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t



티치아노의 '포에지': 여성, 신화와 권력

TITIAN: WOMEN, MYTH & POWER

 

August 12, 2021 - January 2, 2022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Boston

 

000001.jpg

Titian: Women, Myth & Power,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보스턴의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에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 티치아노 베첼리오(Tiziano Vecellio, 1488-90?-1576/ 영어로 티션 Titian)의 포에지(poésie, 그림으로 그린 시) 회화 6점이 랑데부했다.

 

티치아노는 신성로마제국 황제이자 스페인 국왕 카를 5세로부터 기사와 백작 작위를 받고 궁정화가로 임명됐으며, 베니스 학파를 형성해 전 유럽에 영향을 주었다. 그는 동시대 '별 가운데 있는 태양(The Sun Amidst Small Stars)'으로 불리울 정도로 베니스에서 역사상 가장 성공한 화가였다. 생애 초상화, 풍경화 및 신화와 종교를 소재로 한 회화 640여점을 제작한 후 1576년(86-88세로 추정) 페스트로 숨을 거두었다. 피터 폴 루벤스, 디에고 벨라스케즈, 외젠 들라크루와 등이 티치아노의 영향을 받았다.    

 

 

IMG_9352.jpg

Titian: Women, Myth & Power,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티치아노는 60세가 넘어선 즈음 후원자였던 신성로마제국 황제이자 스페인왕인 카를 5세를 통해 21세의 왕자 필립공을 만났다. 그는 필립 2세(1556-1598)로 왕위에 올라 티치아노가 사망할 때까지 26년간(1550-1576)후원했다. 완벽주의자였던 티치아노는 작업실에 그림을 10년간 보관했다가 다시 수정하곤 했으며, 자신의 초기 작품을 베낀 제자들의 그림을 완성하기도 했다. 때문에 그의 티치아노의 위조작품이 성행했다.

 

티치아노는 1551년부터 1562년 사이 필립 2세를 위해 '포에지' 시리즈를 그렸다. 고대 로마시인 오비디우스(Ovid, BC43-AD17)의 서사시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학자들은 티치아노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해왔다. 티치아노의 '포에지' 시리즈는 총 6점으로 필립 2세의 왕궁에 걸렸다가 세월이 흘러 후계자들이 선물로 주어 4점은 영국으로 갔고, 2점만 스페인에 남겨졌다.

 

1896년 보스턴의 아트 컬렉터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Isabella Stewart Gardner, 1840-1924)가 구매했다. 당시 10만 달러(현 싯가 320만 달러)를 지불해 당시 미국에서 가장 비싼 그림으로 광고됐다. 이렇게 마드리드, 런던, 스코틀랜드, 보스턴에 흩어졌던 '포에지' 6점이 500여년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IMG_9364.jpg

Totian, Diana and Acteon(detail), 1556-9, The National Gallery, London and National Gallery of Scotland, Edinburgh 

 

티치아노 포에지 시리즈 특별전은 런던 내셔널갤러리(The National Gallery, London, 2020/3/16-2021/1/17)에서 시작, 마드리드 프라도 뮤지엄(Museo Nacional del Prado, Madrid, 2021/3/2-7/4)을 거쳐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2021/8/12-2022/1/2)로 이어지는 순회전이다.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티치아노: 사랑, 욕망, 죽음(Titian: Love, Desire, Death)'에선 '포에지' 시리즈 제 7의 미완성 작품 '악태온의 죽음(The Death of Actaeon)'까지 7점이 소개됐다. 프라도뮤지엄에서 전시 타이틀은 '신화적 열정(Mythological Passions)'로 티치아노 외에도 베로네즈, 루벤스, 리베라, 푸생, 반 다이크, 벨라스케즈 등 총 29점이 전시됐다.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에서는 전시 제목이 '티치아노: 여성, 신화, 권력(Titian: Women, Myth, Power)'으로 6점이 전시 중이다. 

 

 

IMG_9365.jpg

Titian, Diana and Callisto(detail), 1556-9, The National Gallery, London and National Gallery of Scotland, Edinburgh

 

추상표현주의 화가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은 "육체야말로 유채물감이 발명된 이유다"라고 말했다. 유채물감은 이전 프레스코와 종교화에 사용됐던 달걀 템페라 물감보다 인간 피부의 반투명한 색상을 재현할 수 있었다. 피부 뿐만 아니라 비단, 모피 등 직물과 과일, 꽃, 금과 은, 빛까지 생생하게 표현이 가능했다. 티치아노는 유화의 마스터였다. 티치아노의 회화에서 육체의 살결은 촉감이 느껴질 정도로 리얼하며, 500년 후에도 붉은색과 청색의 선명하다.

