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Boycott the Grammys <3> 그래미 패싱 (Grammy Passing) D.
음악은 국경을 넘었지만, 그래미는 넘지 못했다
BTS 3회 후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카테고리의 문제점
BTS 그래미상 보이콧 파장 시리즈
(3) 그래미 패싱(Grammy Passing): 외면당한 거장들
B. 팝의 디바들: 조안 바에즈, 재니스 조플린, 니나 시몬, 다이애나 로스, 셰어, 마돈나, 로리 앤더슨
D. 변방의 혁신가들: 밥 말리, 아바, 비요크, 싸이(PSY), BTS
E. "미안해요, 평생공로상"
(4) 그래미의 달링들(Grammy Darlings)
선택받은 성골들: U2,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아델, 빌리 아이리쉬
(5) 영원한 이방인들(Aliens)의 반란: 왜 세계는 BTS 선언을 응원하나

그래미는 다양성을 받아들이면서도 다양성을 분류해왔다. 팝, 록, R&B, 재즈, 컨트리, 가스펠 등을 제외한 장르나 민족 음악은 '그 외의 것들(None of These)'로 취급되며 라틴, 월드뮤직(2020년부터 '글로벌 뮤직'으로 개칭) 등 별도의 바구니에 담겼다. 다양성을 위한 카테고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선 진일보였지만, 그 바구니가 미국 음악의 테이블 바깥에 놓여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실제 그래미의 분류 체계를 보면 이 배타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래미는 라틴, 아프리카, 레게, 뉴에이지, 앰비언트(Latin, Global, African, Reggae & New Age, Ambient or Chant) 등 지리적·문화적·음악적 성격이 전혀 다른 장르들을 단 하나의 필드 안에 묶어두고 있다.
BTS의 그래미 보이콧 시리즈 1편('K팝의 게토화에 대한 반발)에서 짚었듯, 1969년 푸에르토리코 출신 가수 호세 펠리치아노(José Feliciano)가 그래미 본상(신인상)을 거머쥔 후 미 레코딩아카데미는 '라틴(Latin, 1976)'이라는 카테고리의 울타리를 세웠다. 그 결과 스페인 가수 훌리오 이글레시아스(Julio Iglesias)와 콜롬비아 출신 샤키라(Shakira) 같은 글로벌 라틴 스타들은 수억장의 판매고에도 불구하고, 메인 본상(올해의 앨범, 레코드, 노래) 문턱에서 좌절하는 '라틴 게토(Latin Ghetto)'에 갇혀야 했다.
레코딩아카데미가 2027년부터 최우수 아시안 팝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 부문을 신설한다는 것은 곧 K팝을 비롯, 아시안 팝음악을 격리시킴으로써 본상 진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세련된 배제의 선언에 가깝다.
그래미의 비영미권 패싱, 변방 밀어내기의 잔혹사는 자메이카 출신 밥 말리를 시작으로 스웨덴의 아바(ABBA), 아이슬랜드의 비요크, 그리고 K-팝의 신화를 쓴 싸이(Psy)와 BTS로 이어진다. 시대와 국경을 넘어 주류 팝 시장의 문법을 뒤흔든, 진정한 혁신가들의 잔혹사다.

#'레게의 전설' 밥 말리
밥 말리(Bob Marley, 1945-1981)는 제3세계 최초의 글로벌 수퍼스타이자, 영미권이 독점했던 글로벌 음악계의 주류를 최초로 뒤흔든 비서구권 아티스트였다. 그는 레게 음악(Reggae)을 자메이카의 민속음악에서 전 세계적인 '저항의 언어'로 격상시킨 혁신가였다.
레게는 1960년대 말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자메이카의 전통음악인 멘토(Mento)에 미국의 R&B가 섞이면서 진화한 장르다. 리듬은 한없이 느긋하고 낙천적이지만, 그 위에 얹힌 메시지는 날카롭고 무겁다. 아프리카 복귀를 주장하는 자메이카의 종교적 민족주의 운동인 '라스타파리아니즘(Rastafarianism)'과 결합해 억압에 대한 저항, 아프리카인들의 연대, 사랑과 평화를 노래한다. 밥 말리의 상징인 꼬은 머리(Dreadlocks)와 에티오피아 국기 색상(녹색·노란색·빨간색)은 이 사상에서 비롯된 레게의 시각적 정체성이다.
자메이카 나인마일의 가난한 농가에서 백인 영국군 장교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밥 말리는 학교 중퇴 후 18세에 밴드 '더 웨일러스(The Wailers)'를 결성했다. 말리는 '밥 딜런의 서정성, 스모키 로빈슨의 목소리, 그리고 체 게바라의 카리스마'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1972년 영국의 아일랜드 레코드사와 계약하며 선보인 데뷔 앨범 Catch a Fire'는 레게를 세련된 록 앨범처럼 포장해 대성공을 거두었다. 연이어 발매한 앨범 'Burnin'의 수록곡 I Shot the Sheriff'는 기타의 전설 에릭 클랩튼이 커버해 1974년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영국 음악방송 'Top of the Pops' 출연과 전국 투어로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은 말리는 1975년 런던 라이브 콘서트 실황을 담은 싱글 'No Woman, No Cry'를 통해 유럽 전역에서 스타덤에 올랐다.
밥 말리에게 음악은 곧 힘이었다. 1976년 자메이카 내전 당시 총격을 당하고도 온몸에 붕대를 감은 채 '스마일 자메이카(Smile Jamaica)'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런던 망명 생활을 거쳐 1978년 다시 고국으로 돌아갔던 말리는 유혈 사태가 극에 달한 고국의 내전을 끝내기 위해 '원 러브 평화 콘서트(One Love Peace Concert)'를 열었다. 그는 무대 위로 여당 총리 마이클 맨리와 야당 당수 에드워드 시아를 불러내 강제로 손을 맞잡게 했다. 음악이 총칼을 쥔 권력을 물리치고 'One Love'로 평화 메시지를 전파한 대중음악사상 위대한 순간이었다.
