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갤러리, 거룩한 걸작: 메트뮤지엄, 레오나르도 다 빈치 회화 조용히 전시 중
Silent Gallery, Holy Masterpiece
왜 아무도 레오나르도를 말하지 않는가
메트뮤지엄에 걸린 '실감개를 든 아기 예수와 성모'

Leonardo da Vinci and Studio, Madonna of the Yarnwinder (The Lansdowne Madonna), ca. 1501, Oil transferred from walnut panel, 49.5 × 37.1 cm(19 1/2×14 5/8 in.), Kenneth C. Griffin Collection.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공인된 레오나르도 회화 최대 15점
르네상스 거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1452-1519)의 전해지는 회화는 몇점이나 될까? 2003년 'Leonardo da Vinci, Master Draftsman'전을 열었던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은 단독 작품과 협업을 포함해 최대 15점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레오나르도 연구의 권위자인 마틴 켐프(Martin Kemp)는 2025년 기준으로 레오나르도가 전적으로 그린 회화 17점에 추가로 4-5점에는 그의 개입한 작품이라고 구분한다.
현존하는 레오나르도의 작품 가운데 학계에서 그의 자필로 거의 이견 없이 인정되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위키피디아 등 일부 자료는 드로잉과 벽화 장식까지 포함해 8점을 ‘거의 논란이 없는 귀속 작품’으로 꼽지만, 이를 순수한 회화만으로 한정하면 6점(모나리자, 최후의 만찬, 암굴의 성모, 성 제롬, 동방박사의 경배, 세례 요한과 함께 있는 성모자)가 된다.
레오나르도는 평생 많은 그림을 구상했지만, 실제로 완성한 회화는 극소수다. 현존하는 회화 작품 수가 적은 것은 완벽주의자인 레오나르도가 새로운 기법을 실험하는 습관과 만성적인 미루기 버릇 때문에 미완성작이 많았던 탓이기도 하다. 레오나르도는 67세까지 살면서 훨씬 더 많은 작품을 남겼으나 현재는 소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 일부는 기록이나 모사본을 통해 그 존재가 확인되고 있다.
한편, 드로잉은 약 4천장 정도로 많다. 2007년 토리노 여행 중 왕립도서관(Biblioteca Reale)에서 노년의 사서가 보여주었던 레오나르도 드로잉집도 오리지널이었던 것이다. 빨간 초크로 그린 노년의 자화상은 애잔했다. 2013년 뉴욕의 모건라이브러리에서 토리노 왕립도서관에서 대여해온 레오나르도 드로잉전 'Leonardo da Vinci: Treasures from the Biblioteca Reale, Turin'이 열렸다. 메트뮤지엄에선 2003년 'Leonardo da Vinci, Master Draftsman'에서 레오나르도의 120점을 소개했고, 2014년 워싱턴 DC의 거장 드로잉전 'Drawing in Silver and Gold: Leonardo to Jasper Johns'에는 버킹햄 궁전/로열 컬렉션에서 대여해온 레오나르도의 드로잉이 무척 많아 놀랐다.
Leonardo da Vinci, Ginevra de' Benci, c. 1474–1478, Oil on panel, 38.1×37 cm(15.0 in×15 in),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의심의 여지없이 레오나르도의 회화로 공인된 회화 15점은 2017년 뉴욕 크리스티에서 4억 5천만 달러에 팔리며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 구세주)'를 제외하곤 모두 뮤지엄에 소장되어 있다.
'모나리자' '성 안나와 성모자' '세례자 요한' '라 벨 페로니에르(펠로니에르를 단 미녀)' '암굴의 성모'(이상 루브르뮤지엄 소장), '수태고지' '동방박사의 경배'(우피치갤러리), '암굴의 성모'(런던 내셔널갤러리), '흰 족제비/담비를 안은 여인(폴란드의 크라카우 차르토리스키뮤지엄), '베누아의 성모'(러시아 에르미타쥬뮤지엄), '성 히에로니무스/제롬'(바티칸뮤지엄 소장), '지네브라 데 벤치'(워싱턴 DC 내셔널갤러리), '최후의 만찬'(밀라노 산타마리아델라그라치에 성당), 나무판자의 방(Sala delle Asse, 밀라노 스포르체스코성), 그리고 살바토르 문디(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소장) 등 15점이다.
