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올드시티(Old City)를 거닐며 by 진영미(사진작가)
Old City, Philadelphia
290년의 시간을 품은 벽돌, 올드 시티를 걷다
Walking Through 290 Years of History: Old City Philadelphia
글/ 사진: 진영미(Youngmi Jin)

봄이 올것 같으면서도 아직은 바람이 심술을 부리는 모양이다. 그래도 집 뒤뜰에는 아기 손바닥 길이만한 마늘 새싹들이 인사를 하고, 핑크빛의 홍매가 메마른 초봄에 색을 더해 주고 있다.
2년 전 그렇게 좋다며 사우스캐롤라이나로 갔던 큰 딸 가족이 필라델피아 병원으로 왔다. 우리야 딸네가 근처로 와서 좋기만 하다. 비행기 타지 않고, 차로 가도 3시간 안에 거리로 손녀딸과 손자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계절상으로는 많이 아쉽다. 뉴욕이나 필라가 거의 비슷한 날씨라 계절의 다름은 만끽하는 즐거움은 포기해야하니까.
지난 주에 손주들(지우와 준우)을 보러 필라델피아로 갔다. 이른둥이 지우가 말을 제법 하면서 재롱을 부리는 모습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엣말에 '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같은 웃음소리가 내게 들렸다.

카메라를 들고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동네 중 한곳이라는 필라델피아 올드 시티로 가보았다. 올드 시티는 미 건국의 아버지들이 자유를 선언하고, 국가를 세웠던 인디펜던스 몰(Independence Mall) 바로 옆에 자리해 있다. 18세기의 정취를 간진하고 있는 자갈길을 거닐어 보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차분하게 봄비가 내려서인지 사람들은 붐비지 않았다. 형형색색의 대문들이 보는이의 마음을 유혹이라도 하듯이 아름다웠다. 6월에는 모든 집들이 오픈 하우스를 하는 축제도 있다.
아기자기 하게 붙어 있어도 대문 옆으로 통하는 작은 뒷뜰이 집집마다 있고, 벽에는 집안의 문장이나 직업을 나타내는 장식인 줄 알았던 것은 화재보험회사의 증서들이 각기 다른 모양으로 내가 화재로부터 이집을 잘 지켜줄거라고 서로 잘난체 하는 것 같았다.
올드 시티(OLD CITY): 세월의 흔적을 따라서

올드 시티의 엘프레스 골목길(Elfreth's Alley)은 1703년에 조성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현재까지도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주거용 도로다. 1720년에서 1830년 사이에 지어진 32채의 집들은 당시 도시 노동자 계층의 전형적인 주거 형태를 잘 보여준다.
벽돌들도 멀리서 보면 붉은 벽돌로만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각기 색이 다른 것을 알게된다. 검정에 가까운 붉은 색, 290년의 세월의 흔적을 먹고 잘도 지탱하고 있구나 싶다. 2층 창문 아래 벽돌들을 약간 도출되게 하여 비가 많이 내릴때 아래층으로 바로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어 두었고, 벽돌의 이음새를 힘을 더 잘 받게 하고 건물 전체의 구조적 안전성을 높여준다.
#트리니티 하우스(Trinity House): 한 층에 방이 하나씩만 있는 2- 3층 구조의 좁고, 높은 집들이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나선형 계단으로 연결되어 있다.

#비지바디 거울(Busybody Mirror): 악보대 처럼 생긴 반사거울로 2-3층 창문에 각도를 조절해 달아놓았다. 누가 대문을 두드리는지 아래로 내려가지 않고도 확인할 수 있는 당시의 독특한 장치라고 한다. 1767년경 벤자민 프랭클린이 유럽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필라델피아에 처음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세기판 CCTV'라고 말 할 수 있다.
#화재보험가입증(Fire Marks): 올드시티의 건물 벽면에 고풍스런 문장이나 방패 모양의 금속판들은 화재보험가입증(Fire Marks)라고 한다. 18-19세기 펜실베니아에는 오늘날 같은 시립소방서가 없었다. 대신 민간 화재보험사들이 각자 소방대를 운영했다. Fire Marks는 '이 집은 우리 보험회사에 가입되어 있으니 불이 나면 우리 소방대가 꺼준다'는 증서가 됐는데 모양도 다양하다.
1. 네 개의 손을 맞 잡고 있는 모양(Philadelphia Contributionship)
2. 핸드펌프/소방차 모양 (Fire Association of Philadelphia)
3. UF (United Fireman Insurance Company)
4. 대문 위의 왕관 모양 (Royal Exchange): 나는 영국 왕실에 충성하는 '로얄리스트'임을 은근히 과시했다.
5. 대문 앞에 독수리 INA (Insurance Company of North America): 1792년 필라에 설립된 미 최초의 주식회사 형태의 보험회사.
6. 불사조 모양(Phoenix) Phoenix Fire Office