 

그리스 신화와 오비디우스 시를 바탕으로 한 티치아노의 에로틱한 '포에지' 시리즈는 사랑, 유혹, 관음증, 노출증, 열망, 분노, 공포, 복수, 경악, 예언, 변신, 권력, 폭력, 죽음까지 다루고 있다. 지금 난봉꾼 제우스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MeToo 시대에 티치아노의 회화는 어떻게 수용될까? 오늘날 도덕성의 잣대로 르네상스 회화를 감상할 것인가? 그렇다면, 여주인공을 팜므 파탈로 그리고, 죽음으로 끝맺는 대부분의 오페라도 다시 쓰여져야할 것이다. 그림은 그 시대의 산물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 필립 2세의 궁전을 상상하며 감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1 다나에: 탑에 갖힌 공주, 황금비 변신 제우스에게 겁탈

 

IMG_9319.jpg

Titian, Danaë, 1551-3, The Wellington Collection, Apsley House, London 

 

다나에는 아르고스 왕 아크리시오스와 에우리디케 사이의 딸이다. 아크리시오스 왕은 대를 이을 왕자가 없어 신탁을 구하던 중 딸 다나에의 아들(외손자)에 의해 죽음을 당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청동탑을 만들어 딸을 가둔다. 하지만, 다나에를 연모한 제우스(주피터)가 황금비로 변신해 지붕 틈새로 들어가 다나에와 관계를 맺어 임신, 페르세우스를 낳았다. (페르세우스는 훗날 메두사의 머리를 자르고 안드로메다와 결혼한다.) 아크리시오스 왕은 딸과 외손자를 궤짝에 넣아 바다에 던져버렸다. 이들은 바닷물을 타고 흘러흘러 떠돌다가 세리포스섬의 왕 폴리덱테스에 구조되어 궁전에서 산다. 어느날 장성한 페르세우스는 원반 던지기를 하던 중 거센 바람으로 원반이 날아가 어느 관중이 맞아 죽었다. 죽은 자는 그를 두려워하던 외할아버지 아크리시우스였다. 

 

티치아노는 제우스가 황금비로 변신해 다나에의 방에 들어오는 장면을 그리고 있었다. 어느날 르네상스 화가이자 비평가 조지오 바사리(1511-1574)가 미켈란젤로(1475-1564)와 함께 티치아노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미켈란젤로는 "나는 그의 스타일과 색채를 좋아한다. 하지만, 베니스에서 드로잉을 더 잘 배우지 못한 것이 큰 유감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그림을 그리기 전 티치아노는 알레산드로 파르네제 추기경을 위해 '다나에'를 그렸는데, 노파 노예 대신 큐피드가 등장한다. '다나에'는 러시아 에르미타지 뮤지엄(생페테르부르크)을 비롯, 마드리드, 비엔나, 시카고 버전도 전해진다. 이 회화는 렘브란트 반 다이크, 구스타프 클림트 등에게 영향을 끼쳤다. 

 

 

#2 비너스와 아도니스: 비극적인 사랑의 최후

 

IMG_9320.jpg

Titian, Venus and Adonis(Prado type), 1553-4, Museo Nacional del Prado, Madrid

 

비너스는 어느날 실수로 아들 에로스의 활에 찔린 후 미남 사냥꾼 아도니스와 사랑에 빠진다. 아도니스는 사이프러스왕 키니라스와 미라 사이 근친상간으로 태어났다. 미라는 나무로 변하고, 아도니스는 나무 껍질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와 '지하세계의 여신' 페르세포네에 의해 길러진다. 아도니스는 고아였다. 비너스는 사냥을 가겠다는 아도니스에게 키스를 퍼부으며 "가지 말라" 필사적으로 말리지만, 아도니스는 사냥개를 끌고 갔다가 멧돼지의 공격으로 숨을 거둔다.

 

비너스는 하늘의 전차에서 아도니스의 외침 소리를 들었지만, 그를 구할 수 없었다. 아도니스의 피 위에 뚝뚝 비너스의 눈물이 떨어지자 붉은 꽃이 피어난다. 꽃은 바람이 불자 금새 시들어버렸다. 이 꽃이 아네모네(바람의 꽃)'이라 불리게 되었다. 티치아노의 '비너스와 아도니스'는 워크숍 조수들과 다른 화가들의 작품까지 약 30개의 버전이 존재한다. 셰익스피어가 장편 서사시 '비너스와 아도니스'를 썼다. 

 

 

#3 다이애나와 악테온: 관음주의자에 대한 처벌

 

004.jpg

Titian, Diana and Acteon, 1556-9, The National Gallery, London and National Gallery of Scotland, Edinburgh

 

사냥꾼 악테온은 사냥과 달의 여신 다이애나가 숲속에서 요정들에 둘러 싸여 목욕하는 모습을 훔쳐본다. 이에 다이애나는 자신의 나체를 본 악테온을 사슴으로 변하게 만들어 복수한다. 도망치던 악테온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사슴이 된 것을 알게된다. 사냥개들은 사슴으로 변한 악테온을 물어 뜯어 죽인다. 

