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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Modern/Contemporary Artists
2021.07.05 14:28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댄스, 댄스, 댄스

조회 수 2403 댓글 1

Henri Matisse: Dance, Dance, Dance

앙리 마티스와 '댄스' '댄스'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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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i Matisse, Dance/ La Danse, 1910, Oil on canvas, 260 cm × 391 cm, The Hermitage, St. Petersburg

 

지난번에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1869-1954)가 바이올린을 연주했고, 음악을 사랑했다는 점(Henri Matisse: Violin & Jazz)을 확인했다. 마티스는 무용에도 열광한듯 하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는 회화 '댄스', 필라델피아의 반즈 파운데이션에는 페이퍼 컷아웃 '댄스' 3폭 벽화가 있고,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쥬 미술관 마티스룸에는 그의 걸작 '댄스'과 '음악'과 나란히 걸려있다. 

 

비평가 찰스 카핀(Charles Caffin)에 따르면, 마티스는 춤을 좋아했다고 한다. 르누아르의 그림('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으로 유명한 물랭 드라 갈레트(Moulin de la Galette)의 무희들을 즐겨 관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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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i Matisse, Dance (I), 1909. MoMA Collection

 

마침 마티스가 무용을 주제로 작업할 기회가 생겼다. 러시안 아트 컬렉터 세르게이 이바노비치 슈킨(Sergey Ivanovich Shchukin, 1854-1936)은 1908년부터 마티스의 그림을 사들였다. 파리 가을살롱(Salon d'Automne)에 전시된 '블루의 조화(harmony in Blue, )'를 비롯, 'Nymph and Satyr, 1909)를 사들였다. 1909년 슈추킨은 자신의 모스크바 맨션(Trubetskoy Palace)의 나선형 계단에 장식할 그림 3점을 의뢰했다. 큰 주제는 '음악'과 '무용', 부속 주제는 행위, 열정과 성찰이었다. 

 

MoMA가 소장한 '댄스1'(1909)는 이 슈킨의 위임을 받고 일주일도 걸리지 않아 그린 습작 유화다. 넬슨 A. 록펠러의 컬렉션이었다가 1963년 MoMA에 기부됐다. 

 

'댄스1'는 다섯명의 여인이 누드로 강강술래같은 원무를 추고 있는 모습이다. 마티스는 대상의 간략화, 대담한 붓질, 과감한 원색 사용을 추종했던 야수파(野獸派, Fauvist)였다. 그는 인물들의 표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춤에 빠져 있는 님프들의 모습을 묘사했다. 대상의 디테일보다, 컬러와 구도로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블루, 그린, 핑크, 블랙의 4색으로 그림을 완성한 것이다. 

 

"화가는 더 이상 세부사항에 몰두할 필요가 없다.

사진은 보다 잘, 더 재빠르게 디테일을 포착한다.

조형미술은 감정을 가능한한 직접적으로, 단순한 수단으로 표현할 것이다"

-앙리 마티스,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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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미타쥬 미술관의 마티스룸에 나란히 전시된 세르게이 슈킨 컬렉션 '음악'과 '댄스'. The Hermitage, St. Petersburg

 

1910년 10월 슈킨을 위해 완성한 회화 '댄스(La Danse, 1910)'와 '음악(La Musique, 1910)'은  모스크바로 보내기 전 파리의 가을살롱에서 전시되어 스캔달을 일으켰다. 비평가들은 미완성처럼 보이는 과감한 선, 거친 붓놀림의 나체 인물들이 낯설고도 강렬한 원색으로 묘사된 마티스의 그림은 장식용으로는 너무도 원시적이고, 도발적이며, 위협적이라고 생각했다. 마티스 부인 아멜리에가 혹평이 난무한 신문을 감출 정도였다.  

 

슈킨은 무용수들이 누드인 것에 분개했다. 그는 처음부터 마티스에게 무용수들이 옷을 입을 것을 요청했었다. 결국 마티스와 슈킨은 누드로 하되 성기는 묘사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미타쥬 미술관의 '댄스'는 MoMA '댄스1'보다 색감이 강렬하다. '댄스'는 고도로 철학적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이라는 동양철학에서 만물을 구성하는 3대 요소 천지인(天地人)을 4색으로 심플하면서도 강렬하게 우주의 리듬과 철학을 포착했을까? 

 

'댄스'의 무용수들은 손을 잡고 원을 만들고 있지만, 왼쪽 여인은 아래 여인과 손을 잡지 않고 있다. 아래 여인은 손을 높치면서 넘어지려 하고 있다. 조화로운 삶에는 화합이 필요하다. 이는 또한 완벽한 원보다는 인간과 삶의 불완전성에 대해 여지를 남기는 것일 수도 있다. 두 여인의 놓친 손은 미켈란젤로의 시스틴 채플 벽화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에 대한 오마쥬일지도 모른다.

