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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Washington D.C. Now <1> 고려 목조관음보살좌상 @프리어/새클러갤러리

Sacred Dedication: A Korean Buddhist Masterpiece


September 21, 2019 - March 22, 2020

Arthur M. Sackler Gallery, Washington 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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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red Dedication: A Korean Buddhist Masterpiece/ 목조관음보살좌상, Freer/Sackler, Washington D.C.


국립중앙박물관(National Museum of Korea) 소장 고려시대 불상 목조관음보살좌상(木造觀音菩薩坐像)이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계열 아시아 미술관 아서 M. 새클러 갤러리(Arthur M. Sackler Gallery)의 특별전 '신성한 헌신: 한국 불교미술 걸작(Sacred Dedication: A Korean Buddhist Masterpiece)'에 센터피스로 소개되고 있다. 새클러 갤러리는 프리어 갤러리와 통합해 프리어/새클러(Freer/Sackler)로 불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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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red Dedication: A Korean Buddhist Masterpiece/ 목조관음보살좌상, Freer/Sackler, Washington D.C.


지난 9월 21일 개막되어 내년 3월 22일까지 계속될 이 특별전에선 고려 13세기 제작 목조관음보살좌상 외에도 이 불상 내부에서 발견된 씨앗, 보석, 경전 등 복장물(腹藏物, dedication materials) 72점과 이웃 프리어 갤러리(Freer Gallery)가 소장한 고려시대 불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와 함께 전시 중이다. 해외 미술관에서 불상과 복장물이 함께 전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시는 고려시대(918-1392) 불교 조각과 회화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목조관음보살좌상은 천의(天衣)를 입은 관음보살(觀音菩薩)이 오른쪽 다리를 올리고, 왼쪽 다리는 바닥에 세운 유희좌(遊戱坐) 자세를 취하고 있다. 관음은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하는, 부처의 버금이 되는 성인이다. 구중 관음보살(Bodhisattva Avalokiteshvara)은 석가모니의 입적 이후 미륵이 출현할 때까지 중생들을 고통으로부터 지켜주는 대자대비(大慈大悲)의 보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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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red Dedication: A Korean Buddhist Masterpiece/ 목조관음보살좌상, Freer/Sackler, Washington D.C.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유산 정보에 따르면, 목조관음보살좌상은 관음보살이 보타락가산에서 파도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바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높은 보관(寶冠), 화려한 영락장식(瓔珞裝飾), 갸름하고 동그란 얼굴에 직선적인 콧등, 입체적인 이목구비 표현 등 미려(美麗)한 얼굴 표정은 화려하고 섬세한 고려 불교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보관의 앞판은 금동판, 뒤판은 철판으로, 총 4개 금속판으로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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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red Dedication: A Korean Buddhist Masterpiece/ 목조관음보살좌상, Freer/Sackler, Washington D.C.


이 불상은 머리 위에 15개의 나무 부재를 못으로 이어 붙여 복장물(腹藏物)을 납입할 수 있게 했다. 복장물은 불상 제작에 후원한 신자들의 소망을 담은 발원문, 경전, 직물, 곡물 등 불상 안에 내장된 물품을 말한다. 불상의 머리 안에는 고려시대 '대수구다라니경(大隨求陀羅尼經)'과 오색실, 몸통엔 조선시대(15세기)에 제작된 씨앗을 담은 오보병(五寶甁)이 들어 있었다. 즉 2차례에 걸쳐 복장물이 투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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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red Dedication: A Korean Buddhist Masterpiece, Freer/Sackler, Washington D.C.


원래 목조관음보살좌상은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 The Yi Royal Family Museum)이 1908년 아오키 분시치(靑木文七)로부터 110옌에 구입해 소장해오다가 100여년 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관됐다. 당초 조선시대 불상으로 알려졌으나, 2014년 '불교조각 조사 보고서'를 통해 13세기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로 밝혀졌다. 이 보고서는 정밀 조사 결과 양식이나 보관(寶冠) 형식, 그리고 목재 연대 측정 결과 등을 종합해서 고려시대 1220년-1285년 사이에 제작된 불상으로 확인했다. 


이전의 고려시대 목조불상으로는 서산 개심사의 목조아미타불좌상과 서울 개운사의 목조아미타불좌상, 강화 청련사의 목조아미타불좌상, 안동 봉정사의 목조관음보살좌상, 그리고, 안동 보광사의 목조관음보살좌상이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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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M. 새클러 갤러리의 고려 목조관음보살좌상(왼쪽)/ 프리어 갤러리 소장 고려불화 '수월관음도' , Freer/Sackler, Washington D.C.


