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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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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츠와 '뮤즈' 에이다의 외출 

뉴욕 지하철 역 '메트로폴리탄의 얼굴들' 

 

ALEX KATZ, Metropolitan Faces @57th S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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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알렉스 카츠와 부인 에이다 카츠가 57스트릿 지하철(F) 역에 전시된 작품을 보고 있다. 

 

파블로 피카소(1881-1973)에겐 91세로 장수하기까지 수많은 뮤즈들(도라, 올가, 마리 테레즈, 페르낭드, 프랑소아즈, 자클린)이 있었다. 올해로 92세인 뉴욕 화가 알렉스 카츠(Alex Katz, 1927- )에게 뮤즈는 60여년이 넘도록 함께 살아온 부인 에이다(Ada Katz)다. 알렉스 카츠는 에이다를 모델로 200점 이상을 그려왔다. 에이다 카츠는 화가 남편의 뮤즈이자 뉴욕의 아이콘이 됐다. 

 

알렉스와 에이다 카츠가 최근 맨해튼 미드타운 지하철 역에 나타났다. 지난해 보수공사를 거친 57스트릿@6애브뉴 역은 광고판 대신 알렉스 카츠의 컬러풀한 인물화와 꽃 그림에 둘러싸여 갤러리가 되었다. 알렉스 카츠의 인물화와 꽃 그림을 모은 '수도권의 얼굴들'(Metropolitan Faces, 201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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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KATZ, Metropolitan Faces, 2018, Laminated glass. 57 Street & 6th Ave.(F Train)

 

카츠의 인물화는 빌보드 광고판의 얼굴처럼, TV나 영화처럼 극단적인 클로즈업이다. 입체감이 없는 평면에서 디테일은 사라졌다. 컬러는 선명하고, 단순하면서 붓질은 과감하다. 그는 빌보드 광고판을 연상시키는 팝아트성과 색면화의 특성을 조율했다. 인물의 표정은 대부분 마스크를 쓴 것처럼 감정이 없다. 그래서 느낌은 종종 싸늘하다. 도시의 소외된 인물들같다. 뉴요커들의 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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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KATZ, Metropolitan Faces, 2018, Laminated glass. 57 Street & 6th Ave.(F Train)

 

뉴요커 알렉스 카츠는 잭슨 폴락, 윌렘 드 쿠닝, 프란츠 클라인 등 1950년대를 풍미한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에 흡수되지 않았다. 60년대 앤디 워홀가 주동한 팝아트(Pop Art)에서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알렉스 카츠는 앤디 워홀과 사이 트웜블리보다 1살 많고, 재스퍼 존스보다 3살 어리다. 그는 당대 미술계에서 추상도 팝아트도 아닌 독자적인 '카츠 스타일(Katz Style)'을 구축하게 된다. 

 

브루클린에서 태어나 퀸즈에서 자란 후 알렉스 카츠는 쿠퍼 유니온에서 공부했다. 이후 메인주의 스코히건회화조각학교에서 수학하면서 앤드류 와이어스(Andrew Wyeth)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처럼 북동부의 풍광에 매혹됐다. 이때 그는 평생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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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KATZ, Metropolitan Faces, 2018, Laminated glass. 57 Street & 6th Ave.(F Train)

 

알렉스 카츠가 자기만의 색깔을 찾는데는 10여년이 걸렸다. 그는 1950년대 다운타운의 허름한 로프트를 얻어 액자가게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했다. 잭슨 폴록 스타일의 회화부터 뉴욕 거리 풍경, 메인주의 풍경, 정물, 인물화, 마티스에게서 영감을 받은 컷 페이퍼 콜라쥬까지 시험했다가 수천점을 화로에 던져 태워버렸다. 초기 작품 중에는 나비파(Nabis)와 밀턴 에버리(Milton Avery)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카츠는 마침내 운명의 여인을 만나면서 '인물화'로 자신의 스타일을 찾게 된다. 

 

그가 평생의 뮤즈 에이다 델 모로(Ada Del Moro)를 만난 것은 1957년 가을 다운타운 타네이저 갤러리에서 열린 톰 부티스(Tom Boutis)와의 2인전에서였다. 오프닝 후 단체로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거무잡잡한 피부에 미소가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했다. 에이다는 배우 로버트 테일러같은 미남과 함께 왔는데, 그녀의 코트를 입혀주지 않아 카츠가 대신 입혀주며 접근했다. 다음날 카츠는 에이다를 재즈 싱어 빌리 할리데이 콘서트에 초대했다. 슬로안 케터링 암센터의 생물학 연구원이었던 에이다는 아름답고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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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Katz, Ada in Black Sweater, 1957(left)/ Alex and Ada, 1980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러시아계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과 브롱스에서 태어난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딸 카츠는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검은 스웨터 차림의 에이다를 모델로 첫 그림을 그렸다. 이듬해 결혼했고, 아들 빈센트를 출산하며 전업주부이자 남편의 평생 뮤즈가 된다. 2006년 맨해튼 쥬이시뮤지엄에서는 'Alex Katz Paints Ada'를 타이틀로 특별전을 열었다. 그 시점까지 에이다를 모델로 한 작품은 250여점에 이르렀다. 

