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과 뉴욕필(NY Phil)의 '멋진 신세계' 개막
NY Philharmonic 2026/27 Season Press Conference
수퍼스타 구스타보 두다멜 뉴욕필 26-27 시즌 개막
개방성과 탄력성, 크로스오버로 '다리(Bridge)' 건설할 터

뉴욕에 살면서 LA가 부러웠던 것 하나, 구스타보 두다멜. 17년 만에 뉴욕필의 지휘봉을 잡았다.
1893년 12월 16일, 카네기 홀에서 안토닌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가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로 세상에 처음 울려 퍼졌다. 그로부터 130여 년이 흐른 2026년 9월, 뉴욕 필하모닉은 '신세계(New Era)'를 선포했다. 우리 시대 수퍼스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Gustavo Dudamel, 45)과 2026-27 시즌을 여는 것이다.
뉴요커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려온 거장과 뉴욕필의 결합. 이들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는 올도스 헉슬리가 예언했던 차가운 통제의 세상이 아니라, 음악이 경계를 허물고 우리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진짜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184년간 뉴욕필엔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909-1911), 아르투로 토스카니니(Arturo Toscanini, 1928-1936), 그리고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 1958–1969)같은 명장들이 거대한 발자취를 남겼다.
9월 1일 뉴욕필의 음악감독으로 공식 취임한 마에스트로 두다멜은 9월 8일 링컨센터 데이비드게펜홀의 스튜디오에 화이트 나이키 스니커즈를 신고 나타나 기자들과 만났다. 오전에 말러 리허설을 마치고 등장한 두다멜은 그 곱슬머리에 보조개가 신동 지휘자에서 살아있는 전설이 된 카리스마를 듬뿍 품어내고 있었다. '두다마니아(Dudamania)'의 주인공이다.

9월 8일 데이빗게펜홀 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티아스 타르노폴스키 회장 겸 CEO와 구스타보 두다멜 음악감독.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2025년 1월 뉴욕필의 회장 겸 CEO로 취임한 마티아스 타르노폴스키(Matías Tarnopolsky)는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성장했으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회장 겸 CEO를 지냈다. 두다멜과도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소통하고, 기자의 질문 일부를 통역하기도 했다.
뉴욕필의 2026-27 시즌의 컬러 테마는 블랙핑크(Black Pink)다. 젊은 층에 호소하려는 전략일까? 기자회견 중 통유리창 너머로 쉴 새 없이 지나가는 노란 옐로캡과 이따금 귀를 찌르는 앰뷸런스 사이렌 소리는 소음으로 들리지 않았다. 두다멜 시대엔 그 도시의 소음들이 오히려 활기찬 배경음악(BGM)으로 느껴졌다.
LA필하모닉을 17년간 이끌면서 마에스트로 두다멜은 클래식의 엄숙주의를 내려놓고, 오케스트라의 문턱을 낮추며 크로스오버로 종횡무진했다. 그는 이날 개방성(Open)과 탄력성/융통성(Flexibility)를 강조했다.
"음악은 보편적인 언어로서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곳에 음악을 들으러 오고, 음악을 통해 치유받고, 서로 소통하게 하는
음악은 단순한 오락(entertainment), 그 이상입니다."
2017년 두다멜은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민주적 질서를 촉구하는 칼럼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었다. 이에 마두로 정권은 두다멜과 시몬볼리바르 심포니의 아시아와 미국 순회 콘서트를 금지시켰다.
두다멜은 기자회견에서 고국 베네수엘라가 정치적으로 혼란하지만, 자신을 음악가로 키워준 음악 프로그램 '엘 시에스타마'와 대스승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로부터 배웠으며, 자신에게 기회를 주었던 나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오늘날처럼 정치적으로 양극화한 시대에 음악이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공연장에 앉아서 음악을 들을 때면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디 출신인지,
누구인지에 따라 분열되는(divided) 것이 아니라,
무척 가까이에서 소통하면서 서로간의 차이점이 사라집니다.
이런 창의적이며, 인류애적이며, 엄청난 스피릿으로 하나가 됩니다."

