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그래미상 보이콧 파장 시리즈 (2) 비밀의 '후보 검토 위원회'
BTS Boycott the Grammys <2>
최초의 여성 CEO 데보라 두간이 폭로한 것
부패와 비리의 온상 그래미 '후보 검토 위원회'

BTS 그래미상 보이콧 파장 시리즈
(3) 그래미 패싱(Grammy Passing): 외면당한 거장들
B. 팝의 디바들: 조안 바에즈, 재니스 조플린, 니나 시몬, 다이애나 로스, 셰어, 마돈나, 로리 앤더슨
C. UK 침공과 외면
D. 변방의 혁신가들: 밥 말리, 아바, 비요크, 싸이(PSY), BTS
E. "미안해요, 평생공로상"
(4) 그래미의 달링들(Grammy Darlings)
선택받은 성골들: U2,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아델, 빌리 아이리쉬
(5) 영원한 이방인들(Aliens)의 반란: 왜 세계는 BTS 선언을 응원하나
"그래미 후보는 음악성이 아니라, 비밀 위원회와의 밀실 악수와 뇌물, 인맥으로 결정된다."
– 데보라 두간(Deborah Dugan), 전 레코딩 아카데미 회장 겸 CEO
"그래미는 부패했다. 나와 내 팬들, 그리고 음악 산업에 투명성을 제공해야 한다."
– 위켄드(The Weeknd), 뮤지션

#레코딩 아카데미는 '보이즈 클럽'
'세계 대중 음악가들의 꿈' 그래미상(Grammy Awards)은 대중성, 상업성, 그리고 예술성을 공인받는 최고봉, 에베레스트산이다. 그래미상을 주관하는 기관은 '미레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NARAS, National Academy of Recording Arts & Sciences, Inc.)'으로 통칭 '레코딩아카데미(Recording Academy)'라 불리운다. 작곡가, 연주자, 프로듀서, 엔지니어 및 음악 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다. 1959년 시작된 그래미 명칭은 '축음기(그래마폰, Gramophone)'에서 따왔으며, 황금빛 트로피도 축음기를 본따 만들었다.
7월 29일 글로벌 수퍼스타 BTS(방탄소년단)가 그래미상 출품 거부를 선언한 후 소셜미디어에선 그래미를 "Granny(할머니)" 혹은 "Scammy(사기성 있는 그래미)"라 비아냥거렸다. 사실, 그래미는 수년간 여성 및 흑인 아티스트에 대한 차별 논란이 제기되어 왔고, 불공정하고 시대착오적이며, 불투명한 투표 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때문에 그래미는 권위도 차츰 상실해가며, 시청률도 하락세를 겪어왔다.
그래미의 심장부인 레코딩아카데미는 오랫동안 보수적이며 폐쇄적인 남성들의 기득권 문화, 이른바 '보이즈 클럽(Boys' Club)'의 밀실 정치가 지배해왔다. 수십년간 그래미의 수장들은 음악인 출신의 업계 내부자들이 독점해왔다.
1988년 레코딩아카데미 회장으로 취임한 마이크 그린(Mike Greene)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음반 제작자 출신으로 업계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았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와 끈끈한 '남자들만의 리그' 카르텔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린은 2002년 직원 성폭행 혐의와 비밀유지계약(NDA, non-disclosure agreement) 강요, 자금 유용 의혹으로 내부 조사를 받다가 불명예로 퇴진할 때까지 14년간 아카데미를 이끌었다. 퇴임 후 20여년이 흐른 2023년엔 레코딩아카데미 LA 지부장 테리 매킨타이어가 1990년대 그린이 성폭행에 인사상 불이익을 주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그린의 후임자 닐 포트노(Neil Portnow)는 록밴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했고, RCA 레코드 등 대형 음반사의 간부를 지낸 인사이더였다. 포트노는 2019년까지 무려 17년간 CEO로 눌러 앉았다가 물러나게 된다. 2018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그 리더쉽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해엔 남자 아티스트들이 상을 독식했다. 브루노 마스가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앨범, 그리고 올해의 노래 등 본상을 휩쓸고 에드 쉬란이 최우수 팝 보컬 앨범과 팝 솔로 퍼포먼스를 석권했다. 이에 소셜미디어에서 #GrammySoMale (그래미는 너무도 남성 위주)가 확산되는 중이었다. 이즈음 포트노는 음악계 여성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step up)"라 망언해 거센 퇴진 압박을 받았다.
