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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반즈 파운데이션 Barnes Foundation

인상주의-후기 인상주의 미술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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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르누아르, 세잔, 마티스, 피카소, 모딜리아니....'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미술의 보고' 반즈 파운데이션(Barnes Foundation)은 필라델피아에서 꼭 가봐야할 미술관이다. 2012년 필라델피아 근교 메리온에서 필라델피아뮤지엄 인근 벤자민 프랭클린 파크웨이로 이주해서 방문하기도 편리해졌다. 

 

반즈 파운데이션은 1922년 필라델피아의 의학자 알버트 C. 반즈(Albert C. Barnes, 1872-1951) 박사가 설립했다. 반즈의 소장품은 르누아르 181점을 비롯, 세잔(69), 마티스(59), 피카소(46), 수틴(21), 앙리 루소(18), 모딜리아니(16), 드가(11), 키리코(11), 반 고흐(7), 쇠라(6)을 비롯 티치아노/티션, 루벤스, 엘 그레코, 고야, 마네...그리고 흑인 화가 호레이스 피핀(Horace Pippin) 등의 회화 900여점을 비롯, 아프리카 미술,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유물까지 4천여점을 망라한다. 2010년 블룸버그 통신은 반즈 재단의 소장품 가치가 25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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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필자는 오래 전 메리온의 오리지널 반즈와 필라 시내로 이주한 반즈 파운데이션에 가보았다. 이번 추수감사절 연휴에는 르누아르, 로트렉의 모델이었던 화가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의 특별전을 보기 위해 반즈에 들렀다.   

 

로댕미술관 인근에 자리한 반즈 파운데이션 신관은 토드 윌리엄스와 빌리 치엔(Tod Williams Billie Tsien Architects)이 설계했다. 이 부부 건축가는 2014년 MoMA의 확장 공사로 건축 12년만에 철거된 비눈의 미민속미술관(American Folk Art Museum)을 디자인했다. 

 

 

미술애호가 알버트 반즈 박사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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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orgio de Chirico, Portrait of Albert C. Barnes, 1926

 

어떻게 반즈 박사는 이토록 거대한 소장품을 수집할 수 있었을까? 그는 왜 특히 흑인 지역사회에 관심을 쏟았을까? 알버트 C. 반즈는 누구인가? 