1976년 롤링스톤지는 밥 말리와 웨일러스를 '올해의 밴드'로 선정했고, 1978년 UN은 그에게 '제3세계 평화의 메달'을 수여했다. 글로벌 평단과 세계 기구는 이미 그의 독보적인 혁신성을 공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수적인 미국 시장의 벽은 유독 높았다. 1970년대 말까지만 해도 미국 내 레게 팬덤은 주로 백인 대학생이나 히피 문화 추종자들에 국한되어 있었다. 정작 미국의 주류 흑인 사회는 R&B와 디스코에 열광하며 레게를 변방의 소음으로 외면했다.
밥 말리가 미국 시장에서 거둔 첫 번째 실질적인 메인스트림 성과는 1976년 앨범 'Rastaman Vibration'이 빌보드 200 차트 8위에 오르면서부터였다. 이 앨범의 수록곡 'Roots, Rock, Reggae'가 빌보드 핫 100에서 51위를 기록한 것이 그가 생전에 거둔 최고 싱글 성적이었다. 미국 흑인 대중의 마음을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밥 말리는 마침내 1980년 9월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MSG)에서 열린 흑인 소울 밴드 '코모도스(The Commodores)' 콘서트의 오프닝 밴드로 초청됐다. 드디어 미국 정복을 눈앞에 두는 듯했다.
그런데, 말리는 MSG에서 두 차례 공연을 마친 후 센트럴파크에서 조깅을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으로 이송된 그에게 내려진 진단은 흑색종(피부암)이었다. 그는 이틀 뒤 피츠버그 스탠리시어터(현 베네덤센터)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영영 무대를 내려와야 했다. 이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8개월간 대체요법으로 사투를 벌였고, 그의 투병기는 미국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그러나, 1981년 5월 고향 자메이카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말리는 결국 마이애미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의 나이 고작 서른여섯이었다. 장례식은 자메이카 국장으로 치러졌다. 비극적이게도 그는 음악산업의 시각적 혁명이라 불리는 MTV가 개국하기 불과 3개월 전 세상과 이별한 것이다.
밥 말리의 음반은 전 세계적으로 7천5백만 장 이상이 팔려 나갔으며, 1984년 발매된 베스트 앨범 'Legend'는 역대 가장 많이 판매된 레게 앨범으로 역사에 남았다. 1994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고, 1999년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Exodus'를 '세기의 앨범(Album of the Century)'으로 선정했다. 음악 평단 역시 그를 예우했다. 롤링스톤지는 역사적 아티스트들을 총망라한 기획에서 밥 말리를 '역대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100인(100 Greatest Artists of All Time)' 중 11위에 올렸다.

https://www.grammy.com
세계가 이토록 열광하는 동안, 그래미는 생전의 밥 말리를 외면했다. 레코딩아카데미는 팝, 록, 컨트리 등 백인 주류 음악의 성취만을 공인할 뿐, 제3세계에서 날아온 흑인 아티스트의 낯선 엇박자 리듬과 날카로운 저항의 메시지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말리가 사망하고 4년이 지난 1985년, 그래미는 뒤늦게 '최우수 레게 앨범'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그러나 이 역시 레게라는 혁신적 장르를 종합 본상(General Field)에서 격리시켜 그들만의 리그에 가두려는 '게토화' 전략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래미는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말리(Marley)'라는 이름값에만 트로피를 쥐여주었다. 실제로 이 부문에서 밥 말리의 아들 지기 말리가 통산 8회 수상이라는 기형적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부인 리타와 그의 자녀들(샤론, 세델라, 스티븐, 줄리안, 데미안)과 손자(스킵 말리)까지 대를 이어 후보에 오르고 트로피를 받아갔다.
결국 그래미는 밥 말리가 세상을 떠난 지 무려 20년이 지난 2001년에야 그에게 '평생공로상'을 헌정했다. 그해 밥 말리와 함께 평생공로상을 받은 명단을 보면 그래미의 민낯이 더욱 선명해진다. 당대 그래미의 총아였던 토니 베넷(후보 41회, 수상 19회)을 제외하면, 밥 말리(후보 0회), 비치 보이스(후보 4회, 수상 0회), 더 후(후보 2회, 수상 0회),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후보 3회, 수상 0회) 등 대중음악사를 정복하고도 그래미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던 당대 최고의 '그래미 스넙(Snub)' 클럽 멤버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 생전엔 철저히 격리하다가 사망 후에 박제된 트로피를 던져주는 그래미의 태도는 변방의 혁신가들이 마주해야 했던 첫 번째 잔혹한 벽이었다.
*'레게의 전설' 밥 말리(Bob Marley)를 다시 본다, 2012

#'글로벌 팝의 제왕' 아바(ABBA)
할리우드는 스웨덴에서 날아온 영화인들에게 일찍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는 유성영화의 새벽이었던 1930년('안나 크리스티', '로맨스')부터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잉그리드 버그만(Ingrid Bergman)은 '가스등(1944)', '아나스타샤(1956)'로 주연상 2회, '오리엔트 특급 살인(1974)'으로 조연상 1회를 받아 오스카 트로피를 무려 세 차례나 거머쥐었다.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Ingmar Bergman) 감독 역시 1959년 '산딸기'부터 1984년 '화니와 알렉산더'까지 아카데미 감독상, 각본상, 작품상 등 총 9회 이름을 올리며 할리우드에서 그 권위를 공인받았다.
