론 브란도가 가죽 재킷을 입고, 오토바이를 타는 갱으로 등장하는 영화 '위험한 질주(The Wild One, 1953)'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것으로 소개한다. 생 로랑은 파리의 카페, 재즈 클럽에서도 착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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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 Bohan (1961–1989),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1960년 크리스찬 디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이브 생 로랑에서 런던 라인을 책임졌던 마크 보한(Marc Bohan)으로 바뀐다. 보한은 극단적인 패션을 거부하고, 1920년대에서 영감을 받은 단순하고, 우아한 스타일을 고수했다. 1966년 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영감을 받은 러시아 스타일 컬렉션으로 찬사를 받았다. 1967년엔 'Miss Dior' 컬렉션으로 기성복에 진출했고, 남성복, 시계를 출시했다. 보한은 30년 가까이 디올을 사수하다가 1989년 밀라노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디자이너 지안프랑코 페레(Gianfranco Ferré)에게 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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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anfranco Ferré (1989–1996),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LVMH 회장은 1984년 크리스찬 디올을 매입했다. 아르노 회장은 1997년 '보그'지 편집장 안나 윈투어의 추천으로 페레를 해고하고, 영국 출신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를 발탁했다. 갈리아노는 로맨틱하고 도발적인 스타일에 화려한 런웨이쇼와 다이나믹한 광고 캠페인으로 디올의 명성을 회복했다. 2004년 봄 컬렉션은 고대 이집트에서 영감을 얻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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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Galliano (1997–2011),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나는 히틀러를 사랑한다...당신같은 사람들은 죽어야만 해. 당신의 어머니들, 선조들은 모두 빌어먹을 가스로 사망할 거야."

2011년 파리의 한 술집에서 갈리아노는 반유대인 발언이 폭로되면서 물의를 일으켜 해고당한다. 갈리아노는 프랑스 정부의 레종도뇌르를 받고, 영국 올해의 패션상을 4회 수상했다. 하지만, 반유대인 발언으로 15년간 디렉터였던 크리스찬 디올에서 해고당하고, 지금은 메종 마르지엘라를 이끌고 있다. 

 

디올은 2012년 벨기에 출신으로 질 샌더 디렉터였던 라프 시몬스(Raf Simons)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한다. 시몬스는 미니널리스트 디자인을 내세웠다. 브루클린 전시에서 시몬스는 잭슨 폴락을 영감으로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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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f Simons (2012–2015),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2016년엔 디올 69년 역사상 최초로 여성 디자이너가 발탁됐다. 펜디와 발렌티노 출신 이탈리아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찌아 큐리(Maria Grazia Chiuri)는 디올 데뷔 컬렉션으로 "우리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We Should All Be Feminists)'가 쓰인 티셔츠를 선보였다. 2018년 컬렉션에서는 페미니스트 작가 주디 시카고(Judy Chicago)와의 협업 디자인을 발표했다. 큐리는 현재까지 디올을 책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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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a Grazia Chiuri (2016–present),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마리아 그라찌아 큐리와 페미니스트 작가 주디 시카고의 협업

 

디올 역대 디자이너들의 섹션, 베르사이유 궁전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 빨주노초파남보의 컬러라마(Colorama) 섹션에서 직물을 강조한 올 화이트의 세계가 나타난다. 그리고, 이브닝 가운을 모은 보자르 코트의 'A Ball in the Enchanted Garden' 섹션은 비디오와 조명으로 현란하게 펼쳐진다. 마지막  'Stars in Dior' 섹션은 디올 가운/수트를 입은 스타들의 의상과 비디오를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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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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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디올의 광고 모델로는 제니퍼 로렌스, 마리온 코티야르, 샬리즈 테론 등 디올 모델을 비롯, 나탈리 포트만, 니콜 키드만, 올 9월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BLAKPINK)의 지수(JISOO)가 디올의 글로벌 대사로 임명됐다. 