포트노는 또한, 레코딩아카데미의 자선단체인 뮤지케어스(MusiCares) 기금을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열렸던 2018 그래미상 시상식의 초과 비용을 충당하는데 전용했다는 사실까지 폭로되면서 코너에 몰렸다. 게다가 2018년 뉴욕의 한 악기 연주자가 포트노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했다. 카네기홀 콘서트 후 호텔방에서 와인을 마신 후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당했다고 레코딩아카데미를 고발했다. 이에 아카데미 이사회는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포트노와의 계약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게된다. 익명의 성폭행 피해자는 2023년 11월 공식 소송을 제기했다가 포트노 측이 원고의 신원을 공개하려 하자 소송을 취하했다.
#그래미 최초의 여성 CEO, 데보라 두간
2019년은 #MeToo가 휘몰아치던 시기였다. 할리우드 프로듀서 하비 와인스틴, CBS 회장 레스 문베스, NBC-TV '투데이쇼' 앵커 맷 라우어, PBS 토크쇼 호스트 찰리 로즈 등 파워 엘리트들의 성추행이 폭로되며 추풍낙엽처러 스러져가고 있었다.
그해 8월 그래미 철옹성에도 전례없는 '새 바람'이 불어왔다. 닐 포트노가 여성 비하 망언과 누적된 성추문으로 퇴진하며 위기에 직면한 레코딩아카데미가 62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장 데보라 두간(Deborah Dugan)을 구원투수로 영입한 것이다. 두간은 월스트릿의 변호사, 디즈니 퍼블리싱 월드와이드 사장, 음반사 EMI의 수석 부사장, 그리고 록그룹 U2의 리더 보노가 창립한 에이즈 퇴치 자선단체 RED의 최고경영자까지 거친 인물이었다.
데보라 두간은 단단한 성벽을 부수고 최초의 레코딩아카데미의 CEO로 올라가며 유리천장(Glass Ceiling)을 깬 여성으로 화제가 됐다. 당시 그래미에서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빌보드 차트를 지배해도, 본상 수상에선 철저히 외면당했다.
두간은 "나는 음악 산업이 여성을 짓밟고 목소리를 누르는 세상에서, 더 많은 목소리를 증폭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선언해 변화를 갈망하던 음악인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안겼다.
그러나, 조직의 실세였던 조엘 카츠(Joel Katz) 고문 변호사를 비롯 이사회는 두간이 자신들의 비밀 카르텔을 캐낼 것을 직감하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부패의 온상' 그래미 비밀 위원회
데보라 두간이 CEO로 취임한 후 목격한 레코딩아카데미는 추악한 비밀과 부패가 가득한 '판도라의 박스'였다.
아카데미 이사회(Board of Trustees)는 비대하고, 임원과 비용은 막대했다. 돈이 세고 있었다. 비밀 장부와 계약서, 성추문에 비밀스러운 '후보 검토 위원회(Nomination Review Committee)'까지 운영되고 있었던 것이다.
레코딩아카데미의 투표권을 가진 1만 3천명(현재는 1만 5천명으로 증가)의 회원들이 던진 결과를 가위질하고, 최종 후보를 결정하며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온 후보 검토 위원회는 1989년에 처음 도입되었다. 명분은 인기 투표라는 대중성에 휘둘리지 않고, 음악성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팬덤이 거대하거나,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곡이 표를 독식하는 것을 막고, 평단에서 찬사를 받은 예술성 높은 비주류 음악을 한두자리에 끼워넣어 그래미의 권위를 유지하겠다는 논리였다.
음악 산업 관계자 15-30명으로 구성된 비밀 위원회는 전체 84개 부문 중 61개 부문의 최종 후보를 결정했다. 일반 투표로 결정된 20명의 후보를 밀실에서 검토해 '상업성, 장르 균형, 시상식의 품격' 등을 핑계로 1-5위의 아티스트들을 후보에서 탈락시키고, 15-20위 아티스트들을 최종 후보로 끌어올리는 전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대형 기획사 임원, 거물 프로듀서, 변호사들, 때론 아티스트들이 포함된 비밀 위원회는 위원 자신이 소속된 대형 음반사의 아티스트들, 개인적 친분이 있는 아티스트들을 최종 후보에 밀어 넣어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위원들의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다.