 

카츠는 뉴요커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뮤즈에 대해 "도톰한 입술, 짧은 코, 큰 눈으로 조화된 미인"이라고 밝혔다. 카츠는 1957년 에이다를 만나 그리기 시작하면서 피카소의 도라 마르(Dora Maar)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도라 마르의 눈은 에이다보다 좋지만, 에이다의 목과 어깨, 그리고 몸매는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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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KATZ, Metropolitan Faces, 2018, Laminated glass. 57 Street & 6th Ave.(F Train)

 

알렉스 카츠는 미 고속도로의 빌보드 광고, 영화의 빅 클로즈업, 일본 키타가와 우타마로의 판화에서 영향을 받은 대형 인물화로 동료들과 경주하는 대신 홀로 경쟁하게 된다. 외로운 경주에 비평가들은 혹평을 쏘아댔다. 뉴욕타임스의 힐튼 크레이머는 "잘 그리던 화가였으나 길을 잃었다"며 "정서적인 공허" "사교성에 개의치 않는 분위기" 등을 지적했으며, 로버트 휴즈는 "지성파들의 노만 로크웰"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이에 카츠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더니 "마침내 관심을 보여주는 사람이 생겼구나!"라고 말했다고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한편, 화가들은 카츠를 옹호했다. 1959년 인물화 개인전 오프닝 나타난 윌렘 드 쿠닝이 칭찬했고, 필립 거스톤이 전화해주고, 로버트 라우셴버그와 재스퍼 존스 커플은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라우셴버그는 모델까지 되어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독일 화가 시그마 폴케와 뉴욕의 줄리안 슈나벨 등 신표현주의 작가로 떠오르던 신인들, 리처드 프린스, 엘리자베스 페이톤 등 후대 화가들은 카츠를 발견하게 된다. 1986년 휘트니뮤지엄에서 첫 회고전을 열었다. 지난해 서울 잠실의 롯데뮤지엄에서 70여점, 올 봄엔 대구미술관에서 110점을 소개하는 전시도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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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알렉스 카츠가 12월 18일 57스트릿 F 트레인 역에서 자신의 작품을 보고 있다.

 

독야청청 화가 알렉스 카츠는 92세다. 얼마 전까지만도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나 윗몸 일으키기 200회, 팔굽혀 펴기 300회, 턱걸이 100회를 했으며, 최근에는 매일 조깅과 수영을 즐기는 열혈 화가다. 카츠 부부는 1968년 구입한 소호의 건물에서 살면서 여름에는 메인주 링콘빌의 농장을 오가며 작업해오고 있다. 카츠는 1992년 메인주의 콜비칼리지 미술관(Colby College Museum of Art)에 400여점을 기부했으며, 이후 컬렉션은 900여점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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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X KATZ, Metropolitan Faces, 2018, Laminated glass. 57 Street & 6th Ave.(F Train)

 

 

Art for Transit

198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은 낙서와 그래피티 아트로 지저분했던 지하철을 정화하기 시작했다. MTA 산하에 ‘운송을 위한 미술(Art for Transit)’을 설립 후 지하철 설치 미술가를 선정, 프로젝트 예산의 20%를 지원한다. 평균 프로젝트의 제작비는 6만달러. 2012년 현재 아티스트 300여명 이상이 지하철 260여개 역에 퍼블릭아트를 제작 설치했다. 한인 작가로는 7트레인 메인스트릿역에 강익중씨의 모자이크 작품, 7트레인 33·40·46스트릿에 허유미씨의 스테인드글래스 작품, 브루클린 J·Z트레인의 크레센트역에 김정향씨의 작품, 브롱스 뷰어 역에 탁순애씨, 2애브뉴 62스트릿역에 진 신(jean Shin)씨 등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https://www.nycsubway.org/perl/artwork

 

 

Alex Katz in the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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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ck Close, Lucas I, 1986-87(left)/ Alex Katz, Red Coat, 1982.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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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 인근 레스토랑 아이 피요리(Ai Fiori)가 자리한 랭함 호텔(The Langham, 400 5th Ave. bet. 36 & 37th St.) 로비에도 알렉스 카츠의 작품이 걸려있다. Photo: The Langham

 

 

*알렉스 카츠@메트뮤지엄, 2016

*뉴욕 지하철은 미술관, New York Subway Art

*키스 헤어링: 뉴욕 서브웨이아트의 아이콘 

*교사가 훔치려했던 지하철의 이 그림: 소피 블랙콜의 'Missed Connection' 

*아름다운 지하철역:  아스토리아 36애브뉴 모린 맥퀼란(Maureen McQuillan)

*2애브뉴 지하철 설치작가: 진 신, 척 클로스, 사라 씨, 빅 무니즈

*탁순애씨 브롱스 6 트레인 공공미술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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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h77 2019.12.23 22:17
    카츠의 벽화를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림을 보러 지하철역에 가봐야겠네요. 위트니 뮤지움 이전하기 전에 전시된 카츠의 조그마한 두 작품을 보고 마음에 들어 카츠를 처음 알게 되었는데 칼라가 특히 아름답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뮤지움가서 몰랐던 새 화가를 만나게 되는 것이 큰 기쁨인 것 같습니다.
  • sukie 2019.12.23 22:49
    1986년 휘트니에서 회고전이 열린 후 뉴욕 미술관에서 알렉스 카츠의 큰 전시가 거의 없었던 것 같네요. 2016년 메트뮤지엄에서 자그마하게 전시한 적은 있지요. https://www.nyculturebeat.com/?mid=NYCBGallery&document_srl=3441303 작가 자신도 MoMA가 작품을 창고에 넣어두고 전시하지 않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지하철 미술품은 누구나, 언제든지 카츠의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카츠를 좋아하시면, 36스트릿 랭햄 호텔 리셉션 데스크 벽에 걸린 큰 작품을 보실 수 있습니다. 기사에 업데이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