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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누구이며, 어디에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나?

알재단 창립 15주년 기념 수상작가 22인전 

10월 10일-12월 14일@뉴욕한국문화원 갤러리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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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 Hwa Goh, Asymmetrical Floristry, 2017(left)/ Ran Hwang, Another Freedom OW, 2015


엘 그레코와 파블로 피카소는 이민자, 아웃사이더였다.

그리스 크레타섬에서 태어난 엘 그레코(El Greco)의 본명은 도미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 베니스에서 티치아노를 사사했고, 스페인 톨레도에 정착했다. 이민자였던 그는 '그리스 남자'라는 뜻의 '엘 그레코'라는 별명으로 살았고, 미술사에도 그 이름으로 남았다. 스페인 출신 파블로 피카소는 프랑스어를 한마디도 모른 채 18세에 파리 땅을 처음 밟은 후 루브르뮤지엄을 드나들고, 파리의 보헤미안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스폰지처럼 흡수했다. 엘 그레코, 벨라스케즈에서 세잔, 마네, 드가, 로트렉, 고흐, 고갱, 그리고 아프리카 미술까지 포용하며, 자신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변주해가며 20세기 최고의 미술가로 기록됐다.


한편, 파리에서 태어난 루이스 부르주아(Louise Bourgeois)는 1938년 미국인 사학자와 결혼 후 뉴욕으로 왔다.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미국 대표 작가로 선정된 부르주아는 2010년 맨해튼에서 세상을 떠났다. 일본 작가 야요이 쿠사마(Yayoi Kusama)는 조지아 오키프의 추천서를 받아 1957년 뉴욕에 왔다.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 퍼포먼스로 종회무진 활동하다가 1973년 모국으로 돌아갔고, 지금은 도쿄 정신병원에서 작업하고 있다. 북경 출신 아이 웨이웨이(Ai Weiwei)도 뉴욕을 거쳤다. 1981년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정착, 유태인 델리에서 일하며 파슨스와 아트스튜던트리그를 다녔다. 그는 12년간 뉴욕생활 후 고향으로 돌아가 실험그룹 '베이징 이스트빌리지'를 설립했고, 이후 글로벌 파워 아티스트로 부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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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ook Lee, Beginning of Relationship, 2015 (left)/ Jiyoun Lee-Lodge, Voices, 2011


뉴욕의 한인 미술가들은 어떻게 '현대미술의 메카'에서 이민자로서 정체성을 찾아가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왔을까? 뉴욕의 아웃사이더, 타자(others)로서 그들은 미술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는 컨템포러리 아트의 링에 도전해왔나? 그들은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한인미술가들(Korean-American Artists)로서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그들은 누구이며, 어디에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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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e Rhee, Swan 4, 2007 (left)/ Jang Soon Im, Objects(whitewashed), 2017


뉴욕한국문화원(Korean Cultural Center of New York)의 갤러리 코리아(Gallery Korea, 큐레이터 조희성)에서 10월 10일부터 12월 14일까지 열리는 '포스트모더니즘과 미학: 충돌 혹은 선회(Postmodernism and Aesthetics: Collide or Steer)'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한인 작가들의 진화과정을 가늠해볼 수 있는 전시다. 신인 미술가를 지원하는 알재단(AHL Foundation, 대표 이숙녀)이 창립 15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 전시는 알재단의 현대미술 공모전 역대 수상작가 총 63인 중 22인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참가작가 이미래(kate-hers RHEE), 홍범, 장홍선, 우주연, 조희정, 고태화, 임장순, 이재이, 황란, Kira Nam Greene, 유상미, 안성민, 최성호, John SH Lee, 고상우, Yaloo(임지연), 이자운, 김정S, 이은숙, Jiyoun Lee-Lodge, 이가경, 김연진씨는 1990년대 유학이나 이민으로 미국으로 이주한 후 뉴욕에 정착해 활동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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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g Ho Choi, WXYZ, 2018 (left)/ Trophy, 2017


전시 큐레이터 변경희 뉴욕주립대학(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을 테마로 국지성과 세계성(local/global), 차용성과 창의성(appropriation/originality), 가상성과 실제성(simulacra/real), 개인성과 보편성(personal/universal), 진부함과 전위성(banal/avant-garde)을 병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관람객은 현학적인 카테고리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을 비운 채 눈길을 끄는 작품에서 들려나오는 작가들의 외침과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보기에 흥미로운 전시다. 