심지어 비밀위원회에는 아티스트가 끼어 본인이 낸 음반이나 자신이 참여한 노래를 최종 후보에 셀프 등록(Self-Nomination)하는 파렴치한 짓도 서슴지 않았다. 두간은 실제로 일반 투표에서 하위권이었던 일부 이사들의 작품이 최종 후보로 둔갑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고발장에 폭로하게 된다. 그녀는 2020년 CBS-TV 모닝에 출연해 이 비밀 위원회에 이해 관계있는 레코드사 간부는 물론 후보 아티스트가 끼어 있으며, 20위 아티스트가 5위로 올라가 후보가 되는 것도 목격했다고 밝혔다.
레코딩아카데미의 비밀 위원회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했다. "이번엔 내 가수를 후보로 올려줄 테니, 다음 부문 선정 때는 네 가수를 밀어주겠다"는 식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신사협정(gentlemen's agreement)이 매년 그래미 막후에서 벌어졌던 것이다. 그 특권층의 모임은 '블루 리본 위원회(Blue Ribbon Committee), 본상 4개(Big Four) 부문 후보를 주관하는 그들의 밀실은 '더 빅룸(The Big Room)'으로 불리웠다.
명단을 철저하게 숨기는 익명성이야말로 비밀 위원회가 부패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카르텔로 전락하게 만든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누가 후보를 바꾸었는지 알 수 없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되었고, 이는 내부 부패와 리베이트 의혹으로 이어졌다. 비밀 위원회는 유니버설, 소니, 워너브라더스 등 미 메이저 3대 음반사의 강력한 로비 창구로 활용되었다.
'예술성과 권위'를 높이기 위한 비밀 위원회는 결국 기득권층의 밥그릇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방패막이었다.

#두간의 비판, 이사회의 직무정지
변호사 출신인 두간은 취임하자마자 감정이 아닌 '장부, 세무 문서, 계약서, 법적 절차'를 들이밀며 합법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두간에게는 지켜야 할 음악계 인맥이나 카르텔이 없었다. 아카데미 기득권층에게 그린, 포트노, 메이슨 주니어 회장은 "말이 통하는 우리 식구"였던 반면, 두간은 아카데미의 오랜 관행(비리)을 감시하러 온 아웃사이더였다. 변호사 출신 여성 리더의 등장은 대중에게는 그래미를 청소할 '신선한 구원투수'였지만, 보이즈 클럽 엘리트들에게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부수러 온 '가장 위험한 침입자'였던 셈이다.
두간은 전임자 포트노보다 적은 보수를 받았다. 포트노는 2016년 연봉이 174만 달렀지만, 두간은 이에 훨씬 못미쳤다. 엄연한 성차별이었다. 아카데미는 포트노의 성폭행 의혹을 인지한 후에도 두간에게 그를 연봉 75만 달러의 컨설턴트로 고용하라고 압박했다. 두간은 또한, 아카데미의 오랜 고문인 조엘 카츠로부터 성희롱까지 당했다.
이에 그녀는 '보이즈 클럽'의 '바지 사장'을 거부하고, 시스템을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두간은 고여서 썩은 호수에 홀연히 나타난 백조같았다. 아니, 호위무사 없는 암행어사가 되었다.
그해 12월 22일 두간은 아카데미 인사부에 메모 이메일을 보냈다. 재정관리 부실, 과도하고 불필요한 법률 비용, 성희롱과 임금격차 문제, 그래미 후보 선정 과정에서 이해상충 문제를 상술하면서 아카데미를 '보이즈 클럽'이라고 비판했다.
그로부터 아카데미엔 전운이 감돌았다고 한다. 이사진에는 두간이 '눈의 가시'였다.
이듬해 1월 16일 그래미상 시상식을 열흘 앞두고, 아카데미 이사회는 두간에게 기습적으로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악덕 상사의 갑질' 혐의였다. '보이즈 클럽'은 음악인 최대 잔치를 방해할 두간의 입을 막으려는 선제타격을 가했다.
#데보라 두간의 고발장
"레코딩아카데미가 내 입을 막는게 그렇게 쉬울 거라 생각했다면, 그건 아주 커다란 착각이다."
("If the Recording Academy thought that shutting me up would be that easy, they were sorely mistaken.")
