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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불의 남자' 오로스코와 폴락은 닮은 꼴

잭슨 폴락의 스승 <1>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José Clemente Orozco)


2012년 폴락-크래스너 하우스 오로스코 & 폴락 2인전 'Men of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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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 폴락이 페기 구겐하임을 위해 그린 벽화(Mural, 1943)'과 2012년 폴락-크래스너 하우스에서 열린 폴락과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의 2인전 'Men of Fire: José Clemente Orozco and Jackson Pollock'.



"그 벽화(Mural)를 보고...나는 잭슨이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화가라는 것을 알았다."

-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


잭슨 폴락(Jackson Pollock, 1912-1956)의 전기 영화 '폴락(Pollock, 2000)'에서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에드 해리스는 "젠장, 피카소가 모든 걸 다 해버렸어!"라고 소리 지른다. 20세기 미국의 위대한 화가 잭슨 폴락은 어떻게 액션 페인팅을 발견했을까? 힌트는? 멕시코 화가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지금은 코로나19으로 휴관 중인 휘트니뮤지엄의 특별전 '비다 아메리카나(Vida Americana: Mexican Muralist Remake American Art, 1925-1945, 2/17-5/17)'는 디에고 리베라,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등 멕시코 3대 거장 벽화가(Los Tres Grandes)들이 잭슨 폴락을 비롯, 그의 스승 토마스 하트 벤튼, 제이콥 로렌스, 이사무 노구치, 필립 거스톤 등 미국 작가들에게 준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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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é Clemente Orozco, Zapatistas, 1931. The Museum of Modern Art. Vida Americana : Mexican Muralists Remake American Art, 1925–1945,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미국의 추상표현주의를 주도한 잭슨 폴락은 멕시코의 두 거장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폴락은 멕시코 벽화가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José Clemente Orozco, 1883-1949)와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David Alfaro Siqueiros, 1896-1974)의 영향을 받았다. 오로스코는 1930년대 후반의 초기작에 영감을 주었으며, 1947년 이후 등장한 드리핑(dripping)의 액션 페인팅은 시케이로스 워크숍에서 배운 경험에서 착안했다. 



# 토마스 하트 벤튼 Thomas Hart Be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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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락의 스승 토마스 하트 벤튼이 뉴스쿨을 위해 그린 10개 패널 벽화 'America Today'(1934)에서 철강공장 노동자(오른쪽 흰 러닝셔츠) 모델은 폴락이었다. 이 벽화는 2014년 메트로폴리탄뮤지엄에 기증됐다.


1912년 와이오밍주에서 5남 중 막내로 태어난 잭슨 폴락은 LA의 고등학교 두곳을 중퇴했다. 1930년 18세의 폴락은 화가 지망생이던 형 찰스 폴락을 따라 뉴욕으로 왔다. 


잭슨과 찰스는 아트스튜던트리그(Art Students League of New York)에서 토마스 벤튼 하트에게 배웠다. 폴락은 벤튼의 아들 베이비시터로 돌보기도 했다. 벤튼은 이즈음 뉴스쿨(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의 위임을 받아 조셉 어반이 설계한 그리니치빌리지 새 건물의 이사회룸에 장식할 벽화를 그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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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Hart Benton, American Historical Epic series, 1924–27. Lucas Museum of Narrative Art, Los Angeles. Vida Americana : Mexican Muralists Remake American Art, 1925–1945,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놀랍게도 토마스 하트 벤튼은 벽화 작업료를 받지 않았으며, 그림에 사용할 계란만 제공받아 노른자를 에그 템페라 페인트 작업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벽화가 1920년대 미국의 개발 모습을 그린 10개 패널의 파노라마 '아메리카 투데이(America Today, 1930-31)'이며, 잭슨 폴락은 철강공장 노동자 모델이 됐다. '아메리카 투데이'는 2014년 메트로폴리탄뮤지엄으로 들어갔다.  

 

폴락은 전원 풍경을 즐겨 그렸던 지역주의 화가 토마스 하트 벤튼으로부터 주제면에서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물감의 리드미컬한 사용에는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 José Clemente Oroz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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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é Clemente Orozco, Reproduction of Prometheus, 1930. Pomona College, Claremont, California


1930년 여름 뉴욕으로 오기 전, 폴락은 캘리포니아 클레몬트의 포모나대학교(Pomona College) 다이닝룸에 있는 호세 클레멘테 오로스코의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1930)'를 보러갔다. 제우스의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를 묘사한 프레스코화다. 오로즈코는 1930년 2개월 동안 이 대학 기숙사에 기거하면서 벽화를 완성했다. 불과 컬러는 오로즈코의 미학이었고, 그는 '불의 남자(Men of Fire)'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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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é Clemente Orozco, The Struggle of the Orient, 1931 (Top)/ The Table of Universal Brotherhood, 1931. 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뉴욕에 온 폴락이 토마스 하트 벤튼에게 배우던 1931년 벤튼은 뉴스쿨의 벽화 '아메리카 투데이'를 그리던 중이었다. 오로즈코도 같은 빌딩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폴락은 오로스코가 동양과 서양의 정치사회적 투쟁을 담은 벽화를 그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금 뉴스쿨의 오로스코룸에 걸려있는 '동양의 투쟁'과 '세계 형제애의 테이블'이다. 