그러나, 그래미는 스웨덴에서 온 음악의 거장 아바(ABBA)에게만큼은 철저히 빗장을 잠갔다. 두쌍의 커플로 결성된 아바는 1974년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워털루(Waterloo)'로 우승하며 팝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Waterloo'는 영국과 서독을 비롯해 유럽 9개국과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정상에 올랐으며, 비국에선 빌보드 핫 100 차트 6위까지 올랐다. 아바는 영국에서 8장의 앨범을 연속으로 1위에 랭크시켰다. 빌보드에선 'Dancing Queen'(1977)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Take a Chance on Me', 'The Winner Takes It All', 'Fernando', 'SOS', 'Does Your Mother Know', 'Chiquitita', 'Knowing Me, Knowing You' 등을 톱 30에 올려 놓았다.
아바의 노래들은 쉽고 대중적이지만, 제작 과정은 어떤 록 밴드보다 실험적이고 혁신적이었다. 두 작곡가 베니와 비외른은 보컬과 악기 트랙을 수십 번씩 녹음해 겹쳐 쌓는 '멀티트래킹(Multi-tracking)' 기술의 선구자였으며, 이를 통해 아바 특유의 입체적 사운드가 탄생했다. 또한 서늘하고 투명한 보컬의 아그네타와 따뜻하고 묵직한 음색의 프리다는 완벽하게 대조되었다. 이 둘의 목소리가 겹쳐질 때 생기는 배음(Overtone) 효과는 아름다운 보컬 블렌딩을 만들어냈다. 아바의 멜로디는 클래식 음악의 대위법만큼 정교한 구조를 갖추어, 음악학자들은 대중음악이 도달할 수 있는 완벽한 구조라는 평을 내렸다.
아바의 사례는 그래미의 보수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1970년대 세계 팝시장을 지배했던 아바는 전성기 동안 단 한 차례도 그래미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영화계의 오스카가 스웨덴의 예술을 주류로 끌어안는 동안, 그래미는 대중음악의 혁신가들을 변방의 이방인으로 방치했던 것이다. 그래미는 밥 딜런, 이글스, 시카고 같은 포크, 록, 컨트리 음악만을 진정한 예술로 평가했다.
아바 해산 10주년이 되던 1992년에는 히트곡 19곡이 수록된 'ABBA Gold: Greatest Hits'가 발매되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1999년엔 아바의 음악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맘마미아!(Mamma Mia!)'가 제작되어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전 세계에서 장기 공연을 이어갔다. 또한 2008년엔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되어 대성공을 거두었고, 2018년에는 속편 'Mamma Mia! Here We Go Again'까지 개봉했다.
세월이 흘러 2021년 아바는 40년 만에 새 앨범 'Voyage'로 드라마틱하게 컴백했다. 그러자 2022년 그래미는 돌연 싱글곡 'I Still Have Faith In You'를 '올해의 레코드' 후보에 지명했다. 아바의 첫 그래미 노미네이션이었다. 이어 2023년엔 'Voyage'를 다시 '올해의 앨범'과 '최우수 팝보컬 앨범' 후보에 올렸고, 싱글 'Don't Shut Me Down'은 '올해의 레코드'와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까지 총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전성기 때는 철저하게 외면했다가, 40년 만의 컴백 음반을 본상 후보에 무더기로 올린 것이다. 하지만 끝내 트로피를 안겨주지는 않았다.
2022년 5월에는 런던의 전용관 ABBA Arena에서 아바를 가상 아바타('ABBAtars')로 내세운 콘서트 'ABBA Voyage'가 개막했다. 1979년의 공연 모습을 재현한 이 콘서트는, 10인조 라이브 밴드의 연주에 맞춰 아바가 전성기 시절 녹음했던 실제 보컬 트랙을 트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공연은 2026년 4월 기준 누적 관객수 400만 명을 돌파하며, 음악팬들의 아바 사랑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하고 있다.

#'디바 일렉트로니카' 비요크(Björk)
아이슬란드 출신 비요크(Björk)는 1994년 'Human Behaviour'부터 2023년 'Fossora'까지 무려 16회 그래미상 후보에 지명됐으나, 수상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비요크는 대부분 베스트 알터너티브 뮤직 앨범(9회)과 뮤직비디오(4회) 부문에 이름을 올렸으며, 2005년엔 'Oceania;로 여성 팝보컬 퍼포먼스 후보에 지명되기도 했다. 비요크는 통산 16회 노미네이트라는 대기록을 세우고도 단 하나의 트로피도 받지 못했다. 그래미 역사에서 손꼽히는 '최다 노미네이션 무관' 아티스트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그렇다면 비요크가 가장 많이 노미네이트된 '얼터너티브 음악(Alternative music)'이란 무엇인가? 그래미상 웹사이트에서는 1991년부터 시상해 온 이 부문에 대해 "진보성과 혁신성을 포괄하며, 다른 장르로 분류하기 어려운 음반들을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회(1991년) 수상자인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시네이드 오코너(Sinéad O'Connor)를 시작으로 톰 웨이츠, 너바나, 라디오헤드, 벡(Beck), 데이비드 보위, U2, 콜드플레이 등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들이 이 상을 받아 갔다. 비요크는 9번이나 패싱당했다.
비요크는 지능형 댄스 뮤직(IDM), 트립합, 아방가르드 팝, 클래식 오케스트라는 물론, 오직 인간의 목소리만으로 앨범을 채우는 등 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실험적인 크로스오버 아티스트다. 그의 음악은 다소 난해한 탓에 대중 라디오 방송 횟수가 반영되는 빌보드 핫 100 차트보다는, 탄탄한 팬덤과 음악적 영향력을 투영하는 빌보드 200 앨범 차트 및 장르별 차트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왔다.
실제로 2007년 발매한 6집 앨범 'Volta'는 빌보드 200 차트 9위에 오르며 그의 앨범 중 유일하게 톱 10에 진입하는 기록을 세웠다. 반면 대중성보다 전문성이 돋보이는 '댄스/일렉트로닉 앨범' 차트에서 'Volta'는 9주 동안 1위를 지켰으며, 'Vespertine'과 'Biophilia' 등의 명반들 역시 정상에 올랐다. 비요크는 통산 2천만 장 이상의 음반 판매고를 기록 중이다.
