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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 홍영혜: 내가 꿈꾸던 작은 도서관
빨간 등대 (78) Little Free Library
내가 꿈꾸던 작은 도서관
“If you have a garden and a library, you have everything you need.”
— Marcus Tullius Cicero

Sue Cho, “Where friendship begins”, 2026, August, Acrylic 36x36
참 이상하지?
원하던 것들이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곳에 떡하니 나타날 때가 있다.
시카고에 사는 딸의 동네에 가면 집 앞에 작은 집 모양의 서가를 만들어 놓은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Little Free Library)가 종종 눈에 띈다. 그럴 때마다 나도 집이 있다면 집 앞에 예쁜 작은 도서관 하나를 만들어 책을 꽂아 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네 사람들이 오가며 책을 가져가기도 하고, 또 누군가 어떤 책을 놓고 갔을까 궁금해하며 들여다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뉴욕에서 나는 마당이 있는 집이 아니라 아파트에 산다. 우리 아파트 지하 빨래방에는 사람들이 읽고 난 책이나 더 이상 쓰지 않는 물건을 가져다 놓는 벤치가 있다. 나도 그곳에서 흥미로운 책들을 몇 권씩 집어오곤 한다. 그러다 보니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집에 점점 쌓여갔다.
문득 이런 생각도 했다.
‘아파트 지하실에 예쁜 LFL 하나를 만들어 볼까?’
하지만 벤치에 쌓인 책들이 너무 많고, 말뚝을 박을 수도 없다. 누구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다, 결국 그저 생각으로 끝났다.

Little Free Library at LaGuardia Corner Garden with Kiran(from left), Little Free Libraries at Tudor City Greens & Madison Square Park
그러던 어느 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커뮤니티 가든인 라과디아 코너 가든(LaGuardia Corner Garden) 앞에 새로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가 설치된 것을 발견했다.
“이럴 수가!”
내가 만들고 싶었던 작은 도서관이 집 가까이에 생긴 것이다. 문을 열어 보니 책은 두세 권뿐이고 거의 비어 있었다.
‘아, 집에 쌓여 있는 책들을 여기에 가져다 놓아야겠다.’
어느 날 책을 처음 놓아 두었는데 한 소년이 LFL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름이 Kiran인데 너무 귀여워 사진 한 장을 찍었다.
희한하게도 내가 즐겨 찾는 맨해튼의 작은 공원들에는 LFL이 하나씩 있다. 제일 좋아하는 매디슨 스퀘어 파크(Madison Square Park)에도, 두 번째로 좋아하는 스타이브센트 스퀘어 파크(Stuyvesant Square Park)에도, 병원에 갔다가 들르곤 하는 튜더 시티 그린즈(Tudor City Greens)에도 있다. 그러고 보니 코네티컷주 아들 집에 가는 길에 잠시 쉬어가는 스탬포드의 바틀렛 수목원(Bartlett Arboretum & Gardens)에도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가 있다. 정말 신기하다.

Little Free Libraries at Bartlett Arboretum & Gardens
공원 벤치에 앉아 책 한 권을 꺼내 읽다가 마음에 들면 가져가도 된다. 꼭 빌린 곳에 다시 돌려놓을 필요도 없다. 책이 한 사람의 손에서 또 다른 사람의 손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다만 마지막 한 권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다음 사람을 위해 남겨두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특히 튜더 시티 그린즈 LFL에 가면 관리자(Steward)가 상담가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갈 때마다 중독, 육아, 심리 상담에 관한 흥미로운 책들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나는 그곳에 책을 여러 권 빚지고 있다.
‘다음에는 책을 가져다 놓아야지.’
생각해 보면, 내가 꿈꾸던 집은 없지만 집에서 꿈꾸었던 것들은 이미 내 곁에 와 있었다.
키케로는 이렇게 말했다.
“정원과 도서관이 있다면, 당신은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진 것이다.”
나는 이제 라과디아 코너 가든의 나무와 꽃들, 그 앞의 리틀 프리 라이브러리, 그리고 덤으로 래비린스까지 가지고 있지 않은가.
소유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바라던 것들이 이미 내 곁에 있다.
어쩌면 그것으로 충분한지도 모르겠다.

Little Free Library (LFL)
Little Free Library의 시작에는 위스콘신주 허드슨에 살았던 토드 볼(Todd Bol)의 어머니 준 볼(June Bol)이 있었다. 동네 아이들에게 책 읽기를 가르치던 어머니는 어린 시절 난독증을 겪었던 토드에게 늘 용기를 주었고, 그 마음은 훗날 그의 꿈이 되었다.
2009년, 토드는 어머니를 기리기 위해 오래된 차고 문으로 작은 집 모양의 책장을 만들어 집 앞에 세워 두었다. 누구나 책을 가져가고 다른 책을 놓아둘 수 있도록 한 이 작은 책장은 이웃들이 책을 나누고 만나는 공간이 되었다.
토드는 친구 릭 브룩스(Rick Brooks)와 함께 이 아이디어를 널리 퍼뜨렸다. 처음에는 자신의 돈으로 책장을 만들어 매디슨, 시카고, 미니애폴리스 등에 세웠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알려지면서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2011년에는 비영리단체로 발전했고, 2018년에는 88개국에 75,000개가 넘는 Little Free Library가 등록될 만큼 성장했다. 한국에도 있다.
앤드루 카네기(Andrew Carnegie)가 수많은 공공도서관을 세웠다면, 토드와 릭은 누구나 자신의 동네에 세울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만들었다.
*이 글은 Miranda Paul의 『From Little Libraries, Big Heroes』(illustrated by John Parra)를 참고하여 작성하였다.
https://littlefreelibrary.org
PS 1.
LFL을 직접 만들어 공식 등록하고 싶다면, Little Free Library 웹사이트에 자세한 안내가 나와 있다. 웹사이트의 지도를 통해 등록된 LFL의 위치도 확인할 수 있다.
홍영혜/가족 상담가
수 조(Sue Cho)/화가
미시간주립대학에서 서양화와 판화를 전공하고, 브루클린칼리지 대학원에서 수학했다. 뉴욕주 해리슨공립도서관, 코네티컷주 다리엔의 아트리아 갤러리 등지에서 개인전, 뉴욕한국문화원 그룹전(1986, 2009), 리버사이드갤러리(NJ), Kacal 그룹전에 참가했다. 2020년 6월엔 첼시 K&P Gallery에서 열린 온라인 그룹전 'Blooming'에 작품을 전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