미국에선 유일하게 워싱턴 DC의 내셔널갤러리가 소장한 다 빈치의 회화 '지네브라 데 벤치(Ginevra de' Benci)' 뿐이다. 레오나르도가 피렌체의 귀족 여성을 그린 초상화로 1967년 내셔널갤러리가 5백-6백만 달러를 주고 리히텐슈타인의 프란츠 요세프 2세 공으로부터 구입한 작품이다.
'실감개의 성모'는 억만장자 케네스 그리핀 소장품

Leonardo da Vinci and Studio, Madonna of the Yarnwinder (The Lansdowne Madonna, Center), ca. 1501, Kenneth C. Griffin Collection.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레오나르도의 회화 대부분은 루브르, 우피치, 런던 내셔널갤러리 등 유럽에 소장되어 있어서 북미에서 그의 작품을 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현재 뉴욕 메트뮤지엄에 다 빈치의 회화가 전시 중이다.
이상하게도 뮤지엄 측에서 특별한 홍보 없이 올 봄부터 레오나르도가 2층 유럽 회화 갤러리 #609에 고요하게 걸려있다. 레오나르도 회화는 뮤지엄 측에서 거대한 팡파레를 울리며 홍보하고, 수만명의 미술 애호가들을 불러들일만한 진귀한 작품이다. 그런데, 갤러리는 썰렁했다. 갤러리엔 시큐리티 가드도 안보였다. 사복 차림이었을지는 모르지만.
전시 중인 '실감개를 든 아기 예수와 성모(The Madonna of the Yarnwinder)', 일명 '랜스다운 마돈나(The Lansdowne Madonna)'는 헤지펀드 시타델의 CEO 케네스 C. 그리핀(Kenneth C. Griffin)의 소장품이다. 그리핀은 2024년 소더비에서 스테고사우루스 화석 에이펙스(Apex)를 역대 공룡 화석 경매 최고가인 4천460만 달러에 구입했다. 또한, 2019년엔 센트럴파크사우스의 4층짜리 펜트하우스를 당시 최고가인 2억3천8백만 달러에 사들인 억만장자다.

사실 케네스 그리핀은 올 초 메트에서 열린 '라파엘로: 숭고한 시(Raphael: Sublime Poetry, 3/29-6/28)'의 최대 후원자 중 한명이기도 했다. 메트의 큐레이터 카르멘 밤바흐(Carmen Bambach)가 8년간 기획한 라파엘로 전시는 전 세계 60여개 미술관에서 수십억 달러 가치의 명작들을 공수해 오다 보니 특수 운송비와 전문 호송원(Courier) 파견 비용만 최소 200만 달러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시의 대표 후원사는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였고, 케네스 그리핀은 자신의 자선 재단인 '그리핀 카탈리스트(Griffin Catalyst)'를 통해 이 막대한 전시 비용을 지원하는 메인 후원자(Major Funder)로 나섰다. 이외의 메인 후원자는 아트 컬렉터 부부 제씨와 찰스 프라이스(Jessie & Charles Price)가 올라있다.
제씨와 찰스 프라이스는 켄터키와 미주리 기반의 부동산·금융 재벌가이자,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주영국 미대사를 지낸 인물이다. 수십년간 런던 내셔널 갤러리와 뉴욕 메트뮤지엄의 이사회(Trustee) 활동하며 유럽 회화, 특히 라파엘로와 르네상스 거장들의 작품을 수집해왔다. 이들은 2011년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밀라노 궁정 화가전Leonardo da Vinci: Painter at the Court of Milan'을 후원하기도 했다.
'실감개의 성모'는 2점: '버클루'와 '랜스다운'

케네스 그리핀 소장 '랜스다운 성모'(왼쪽)/ 스코틀랜드 국립미술관 소장 '버클루 성모'
2012년 초 뉴욕컬처비트를 시작하기 전 필자는 런던의 친구네 갔다가 내셔널갤러리에서 열고 있는 특별전 '레오나르도 다 빈치: 밀라노 궁정 화가'를 볼 기회가 있었다.
