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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 채운 한 잔의 미장센] 영화와 술 이야기 <2>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의 위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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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술은 때때로 인물의 심리와 복선, 그리고 감독의 미장센(mise-en-scène, 무대/장면의 배치)를 전달하는 시각적 장치다. 

술은 캐릭터의 페르소나와 정체성을 구축하며, 때론 인물의 가면을 벗기는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느와르에선 술이 의리와 배신을, 로맨스 영화에선 설렘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영화와 술' 이야기 연재 순서 

1. 교양 있는 스파이와 괴물, 그리고 허영의 초상: '007 시리즈' '양들의 침묵' '사이드웨이'

2. 술과 계급의식: 반지하와 형사의 위스키가 향하는 곳: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

3. 투명한 잔에 일렁이는 공허한 욕망: '가능한 사랑'과 이탈리아 와인 가야(GAJA)

4. 여배우의 방어기제, 소주 대신 맥주를 권할 때: '그녀가 돌아온 날'의 독일 맥주

 

 

2. 술과 계급의식: 반지하와 형사의 위스키가 향하는 곳

'기생충'의 양주 파티와 '헤어질 결심'의 막걸리와 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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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9일 제 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후 "I'll drink until next morning!"라며 술 사랑을 천명했다.

 

 

음주가무(飮酒歌舞)의 DNA를 지닌 한인 감독들도 늘 영화 속에 술을 초대한다. 봉준호 감독은 2020년 2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첫 오스카인 국제극영화상을 받은 후 "I'm ready to drink tonight!(오늘 밤 술 마실 준비됐습니다!)”라고 소감을 말하며, 술 사랑을 천명했다. 이어 감독상 트로피를 받고서는 "I'll drink until next morning!(내일 아침까지 술 마시겠습니다!)"이라고 다시 술을 언급했다. 

 

'기생충(Parasite, 2019)'에서 김씨네(송강호 등) 가족이 캠핑 여행 간 박사장네 집에 들어가 폭우가 쏟아지는 정원을 바라보며 양주판을 벌인다. 테킬라, 꼬냑(레미 마르탱 XO)과 위스키(발렌타인 30년산, 로열 살루트 21년산, 글렌피디크 15년산) 등 종류별로 내놓고 술판을 즐긴다. 지하방에서 저렴한 필라이트를 마시던 김씨네는 박사장네 와인셀러는 건드리지 않고, 육포와 감자칩을 안주로 양주 타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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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2019)에서 김씨 가족은 박사장네 거실에서 양주 파티를 벌인다. 

 

아마도 박사장네 냉장고에는 치즈와 모타델라햄, 과일도 있었을 법하다. 그러나, 그들은 반려견 세마리를 위한 간식인 육포를 안주 삼아 양주를 거나하게 마신다. 그들의 입을 채우는 것이 비싼 위스키와 동물의 사료인 것이다. 와인사기범 루디 쿠니아완에게 속아 가짜 라벨을 소비하던 억만장자들처럼, 김씨네 역시 박사장네의 고급 와인으로 가득한 셀러는 감히 건드리지 못한다. 

 

와인은 라벨을 읽고, 품종을 알고, 코르크를 따서 잔에 따르고 향과 맛을 음미하는 규칙이 필요한 술이다. 반면, 위스키나 코냑 같은 양주는 비싸고, 도수가 높고, 빨리 취할 수 있는 술이다. 김씨네에겐 명품 와인이 까다로운 영어와 불어가 써있는 유리병에 불과했을 것이다. 

 

반면, 거실 장식장의 양주는 화려한 크리스탈 병에 담겨 존재감을 뿜어낸다. 반지하의 고단함과 가난을 단번에 잊게해줄 가장 확실하고 빠른 '화끈한 보상'이 양주였던 것이다. 봉준호는 김씨네가 상류사회의 진짜 교양과 문화를 체득하지 못한 채 부를 모방할 때 나타나는 사실적이고도 서글픈 단면을 보여주었다. 

 

술은 '기생충'에서 프롤레타리아 김씨네와 부르주아 박사장네의 계급을 분할한다. 김씨네가 점거하고, 훔쳐 먹는 비싼 위스키는 그들이 가질 수 없는 상류층에 대한 환상이다. '남의 것을 훔치려했던' 김씨네는 결국 번개와 함께 들이닥친 현실 앞에서 쫓겨나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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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 탕웨이 주연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 등장하는 대만산 칼라반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 위스키.

 

한편,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 2022)'에선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주말 부부로 지내는 부인(이정현 분)과 막걸리를 마신다. 그러나, 서래(탕웨이 분)을 향한 열망과 불면증에 시달리면서는 독한 주정강화 와인인 대만 산 싱글몰트 위스키인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Kavalan Solist Oloroso Sherry Cask)다. 

 

서민적인 술 막걸리는 해준에게 안정적인 가정을 뜻하지만, 밑에 깔리는 찌꺼기는 균열되어가는 부부관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셰리는 서래의 매혹과 해준의 욕망이 시각화된 술이다. 셰리는 막걸리와 달리 투명하지만, 너무 독해서 파멸로 이끌 수도 있는 사랑일 수도 있다. 

 

 

*NYFF57 우리의 마음 속엔 기생충이 산다 '기생충(Parasite)' ★★★★☆

*NYFF60 '헤어질 결심' 리뷰 ★★★★★ <Korean version>

*'미발견의 보물' 스페인의 셰리(Sherry)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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