1872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알버트 쿰스 반즈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다. 푸줏간에서 일하던 아버지 존은 남북전쟁 때 전투에서 오른팔을 잃은 후 야간경비원, 우편배달부 등의 직업을 전전했고, 독실한 감리교 신자였던 어머니는 아들을 흑인 캠프에 데리고 다녔다. 알버트 반즈는 필라델피아의 빈민촌인 피시타운에서 자라면서 일찌기 흑인 문화를 흡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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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그는 명문 센트럴고교에 다니면서 훗날 사실주의 화가이자 자신의 미술 컬렉션 자문이 될 윌리엄 글랙킨스(William Glackens, 1870-1938)를 만났다. 글랙킨스는 펜실베니아파인아트아카데미(PAFA) 졸업생으로 반즈파운데이션에서 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펜실베니아대학교 의대에 입학한 반즈는 가정교사, 권투, 야구로 돈을 벌어 학비를 조달했다. 졸업 후엔 펜주의 여러 병원에서 인턴, 의사로 일했고, 박사학위까지 받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의사직을 포기하게 된다. 대신 화학에 흥미를 느끼고, 베를린의 화학연구소에서 유학한 후 돌아왔다. 1898년 의약회사(H. K. Mulford)서 일한 후 다시 하이델부르크에서 유학할 기회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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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이듬해 독일 화학자 헤르만 힐레와 협업으로 눈, 코, 귀, 목의 염증 치료 및 임질로 인한 신생아 실명을 예방하는 아지롤(Argyrol)을 개발했다. 이들은 1902년 회사 'Barnes and Hille'를 설립하고, 재산을 축적했다. 1908년 동업관계는 종지부를 찍고, 반즈는 A.C. 반즈 컴퍼니를 설립하고, 아지롤 상표를 등록했다. 재산을 불어났고, 반즈 박사는 1929년 미 주식시장이 붕괴되기 몇달 전 회사를 매각했다. 이것은 신의 한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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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알버트 C. 반즈 박사의 미술품 수집은 19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40세의 반즈는 고교 동창인 화가 윌리엄 그래킨스에게 2만 달러를 주고, 파리에서 그림을 사오라고 위임했다. 그래킨스는 33점을 구매해왔다. 그후 반즈는 직접 파리로 가서 아트 컬렉터인 미국인 작가 거트루드와 레오 스타인 남매를 만나 마티스 회화 2점, 아트 딜러 폴 기욤으로부터 아프리카 미술품을 구입했다. 이후 그의 미술품 수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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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반즈 박사는 1922년 부인 로라와 메리온의 건물을 구입한 후 이전 소유자 조셉 랩슬리 윌슨이 1880년대부터 조성했던 희귀 수목 컬렉션을 보존해 반즈 수목원(Barnes Arboretum)을 오픈했다. 반즈 박사가 미술품 수집에 집중한 반면, 부인은 12에이커 규모의 수목원을 운영하며, 1940년엔 원예학교를 오픈했다. 수목원은 2018년부터 세인트조셉대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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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반즈 파운데이션의 콜렉션은 미술 전반에 조예가 깊었던 알버트 반즈 박사가 의도했던 '벽의 조화(wall ensemble)'에 따라 배치되어 있다. 그는 미술품의 역사적 맥락이나 연대기, 장르 보다 미술 그자체에 촛점을 맞추어 배열했다. 아프리카 조각, 세잔의 드로잉, 중국의 수묵화, 그리고 경첩(hinge)가 한 벽을 이루는 것도 그가 미술의 근본인 형태 미학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1951년 반즈 박사의 사망 이후에도 배치는 바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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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그러나, 1993년 반즈 파운데이션은 창립자의 바램을 깨고 소장품을 대여해주었다. 워싱턴의 내셔널 갤러리에서 파리 오르세뮤지엄,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텍사스 킴벨 미술관 온타리오아트갤러리, 필라델피아뮤지엄, 뮌헨의 하우스데쿤스트(Haus der Kunst)로 이어지는 세계 순회전 '세잔에서 마티스까지(From Cézanne to Matisse: Great French Paintings from the Barnes Foundation)'가 열린 바 있다. 또한, 컬러사진을 촬영 금지시켰다는 생전 불문율도 깨졌다. 몇해 전까지만도 사진 촬영이 금지됐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미술품을 스캔하면, 작품 설명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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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알버트 C. 반즈 박사는 일찌기 흑인문화를 포용했고, 자신의 제약회사에도 흑인 직원을 대거 고용했다. 공부벌레였던 그는 오랫동안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제약회사에서도 근무 후엔 2시간씩 직원 세미나를 열고 철학, 심리학, 미학을 가르쳤다. 1922년 반즈 파운데이션을 교육기관으로 승인받은 후 미술관을 짓고, 갤러리를 미술 교육기관으로 활용했다. 반즈 박사는 또한 할렘 르네상스(harlem Renaissance, 1920-30년대 뉴욕 할렘의 문화적 융성기)에도 관심을 갖고 1925년엔 '흑인 미술과 미국(Negro Art and America)'라는 칼럼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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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뿐만 아니라 그웬돌린 베넷(Gwendolyn Bennett), 아론 더글라스(Aaron Douglas), 제임스 복스윌(James Boxwill), 플로렌스 오웬스(Florence Owens), 데이빗 올드(David Auld), 릴리언 G. 홀(Lillian G. Hall) 등 흑인 미술가와 뮤지션들에게는 장학금을 주었다. 또한, 흑인 노동자들의 주택 구입을 지원했으며, 흑인 의대생에겐 파리 유학 펠로쉽을 제공했다. 1940년대 후반 반즈는 체스터카운티의 흑인 대학교 링컨대학교 총장 호레이스 만 본드(Horace Mann Bond)를 만나 재학생들을 반즈재단에 초청하는가 하면, 링컨대학 지명 인사가 신탁이사가 되도록 내규를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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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그리고, 반즈 박사는 르누아르, 앙리 마티스, 세잔 등 미술 서적도 6권 단독, 공동 집필한 이론가이기도 했다. 'The Art in Painting(1925)'을 비롯 'The French Primitives and Their Forms from Their Origin to the End of the Fifteenth Century'(1931), 'The Art of Renoir'(1935), 'The Art of Henri-Matisse'1933), 'The Art of Cézanne' 'Art and Education'(1929-1939) 등으로 그의 미술 지식과 사랑이 담겼다. 