그의 콘서트는 첨단 기술, 가상현실(VR), 풀 오케스트라에 독창적인 무대 미술이 결합한 '종합 예술'로 평가받으며 언제나 압도적인 티켓 파워를 자랑한다. 거대한 스타디움 투어 대신 세계 주요 도시의 유서 깊은 극장이나 대형 아레나를 택해 자신만의 서사가 담긴 콘셉트 투어를 이어오고 있다.
필자는 2003년 여름, 코니아일랜드의 야구 경기장인 키스팬 파크(현 마이모니데스 파크)에서 열린 비요크의 'Greatest Hits Tour'를 직접 관람한 적이 있다. 당시 비요크는 마치 미라(Mummy)를 연상시키는 전위적인 분장을 한 채, 풍성한 현악 앙상블과 하프 연주자를 거느리고 무대에 올랐다. 짐승의 울부짖음처럼 날것 그대로 뿜어져 나오던 그의 스펙터클한 목소리는 관객들에게 흡사 최면을 거는 듯 강렬한 황홀경을 선사했다.
2015년 즈음 비요크는 전위 예술가 매튜 바니(Matthew Barney)와 우리 동네 브루클린 하이츠(Brooklyn Heights)의 한 펜트하우스에서 거주하고 있었다. 어느 날 동네 거리에서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전화를 통화하며 걸어가는 비요크와 스 지나치던 기억이 난다. 그녀의 목소리엔 잊혀지지 않는 색깔이 있다. 그러나 오랜 예술적 동반자였던 매튜 바니와 결별한 후, 비요크는 펜트하우스를 정리하고 2018년 고향인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로 돌아갔다고 한다.

비요크의 예술 세계는 음악의 장르적 크로스오버를 넘어 이미 영화계와 세계적인 미술관의 영역까지 깊숙이 침투해 있다. 2000년에는 덴마크의 거장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뮤지컬 영화 '어둠 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에서 시력을 잃어가는 주인공 셀마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고, 그해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또한, 2015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는 그의 데뷔 앨범 'Debut'(1993)부터 'Vulnicura'(2015)에 이르는 음악 여정을 시청각 공간으로 재구성한 대규모 회고전이 열렸다. 이 전시에는 2001년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디자이너 마얀 페조스키(Marjan Pejoski)의 '백조 드레스'를 비롯해, 그의 전위적인 무대 의상과 독창적인 마네킹들이 대거 전시되었다.
이처럼 시각과 청각, 공간과 서사를 모두 장악하는 '토탈 아티스트' 비요크를 감히 그래미 트로피 개수 따위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그를 번번이 외면해 온 그래미야말로, 비요크라는 거대한 예술가를 포용하기에는 너무나도 작고 보수적인 우물 안의 세계에 갇혀 있는 지도 모른다.

#'K팝의 혁명아' 싸이(PSY)
아마도 21세기 K팝의 역사는 '강남 스타일(Gangnam Style, 2012)'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야할 것이다. 싸이 이전에도 K팝은 아시아에서 성공하고 있었다. 1990년대 후반 5인조 보이밴드 H.O.T.가 중국과 대만 시장에 진출해 K팝 팬덤을 형성했으며, 이후 보아(BoA)가 일본 주류 음악시장에 진입했다. 그리고, 2000년대 중후반엔 동방신기, 비, 소녀시대와 BIGBANG 등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 K팝의 존재는 미미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K팝의 지리적 좌표를 바꾸어놓았다. 2012년 7월 15일 유튜브에 오른 뮤직비디오 '강남 스타일'로 싸이는 글로벌 스타덤에 올랐다. 말춤을 추며 한국어로 부른 '강남 스타일'은 그해 12월 유튜브 역사상 최초로 조회수 10억회를 돌파한 동영상이 되었다. 그해 말까지 호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등 30개국 이상의 음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빌보드 핫 100의 2위에 7주간 연속 머물렀다. 당시 빌보드 핫 100의 정상을 차지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라디오 방송 횟수(Airplay) 비중이 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지구촌 곳곳에서 '강남 스타일' 패러디 영상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남녀노소, 인종을 불문하고 전 세계인이 따라 추는 글로벌 플래시몹 문화를 만들어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강남 스타일'을 언급하고, 반체제 중국 작가 아이 웨이웨이는 패러디 영상을 만들었다. 당시 런던의 보리스 존슨 시장은 '강남 스타일'을 "2012년의 가장 위대한 문화적 걸작"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2013 그래미상 후보에 싸이와 '강남 스타일'은 보이지 않았다. ABC 뉴스는 이에 대해 '올해의 레코드'와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에 제출되어 심사를 받았지만, 후보 선정에서 탈락했다고 보도했다. 미 레코딩아카데미가 인터넷 바이럴로 유명해진 '강남 스타일'을 진지한 음악적 성과로 인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네티즌들은 한국어 노래라는 장벽 때문에 그래미가 의도적으로 배제했을 것이라 추정하기도 했다.
그러면, 싸이와 '강남 스타일'은 ABC 뉴스의 보도 대로 '올해의 레코드'와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에만 출품했을까?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나 최우수 뮤직비디오(Best Music Video), 댄스 레코딩(Best Dance Recording) 등 다른 부문엔 출품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강남 스타일'의 최대 약점은 너무나 성공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곡이 세계를 웃고 춤추게 만든 순간, 그것은 음악적 성취인 동시에 너무 거대한 대중문화 현상이 되어버렸다. 그래미가 그 열광을 작품성으로 환산하기에는 ‘강남스타일’은 너무 쉽고, 너무 유쾌하고, 너무 흔했다. 그래미에게 '강남 스타일'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을까?