2025 Concerts in the Parks
2025년 6월 두다멜은 차기 음악감독 내정자로 브루클린 프로스펙트 파크에서 지휘했다. 뉴욕필의 '콘서트 인더 파크' 시리즈에서 차이코프스키, 스트라빈스키에 라틴 재즈 트럼펫 연주자 아르투로 산도발과 베네수엘라 민속악기 콰트로 마스터 호르헤 글렘을 무대에 올라가 두다멜의 지휘로 협연했다. 여기에 뉴욕 양키스의 외야수이자 기타리스트 버니 윌리엄스가 특별 게스트로 등장, 브루클린에서 클래식과 라틴음악, 스포츠가 어우러졌다.
올 5월엔 뉴욕필을 이끌고 맨해튼 워싱턴하이츠의 유나이티드 팰리스 시어터(United Palace Theater)로 찾아갔다. 라틴계, 특히 도미니칸공화국 이민자들의 밀집 동네에서 두다멜은 84인조의 뉴욕필과 13인조의 라틴재즈 전문 스패니쉬 할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조지 거쉰과 번스타인에서 빌라로보스, 가브리엘라 오르티스, 오스카 에르난데스, 카를로스 카스칸테, 그리고 루벤 블라데스까지 라틴음악의 향연을 펼쳤다.
두다멜의 문화에 대한 철학은 서로 다른 재료가 어우러져 하나의 맛을 만들어내는 '비빔밥 정신'을 연상시켰다. 각자의 차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인정하면서 새로운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한국의 문화적 융합을 상징하는 비빔밥처럼, 두다멜이 꿈꾸는 오케스트라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그는 팝, 영화음악, 스포츠, 패션까지 경계를 넘어서 장르를 크로스오버하며, 다리(Bridge)을 세우는 음악의 건축가(Musical Architect)처럼 보인다.

*2026 FIFA World Cup Halftime Show: "Seven Nation Army" by Gustavo Dudame, New York Philharmonic, Simón Bolívar Symphony Orchestra, and The Muppets
https://youtu.be/Aowl4OXw_Mc?si=xYOz9zsOSV1PacD3
"문화란 다양성(Diversity)와 정체성(Identity)에 관한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선 여러 악기로 서로 다른 예술적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여러 겹의 차이점을 하모니로 승화해 하나의 body가 됩니다.
불일치(disagreement)가 무언가, 더 나은 것을 창조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두다멜은 26세에 LA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지명되어 28세에 취임했다. 그로부터 17년간 LA필을 이끌며 클래식 음악과 전통오케스트라의 개념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LA필의 대형 야외극장 할리우드 볼(Hollywood Bowl) 콘서트의 프로그램을 라틴음악, 영화음악, 팝 뮤지션과의 협업으로 확장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메인 레퍼토리로 끌어 올렸다.
또한, 2016년 수퍼볼(미식축구 결승전) 하프타임쇼에서 콜드플레이, 비욘세, 브루노 마스와 함께 무대에 올라 유스오케스트라(YOLA)를 지휘했다. 존 윌리엄즈 작곡 '스타 워즈: 깨어난 포스'(2015)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뮤지컬 영화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의 사운드 트랙 지휘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 때는 추모 무대를 지휘하며 할리우드 중심부에 스타 지휘자로서 자리매김했다.
뿐만 아니라 2025년엔 미 최대의 인디 팝음악 축제인 코첼라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에 메이저 오케스트라 최초로 참가했다. 마에스트로 두다멜은 바흐, 바그너, 스트라우스에서 존 윌리엄스의 영화 음악을 연주하는 동시에 레이베이(Laufey), 신시아 에리보, 록밴드 푸 파이터스 등 팝뮤지션들과 협업으로 젊은 세대에 오케스트라의 매력을 각인시켰다.
두다멜은 또한, LA필 재임 기간 위촉 작품 62편의 초연을 직접 지휘하며 현대음악의 영역을 넓혀왔다. 그리고, 그래미상 후보에 12회 올라 9개의 트로피를 석권하며 스타성뿐 아니라 예술성도 당대 최고의 지휘자로 공인됐다.
그는 또한 고국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모델을 이식해 LA청소년오케스트라(YOLA)를 설립했으며, 소외계층 청소년 수천명에게 악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음악 교육을 지원하며 오케스트라의 사회적 임무도 수행했다.