 

반즈 박사는 브루클린 출신 식료품상의 딸 로라 레게트(Laura Leggett, 1875-1966)와 결혼했다. 로라 L/ 반즈는 재단의 부이사장, 수목원의 원장으로 활동했다. 1951년 7월 알버트 반즈 박사는 애견과 함께 메리온으로 향하던 중 트럭과 충돌해 세상을 떠났다. 이후 로라 L. 반즈가 재단의 회장으로 재직하다가 1966년 별세했다. 자녀가 없었던 로라 L. 반즈는 자신의 컬렉션을 브루클린뮤지엄에 기부했다. 

 
 
반즈 파운데이션 컬렉션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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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반즈 파운데이션의 가장 가치가 높은 미술품은 세잔의 '카드놀이하는 사람들(The Card Players, 1890-1892)'이다. 세잔은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을 5점 그렸는데, 2011년 한점이 카타르 왕족에게 2억5천만 달러에 팔리며 당시 회화 최고가를 기록했다. 다른 3점은 파리 오르세뮤지엄, 런던 코톨드아트인스티튜트, 개인 소장품이다.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 위에 걸린  조르쥬 쇠라의 '모델들(Models/ Les Poseuses, 1886–1888)'도 하이라이트 중의 한점이다. 점묘파 쇠라는 자신의 걸작 '그랑자트의 일요일 오후(A Sunday Afternoon on the Island of La Grande Jatte, 1884-1886,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소장)'을 배경으로 세 누드 모델의 다른 포즈를 묘사했다. 당시 비평가들은 '그랑자트의 일요일 오후'가 인물을 리얼하게 묘사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응해 쇠라는 그 회화를 배경으로 리얼리스틱한 세 모델을 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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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마티스가 1930년 반즈 박사의 위임으로 반즈 파운데이션 벽에 제작한 3폭짜리 벽화 '댄스 2/The Dance II'(1932-33)와 '삶의 기쁨(The Joy of Life/Le Nonheur de vivre, 1860)' 등 59점을 소장하고 있다. 마티스는 '댄스 2' 제작에 고충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즈 파운데이션 기록에 따르면, 마티스는 이 3폭 벽화를 3회에 걸쳐 총 3만 달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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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아마추어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마티스의 '음악 교습(The Music Lesson, 1917)'는 부인 아멜리, 아들 장과 피에르, 딸 마거리트가 등장하는 마티스 가족의 풍경으로, MoMA가 소장한 아들 피에르의 '피아노 교습(The Piano Lesson, 1916)'보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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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삶의 기쁨'에는 원무를 추는 여인들과 피리 부는 인물, 무용과 음악의 모티프를 포함한 바 있다. '삶의 기쁨'은 1906년 파리의 독립작가 살롱(Salon des Independants)에 전시되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인물들이 춤추고 음악을 연주하는 관능적인 아카디아(*Arcadia,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유토피아, 목가적인 낙원)는 인기있는 주제였다. 그러나, 대담한 색채, 원근법의 무시, 왜곡된 비율 등 그 도발적인 표현 방식이 쇼킹했다. 반즈 박사는 거트루드 스타인으로부터 이 그림을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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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모딜리아니의 16점(인물화, 풍경화, 조각)도 한껏 감상할 수 있다. 초상화는 워싱턴 DC 내셔널 갤러리 만큼이나 인상적이다. 그중 베아트리체의 초상(Beatrice/ Portrait de Béatrice Hastings, 1916, Oil on canvas with newsprint)은 배경에 신문지 위에 물감을 칠해서 주목을 끌었다. 훗날 재스퍼 존스가 신문지 위에 왁스(밀랍)와 혼합된 안료로 칠한 엔코스틱 기법을 썼다. 모딜리아니가 아프리카 조각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석회암 조각 '두상(Head, 1911-1912)'은 19세기 중반 나바호 인디언 원주민의 울 '노예' 이불/숄 사이에 배치되어 있다. 2017년 맨해튼 쥬이시뮤지엄에서 모딜리아니 조각전 'Unmasked'이 열린 바 있다. 
 
아쉽게도 모딜리아니의 '뒤로 누워있는 나부 Reclining Nude from the Back/Nu couché de dos(1917, Room 21)'는 현재 복원에 들어간 상태였다. 2015년 '누워있는 나부(Reclining Nude/Nu Couche, 1917)'는 1억7천40만 달러에 팔렸다. 반즈 인사이더의 말에 따르면, 내년에 모딜리아니 특별전이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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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arnes Foundation. Photo by Tom Crane
 
Barnes Foundation
2025 Benjamin Franklin Parkway, Philadelphia, PA
https://www.barnesfoundat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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