그래서 2013년 싸이가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던 제 55회 그래미상 본상은 누가 탔을까? 올해의 앨범은 영국 포크록 밴드 멈포드 & 선즈(Mumford & Sons)의 'Babel', 올해의 레코드는 벨기에 가수 고티에(Gotye)와 뉴질랜드 가수 킴브라(Kimbra)와 노래한 'Somebody That I Used To Know'가 차지했다. 신인상과 올해의 노래는 뉴욕의 밴드 펀(Fun)과 그들의 노래 'We Are Young'에 돌아갔다.
멈포드 & 선즈는 영국에서 인디 포크 붐을 일으킨 그룹이었으며, 고티에는 알터너티브 팝을 추구하는 싱어송라이터, 펀(Fun)은 뉴욕의 인디록 밴드다. 게다가 앨범과 레코드 후보에도 블랙키즈(The Black Keys),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에드 쉬란(Ed Sheeran), 미구엘(Miguel) 등 인디 뮤지션들이 대거 올랐다. 한국에서 온 말춤의 '강남 스타일'이 지구를 뒤흔들고 있을 때 그래미는 새로운 인디/얼터너티브 계열의 음악을 옹호하며 주류로 끌어올렸다.
그래미는 인디록과 얼터너티브의 새로운 풍미는 받아들였지만, 한국어로 부르는 ‘강남 스타일’이라는 낯선 글로벌 현상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 새로운 음악을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들이 ‘음악’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형태의 새로움만을 선호한다.
이처럼 싸이는 그래미로부터 철저한 외면을 당했지만, 빌보드뮤직어워드(BBMAs)에선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한인 아티스트 최초로 최우수 스트리밍송 비디오,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s)에선 뉴미디어상을 수상했다. MTV 유럽뮤직어워드(EMA)에선 베스트비디오, 올해의 국제 노래 및 특별상 등 3개상을 석권했다.
*세계를 열광시키는 싸이(Psy) 신드롬은 왜?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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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비틀즈' BTS
싸이(PSY)가 2012년 '강남 스타일'로 얼어붙어 있던 미국 시장의 문을 부수고 K팝의 길을 냈다면, 방탄소년단(BTS)은 그 좁은 틈새를 새로운 지평으로 넓히며 자신들의 집을 지었다. '강남 스타일'은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타고 빌보드 핫 100에 7주 연속 2위를 기록하며 한국어로 된 음악도 미 주류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그후 5년 동안 글로벌 음악시장은 CD와 다운로드 중심에서 유튜브와 스포티파이 등 스트리밍과 SNS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는 곧 라디오 플레이와 프로모션 없이도 해외 팬들이 아티스트들을 직접 발굴할 수 있는 토양이 되었다. BTS는 싸이가 닦아 놓은 K팝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디지털 환경의 수혜자였다.
2013년 '2 Cool 4 Skool'로 데뷔한 후 차근차근 쌓아온 해외 팬덤의 화력을 바탕으로 2017년 5월 빌보드뮤직어워드(BBMAs)에서 저스틴 비버, 셀레나 고메즈, 아리아나 그란데 등을 제치고 '톱 소셜 아티스트(Top Social Artist)'를 수상했다. 그해 11월엔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s)에서 'DNA' 퍼포먼스 보여주며 K팝 그룹 최초로 미국 지상파 TV 데뷔를 하며 전 세계에 BTS 열풍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BTS는 단 하나의 히트곡으로 반짝 뜬 것이 아니었다. 초기에는 힙합 그룹으로 시작했으나, 점차 다양한 장르로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다. 가사에서는 고민과 성장통, 상실, 자기 사랑, 그리고 명성과 인기에 따른 결과 등을 다루었고, 문학, 철학, 심리학적 요소를 차용하거나 독자적인 세계관의 서사를 담았다.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팬클럽 '아미(ARMY)'라는 전무후무한 팬덤이었다.
그들은 2018년 출반한 3번째 정규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로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후 'LOVE YOURSELF 結 'Answer'' 'MAP OF THE SOUL : PERSON' 'MAP OF THE SOUL : 7' 'BE' 'PROOF' 'ARIRANG'까지 7의 앨범을 정상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 100에는 2020년 'Dynamite'로 시작 'Savage Love' 'Life Goes On' 'Butter' 'Permission to Dance'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와 협업한 'My Universe' 그리고 4년만에 발매한 그룹 앨범 'ARIRANG'의 수록곡 'SWIM' 등 7곡으로 1위에 올랐다. BTS는 1966년 비틀즈 이후 가장 빨리 미 싱글 차트 1위곡 6개를 보유한 아티스트가 되었으며,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선 톱 10에 'ARIRANG' 수록곡이 통째로 톱 10을 점령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그리고, BTS는 2018년 이래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s) 14개 부문 후보에 올라 2021년과 2026년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아티스트'를 2회 수상했으며, 14회 모두 석권했다. 빌보드뮤직어워드(BBMAs)에서도 2022년 휴지기 선언 전까지 '톱 소셜 아티스트'(5년 연속), '톱 듀오/그룹'(3회) 등 12개를 수상하며, 이 상 역사상 최다 수상 그룹이 되었다. 또한, MTV 비디오뮤직어워즈(VMAs)에선 '올해의 그룹'(3년 연속 수상), '베스트 K-POP' 등 총 10회 수상했다.
멤버들의 군 복무로 인한 휴지기(2022년 6월-2025년 6월)인 3년은 솔로 활동으로 다시 빌보드를 점령했다. 지민(Like Crazy)과 정국(Seven)은 빌보드 200의 톱을 기록했으며, RM, 슈가(Agust D), 제이홉, 뷔, 진 등 7인이 솔로 앨범으로 모두 톱 10에 올렸다. 글로벌 아이돌 그룹으로 드물게 작사, 작곡 및 프로듀싱 과정에 직접 참여하며 창작의 주도권을 유지해온 BTS 멤버들은 그룹으로나 솔로로서도 음악성을 발휘한 것이다.