취임 5개월만에 직무정지 당한 데보라 두간은 침묵하지 않았다. 직무정지 통보 닷새 후 그녀는 그래미의 투표 조작, 성추문 은폐까지 46페이지에 달하는 고발장을 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 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에 접수한다. 그녀는 고발장에서 자신이 아카데미 내의 비리를 폭로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해임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아카데미 내부의 성희롱, 이해 상충, 투표 부정행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의혹을 제기했다.
이로써 두간은 레코딩아카데미에 원자폭탄을 터트려버렸다. 그녀의 변호팀은 할리우드 거물 하비 와인스틴을 감옥으로 보낸 로펌 위그도어(Wigdor LLP)였다. #MeToo 운동을 촉발시킨 위그도어는 세계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그래미의 부패를 세계에 폭로했다.
다음은 버라이어티지가 보도한 두간 고발장의 주요 내용이다.
<레코딩 아카데미>
*수십 년간 아카데미의 법률 고문인 조엘 카츠(Joel Katz)가 두간을 성희롱 했다. 카츠는 고급 저녁식사 자리에서 두간에게 키스를 시도하고, 그녀를 계속 "baby)"라고 불렀다.
*성폭행으로 조사받다가 물러난 포트노 전 CEO를 연봉 75만 달러의 컨설턴트로 고용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아카데미 내 ‘boys’ club’ 사고방식과 관행으로 가능했던 심각한 이해상충, 이사회 구성원들의 부적절한 사적 이익 추구, 그리고 그래미상 후보 지명 과정에서의 투표 부정행위가 있다.
*조엘 카츠가 아카데미로부터 막대한 보수를 받고 있다. 카츠는 법률 자문 요청에 대기하는 조건만으로 연봉 25만 달러, 사전 승인 없는 출장비와 제반 경비도 받아갔다.
*카츠의 로펌 그린버그 트라우릭(Greenberg Traurig)은 몇년 사이에 1천5백만 달러의 법률 비용을 청구했으며, 프로스카우어 로즈(Proskauer Rose)와 전 파트너 척 오트너(Chuck Ortner)는 수백만 달러를 청구했다.
*두간의 비서 클로딘 리틀은 그녀의 이메일을 감싶하고, 아카데미 이사회 임원 및 경영진과 정보를 공유했다.
<그래미상>
*그래미 후보를 최종 선정하는 비밀 위원회(Nomination Review Committees) 소속 일부 이사들이 후보로 지명된 아티스트를 대리하거나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이사회가 비밀 위원회를 자신들과 관계가 있는 아티스트를 밀어주는 기회로 활용한다.
*그래미 쇼의 프로듀서 켄 얼리치(Ken Ehrlich, CBS-TV)가 특정 곡의 공연을 원할 경우, 해당 곡이나 앨범이 후보로 지명되도록 이사회가 후보 선정 과정을 조작한다.
*이사회가 초기 후보 20인 명단에조차 포함되지 않은 아티스트를 후보로 임의로 추가할 수 있다.
*후보 지명 대상으로 고려 중인 아티스트를 바로 그 후보 지명 부문의 투표를 담당하는 위원회 위원으로 선정한다. 그 결과, 2019년 '올해의 노래' 부문에서 초기 순위 20위 중 18위에 불과했던 한 아티스트가 에드 시런(Ed Sheeran)이나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를 제치고 최종 후보로 지명됐다.
#하비 메이슨 주니어의 '쿠데타'
데보라 두간 CEO을 직무정지에서 해임까지, 숙청에 앞장선 인물이 바로 이번에 BTS의 그래미 출품 거부 하루만에 성명을 발표한 지금의 레코딩아카데미 CEO 하비 메이슨 주니어(Harvey Mason Jr.)다.
당시 레코딩아카데미의 이사장(이사회 의장)이었던 메이슨 주니어는 두간이 그래미의 비밀위원회와 전임 회장 성폭행 은폐를 비판하며 전면전을 걸어오자 철저한 보복전을 시작했다. 그는 직접 이사회를 소집해 두간을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bullying and misconduct)'라는 프레임을 씌워 직무정지 결의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당일 밤 자신의 이름으로 전 직원에게 입단속 및 직무정지 통보 이메일 발송했다. 이어 아카데미 정관을 이용해 자신이 직접 임시 CEO 자리를 자동으로 가로챘다.