신화에 관심이 많았던 오로스코는 1930년대 대공황의 불안감과 유럽에서 파시즘의 부상을 묘사했다. 오로스코는 조수와 47일간 과학, 노동, 예술을 소개한 벽화을 비롯, 새날 노동자들의 귀향, 동양의 투쟁, 서양의 투쟁, 세계 형제애의 테이블이라는 5개의 주제로 그렸다. 간디 뿐만 아니라 레닌과 스탈린도 등장해 공개 후에는 논란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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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 scenes from the Epic of American Civilization murals by Mexican artist José Clemente Orozco: "Anglo-America," "Hispano-America," and "Gods of the Modern World." Photo courtesy of the National Historic Landmarks Program


오로스코는 또한  다트머스대학교(Dartmouth College)의 위임으로 도서관에 '미국 문명의 서사(The Epic of American Civilization, 1934)'를 그렸다. 폴락은 1936년 화가인 친구 필립 거스톤(Phillip Guston)과 오로스코의 벽화를 보려고 뉴잉글랜드 하노버를 찾아갔다. 


1930년대 잭슨 폴락의 회화는 자신보다 30년 가까이 연상이었던 오로스코의 영향으로 불을 모티프로 한 역동적인 형태를 묘사하게 된다. 1938년 폴락은 알콜중독으로 입원한 후 칼 융 학파의 심리치료를 받는다. 이후 멕시코 벽화가들이 묘사한 사회주의 혁명의 이상을 거부하고, 초현실주의의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심리적 자율주의로 전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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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é Clemente Orozco, Christ Destroying His Cross, 1943(left)/ Jackson Pollock, Untitled (Naked Man with Knife), c. 1938–40. Vida Americana : Mexican Muralists Remake American Art, 1925–1945,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 페기 구겐하임을 위한 벽화(M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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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Mural' 앞에서 페기 구겐하임과 잭슨 폴락. 폴락은 'Mural'을 설치한 후 술에 취해 벽난로에 소변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폴락-크래스너 하우스에 전시된 사진. 


폴락은 1938년부터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의 일환인 공공미술사업국(WPA, Works Progress Administration)의 연방미술 프로젝트(Federal Art Project)에 참가했다. 화가들에게 도로, 빌딩 등 건설공사의 벽화 그리는 일자리를 정책적으로 마련한 것이었다. 폴락은 주당 20시간에 24달러 86센트를 받으며 4년간 일했다. 화가 윌렘 드 쿠닝, 마크 로스코, 필립 거스톤도 WPA 프로젝트에 가담해서 생활비를 벌었다. 


1943년 1월 WPA 작업을 끝낸 폴락은 구겐하임뮤지엄의 전신인 비구상미술관(Museum of Non-Objective Art)의 수위 겸 수리공으로 취업했다. 이 미술관의 창립자인 페기 구겐하임(Peggy Guggenheim)의 비서 하워드 푸첼은 어느 날 폴락의 그림을 본 후 구겐하임에게 소개한다. 


아트 컬렉터였던 페기 구겐하임은 1943년 7월 잭슨 폴락에게 벽화를 위임했다. 처음엔 벽에 직접 그릴 것을 염두에 두었지만, 친구였던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미래를 위해 이동할 수 있는 캔버스로 추천함에 따라 벨기에 산 리넨 캔바스를 구입해 폴락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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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é Clemente Orozco, Landscape of Peaks, 1943 (Top)/ #9207 Jackson Pollock, The Flame, 1934–38. Vida Americana : Mexican Muralists Remake American Art, 1925–1945,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얼굴, 새, 숫자, 철자 등 각종 형상이 담긴 8ft x 20ft 크기의 '벽화(Mural, 1943)'는 활화산처럼 에너지가 넘치고, 색채와 형상은 리듬감으로 풍부했다. 당시의 파워 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그 벽화(Mural)를 보고...나는 잭슨이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화가라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 그림은 페기 구겐하임의 타운하우스에 걸렸다가 1951년 아이오아대학교로 기부됐다.  


이스트햄턴의 폴락-크래스너 하우스&스터디센터(Pollock-Krasner House and Study Center)에선 2012년 오로스코와 폴락의 연관성을 탐구한 특별전 'Men of Fire: José Clemente Orozco and Jackson Pollock'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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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da Americana : Mexican Muralists Remake American Art, 1925–1945,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99 Gansevoort Street, New York
개관 시간: 일, 월, 수, 목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금, 토요일 오전 10시 30분-오후 10시, *화요일 휴관 
입장료: $25(성인) $18(노인/학생) 무료(18세 이하), *맘대로 내세요(금요일 오후 7-10시) http://whitney.org


delfini2-small.jpg *미국 작가 발굴하는 휘트니뮤지엄 가이드

*멕시코 거장들 휘트니뮤지엄 특별전 'Vida Americana'(2/17-5/17)

*잭슨 폴락 <1> 천재화가와 두 여인

*천재화가와 두 여인 <2> '잭슨 폴락의 구원자' 리 크래스너 

*천재화가와 두 여인 <3> '뉴욕화단의 팜므 파탈' 루스 클리그만 

*천재화가와 두 여인 <4> 폴락-크래스너 하우스 

*잭슨 폴락은 어떻게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화가가 되었나

*잭슨 폴락 스승 토마스 하트 벤튼 벽화 'America Today' 메트뮤지엄으로, 2014

*미술중독, 섹스중독...페기 구겐하임 다큐 개봉

*NYCB Gallery <135> 잭슨 폴락의 진화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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