2021년 BTS는 멤버들의 염원이었던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다. 그해 '다이너마이트'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지만,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협업(Rain On Me)에 밀려났다. 그해 올해의 앨범과 레코드는 테일러 스위프트(Folklore)와 빌리 아이리쉬(Everything I Wanted)가 받아갔다. 이로부터 연속 3년간 BTS는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지명됐다. 2022년엔 '버터'로 올랐으나, 도자 캣과 시저의 콜라보(SZA, Kiss Me More)가 차지했다.
그리고, 2023년 BTS는 콜드플레이와의 협업곡 'My Universe'로 다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영국 가수 샘 스미스와 킴 페트라스 콜라보(Unholy)가 받아갔다. 'My Universe'가 담긴 'Music Of The Spheres'는 올해의 앨범 후보에도 지명됐지만, 영국의 보이밴드 '원 디렉션' 출신 솔로 해리 스타일스(Harry's House)에 돌아갔다. BTS는또한 'Yet To Come'으로 최우수 뮤직비디오에 노미네이트됐다. 그러나, 수상자는 테일러 스위프트(All Too Well: The Short Film)가 호명됐다.
이로써, BTS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모두 5차례 그래미 후보에 올랐지만 단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그래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의 함정
흥미로운 점은 그래미가 그토록 외면했던 보이 밴드 '원 디렉션'이 활동기엔 후보에 끼워주지 않았다가 해리 스타일스가 솔로로 전향하자 후보에 지명하고, 올해의 앨범까지 안겨주었다는 점이다. 스타일스는 2021년 3개 후보에 올라 팝 솔로 퍼포먼스를 받았고, 2023년엔 본상 등 6개 부문에 지명되어 비욘세와 아델을 제치고 올해의 앨범과 최우수 팝 보컬 앨범을 석권했다. 스타일스가 변했을까? 그래미가 변했을까?
해리 스타일스는 사실 BTS의 그래미 보이컷 칼럼 시리즈 2편('비밀의 후보검토위원회')에서 다룬 것처럼 미 레코딩아카데미 전회장 데보라 두간이 부정과 비리를 폭로한 후 미 레코딩아카데미가 변했기 때문에 혜택을 봤다. 레코딩아카데미는 2021년 최종 후보를 좌지우지하던 비밀의 후보검토위원회(Nomination Review Committee)를 폐지하고, 세대교체를 위해 수천명의 젊은 음악인들을 투표회원으로 영입했다. 즉, 그래미의 보수적인 밀실 정치가 사라지고, 젊은 피를 수혈한 제도적 혜택의 결과로 해리 스타일스는 대거 후보에 올랐고, 최고상까지 거머쥘 수 있었다.
카테고리 통합의 덫: 팝듀오/그룹/콜라보 바구니
여기서 주목할 것은 BTS가 세번 후보에 올랐던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카테고리다. 이 부문은 듀오, 그룹 , 혹은 협업 보컬이나 악기 연주 팝 퍼포먼스(a duo, group, or collaborative vocal or instrumental pop performance)의 예술적 우수성을 인정하는 상이다. 그런데, 이 협업(collaborative)은 상 이름에 포함되어있지 않다. 그래미는 내년부터 아시안 팝뮤직 퍼포먼스와 함께 신설할 새 카테고리 '최우수 R&B 콜라보,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R&B Collaboration or Duo/Group Performance)'엔 '콜라보'를 명시했다. 왜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엔 '콜라보'가 빠져 있지만, 콜라보들이 대거 수상상하는 것일까?
1959년 제 1회 그래미상부터 팝 부문은 각각 최우수 남성/여성 팝 보컬 퍼포먼스, 보컬그룹/코러스 퍼포먼스, 댄스밴드 퍼포먼스, 오케스트라 퍼포먼스 등 5개 부문에 시상했다. 1966년 보컬 듀오나 그룹에 의한 팝 퍼포먼스(Best Pop Performance by a Duo or Group with Vocals)가 추가됐으며, 1968년 팝 보컬 앨범(Best Pop Vocal Album), 1969년 팝 연주곡 퍼포먼스(Best Pop Instrumental Performance)가 신설됐다. 그리고, 1995년부터는 보컬 팝 콜라보레이션(Best Pop Collaboration with Vocals)에 시상을 시작했다.
이렇게 2011년까지 유지하다가 부문이 너무 많다는 비판을 받게 되자 이듬해부터 카테고리를 축소했다. 남녀 구분을 없애고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Best Pop Solo Performance)로, 연주곡과 콜라보레이션은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에 통합했다. 그리고, 팝 보컬 앨범은 지속하며, 3개 부문에 시상했다.
거물 솔로 연합군의 독식과 구조적 모순
이처럼 콜라보를 팝/듀오 바구니에 담자, 2012년부터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 기존의 듀오와 그룹들이 밀려나고, 1회성 협업(콜라보) 곡들이 트로피를 독식하기 시작했다. 2012년엔 토니 베넷과 & 에이미 와인하우스(Body and Soul), 2013년엔 고티에와 킴브라(Somebody That I Used to Know), 2014년엔 그룹 다프트 펑크와 퍼렐 윌리엄스(Get Lucky), 2015년엔 듀오 그레이트 빅 월드와 크리스티나 아귈레라(Say Something), 2016년은 마크 론슨과 브루노 마스(Uptown Funk), 그리고 2년 건너 뛰어 2019년엔 레이디 가가와 브래들리 쿠퍼(Shallow), 2020년은 래퍼 릴 나스 엑스와 빌리 레이 사이러스(Old Town Road)이 받아갔다.