레오나르도의 회화 9점이 소개된 이 전시에서 화제는 '살바토르 문디'가 나오고, '암굴의 성모(Virgin on the Rocks)'의 내셔널갤러리와 루브르뮤지엄의 두 버전이 나란히 소개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전시에선 세계에 2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실감개를 든 아기예수와 성모'의 스코틀랜드국립미술관(National Galleries of Scotland) 소장품(버클루 성모/ The Buccleuch Madonna)만이 나왔다. 이 그림은 2003년 스코틀랜드의 드럼란리그성에서 도난당했다가 2007년 극적으로 회수된 작품이다.
하지만, 케네스 그리핀이 소장한 다른 버전 '랜스다운 성모(The Lansdowne Madonna)'는 런던 전시에 빠져 있었다. 그 그리핀 소장 '실감개의 성모'가 메트뮤지엄에 걸려있는 것이다. 회화 옆의 라벨에는 작자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작업실(Leonardo da Vinci and Studio)'로 표기되어 있다. 레오나르도와 그의 제자나 조수들이 협업한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랜스다운 성모'는 19세기 랜스다운 후작부인(Marchioness of Lansdowne)의 컬렉션에 처음 기록되었던 이력에서 유래한 명칭이다. 한국에선 '실타래를 든 성모'라고 번역되었지만, 그림 속에서 실타래가 아니라 실감개(yarnwinder)이며, 그것을 든 이는 성모가 아니라 아기 예수다.
성모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아기 예수가 십자가 모양의 실감개를 보고 있는 모습은 자신이 장차 겪어야할 십자가의 수난을 상징한다. 한편, 성모 마리아는 이를 보면서 슬픈 눈빛으로 손을 살짝 들어올리고 있다.
크기가 비슷한 두점의 '실감개를 든 아기예수와 성모'는 다 빈치의 작업실에서 동시에 양옆에 나란히 놓인채 함께 그려진 자매작으로 추정된다. 엑스레이 등 과학적인 조사 결과 밑그림 단계에서 구도를 수정해 나간 흔적이 두 작품에서 똑같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버클루 성모'가 인물의 얼굴과 어깨선, 그리고 배경의 대기 표현에서 레오나르도 특유의 경계선 없이 번지는 스푸마토(Sfumato) 기법이 훨씬 더 부드럽고 전형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어두운 배경과 피부의 음영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한편, 메트에 전시된 '랜스다운 성모'는 상대적으로 윤곽선이 조금 더 명확하고, 색조가 밝으며 바위산 등의 배경 처리가 조금 더 날카로운 느낌을 준다. 그래서 보존 상태는 깨끗하고 선명해 보이지만, 다 빈치 특유의 신비롭고 뿌연 안개 같은 느낌은 버클루 버전을 더 높게 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호두나무 패널화, 대대적인 복원 후 재인정
레오나르도는 피렌체 시절 주로 포플러 나무를 화판으로 삼아 그렸다고 한다. '모나리자'가 그때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1490년대 밀라노에서 궁정화가로 활동하면서는 단단하고, 매끄러운 호두나무 패널을 애용하게 된다. 1499년-1501년 경 시작된 두점의 '실타래의 성모'도 원래는 호두나무 목재 패널 위에 그려졌다. '버클루 성모'는 호두나무 패널을 유지해 정교한 붓질과 스푸마토 기업이 살아있다.
하지만, 그리핀 소장 '랜스다운 성모'는 1911년 랜스다운 후작 가문이 소장했을 당시 목재 패널이 훼손되어 뒤틀림이 심각해지자 호두나무 지지대를 완전히 깎아내고, 물감층만 분리해캔바스 천으로 옮겨붙이는 극단적인 복원법을 거쳤다. 그리고, 1976년 다시 현대식 복합 지지대(composite support panel) 위에 견고하게 접착시키는 2차 보강 작업을 거쳤다.
이처럼 대대적인 복원(retouching)을 거쳤기에 미술계에선 이 작품이 레오나르도의 원작이 아니라 후대의 모작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2002년 말 익명의 뉴욕 개인소장가가 이 그림을 피렌체의 세계적인 국립복원 연구소인 오피피치오 델레 피에트레 두레(Opificio delle Pietre Dure)에 의뢰하여 첨단 비파괴 과학 분석(적외선 반사천표법 등)을 통해 나무 패널을 다 깎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밑에 고스란히 살아남아 있던 레오나르도 친필의 정교한 밑그림(Underdrawing)과 구도 수정 흔적(Pentimenti)이 극적으로 발견되었다. 이후 레오나르도 주도의 작업실(Studio)로 재인정받아 2011년 런던 전시에 나왔던 것이다.
