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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cago Special <8> 필드뮤지엄 Field Museum of Natural HIstory 

1893 시카고만국박람회 조선관에서 현대 한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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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Museum.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시카고 스페셜' 연재 순서

1. 시카고 건축 '마천루의 파노라마'
2. 시카고 핫도그 '노 케첩!' 
3.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로비하우스 투어
4.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하이라이트
5. 시카고 블루스, 버디 가이의 전설
6. 오리지널 딥디쉬 피자
7. 시카고대 고대문화연구협회(ISAC) 박물관 하이라이트

8. 자연사박물관 필드뮤지엄

9. 시카고 공공미술 

10. 호텔 '더 드레이크':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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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rea (Korea) Exhibit in the Manufactures and Liberal Arts Building. Image: Bancroft, Hubert Howe The Book of the Fair. The Bancroft Company, 1893.

 

 

한류의 뿌리: 조선의 시카고 데뷔, 1893

 

2025년 10월, 한류가 황금기를 누리고 있는 즈음 시카고에서 꼭 들러야 곳이 있었다. 바로 필드자연사박물관(Field Museum of Natural History)이다. 이 뮤지엄엔 1893 시카고만국박람회(Chicago World Columbian Exposition, 5/1-10/30)에 출품됐던 조선(당시 국호)관의 전시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당시 조선은 'Corea' 또는 'Korea'라는 이름으로 서구에 소개되며 국제무대에 공식적으로 등장했다.

 

1893 시카고 월드 엑스포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미 대륙 발견 400주년 기념사업으로 시카고 잭슨파크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미 최대의 가축 시장에서 불과 몇마일 떨어진 잭슨 파크엔 센트럴파크 조경가 프레데릭 로 옴스테드가 600에이커 부지에 설계한 호수를 중심으로 신고전주의, 로마네스크, 보자르, 베네치아 양식이 어우러진 건물이 들어섰다. 그리고, 세계 각국에서 온 6만5천여 점이 전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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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nd Basin and Court of Honor via Chicago History Museum Image: Chicago Historical Society
 

역대 최대 규모였던 이 박람회는 주최국인 미국,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일본, 한국, 이집트 등 47개국이 참가했다. 미국은 콜럼버스가 신대륙 항해에 사용했던 배 세척을 실물 크기로 재현했고, 1889년 파리 만국 박람회의 상징이었던 에펠탑을 능가하기 위해 조지 페리스가 발명한 거대한 회전 관람차(Ferris Wheel)를 선보였다.  조선에서는 고종이 단장으로 임명한 참의내무부사 정경원을 비롯 사무원 최문현, 통역원 안기선, 그리고 10명의 국중음악 악사 등 13명을 파견했다. 조선에서 배편으로 수송한 전시용품은 80여개 박스에 25톤 규모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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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3 시카고 만국 박람회 광고

 

당시 일본관의 1/40 규모에 불과했던 13평 규모의 조선관(Korea/Corea Pavilion)은 전통기와를 덮은 8칸의 한옥으로 지어졌고 태극기를 게양했다. 가마, 자개장, 자수 병풍, 삼회장 저고리, 투구, 전립, 도포, 망건, 갓, 화살, 버선, 부채, 짚신, 나전칠기, 갓, 화살, 화로, 도자기, 장기판, 연 등 500여점이 전시됐다. 전시품 중 옷감, 문발, 자리, 자개장과 자수 병풍 5종은 박람회 메달을 수상했다.

 

악사들은 고버 클리블랜드 미 대통령 일행이 조선관에 들렀을 때 취타곡을 연주했다. 이에 대해 현지 신문들은 "기묘하지만 매혹적인 선율"이라며 조선의 음악을 평한 것으로 전해진다. K-팝의 뿌리, 한류의 출발이었을까? 또한, 9월엔 조선관 주최로 시카고 오디토리엄 호텔에서 공식 만찬을 열며 한글 명칭 ‘대조선’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 유물: 시카고 박람회가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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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eld Museum, GN90799d_JWH_041w, Photo: William Henry Jackson

 

박람회는 미래를 기념하고, 박물관은 과거를 기록하는 역할을 한다. 시카고스엑스포는 6개월간 박람회 사상 최대인 2천7백만명 이상이 방문객을 끌어모은 성공작이었다. 이 박람회로 시카고는 1871년 대화재 이후 폐허가 됐던 도시의 재건을 급속화했으며, 도시미화 운동, 디즈니랜드, 그리고 20세기 도시 계획에 영감을 주었고, 미국은 근대 산업국가로 세계에 알리게 됐다. 