그리고, 메이슨 주니어는 "두간이 합의금으로 2천2백만 달러를 요구한 협박범"이라는 입장문을 언론에 배포했다. 이에 두간 측은 아카데미 측이 먼저 입막음 돈(hush money)으로 수백만 달러의 백지수표를 내밀며 '조용히 떠나달라'고 를 제안했으나, 자신은 뇌물을 단칸에 거절한 것이라고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메이슨 주니어는 3월 2일 다시 이사회를 소집해 두간의 해임 표결을 가결시켰다. 그리고, 이듬해 5월 자신이 회장 겸 CEO에 등극한다. 유리 천장(Glass Ceiling)을 뚫었던 두간을 유리 절벽(Glass Cliff) 아래로 떠밀어버린 것이다.
재즈 드러머 하비 메이슨의 아들 주니어는 비욘세, 저스틴 팀버레이크, 마이클 잭슨 등의 앨범으로 그래미상 6회 후보에 올랐던 프로듀서다. 메이슨 주니어 체제로 레코딩아카데미는 다시 성골 라인, '보이즈 클럽' '음악인 가족 체제'로 돌아가게 된다.
버라이어티지에 따르면, 당시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두간의 직무정지 사태가 사실상 '쿠데타(coup)'였다고 전했다. 즉, 조직의 대대적인 변화를 약속하며 부임한 두건이 성공적인 첫 시상식을 통해 입지를 다지기 전에, 기득권을 쥔 아카데미의 기존 인사들이 그녀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축출하려 했다는 것이다. 아카데미와 이사회의 고위직은 변화를 거부하는 나이든 사람들로 급격하고 과도한 변화를 거부하는 보수적인 그룹이라고 지적했다.
두간 해임 후 메이슨 주니어와 이사회는 언론에 입장문을 냈다. 6억 달러 재정 비리와 투표 조작을 감추기 위해 '내부 고발자' 두간을 개혁가가 아닌, 무능하고 악독한 상사로 포장했다. 그리고, 이제 과거의 혼란을 뒤로하고, 전 세계 음악인들을 위해 더 투명하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공약했다.

#기괴했던 2020 그래미상 시상식
그래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 데보라 두간이 주관할 예정이었던 제 62회 그래미상 시상식은 임시 CEO 자리에 오른 하비 메이슨 주니어 이사장이 맡아 진행했다. 시상식 닷새를 앞두고 터진 두간의 고발장은 '음악계 최고의 축제 밤(Music's Biggest Night)'인 그래미 시상식을 송두리째 마비시켰다. 화려한 드레스와 턱시도 차림의 아티스트들의 축제장엔 무거운 공기와 눈치 싸움이 감돌았다.
한편,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들 중에는 음악계 권력자들의 위선을 정면으로 저격한 이들도 있었다.
시상식 전야제에서 공로상을 받은 힙합 거물 숀 "디디" 콤스는 "그래미는 흑인 음악을 제대로 존중한 적이 없다. 이제 당신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365일뿐이다. 당장 시스템을 투명하게 고쳐라"라며 5분간 분노의 사자후 연설을 토해냈다.
그래미 호스트였던 가수 알리시아 키스는 오프닝 모놀로그에서 "요즘 음악계에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고, 솔직히 우리 모두 리프레시와 변화가 필요하다"며 그래미의 내부 갈등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그해 그래미상은 빌리 아이리쉬가 올해의 레코드(Bad Guy), 앨범(When We All Fall Asleep, Where Do We Go?), 노래 및 신인상까지 휩쓸었다. 아카데미 측은 언론에 그래미 시상식이 두간의 거짓 주장 때문에 얼룩졌다"며 두간을 '아티스트들의 축제를 망친 도둑'으로 몰아가는 감정적 언론 플레이를 펼쳤다.
설상가상으로 시상식날 LA 레이커스의 농구스타 코비 브라이언트(41)가 헬기 사고로 사망했다. 브라이언트가 뛰었던 LA 스태플스 센터에서 열린 그래미상 시상식은 더욱 침통한 분위기로 흘렀다. 2020 그래미는 역사상 가장 기괴한 밤으로 기록됐다.

#위켄드의 그래미 보이콧 파장
비록 데보라 두간은 거대 조직과의 소모적인 진흙탕 싸움 끝에 비공개 합의로 물러나야 했다. 이후 양측은 2021년 6월 법적 분쟁에 대해 비공개 합의를 맺었다.