메트 갤러리 #609: 고요한 방, 거룩한 걸작

Leonardo da Vinci and Studio, Madonna of the Yarnwinder (The Lansdowne Madonna, Center), ca. 1501, Kenneth C. Griffin Collection.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메트뮤지엄 유럽회화관의 갤러리 #609은 16세기 초반 라파엘로와 레오나르도의 영향을 받은 이탈리아 화가들의 종교화를 모아둔 방이다. '실감개의 성모'가 걸린 벽의 왼쪽(*관람객 시선)엔 볼로냐 출신 프란체스코 프란차(Francesco Francia)가 그린 흑사병 환자들의 수호 성인 '성 로코(Saint Roch, 1502)'가, 오른쪽엔 밀라노 출신으로 레오나르도 추종자(레오나르데스키, Leonardeschi)였던 안드레아 솔라리오(Andrea Solario)의 '축복하는 그리스도(Christ Blessing, 1524)'가 걸려있다. 좌우의 거대한 회화들에 끼어있는듯 보이지만, 르네상스의 계보를 보여주는 배치다.
'랜스다운 성모'는 갤러리 609에 고요하게, 거룩하게(Silent and Holy) 걸려있었다.
레오나르도가 메트에서 소외되고 있는 느낌이다. '실감개의 성모'가 독방에 걸려있을 가치가 없는 것일까? 그 방에서 대형 회화 사이에 왜소하게 걸릴 수 밖에 없었나? 시큐리티 가드는 왜 안보이는 것일까?
그런데, 갤러리 609에서 '실타래의 성모' 앞은 한적하다 못해 고요했지만, '베니스 거장' 티치아노 갤러리로 들어가는 입구 옆은 조금 소란했다. 티치아노의 갤러리(#608) 입구 코너에서 메트의 직원들이 프레임 교체 작업 중인 것으로 보였다.

Perino del Vaga , The Holy Family with the Infant Saint John the Baptist, ca. 1524–26(from lleft)/ Rosso Fiorentino, Madonna and Child with Saint John the Evangelist, 1512/13, Andrea del Sarto (Andrea d'Agnolo), The Holy Family with the Young Saint John the Baptist, ca. 1528, Giuliano di Piero di Simone Bugiardini , Madonna and Child Enthroned with Saints Mary Magdalen and John the Baptist, ca. 1523
라파엘로 공방 출신 매너리즘 화가 페리노 델 바가의 '성가족과 아기 세례 요한', 새로 발굴된 로쏘 피오렌티노의 '성모자와 복음서 저자 성 요한', 르네상스 화가 안드레아 델 사르토의 '성가족과 어린 세례 요한' 그리고, 줄리아노 부자르디니의 제단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성 마리아 막달레나와 세례 요한'이 자리하고 있다.
프레임 교체 작업 중이던 '성모자와 복음서 저자 성 요한(Madonna and Child with Saint John the Evangelist, 1512-13)'은 현존하는 회화가 20여점에 불과한 로쏘 피오렌티노(Rosso Fiorentino)의 그림이다. 조지오 바사리(Giorgio Vasari)의 '미술가 평전'에서 언급된 이 작품으로 메트뮤지엄이 올해 구입했다.
원래 '성모자'로만 알려졌던 개인 소장품으로 보존처리 전문가가 그림 표면의 덧칠을 벗겨내는 과정에서 오른쪽 아래 성모자를 올려다보는 '복음서 저자 성 요한'이 온전히 새롭게 드러났다. 우아한 성모 마리아와 근육질의 아기 예수는 다 빈치와 라파엘로가 추구했던 완벽한 균형과 평온함 대신, 매너리즘 특유의 기묘하고 역동적인 긴장감이 드라마틱하다.
로쏘 피오렌티노가 관람객들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있는 반면, 레오나르도는 패싱당하는 광경이었다.
왜 이렇게 조용할까? 학술적 논란과 미술품 대여의 세계

The Lansdowne Madonna (left) and the Buccleuch Madonna (right), Léonard de Vinci at the Louvre, Paris. Photo:Tangopaso/ Wikipedia
미술계에 따르면, 메트가 조용히 레오나르도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이유엔 관행, 세금 혜택과 작품의 학술적 성격이 복합적으로 얽혀있다고 한다.