 

전시가 끝난 후 고종은 유물들이 미국에 남아 '조선'의 존재를 알리는 역할을 하기를 바랬다. 이에 조선관 전시품들은 미국의 세 박물관으로 기증되었다. 생활사 자료 40여점은 필드뮤지엄(당시 이름은 '시카고콜럼버스박물관, Columbian Museum of Chicago)에 선물해 컬렉션의 모태가 됐다. 악기(거문고, 양금, 해금, 피리, 대금, 장구, 당비파, 용고, 생황 등) 10점은 훗날 유길준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운영하게 되는 피바디에섹스박물관(PEM, Peabody Essex Museum)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전통 연(kite) 6점은 펜실베니아주의 펜박물관(Penn Museum, University of Pennsylvania Museum of Archaeology and Anthropology)에 소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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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wart Culin, Korean Games, 1895

 

펜박물관의 큐레이터이자 민족학자 스튜어트 컬린(Stewart Culin, 1858-1929)은 이 만국박람회에서 장기판과 연에 주목했다. 컬린은 박람회에서 통역을 담당했고, 훗날 워싱턴 DC 주미 부대사가 될 박영규(Pak Young Kiu)씨와 미국에 사는 동아시아계 참가자들을 취재해 집필한 '한국의 놀이(Korean Games, 1895)'를 출간했다. 펜박물관(PENN Museum)에서 550부 한정판으로 발행된 '한국의 놀이'엔 태극기가 전면에 실렸고, 한자로 '사해일가(四海一家, 세계는 한가족)'이라고 쓰여있다.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점은 컬린이 이 책에서 "윷이 세계 수많은 놀이의 원형"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놀이 95가지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넷플릭스 사상 최고 시청자를 기록한 드라마 '오징어 게임(Squid Game)'과 세계 최고 프로게이머 페이커(Faker, 이상혁)를 낳은 코리아, 필드박물관 수장고에 잠든 유물은 단순한 골동품이 아니라 한류의 DNA가 아닐까? 

 

필드박물관은 1893 만국박람회 한국관의 유물 40여점과 1899년 독일 함부르크의 고미술상 움라우프(Umlauff)로부터 인수한 한국 문화재 9백-1천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해 시카고에 갔을 때 필드에서 1893년 만국박람회에 전시됐던 한국 유물을 몇점이라도 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방문했다. 그런데,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니 한국 전시품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키오스크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공룡 화석들을 지나 갤러리마다 누비면서 KOREA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필드박물관은 200만 평방피트에 달하는 뉴욕의 자연사박물관보다 훨씬 작은 규모였고, 아시아 갤러리가 특별전으로 밀려났을 법도 했다. 뮤지엄의 소장품이 무려 4천만여점인데, 한국관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 미술품이 상시 전시될 가능성은 낮았다. 필드박물관은 아시아 갤러리(Cyrus Tang Hall of China)에서 한국 유물들을 간헐적으로 교체 전시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2012년엔 필드의 코리안 컬렉션이 한국으로 건너가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필드를 비롯, 메트로폴리탄뮤지엄, 필라델피아뮤지엄, 브루클린뮤지엄, 보스턴뮤지엄, 클리블랜드뮤지엄, LA카운티미술관, 샌프란시스코아시아미술관, 하버드대 새클러미술관 등 9개 뮤지엄 소장 한국유물 80여점을 대여해 '미국, 한국미술을 만나다(Korean Art from the United States)'를 열었다. 또한, 2024년 시카고한인문화원(Korean Cultural Center of Chicago: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한국문화원'은 시카고에 없으며, 한인문화원은 민간단체다)은 필드가 소장한 유물 5점 등 한국 문화재 14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Symbolism in Korean Art and Culture'(9/14-3/22, 2025)를 열었다. 이 전시엔 1893년 월드 엑스포에 선보였던 방석, 나비장, 모자 보관함, 가죽신발, 장수군복을 비롯 당의와 활옷 등이 소개됐다.  