고려불화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는 자비를 상징하는 관음보살이 사는 정토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프리어 갤러리 소장품은 1919년 찰스 랭 프리어(Charles Lang Freer)가 파리 경매에서 구입한 작품이다. 비단에 채식 및 금니로 그렸으며, 관음보살 옆에 버드나무 가지가 꽂힌 작은 정병이 있다. 합장한 선재동자로 보아 화엄경의 한 구절을 묘사한 것으로 추측된다. 보살의 우아한 자태부터 의복에 쓰인 컬러의 섬세한 사용까지 당점에 이르렀던 고려 불화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고려 청자, 고려 나전칠기과 함께 한국의 뛰어난 문화유산으로 평가되는 고려 불화는 세계에 160여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선 8개의 박물관에서 총 16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중 메트로폴리탄뮤지엄 컬렉션에 아미타 삼존도, 아미타와 지장도, 지장보살도 그리고 수월관음도 4점, 프리어/새클러 미술관 컬렉션에 3점이 있다. 조선시대 억불정책으로 고려 불화 등 불교 유물이 일본으로 넘어갔고, 현재 한국내 고려 불화 20여점은 대부분이 외국에서 구입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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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cred Dedication: A Korean Buddhist Masterpiece, Freer/Sackler, Washington D.C.

이번 전시에선 국립중앙박물관이 제작한 3D 스캔 비디오, X-Ray와 연구 분석 리포트 등과 온라인 카탈로그 '고려불화 자세히 보기(Goryeo Buddhist Painting: A Closer Look)' 등 디지털 자료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아서 M. 새클러 갤러리는 전시 기간 중 내년 2월 20일과 21엔 '한국의 불교미술'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연다. 이 학술회엔 한국과 미국의 학자 10여명이 참가해 고려시대 불교조각과 한국의 불복장 전통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아서 M. 새클러 갤러리의 한국실(#갤러리14)에선 한국 도자기(Korean Ceramics)전이 열리고 있다. 또한, 갤러리 1&2에서는 아시아의 불교 미술을 소개하는 '부처와의 조우(Encountering the Buddha: Art and Practice Across Asia)'(10/14-11/29, 2020)전에서 각 나라의 불교미술을 비교감상할 수 있다. 

https://asia.si.edu/exhibition/sacred-dedication-a-korean-buddhist-masterpiec



프리어 새클러(Freer/ Sacker)


스미소니언계의 아시안미술관 프리어 갤러리(Freer Gallery of Art)와 아서 M. 새클러 갤러리(Arthur M. Sackler Gallery)는 한 지붕 아래 두 미술관이다. 컬렉션과 전시는 따로 진행하지만, 관장은 한명, 스탭은 두 갤러리 업무를 한다. 프리어는 대대적인 보수공사 후 2017년 10월 재개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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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어 갤러리는 미국과 아시아 미술품 9000여점을 기증한 찰스 랭 프리어(Charles Lang Freer)의 이름을 따 1923년 설립된 첫 스미소니언 미술관이다. 프리어는 고려 청자, 조선 백자, 불화 등 500여점의 한국미술을 비롯 중국의 옥과 청동, 페르시아의 금속공예품, 부처상, 일본 병풍 등 2만6천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시아의 영향을 받은 화가 존 싱거 사전트, 토마스 윌머 듀잉, 제임스 맥닐 휘슬러의 그림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휘슬러가 1876년 런던 선박갑부 프레데릭 레일란드 저택의 다이닝 룸으로 디자인한 ‘공작방(The Peacock Room)’은 '황금과 청색의 하모니'를 표방하며 중국산 청화백자 도자기를 배경으로 휘슬러의 인물화가 걸려있다. 찰스 랭 프리어가 1904년 이 방을 구입해서 대서양을 건너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자신의 집에서 재조립해 이란, 시리아, 중국, 일본, 한국 도자기를 추가해서 화려한 공작방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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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M. 새클러 갤러리는 1982년 브루클린 출신 의사이며, 아트컬렉터인 아서 M. 새클러가 기증한 1천여점의 미술품과 4백만달러 기부금으로 설립된 스미소니언계열 아시안 미술관이다. 삼국시대 옥, 고려시대 청동 유물, 조선 백자 등을 5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한국 도자기전 'Rediscovering Korea’s Past'이 열리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내에는 그의 이름을 딴 아시아미술관 ' 아서 M. 새클러 뮤지엄'이 있다. 중독성 진통제 옥시콘틴(OxyContin)을 판매하는 제약회사 퍼듀 파르마(Purdue Pharma)를 통해 부를 축적한 새클러 가문은 세계 메이저 뮤지엄과 대학에 기부를 해왔다. 옥시콘틴은 그동안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고소당해왔으며 보이콧 운동이 확산되면서 파산 신청에 이르렀다. https://www.asia.si.edu



*워싱턴 D.C. 미술관 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