포스트모더니즘과 미학: 충돌 혹은 선회(Postmodernism and Aesthetics: Collide or Steer


알재단 15주년 수상작가 22인의 '외침과 속삭임(Cries & Whispers)'

뉴욕한국문화원 갤러리코리아(10/1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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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e-hers RHEE, Heterogenous Infiltration for a Sogo, 2018 (from left)/ Heejung Cho, Brick Wall, 2017/Joo Yeon Woo, Gyopo Portraits, 2018


심리학에서 '타불라 라사(Tabula Rasa)'는 인간이 '깨끗한 석판'처럼 빈 백지 상태로 태어나 지각활동과 경험으로 지성과 감성이 형성된다는 이론이다. 우주연의 '교포 초상화' 세점은 흰 바탕에 엠보싱으로 그린 인물화다. 이국땅에서 새로운 삶을 일구어야하는 우리 이민자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우리들은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하얀 엠보씽화 속의 풀잎처럼, 꽃들처럼 목소리가 나약하며, 힘이 없지만 스스로의 정체성을 그려나가고 있지 않는가. 


조희정의 '벽돌 벽'은 낡았지만, 완벽하게 싱크로된 판화 작품과 아직 건축 중인 벽돌벽을 병치시킴으로써 과거와 현재, 이상과 실체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이중언어, 2개의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 내면의 불협화음은 일상이 되었다. 


이미래(kate-hers RHEE)의 '소고(小鼓)의 외래침투'는 펠트 뜨개질로 꽁꽁 감싸인 작은 북이다. 작가의 어린시절, 혹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비유한 소고와 이질 문화의 메타포로서 펠트(독일?)는 타국에 뿌리 내리고 살고 있는 디아스포라( Diaspora)의 초상이자 운명일까? 이 작품은 독일 작가 조셉 보이스(Joseph Beuys)의 펠트로 피아노를 감싼 작품 'Homogeneous Infiltration for Piano'(1966)의 오마쥬인듯 하다. 펠트에 싸인 소고와 피아노는 제 소리를 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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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 S KIM, Circle III: Go and Stop, 2017(from left)/ Kira Nam Greene, Nebraska Suite No. 1 half a Fig,  2014 & Spam, Spam, Egg, Spam, Rice and Spam, 2016/ Seongmin Ahn, Aphrodisiac 5, 6, 2016


한지에 먹으로 민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온 안성민은 이민 작가로서 존재의 무거움을 탈피하고, 자유스러움 속에서 창작의 즐거움을 찾는듯 하다. '최음제'는 국수 사발 속에서 동양화의 모티프를 발견하는 재치를 담고 있다.  


키라 남 그린은  컬러풀하고 역동적인 꽃 패턴을 배경으로 일상의 음식을 등장시킨다. 유기농 채소(피그)던 통조림(스팸)이던간에 우리는 생존을 위해 매일 음식을 소비하면서 산다. 키라 남 그린은 부엌노동과 공예(art & craft)로 평가절하됐던 여성미술을 자신의 캔버스에 발랄하고, 유머있게 복귀시키며 팝아트와 페미니스트 작가 주디 시카고(Judy Chicago)의 '디너 파티(Dinner Party, 1979)'를 패러디한 것처럼 보인다. 


사진작가 정 S. 김은 한국인의 국민 놀이 '화투'를 모티프로 이미지를 재구성한다. 고스톱 놀이는 정 S. 김에 의해 Go and Stop으로 해체되고, 화투 프레임 속엔 한 여성의 분절된 신체가 등장하며 이미지를 교란시키는 대신 화투보다 낯설은 환상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 신체의 일부들이 작가의 자화상 탐구의 메타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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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 Woo Koh, Paint Over Me I will Still Be Here, 2018 (from left)/ Zaun Lee, Under Construction collage, 2016/ John SH Lee, Game of Throwing Self Against the Wall, 2014-2016


존 SH 리(John SH Lee)의 작품 'Game of Throwing Self Against the Wall'은 수트 한벌과 2채널 비디오가 한 세트다. 조셉 보이스(Joseph Beuys)의 펠트 수트(Felt Suit, 1970)에 대한 오마쥬인듯한 물감 투성이의 수트와 그 옆의 비디오는 작가가 대낮 체이스맨해튼 은행 앞에서 이 수트를 입고 반복해서 벽에 달려들고 있다. 뉴욕이라는 비정한 도시에서 그의 자학적인 행위를 촬영하는 이, 다가와서 걱정하듯 물어보는 이, 무심한 이들까지 다양하다. 당신은 어디에 속하나? 다음 비디오에서는 퍼포먼스 작가와 행인, 구급요원(EMS)과의 대화를 들려준다. 첫 비디오가 Why?를 불러일으킨다면, 두번째 비디오는 Because로 답한다. 작가는 조셉 보이스 스타일의 푸닥거리(Exorcism) 퍼포먼스로 몸, 정체성, 시민의식의 의미를 탐구한다. 


