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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임/창가의 선인장
2026.08.17 16:42

(777) 이수임: 공짜가 좋아

조회 수 185 댓글 1

창가의 선인장 (163) 

 

공짜가 좋아 

 

two Souls, one Path, 2025, monoprint, 6 x 8 inches.jpg

sooim lee, two Souls, one Path, 2025, monoprint, 6 x 8 inches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 가서 판화 작업하던 날, 작업실 문틈으로 작은 아이가 보였다. 

“아들~ 엄마 왔어. 얼굴 좀 보자.”

 

“엄마 나이키(프렌치 불독 이름) 산책시켜야 해요.”

“알았다. 그럼 이따가 보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급하게 들어왔다.

“엄마 나이키 좀 데리고 있어요. 길에 버려진 TV를 가지러 가야 해요.”

 

아이는 몸통이 가늘고, 스크린이 커다란 TV를 끙끙거리며 들고 왔다. 

“엄마 나이키가 갑자기 멈추고 ‘너 이거 가져갈래?’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길래 봤더니 너무 멀쩡한 TV가 있는 거예요. 나이키는 쓸만한 물건이나 돈이 떨어져 있으면 나를 쳐다보고 ‘어때 이 물건 쓸 만하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봐요. 너무 똑똑하고 사랑스러워요.”

 

TV를 틀었다. 소리도 화면도 좋다. 단지 화면 밑부분이 윗부분처럼 선명하지 않았다. 아이는 너무 멀쩡한 것을 도로 내다 버리기가 아까운지 이리저리 들여다보더니 수리공을 부르겠단다.

 

“수리 비용으로 차라리 TV를 사겠다.”

“돈 안 들이고 고칠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아이는 TV 만든 회사에 전화했다. 

“언제 어느 매점에서 구입했냐고 묻길래 맨해튼 14가 근처 폐점한 전자제품 매장 이름을 췄더니 수리공이 와서 공짜로 말짱하게 고쳐줬어요.” 

 

“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니?”

“엄마 원하는 것이 있으면 일단 말해보고 안되면 포기해야지요.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을 내가 미리 안될 거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어요. 나는 내가 할 일만 하면 돼요. ”

 

“그래 옛말에 우는 아이가 떡을 받는다"는 것과 같구나.”

 

공짜라 선가! 소리도 잘 들리고, 화면도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사랑스러운 강아지 나이키도 우리 식구를 닮아 공짜를 좋아하는 눈치다.  

 

 

이수임/화가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서양화 전공으로 학사,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미국으로 이주, 뉴욕대에서 판화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대학 동기동창인 화가 이일(IL LEE)씨와 결혼, 두 아들을 낳고 브루클린 그린포인트에서 작업하다 맨해튼으로 이주했다. 2008년부터 2026년까지 뉴욕중앙일보에 칼럼을 기고했다.  

https://sooimlee3.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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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6.08.27 22:01
    공감을 느끼면서 재밌게 읽었습니다. 동전 한푼을 길에서 주어도 기분이 좋지, 나쁘지 않아서 공짜라 그런가 생각했습니다. 가게 앞 진열대에 free라고 써놓은 수북히 쌓인 과자를 보고 날짜(sell by)를 보니까 오늘까지라고 써있어요. 가져갈까말까 망서리다가 댓개를 집어서 가져왔어요. 시니어센터에 가져가서 여럿이서 맛있게 먹고, 후하게 인심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공짜의 흐뭇함을 느꼈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