먼저, 작품의 진위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의견이다. '실감개의 성모'는 레오나르도의 단독 작품이 아닌, 공방(Studio)과의 협업 작품으로 'Leonardo da Vinci and Studio'라는 라벨이 붙여졌다. 이처럼 레오나르도가 어느 정도 기여했는지 학계의 이견이 존재하므로, '다빈치 회화'로 대대적으로 마케팅했다가 발생할 수 있는 학술적 논란이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메트에 전시중인 '랜스다운 성모'는 라벨에 작자가 레오나드로 다 빈치와 작업실(Leonardo da Vinci and Studio)로 되어 있다. 스코틀랜드국립미술관 소장 '버클루 성모'의 공식 라벨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단독 표기다.
하지만, 런던 내셔널갤러리 특별전에선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무명의 16세기 화가(Leonardo da Vinci and unknown 16th-century painter)'로 나왔다. 레오나르도가 그리기 시작했으나, 작업실과 무관한 다른 화가가 나중에 완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9년 루브르에서 열린 전시 'Léonard de Vinci'에 나왔던 두 버전은 모두 'Leonardo da Vinci and workshop'으로 표기됐다.
메트뮤지엄에서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작업실'로 명명하면서, 이 회화를 ‘레오나르도의 순수한 단독작’이라고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회화 목록에서 배제하지 않는 아주 신중한 표현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
또한, 그리핀이 세금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미 세법 및 관세 규정에 따르면, 컬렉터가 해외에서 고가의 미술품을 국내로 들여올 때 막대한 수입세나 관세가 매겨진다. 그러나, 수입 후 일정 기간(최소 6개월 이상) 공공 미술관에 전시해 대중에 공개(public display)하면, 공익적 기여로 인정받아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컬렉터와 미술관은 굳이 요란하게 홍보할 법적 의무가 없으므로 행정적 절차로 작품을 걸어두고 기간을 채우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여가 세금상의 이유로 이뤄졌다고 단정할 근거는 공개되어 있지 않다.
참고로 억만장자 아트 컬렉터들이 미술품 대여로 세금 감면의 혜택을 누리는 방법이 여러가지다.
첫째, 장기 대여(Loan)를 통한 '지분 기부(Fractional Donation)'로 세법상 수백만 달러짜리 미술품을 한 번에 미술관에 기증하면 당해 연도에 받을 수 있는 세금 공제 한도를 넘어서게 된다. 그래서 자산가들은 작품의 지분을 10%, 20%씩 나누어 매년 분할 기부하는 방식을 취하곤 한다는 것. 이때 미술관에 작품을 먼저 '장기 대여' 형태로 걸어두면, 작품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명분이 축적되어 향후 정식 기부로 전환할 때 막대한 소득세 공제(Tax Deduction) 혜택을 가장 유리하고 안전하게 받을 수 있는 법적 징검다리가 된다.
케네스 그리핀이 소장한 공룡 화석 에이펙스는 현재 센트럴파크웨스트의 미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센트럴파크를 가로 질러 5애브뉴의 메트뮤지엄엔 또 하나의 트로피 레오나르도 회화가 전시 중인 것이다.
둘째, 미술관 벽면(Provenance)을 이용한 '작품 가치 올리기'와 절세 미술품의 가치는 '누가 소장했는가'와 '어느 미술관에 걸렸었는가(전시 이력)'에 따라 상승한다. 개인의 수장고에 갇혀있던 그림은 세무 당국(IRS)이 그 가치를 아주 엄격하게 감정하지만, 메이저 미술관에 오랫동안 걸려있던 거장의 진품(혹은 공방작)의 공식 감정가는 수배로 껑충 뛴다. 향후 이 높아진 감정가를 바탕으로 다른 자산을 기부하거나 상속·증여세를 설계할 때, 합법적으로 공제받을 수 있는 금액의 총량이 수천만 달러 이상 늘어나는 '자산 세탁 및 가치 증폭' 효과를 누리게 된다.