하지만, 두간이 쏘아 올린 내부의 불씨는 이듬해 다시 불타올랐다. 2021년 빌보드 1위를 장기 집권하고도 그래미에서 단 하나의 후보에도 오르지 못한 '위켄드(The Weekend)'의 전면 보이콧 선언이라는 외부의 폭탄으로 이어졌다.
캐나다 출신 스타 위켄드는 2020년 발표한 앨범 'After Hours'가 상업적, 비평적 대성공을 거두고, 싱글곡 'Blinding Lights'는 빌보드 역사상 최장기 톱 10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켄드는 그래미의 단 한개 부문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해 11월 후보 발표 직후 위켄드는 트위터에 "그래미는 여전히 부패했다. 당신들은 나와 내 팬들, 그리고 업계에 투명성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The Grammys remain corrupt. You owe me, my fans and the industry transparency...")라 트윗에 올렸다.
이듬해 3월 그래미 시상식을 사흘 앞두고 뉴욕타임스를 통해 "비밀 위원회 때문에, 앞으로 내 음반 레이블(기획사)이 내 음악을 그래미에 제출하는 것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겠다(Because of the secret committees, I will no longer allow my label to submit my music to the Grammys.)"라며 출품 거부를 선언했다.
위켄드 이전에도 그래미를 공개적으로 보이콧한 아티스트들은 있었다.
래퍼 프랭크 오션(Frank Ocean) 앨범 'Blonde'를 발매한 후 2017년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았다.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상 시스템, 후보 선정 시스템, 그리고 심사 시스템 모두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힙합계의 엘비스 프레슬리'로 불리우는 래퍼 에미넴(Eminem)은 2018년 한 인터뷰에서 "그것은 진짜 투표가 아니다. 그들은 주고 싶은 사람에게 상을 준다. 그들이 아끼는 사람들(darlings)에 준다."고 비판했다.
캐나다 출신 래퍼 드레이크(Drake)는 2020년 인스타스램에 그래미가 흑인 아티스트의 예술성과 랩 음악을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2021년 그래미에 출품하지 않았다.
영국 보이그룹 원디렉션(One Direction) 출신인 제인 말릭(Zayn Malik)도 2021년 트위터에 "(그래미는) 자신들과 악수를 하거나 선물을 보내지 않으면 후보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한, "내년엔 과자 한 바구니라도 보내리"라 올리며 그래미가 더 포용적이고, 투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BTS와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 2019)에서 콜라보했던 가수 할시(Halsey)는 2021년 자신의 앨범 'Manic'이 후보에 오르지 못하자 인스타그램에 "그래미 선정과정은 모호하다. 막후에서 사적인 공연을 하거나, 적절한 인맥을 동원하거나, 입소문을 통해 홍보하는 식이다. 이때 오가는 악수나 선물은 뇌물이 아니라고 우길 수 있을 만큼 교묘하게 모호한 경계에 있다"고 올렸다.

#비밀 위원회, 32년만에 폐지되다
데보라 두간의 폭로, 위켄드의 보이콧으로 레코딩아카데미를 향한 대중과 아티스트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그래미는 전세계적인 비난에 직면했고, 안과 밖에서 터진 거대한 균열 앞에서 32년간 권력 유지의 도구로 써온 '비밀 위원회 폐지'로 항복하는 수 밖에 없었다.
2021년 4월 하비 메이슨 주니어 CEO는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시스템 변화를 단행했다. 그는 파워 엘리트들이 밀실에서 최종 후보 선정했던 '비밀 위원회'를 전격 폐지했다. 그리고, 100% 일반 회원들의 다수결 투표로만 후보를 정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래미는 이전까지 나이 든 백인 남성 중심의 투표단 때문에 트렌디한 힙합, R&B, 여성 아티스트들을 차별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메이슨 주니어는 조직 내에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을 감시할 임원직을 신설하고 여성, 유색 인종과 30대 이하 뮤지션을 대거 영입했다. 이로써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은 3만여명, 투표 회원은 1만 5천명으로 늘어났다.
한국에서는 2019년 BTS 멤버들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 프로듀서 피독(Pdogg)이 투표권을 얻었다. 이어 2025년엔 지코, 세븐틴(우지·버논), 투모로우바이투게더(연준), 엔하이픈(정원), 르세라핌(허윤진) 등 하이브 소속 16명, 2026년엔 박진영, 트와이스(전원), 스트레이 키즈(전원) 등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 18명이 투표권을 갖고 있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전 세계 음악 트렌드를 수용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2023년엔 '올해의 송라이터/ 비클래식(Songwriter of the Year/ Non-Classical)', '비디오 게임 사운드트랙Best Score Soundtrack for Video Games and Other Interactive Media)' 부문 시상을 시작했다.