회화라는 시각예술은 냉동된 무성영화의 한 장면같다. 네거티브 반전기법으로 여인을 컬러풀하고, 몽환적으로 그려온 탐미주의 사진작가 고상우는 최근 자신의 몸을 등장시키며 텍스트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마치 힙합음악이 메시지로 우리 시대 부조리를 비판하는 것처럼. 텍스트로 고상우의 작품은 컬러, 유성영화(talkie)처럼 된 셈이다. 작가는 자신의 모습 위로 "내 위에 칠하세요.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을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로 관람객에게 말을 걸며 소통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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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e Rhee, Swan 4, 2007, digital C-print


이재이(Jaye Rhee)의 사진작품 '백조'는 대중탕의 타일 벽에 그려진 호수의 백조 벽화 아래서 흰 헤어타월을 백조처럼 감싼 여인/작가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일상에서 우리가 동경하는 이미지의 '백조의 호수'와 목욕탕의 여인은 도치되어 마치 백조들이 백조를 닮으려는 여인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는듯 하다. 자연을 모방하는 인간의 욕망, 이미지와 현실의 갭이 유머러스하게 포착된다. 뒤집어서 비트는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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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i Hwa Goh, Asymmetrical Floristry, 2017(left)/ Ran Hwang, Another Freedom OW, 2015


단추, 실, 핀 등 패션 소재를 캔버스에 옮긴 황란의 '또 다른 자유'는 핀과 실로 직조된 커다란 나무 새다. 촘촘하게 박힌 핀들과 핏줄처럼 얽힌 실은 가시나무새(Thorn Bird)의 전설을 연상시킨다. 알에서 깨어난 새는 둥지를 떠나는 순간부터 가시나무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 가슴을 찔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다 최후를 마친다. 


예술가들의 운명이란 가시나무새처럼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지속적으로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디아스포라 한인작가들에게 '알'을 깨고 나와 훨훨 날 수 있는 새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해온 알재단(AHL Foundation)이 앞으로 어떤 한인작가들을 발굴할지 기대된다. 


001.jpg 전시 오프닝 리셉션에서, 사진: 알재단


AHL Visual Art Competition Winners

2004 & 2005

Hyun Jean Lee/ Ran Hwang/ Jeong Han Kim/ Jung Su Han/ Seok Hee Jung/ Sung Ho Choi/Jaye Rhee/ Aegi Park

2006 & 2007

Kyungwoo Han/ Haegeen Kim/ Shin Il Kim/ Sang Woo Koh/ Dooeol Lee/ Jia Lim/ Sukwon Shin/ Haeri Yoo

2008 

Jane Jin Kaisen/ Eun Hyung Kim/ Zaun Lee/ Jong Il Ma

2009 

Jinkee Choi/ Jarrett Min Davis/ Yeon Jin Kim/ Jeonghyun Lee/ Kakyoung Lee/ Jaye Moon

2010 

Ji Eun Kim/ Eunjung Hwang/ Heejung Cho/ Keosang Yoo/ Ha Lee

2011 

Sung Rok Choi/ Jee Young Lee/ Sandra Eula Lee/ Seung-Wook Sim/ Jiyoun Lee-Lodge/ Jonggeon Lee/ Kiseok Kim

2012 

Hong Seon Jan/ Jung Sun Kim/ Seung Jae Kim/ Grace Kim

2013 

Seongmin Ahn/ Inmi Lee/ Youngmi Song/ Jang Soon Im

2014 

kate-hers RHEE/ John Seung-Hwan Lee/ Yusam Sung/ Sang-Mi Yoo

2015 

Eunsook Lee/ Buhm Hong/ Yoosamu/ Heelim Hwang

2016 

Yaloo (Ji Yeon Lim)/ Kira Nam Greene/ Soi Park

2017 

Tai Hwa Goh/ Xavier Cha/ Joo Yeon Woo

2018 

Valery Jung Estabrook/ Hyunjung Rhee/ Myung Gyun You

http://www.ahlfoundation.org



포스트모더니즘과 미학: 충돌 혹은 선회 

전시기간: 10월 10일-12월 14일

장소: 갤러리 코리아(460 Park Avenue 6th Fl.) 

https://www.koreanculture.org/gallery-korea/2018/10/10/postmodernism-and-aesthetics-collide-or-steer



000.jpg *NYCB Gallery: 알재단 15주년 수상작가 22인전@뉴욕한국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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