 

전시의 출구엔 단 10년간 디자이너로 살다간 크리스찬 디올의 초상화가 걸려있다. 마릴린 먼로 픽셀 모자이크로 제작된 크리스찬 디올이다. 김동유 목원대 교수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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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yoo Kim, Esprit Dior, 2015.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I have designed flower women."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1905-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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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그랑빌의 비료사업 가문에서  태어난 크리스찬 디올은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 어머니 마를렌느는 벨 에포크 시대의 우아한 여성으로 꽃, 깃털 등 액세서리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다녔다. 디올은 어릴 적부터 정원 가꾸기를 좋아했다. 5살 때 가족과 파리로 이주해 École des Sciences Politiques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부모는 그가 외교관이 되기를 기대했지만, 디올의 흥미는 건축과 미술이었다. 디올은 패션 스케치를 그려 팔곤했다. 1928년 아버지에게 돈을 빌려 작은 갤러리를 열고 친구와 함께 피카소, 브라크, 막스 자콥 등의 그림을 거래했다. 그러나, 1930년  대공황이 닥치면서 아버지 사업이 파산하고, 이듬해엔 어머니와 형 마저 세상을 떠난다.  

 

디올은 파리에서 시인 장 콕토 등 보헤미안들과 어울렸다. 1937년 디올은 패션 디자이너 로베르 피게르(Robert Piguet)에 취직해 컬렉션 3점을 디자인할 기회를 얻었으며, 이 시절 피에르 발망(Pierre Balmaain)과도 함께 일했다. 디올은 피게로부터 심플한 디자인과 우아함의 진수에 대해 배웠다. 1942년 군복무를 마친 후 루시앙 를롱(Lucien Lelong)에서 발망과 메인 디자이너로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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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년 12월 41세의 디올은 프랑스 최고 부자로 알려진 섬유회사 거물 마르셀 부싹(Marcel Boussac)의 투자로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하우스 La Maison Christian Dior를 설립했다.  1947년 2월 꽃에서 영감을 받은 첫 컬렉션 코롤(Corolle, 화관/꽃부리)을 발표한 후 'NEW LOOK'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실루엣의 거장' '패션계의 왕(King of Fashion)'으로 부상한다. 이후 10년간 사망할 때까지 15개국에 부티크를 오픈, 2천여명을 고용하는 디올 제국을 건설한다. 한 패션모델의 회고에 따르면, 디올은 모델의 미모보다 매력을 찾았으며, 모든 사이즈의 모델을 기용했다. 또한, 모델들의 오버타임 수당을 유일한 패션업체였다.

 

1955년 디올은 19세의 이브 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을 조수로 채용하고, 후계자로 임명했다. 이듬해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종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1957년 이탈리아 몬테카티니에서 휴가 중 카드게임을 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1997년 그의 그랑빌 고향집에 뮤지엄(Musée Christian Dior)이 오픈했다. http://www.musee-dior-granvil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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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

 

같은 음식도 어떻게 식탁에 내놓느냐에 따라 달라 보이듯이 크리스찬 디올 회고전도 파리, 런던, 뉴욕 뮤지엄이 다르다. 파리 장식미술관의 오리지널 크리스찬 디올 전시엔 300여점이 선보였고,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알버트 뮤지엄에서는 영국 왕실 마거렛 공주, 다이애나비와 디오르 및 영국 출신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강조됐다. 한편, 유대인 인구가 많은 뉴욕의 브루클린뮤지엄은 뉴욕의 디올에서 시작, 존 갈리아노를 따로 조명하지 않으며, 피날레에서는 할리우드 스타와 디올 섹션을 마련했다.   

 

*Inside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Exhibition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YouTube>

https://youtu.be/Nrdnvk_uZTo

 

이 전시는 시간의 여유를 갖고 꼼꼼히 볼 필요가 있다. 망원경을 지참하는 것도 좋다. 브루클린뮤지엄 입장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카드와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특별전은 $25이며, 시간제 예약은 필수다. 

 

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Brooklyn Museum(200 Eastern Parkway, Brooklyn)

https://www.brooklyn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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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11.09 18:11
    와~황홀합니다. 크리스찬 디올의 70주년 회고전을 사진으로 한정된 작품만 봤지만 디자인과 색채의 화사함에 dazzle됐습니다. Black and white의 작품이 그의 손에 의해서 가장 회려하게 돋보이는 걸 느꼈습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의 사후에도 전세계에서 그의 명성이 계속 빛나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