BTS가 '다이나마이트'로 이 부문 후보에 올랐던 2021년엔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Rain on Me), BTS가 다시 '버터'로 노미네이트됐던 2022년엔 도자 캣과 시저(SZA, Kiss Me More), BTS가 콜드플레이와 콜라보한 'My Universe'로 후보 지명됐던 2023년엔 샘 스미스와 킴 페트라스(Unholy)'가 차지했다. BTS가 3년 연속 후보에 올랐다가 밀려난 것이다. 당초 BTS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해야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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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로도 2024년엔 시저와 피비 브리저스(Ghost in the Machine), 2025년엔 레이디 가가가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곡(Die with a Smile)로 이 부문에서 3번째 트로피를 받아갔다. 그리고, 올해엔 뮤지컬 영화 '위키드'에서 콜라보한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Defying Gravity)가 수상했다. 이 부문 후보에 올랐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가 'Golden'을 비롯, 다국적 K팝 걸그룹 캐츠아이(Katseye, Gabriela), 그리고 로제와 브루노 마스(APT.)가 모두 밀려났다.
화제성 중심 심사와 밴드 생태계의 위기
2012년 이후 이 부문 수상자들을 다시 들여다보다가 뜻밖의 패턴을 발견했다. 2026년까지 15차례의 수상 가운데 정통 듀오·그룹의 수상은 단 2회였고, 나머지 13회는 서로 다른 아티스트들의 협업곡이었다. 정통 듀오·그룹의 수상은 2017년 미국 듀오 트웬티 원 파일럿츠(Twenty One Pilots)의 ‘Stressed Out’과 2018년 미국 록밴드 포르투갈. 더 맨(Portugal. The Man)의 ‘Feel It Still’뿐이었다. 나머지 13회는 토니 베넷, 레이디 가가, 시저, 브루노 마스, 샘 스미스, 아리아나 그란데 등 거물 스타들의 협업곡이었다.
지난 15년간 이들 외에도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빌리 아일리시, 저스틴 비버, 에드 시런, 리한나, 핑크, 마일리 사이러스, 켄드릭 라마 등 빅 스타들의 협업곡이 후보에 줄줄이 지명됐다. 이쯤 되면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이로써 BTS는 물론, 마룬 5, 조나스 브라더스, 원 디렉션 등 보이밴드들은 대형 솔로들의 이벤트성 콜라보에 밀려 후보에 오르지 못하거나,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당대 최고의 솔로 스타들이 협연하면 서로 다른 팬덤을 끌어들여 스트리밍 차트와 틱톡 등 SNS에서 화제성을 배가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여기에 신구 스타의 만남, 수퍼스타와 떠오르는 후배의 결합처럼 극적인 서사까지 더해진다. 최근 수상 결과를 보면 레코딩아카데미가 이런 '이벤트성' 콜라보에 호의적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2027년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는 곡들도 콜라보 일색이다. 'Stateside'의 핑크팬서리스(PinkPantheress) & 자라 라르손(Zara Larsson), 'Rein Me In'의 샘 펜더(Sam Fender) & 올리비아 딘(Olivia Dean), 'The Life of a Showgirl'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 사브리나 카펜터(Sabrina Carpenter), 'Bring Your Love'의 마돈나(Madonna) & 사브리나 카펜터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2026년 이 부문 수상자인 신시아 에리보(Cynthia Erivo) &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도 '위키드' 속편 'Wicked: For Good'의 'For Good'으로 다시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사브리나 카펜터가 두 곡으로 후보에 오른다면, 한 아티스트가 같은 카테고리에서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질 수 있다.
스타와 스타의 만남이 화제성과 서사를 앞세워 표를 끌어모으는 동안, 정통 듀오와 밴드들은 또다시 링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 이제 스타 콜라보는 이 카테고리의 ‘게임의 규칙’을 넘어 하나의 공룡이 되어버린 듯하다.
결국 이 규정은 의도와 상관없이 팝 시장에서 '팀(Group)'의 정체성을 지키며 음악을 하는 밴드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해온 셈이다. 이것은 듀오와 밴드를 죽이려는 그래미의 모략일까? 아니면 단순한 불감증일까?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정작 그룹보다 콜라보가 더 잘 보이는 카테고리. '피, 땀, 눈물'로 뭉친 BTS 같은 그룹은 그 링 안에서 점점 코너로 밀려나게 된 셈이다.
한편, 그래미를 제외한 다른 음악상에선 듀오/그룹과 콜라보레이션을 분리해서 시상해왔다.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s)에선 2010년대 중반 이후 팝 시장에 솔로 스타들 간의 협업(콜라보레이션)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2015년부터 '올해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of the Year)'을 별도로 시상해오고 있다. 이로써, '최애 팝 듀오/그룹(Favorite Pop Duo or Group)' 부문은 정통 듀오와 밴드만을 위한 순수한 경쟁의 장으로 보호하고 있다.
또한, 빌보드뮤직어워드(BBMAs)는 2017년 '탑 콜라보레이션(Top Collaboration)' 부문을 신설했다. 덕분에 BTS는 2019년, 2021년, 2022년에 마룬 5, 실크 소닉, 이매진 드래곤스 등과 겨루어 '톱 듀오/그룹(Top Duo/Group)' 상을 3회나 석권했다.

그래미가 BTS에게 트로피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제 BTS의 현재 위상을 설명하는 데 별다른 의미가 없다. 2026년 3월 발표한 새 앨범 ‘ARIRANG’은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고, BTS는 세계 최대 음악시장에서도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그래미와 BTS의 관계가 뒤집혔다는 점이다. 레코딩 아카데미가 2026년 신설한 '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 부문에 대해 BTS는 2027년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나뉘기보다 그 자체로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것이 이유였다.