데보라 두간을 숙청하고 왕좌에 오른 하비 메이슨 주니어는 '비밀 위원회 폐지'로 땅으로 추락했던 그래미의 권위를 간신히 심폐소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6월 레코딩아카데미는 최우수 아시안 팝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를 비롯, 베스트 R&B 콜라보 혹은 듀오/그룹 퍼포먼스, 베스트 트래디셔널 팝 보컬 퍼포먼스, 베스트 트래디셔널 포크 앨범, 베스트 라틴 송 등 5개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그리고, 글로벌 수퍼스타 BTS는 7월 29일 그래미 출품 거부 선언으로 음악계를 뒤흔들었다.
<계속>
<용어 해설: 그래미상>
#올해의 앨범(Album of the Year): 앨범 전체 (최소 5곡 이상) 대상. 가창 아티스트, 프로듀서, 엔지니어, 믹서, 마스터링 엔지니어 등에 시상한다. 앨범 전체의 완성도, 유기적 구성, 프로덕션 퀄리티로 평가한다.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 특정 ‘곡’의 최종 녹음본을 심사. 아티스트, 프로듀서, 레코딩/믹싱/마스터링 엔지니어보컬의 퍼포먼스, 사운드 믹싱, 편곡, 레코딩의 기술적 혁신이 기준이다.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작사가(Lyricist), 작곡가(Songwriter)에 시상한다.
*BTS '아리랑 월드 투어' 5월 세계 그룹 사상 최고 매출 기록
*2026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와 'K팝의 침공(KPop Invasion)'
*그래미상 2027부터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 부문 신설
*한국 EGOT (BIG 4) 국가 공인...골든(케데헌) K팝 사상 최초 그래미상 수상
*롤링스톤: K-Pop의 경이로운 한해를 정의한 10가지 순간들, 2025
*아리랑(Arirang)의 여정: 하워드대 7인에서 나운규를 거쳐 BTS까지 <Korean version>
*Arirang's Journey: From 'The Howard Seven' to Na Woon-gyu and BTS <English version>
*'올해의 아티스트' 후보 BTS, 2026 아메리칸뮤직어워드(AMA, 5/25) 출연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BTS,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
#26 비틀즈 Vs. 방탄소년단 The Beatles vs. BTS
1960년대 비틀즈(The Beatles)와 오늘의 보이밴드 BTS를 비교한다. 빌보드 No. 1, HOT 100, 베스트셀링 앨범, 비틀 매니아와 BTS 팬클럽 ARMY까지. 그리고, 2022년 6월 휴지기 선언 후 홀로서기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며 정국, 제이홉, RM, 슈가, 뷔, 지민, 진은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https://www.nyculturebeat.com/?mid=Focus&document_srl=4087049
33 Keys to Understanding the Korean Wave: Beyond BTS, Parasite and Squid Game
#26 비틀즈 Vs. 방탄소년단 The Beatles vs. BTS
A comparison between the 1960s Beatles and today's boy band BTS. Billboard No. 1, HOT 100, best-selling album, lyrics, and Beatlemania & BTS ARMY.
https://www.nyculturebeat.com/?mid=Zoom&document_srl=4100896
#26. The Beatles vs. BTS 365
The Beatles vs. BTS by the Numbers 365
From Liverpool to Seoul: Two Boy Band Phenomena 365
Supergroup Comparison: The Beatles and BTS 366
1. Billboard Charts 368
2. YouTube Views 371
3. Bestselling Album 372
4. Music Awards 374
Billboard, AMAs, and MTV VMAs 376
5. Guinness World Records 377
6. Lyrics 378
7. Beatlemania and the BTS ARMY 380
BTS in the COVID-19 Era 382
BTS: Chart-Topping Success 383
BTS: Military Service and Future Plans 385
A Timeless Legacy: The Beatles & BTS 385
'33 Keys to Understanding the Korean Wave: Beyond BTS, Parasite and Squid Game'
한류를 이해하는 33가지 코드: BTS,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 게임을 넘어서
https://www.youtube.com/watch?v=29auuZ2a_I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