https://www.nyphil.org
LA에서 거둔 성과가 뉴욕에선 어떻게 펼쳐질까?
"뉴욕필의 아카이브는 놀라워요.
제가 11살 때 국립청소년 오케스트라(*El Sistema)와 뉴욕에서(*카네기홀) 연주했을 때(*바이올린)
컬럼버스 서클 동쪽에 몇개 층에 걸친 대형 장난감 숍(*F.A.O. 슈와츠)에서 구경하면서
모든 장난감을 갖고 싶었었지요.
뉴욕필 아카이브에 있는 모든 악보들을 갖고 싶습니다. 압도적입니다."
두다멜은 9월 10일 록펠러센터 라디오시티뮤직홀에서 음악감독 공식 취임 갈라 콘서트를 연다. 이 공연은 조지 거쉰, 레너드 번스타인에서 현대 작곡가 필립 글래스, 뉴욕의 여성 작곡가 제씨 몽고메리와 멕시코 작곡가 아르투로 마르케스의 곡을 연주하며, 게스트로는 힙합 스타 리쪼, 인디록 스타 세인트 빈센트, 브로드웨이 스타 아론 트베이트, 베네수엘라 출신 싱어송라이터 조아키나 등이 무대에 오르며 사회는 배우 리브 슈라이버가 맡는 크로스 장르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2026-27 시즌에서 뉴욕필은 카네기홀과 5년의 오페라 파트너쉽의 첫해로 올 11월 13일과 15일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Tosca)'를 콘서트 형식으로 무대에 올린다. 내년 2월 4-6일엔 미니멀리스트 현대 작곡가 존 아담스(John Adams)의 80회 생일 기념 축제가 마련되며, 내년 봄엔 베토벤의 사망 200주년을 기념한 프로젝트가 3주간 펼쳐진다.
내년 1월 15일엔 진은숙(Unsuk Chin) 작곡 트럼펫 콘체르토가 핀란드 출신 에바 올리카이넨(Eva Ollikainen)의 지휘로 세계 초연된다. 스타 피아니스트 랑랑(10/1), 첼리스트 요요마(10/2)와의 협연,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Clara Jumi Kang)은 주빈 메타의 지휘로 시벨리우스의 콘체르토를 협연(4/15)한다. 영화 '겟 아웃'(10/28-31),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12/17-20), '아마데우스'(6/24, 25, 27) 등 영화음악 콘서트도 마련됐다.
그리고, 내년 6월 9일-12일 레너드 번스타인의 '미사(Mass)' 콘서트로 마에스트로 두다멜과의 26-27 시즌의 막을 내릴 예정이다.

뉴욕필하모닉의 26-27 시즌 거주 아티스트는 아르헨티나 출신 영화음악(브로크백 마운틴, 바벨) 작곡가 구스타보 산타올랄라(Gustavo Santaolalla)와 세르비아 출신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ć)다.
뉴욕필엔 미셸 김 부악장을 비롯, 바이올린부에 리사 은수 김, 함혜영, 권수현, 리사 지혜 김, 이현주, 민경지, 박수현, 한나 최, 정다솔, 그리고 지난 시즌 입단한 이재욱씨, 첼로부에 패트릭 지, 클레어 덕영 김, 그리고 플루티스트 손유빈씨가 활동 중이다.
https://www.nyphil.org

*수퍼스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다큐멘터리 '비바 마에스트로(¡VIVA MAESTRO!) ★★★★☆
https://www.nyculturebeat.com/?mid=Film2&document_srl=4063073
*뉴욕필의 한인연주자들, 2010
https://www.nyculturebeat.com/?mid=People2&document_srl=30791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