싸이(PSY)가 2012년 '강남스타일'로 얼어붙어 있던 미국 시장의 문을 부수고 K팝의 길을 냈다면, BTS는 그 좁은 틈새를 새로운 지평으로 넓히며 자신들의 집을 지었다. 그리고 2026년, BTS는 더 이상 그 집의 문을 열어줄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BTS의 시선은 이미 그래미 너머를 향하고 있다.
음악은 이미 경계를 넘었다. 그래미만 그 경계에 남아 있다.
<계속>
<용어 해설>
#얼터너티브 음악(Alternative Music): 1980년대 주류 팝과 헤비메탈의 상업주의에 반발하여 생겨난 '대안적' 음악 장르. 기존의 정형화된 음악적 틀과 상업적인 흥행 공식에서 벗어나, 아티스트 고유의 독창성, 실험성, 독립적인(DIY) 정신을 강조한다. 장르 간의 경계를 파괴하고, 특정 악기나 스타일에 갇히지 않는다. 아티스트 개인의 철학, 심오한 감정, 사회적 메시지, 혹은 자연과 과학 등 난해한 주제를 다룬다. 오늘날에는 '기존 팝 장르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 모든 혁신적인 음악'을 통칭하는 포괄적인 단어가 되었다. R.E.M., 너바나(Nirvana), 비요크가 대표적이다.
#지능형 댄스 뮤직(IDM, Intelligent Dance Music): 1990년대 초중반 등장한 전자음악의 하위 장르로 춤보다는 추상적인 음색과 복잡한 구성을 감상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음악이다. 직관적인 비트 중심의 클럽 음악에 반발해 탄생했으며, 몸이 아닌 머리로 이해하고 감상하는 음악으로 불규칙한 박자, 글리치(Glitch) 효과, 복잡한 리듬 구조가 특징이다.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 오테커(Autechre), 스퀘어푸셔(Squarepusher), 보즈 오브 캐나다(Boards of Canada)가 대표 아티스트다.
#트립합(Trip Hop): 1990년대 초반 영국 브리스톨 지역에서 시작된 느리고 무거운 힙합 비트에 몽환적이고 어두운 일렉트로니카 요소가 결합된 장르. 'Tripped(약에 취한, 몽환적인)'와 'Hip hop(힙합)'의 합성어다. 느린 템포의 드럼 비트에 재즈, 덥(Dub), 앰비언트, 테크노 등이 실험적으로 섞여 세기말적이고 우울한 감성을 자아낸다.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 포티스헤드(Portishead), 트리키(Tricky)가 대표 아티스트.
#인디 록(Independent Rock, Indie Rock): 상업적인 대형 기획사(메이저 레이블)의 자본에서 벗어나 아티스트가 독립된 소형 레이블(Independent Label)에서 음악적 주도권을 쥐고 만드는 록 음악. 아티스트가 원하는 실험적인 사운드와 진솔한 가사를 자유롭게 시도하며, 멤버들이 직접 곡을 쓰고, 녹음하고, 소규모 공연장을 중심으로 팬들과 소통하며 바닥에서부터 명성을 쌓아 올린다. 장르도 일렉트로닉을 결합한 인디 팝, 아날로그 감성의 포크 록, 거친 사운드의 가라지 록 등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구사한다. 더 스트록스(The Strokes), 라디오헤드(Radiohead), 아틱 몽키즈(Arctic Monkeys) 등이 이에 속한다.
*BTS '아리랑 월드 투어' 5월 세계 그룹 사상 최고 매출 기록
*2026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와 'K팝의 침공(KPop Invasion)'
*그래미상 2027부터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 신설
*한국 EGOT (BIG 4) 국가 공인...골든(케데헌) K팝 사상 최초 그래미상 수상
*롤링스톤: K-Pop의 경이로운 한해를 정의한 10가지 순간들, 2025
*아리랑(Arirang)의 여정: 하워드대 7인에서 나운규를 거쳐 BTS까지 <Korean version>
*Arirang's Journey: From 'The Howard Seven' to Na Woon-gyu and BTS <English version>
*'올해의 아티스트' 후보 BTS, 2026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 5/25) 출연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BTS,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
#26 비틀즈 Vs. 방탄소년단 The Beatles vs. BTS
1960년대 비틀즈(The Beatles)와 오늘의 보이밴드 BTS를 비교한다. 빌보드 No. 1, HOT 100, 베스트셀링 앨범, 비틀 매니아와 BTS 팬클럽 ARMY까지. 그리고, 2022년 6월 휴지기 선언 후 홀로서기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며 정국, 제이홉, RM, 슈가, 뷔, 지민, 진은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https://www.nyculturebeat.com/?mid=Focus&document_srl=4087049
33 Keys to Understanding the Korean Wave: Beyond BTS, Parasite and Squid Game
#26 비틀즈 Vs. 방탄소년단 The Beatles vs. BTS
A comparison between the 1960s Beatles and today's boy band BTS. Billboard No. 1, HOT 100, best-selling album, lyrics, and Beatlemania & BTS ARMY.
https://www.nyculturebeat.com/?mid=Zoom&document_srl=4100896
#26. The Beatles vs. BTS 365
The Beatles vs. BTS by the Numbers 365
From Liverpool to Seoul: Two Boy Band Phenomena 365
Supergroup Comparison: The Beatles and BTS 366
1. Billboard Charts 368
2. YouTube Views 371
3. Bestselling Album 372
4. Music Awards 374
Billboard, AMAs, and MTV VMAs 376
5. Guinness World Records 377
6. Lyrics 378
7. Beatlemania and the BTS ARMY 380
BTS in the COVID-19 Era 382
BTS: Chart-Topping Success 383
BTS: Military Service and Future Plans 385
A Timeless Legacy: The Beatles & BTS 385
'33 Keys to Understanding the Korean Wave: Beyond BTS, Parasite and Squid Game'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BTS,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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