현재까지 필라델피아 컨트리뷰션십(The Philadelhia Contributionship) '네 개의 손을 맞 잡고 있는 모양'의 보험회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래된 재산 보험회사다. 1752년 벤자민 프랭클린과 동료 소방대원들이 설립했다. 그런데, 불이 한번 났다하면 아수라장이 될 것 같다. 자기 보험회사가 빨리 오지 않고, 다른 화재보험 회사가 정말 그냥 보고만 있을까? 아마도 약속은 약속이니까? 집이 이렇게 잘 보존되어 있는 걸로 봐서는 아무 집도 불이 나지는 않은 것 같다. 비싼 보험료는 혹시나 하는 생각과 마음의 평화인 것 같다.
#블레이든 코트(Bladen's court): 집과 집 사이에 나 있는 아주 좁은 통로, 집집마다 있는 작은 마당엔 화장실이 있었다.
#화장실(Outhouse): 마당 한구석에 구덩이를 파고 그위에 작은 나무 건물을 지은 형태. 당시의 분뇨처리는 수거 방식이었다. 1730년대 초엔 집 뒤뜰의 공용 변소(Privy)와 공동 우물을 사용했다. 당시 분뇨는 나이트 소일맨(Night Soilmen)이라 불린 인부들이 밤 사이에 구덩이를 비워 도시외곽의 농경지에 비료로 팔았다. 1800년 초중반, 수세식 화장실의 도입과 상수도를 도입한 도시 중 하나다. 1812년 페어마운트 워터웍스 스쿨킬 강에서 물을 끌어와 도심으로 공급하면서 실내 수세식 화장실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미국 최초의 실내 화장실 기록은 보스톤의 호텔 트레몬트 하우스(Tremont House, 1829)다. 미 최초로 실내 배관(Indoor Plumbing)과 수세식 화장실을 갖춘 근대적 건축물로 기록되어 있다. 백악관에선 1833년 앤드류 잭슨 대통령 시절 처음으로 수돗물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현재 백악관의 화장실은 35개, 방 132개, 창문은 147개, 벽난로 28개다.

#부트 스크래이퍼(Boot Scrapers): 현관 입구 바닥에 붙어 있는 철제 장치로 진흙 묻은 장화를 털어 내는 도구.
#디딤돌(Bluestone): 오래된 집의 현관 계단이나 바닥재로 사용된 이 돌은 특유의 푸르스름하고 회색빛으로 내구성이 강하고 비가 와도 덜 미끄러운 성질이 있다.
#셔터 독(Shutter dogs): 창문 셔터를 고정하기 위해 벽에 박아 놓은 S자 모양이나 인물 형상의 금속 장식.
도로 바닥은 벨기에식 돌바닥 코블스톤(Cobblestones, 자갈)은 과거 유럽에서 온 무역선들이 배의 무게 중심을 잡기 위해 바닥에 깔았던 '평형수'(Ballast)에서 유래되었다. 미국에 도착한 배들이 물건을 싣고 떠날 때 버리고 간 이 돌들을 도시 도로를 포장 하는데 재활용 하면서 지금의 풍경이 만들어졌다. 브루클린 덤보(DUMBO)에 자갈길이 남아있다.

올드 시티를 거닐며 290년전에 살았던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오늘날 주택도 손바닥 만한 별 모양이나 마름모 모양으로 나사(Bolts and Plates) 또는 Star Anchors를 사용하면 어떨까? 인부를 'Night Soilmen'이라고 부르는 것도 참 인간적인 것 같다.
미국 집에서 제일 아쉬운 것은 문패가 없는 것이다. 열린 대문은 환영을 말해주고, 닫힌 대문은 단절을, 시작과 끝남을 이야기 해주고,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것을 말해주고,그리고 안은 사적인 공간이 되고 밖은 공적인 공간이 된다. 우리는 그 문을 열고 닫으면서 하루를 시작하고, 마감을 한다.
공동 우물가에서 물을 떠 올리던 아낙네들이 추운 날씨에 공동 화장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러나,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며 마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들을 만화경처럼 보는 재미도 있었을 것이다. 그 창문을 열 때의 설레임은 어디로 갔을까? 창문을 활짝 열고 살지는 못하지만, 마음이라도 활짝 열고 살아가야겠다.
진영미 Youngmi Jin




작가님의 멋진 작품으로 멀리서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