셋째, 유지·보수 및 보안 비용을 미술관에 전가함으로써 가져다주는 비용 절감 효과다. 희귀한 거장의 회화를 개인 저택이나 사설 수장고에 보관하려면 매년 엄청난 액수의 최고급 보험료, 24시간 무장 경비 비용, 항온·항습실 유지비가 발생한다. 하지만 메이저 뮤지엄에 장기 대여해주면, 대여 조건에 따라 이 막대한 유지·보수 및 보안 책임과 비용의 상당 부분을 미술관(공공 재정 및 후원금)이 부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공 미술관의 오래된 딜레마가 다시 떠오른다. 개인 소장품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대가로 미술관이 부담하는 보존·보험·보안 비용은 어디까지 공익을 위한 것일까. 개인 컬렉터에게 소장품 공개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과, 최대 다수의 관람객에게 문화적 접근권을 제공하는 것 사이에서 공공 미술관은 어디에 균형점을 두어야 할까.
그러나 보안은 비용의 문제만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희소성과 가치를 지닌 레오나르도 작품이라면, 작품의 이동과 전시 자체가 보안상 각별한 주의를 필요로 한다. 그 고요함이 반드시 무관심을 뜻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공개를 최소화하는 것이 작품과 소장자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메트가 이번 전시의 조용한 행보를 보안상의 이유로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다.
'르네상스 천재' 레오나르도의 회화가 메트뮤지엄에 전시되고 있지만, 관람객들 대다수는 이를 모른 채 지나치고 있었다. 레오나르도는 외면당한 채 한 갤러리 안에서는 프레임 교체 작업으로 어수선했고, 가드조차 무심해 보였던 메트의 오후 풍경이었다.
억만장자의 소장품은 왜 베일에 싸인 듯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으며, 세계적인 미술관은 왜 이 특별한 전시를 대대적으로 알리지 않는가. 레오나르도의 그림 앞에 뜻밖의 물음표가 남았다.

토리노 왕립도서관에서 보았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추정 자화상. Presumed self-portrait of Leonardo (c. 1510) at the Royal Library of Turin, Italy
"가장 위대한 재능은 종종 천상의 영향을 통해 인간의 몸에 비처럼 자연스럽게 내리며, 때때로 초자연적으로, 아름다움, 은혜와 장점까지 지나치게 하나의 몸 안에 결합한다. 이런 재능은 사람이 주의를 어느 곳에 돌릴 때마다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의 행동은 너무도 신성하기에 이러한 자질은 하나님의 주신 재능으로부터 생겨나고, 인간의 기교에 의해 배양되지 않는다는 것이 뒤이어 다른 모든 이들에겐 명백히 증명된다. 사람들은 이것을 늘 칭찬이 부족했던 육체의 아름다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모든 행동에 무한한 은혜 이상을 갖춘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게서 보았다. 그의 마음이 어려운 일로 돌릴 적마다, 그는 전적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미덕을 낳았다. 그 안의 힘은 손재주와 결합되었고, 그의 영혼과 용기는 항상 장엄하고 너그러웠다. 그의 명성은 널리 퍼져서 자신의 생애뿐만 아니라 그의 사망 이후에도 번성했다."
Leonardo da Vinci, Florentine Painter and Sculptor by Giogio Vasari, 1550
The Life of Leonardo da Vinci, A New Translation, Giorgio Vasari, Martin Kemp, 2019

*메트의 '체리를 든 소녀'부터 루브르의 '페로니에르를 단 미녀'까지 작자 미상 잔혹사
*메트뮤지엄 1300-1800 유럽 미술관 45개 갤러리 재개관 (1) 티에폴로(#600)에서 엘 그레코(#619)까지
*메트뮤지엄 1300-1800 유럽 회화관 재개관 하이라이트 (2) 바로크, 로코코에서 신고전주의까지(#620-#634)
*메트뮤지엄 1300-1800 유럽 미술관 재개관 (3) 두치오(#635)에서 고야, 카날레토(#644)까지
*메트뮤지엄 유럽회화관: 톱10 갤러리 & 톱10 회화 (2013)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 위작 논쟁
*토리노 왕립도서관 소장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드로잉전@모간라이브러리
*레오나르도에서 재스퍼 존스까지 메탈포인트 드로잉전@내셔널갤러리(워싱턴 D.C.), 2015
*프릭컬렉션/ 다 빈치, 미켈란젤로, 피카소...거장 드로잉전, 2013
*소더비, 공룡 화석 '에이펙스(Apex) 사상 최고가 4천460만불에 경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