 

섬유회사 갑부였던 슈킨은 마티스 외에도 모네, 세잔, 반 고흐, 고갱, 르누아르, 드가, 피카소 등  방대한 소장품은 1917년 10월 혁명으로 러시아에 귀속되었다가 1923년 에르미타쥬 미술관과 푸시킨 미술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슈킨은 1936년 파리에서 사망해 드가, 스탕달, 에밀 졸라가 묻힌 몽마르트 공동묘지에 잠들었다. 2016년 루이 뷔통 파운데이션은 파리에서 슈킨의 소장품을 모은 특별전 "Icônes de l'art moderne. La collection Chtchoukine"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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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i Matisse, The Dance II, Summer 1932 - April 1933. Oil on canvas; three panels, 133 3/4 x 173 3/4 in., Barnes Foundation, Philadelphia

 

1922년 반즈 파운데이션을 창립한 아트 컬렉터 알버트 C. 반즈는 1930년 마티스에게 '댄스'의 다른 버전을 의뢰했다. 이에 마티스는 종이를 오려 3부작으로 제작해주게 된다. 마티스는 그해 9월 반즈 파운데이션에 잠깐 방문해 스케치했고, 니스로 돌아가서 빈 차고를 빌려서 3폭짜리 벽화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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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스는 대나무 막대기 끝에 목탄을 달아 스케치했다. Photo: The Barnes Foundation

 

제작에 문제가 많아 마티스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통을 준 것으로 알려진 이 벽화가 '댄스 2(The Dance II, 1933)'다.  반즈 파운데이션 기록에 따르면, 마티스는 벽화 제작비(Mural Decoration)를 세번(1930, 1931, 1933)에 나누어 각각 1만 달러씩, 총 3만 달러를 받았다. 

 

3폭화 '댄스 2'는 원무 대신 레슬링이나 격투에 가까운 액션이 묘사되어 있다. 반즈 박사는 고딕 성당의 로즈 윈도우에 견주하면서 만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즈 파운데이션은 마티스의 작품 59점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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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i Matisse, The Joy of Life/ Le Bonheur de vivre, 1906, Oil on canvas, The Barnes Foundation

 

사실 '댄스' 시리즈의 기원은 마티스의 전작 '삶의 기쁨(The Joy of Life/ Le Bonheur de vivre, 1906,  필라델피아 반즈파운데이션 소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그림에는 원무를 추는 여인들과 피리 부는 인물, 무용과 음악의 모티프를 포함한 바 있다. 

 

'삶의 기쁨'은 1906년 파리의 독립작가 살롱(Salon des Independants)에 전시되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인물들이 춤추고 음악을 연주하는 관능적인 아카디아(*Arcadia,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유토피아, 목가적인 낙원)는 인기있는 주제였다. 그러나, 대담한 색채, 원근법의 무시, 왜곡된 비율 등 그 도발적인 표현 방식이 쇼킹했다.

 

마티스의 시도를 눈여겨본 이는 파리에서 살고 있던 미국작가로 예술가들을 후원했던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 1874-1946)이었다. 스타인은 "마티스는 '삶의 기쁨'을 그렸고, 이 시대 모든 화가들에게 족적을 남길 컬러의 새 공식을 창조했다"고 찬미하며 그림을 구입해 거실에 걸어놓았다. 당시 스타인의 아파트는 세잔, 마네, 피카소, 마티스 등 화가들에서 헤밍웨이, 피츠제랄드 등 작가, 작곡가 에릭 사티 등 예술가들이 드나드는 아지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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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Blake, Oberon, Titania and Puck with Fairies Dancing, c.1786/ Michelangelo, The Creation of Man, ceiling of the Sistine Chapel in Rome, 1510

 

'삶의 기쁨'은 그녀의 오빠 레오 스타인을 거쳐 1923년 의학자 출신으로 제약사업에 성공한 알버트 C. 반즈(Albert C. Barnes)에게 팔렸고, 반즈 파운데이션에 소장된다. 이 그림에서 무용 장면은 윌리엄 블레이크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서 착안한 회화 'Oberon, Titania and Puck with Fairies Dancing'(1786)를 연상시킨다. 마티스는  남프랑스의 해변에서 노동자들이 춤추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댄스'는 이 모티프를 확장한 버전이기도 하다. 한편, 피카소는 '삶의 기쁨'을 보고 영감을 받아 걸작 '아비뇽의 처녀들'(1907, MoMA 소장)을 그리게 된다. 

 

 

*음악광 앙리 마티스: 바이올린과 재즈

http://www.nyculturebeat.com/?mid=Art2&document_srl=404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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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1.07.07 20:31
    마티스가 댄스에도 관심이 많았다니 처음 안 사실입니다. 춤은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살아 움직이는 감동을 몸속에서 튀어나오게 합니다. 마티스는 자신이 춤도 잘 췄고 춤의 동작도 잘 알고 있지않았나 생각됩니다. 다섯 여인들이 춤을 추는데 개개인의 동작을 세세히 묘사한 것을 보면 춤에 조예가 깊었을 뿐만아니라 마티스 자신도 춤을 잘 췄지않았나 합니다. "생의 기쁨"에서 영감을 얻어서 다섯 여인의 원무를 그렸다는데 여인들이 하늘하늘 날아가는듯 합니다. 생의 기쁨을 한참 봤습니다. 기쁨의 색채가 이런거구나를 알았습니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색채가 펼쳐있네요. 노랑에 빨강에 파랑 초록색들이 우리나라의 오방색을 영상시킵니다. 이 그림에 불로초를 살짝 그려넣었더라면 금상첨화가 되지않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