 

영국 화가 루시안 프로이드(Lucian Freud, 1922-2011)는 티치아노의 '다이애나와 악테온' '다이애나와 카스틸토'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아그리파 바가노바 안무, 리카르도 드리고의 발레 작품으로도 공연되고 있다. 

 

 

#4 다이애나와 칼리스토: 제우스, 요정 칼리스토 성폭행

 

IMG_9334.JPG

Titian, Diana and Callisto, 1556-9, The National Gallery, London and National Gallery of Scotland, Edinburgh

 

'신들의 왕' 제우스는 미모의 요정 칼리스토(그리스어로 '가장 아름다운')를 유혹해 임신시킨다. 칼리스토는 원래 다이애나(아르테미스)를 섬겨 처녀로 남기를 맹세했덨다. 칼리스토는 이 사실을 숨긴 채 다이애나 여신, 요정들과 목욕하다가 임신이 탄로나 추방당한다. 칼리스토는 동굴 안에서 아기(아르카스)를 출산하지만, 제우스 부인 헤라의 질투로 곰으로 변한다.

 

농부가 키운  아르카스는 성인이 되어 사냥하다가 곰이 된 어머니를 만났다. 칼리스토는 아들을 반겼지만, 아르카스는 화살로 곰을 죽이려했다. 순간 제우스가 모자를 별자리로 만든다. 이들은 하늘의 큰 곰자리와 작은곰 자리가 되었다.  

 

 

#5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 신을 격노시킨 자만심

 

003.jpg

Titian, Perseus and Andromeda, 1554-6, The Wallace Collection, London

 

페니키아 왕국(현 이디오피아) 여왕 카시오페아는 자만과 허영심이 강했다. 어느날 카시아페아는 딸 안드로메다의 미모를 바다의 신 네레우스의 딸 네레이데스보다 예쁘다고 자랑했다. 이에 지진, 돌풍의 신 포세이돈(넵튠)이 격노해서 홍수를 일으키고, 바다 괴물을 풀고, 안드로메다를 바다의 제물로 바친다.

 

다나에와 제우스 사이에 태어난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베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해안가 절벽에 사슬로 묶인 안드로메다를 발견한다. 페르세우스는 괴물을 죽이고 안드로메다를 구한 후 결혼한다. 이들은 6남, 1녀를 낳았고, 페르시아인들의 조상이 됐다고. 포세이돈은 카시오페이아가 죽은 뒤 별자리로 만들어 의자에 앉은 채 거꾸로 매달려 계속 천구의 북극을 돌게 하는 것으로 처벌했다고 한다. 

 

 

#6 유로파의 강간: 제우스의 유괴와 성폭행

 

IMG_9356.jpg

Titian, The Rape of Europa, 1559–1562,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Boston

 

'올림푸스 신들의 왕' 바람둥이 제우스는 페니키아(현 레바논)의 공주 유로파에 반했다. 그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로 하여금 유로파의 아버지 아게노르의 소떼를 바닷가로 몰아가도록 유도했다. 제우스는 하얀 황소로 변신해 소떼에 섞인다. 해변에서 노닐던 유로파와 친구들은 황소를 에워싸고, 꽃으로 관을 만들어준다. 유로파가 황소(제우스)의 등위에 올라타자 크레타섬으로 데리고가서 성폭행을 한 후 크레타섬 최초의 여왕이 된다는 이야기다. 유럽 대륙의 이름은 유로파 여신에서 따온 것이다. 소포클레스와 유리피데스가 이 스토리를 소재로 비극을 썼다. 

 

 

#7 악테온의 죽음: 미완성 

 

n-6420-00-000059-hd.jpg

Titian, The Death of Actaeon, 1559-75. The national Gallery, London

 

포에지 시리즈에서 7번째 회화지만, 전시에 빠진 작품 '악테온의 죽음'은 티치아노가 '다이애나와 악테온'의 속편이다. 티치안은 1559년부터 그리기 시작해 16년 후 사망할 때까지 미완성으로 남겼다. 때문에 필립 2세의 왕궁으로 전달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다이애나의 활에 시위가 빠져 미완성으로 판단했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 소장품으로 티치아노 전시에 포함됐지만, 가드너뮤지엄 전시에서는 빠졌다. 

 

 

IMG_9410 (1).jpg

뉴욕의 침대보 사업 가문에서 태어난 아트 컬렉터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가 1903년 오픈한 미술관으로 15세기 베니스 양식 궁전 건물에 소장품 2천500여점을 전시했다. 2012년 렌조 피아노의 설계로 유리 건물 부속관이 완공됐다. https://www.gardnermuseum.org

 

 

Titian: Women, Myth & Power

August 12, 2021-January 2, 2022

Isabella Stewart Gardner Museum

25 Evans Way, Boston

https://www.gardnermuseum.org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 가이드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의 도난 미술품 13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