 

 

필드박물관 하이라이트: 공룡 '막시모'와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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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Museum.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백화점 재벌 마샬 필드(Marshall Field)이 1백만달러를 쾌척해서 설립된 필드박물관은 당초에 잭슨파크 월드엑스포 후 유일하게 남아있던 미술궁전(Palace of Fine Arts) 건물을 사용했다. 1921년 그랜ㅌ파크의 뮤지엄 캠퍼스에 건축된 새 건물은 그리스/로마 시대의 대칭과 비례, 웅장함을 중시하는 신고전주의(Neoclassical) 양식으로 지어졌다. 건물 외관엔 인류학/ 지질학/ 동물학/ 식물학을 상징하는 부조가 있으며, 내부 스탠리필드홀 네모퉁이엔 뉴욕 조각가 헨리 허링(Henry Hering)이 제작한 4인의 뮤즈상이 박물관의 설립 목적(연구/ 기록/ 과학/ 지식의 배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필드박물관은 1930년대 후반 뉴욕의 미자연사박물관(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과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협회 산하 국립자연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와 함께 3대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필드는 1893 엑스포 전시 유물을 보존하기 위해 설립된 인류 문명사 컬렉션이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자연사박물관의 스타는 역시 스펙터클한 공룡 화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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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초식 공룡 '막시모(Máximo)'

 

박물관 중앙 스탠리필드홀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크기로 관람객을 맞는 긴 목의 초대형 초식 공룡(Sauropod, *중생대에 번식한 용각류) 티라노사우루스 막시모(Máximo the Titanosaur)다. 길이가 122피트(37미터), 높이가 28피트(8.5미터)로 건물 2층 꼭대기에 닿을 정도다. 

 

막시모는 약 1억년 전 아르헨티나에서 살았으며, 2012년 파타고니아 라플레차 인근의 마요 농장에서 한 목장주가 발견했다. 2017년 과학자들은 파타고니아 지역과 마요 가족의 이름을 따서 파타고티탄 마요룸(Patagotitan mayorum)이라고 명명했다. 전시된 막시모는 무게 약 70톤에 달하는 공룡의 화석을 3D 스캔해 재현한 복원물(cast)이다. 진짜 뼈는 연구를 위해 보존했고, 이 모형은 전시용이다.  

 

그리스어로 '폭군 도마뱀'을 뜻하는 티라노사우루스(Τυραννόσαυρος)는 백악기 후기 북미 지역에서 살았던 공룡이다. 라틴어로 왕을 의미하는 'Rex'를 붙여 T. rex(T-Rex)라 표기하기도 한다. 공룡 뼈엔 나무처럼 나무테가 있어서 과학자들의 분석을 성장기 체중 변화까지 파악할 수 있으며, 화석들로 당시 환경과 먹이에 대해 연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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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공룡 화석 '수(SUE)'

 

2층 진화의 행성관(Griffin Halls of Evolving Planet)의 전용 갤러리에 자리한 공룡 화석 수(SUE the T. rex)는 현존하는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화석 중 가장 크고 완벽하게(90%) 보존된 개체다. 길이 40피트(12미터), 높이 13피트(4미터)에 달하는 수는 지금까지 발견된 30개 이상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골격중 가장 큰 표본이다. 수의 골격 380개 중 250개가 보존되어 있다. 

 

티렉스 수는 1990년 미 사우스다코타주 페이스(Faith) 북쪽 침식된 절벽에서 발굴작업 중이던 화석 수집가 수잔 헨드릭슨(Susan Hendrickson, 1949- )에 의해 발견됐다. 결국 인부 6명이 17일간 작업 끝에 공룡 뼈를 발굴했다. 이름은 발견자 수잔을 따서 '수'로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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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Museum.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그러나, 소유권을 두고 미 원주민 토지 소유자 모리스 윌리엄스(Maurice Williams), 발굴기관 블랙힐스 지질학 연구소(Black Hills Institute)와 미 정부까지 3자간의 분쟁이 5년간 이어졌다. 결국 1997년에야 공개 경매에서 필드박물관이 화석 경매 사상 최고가인 836만 달러에 매입했다. 뮤지엄은 맥도날드, 월트 디즈니, 월드 리조트 및 개인 기부자들의 지원으로 자금을 마련했다. 그리고, 수는 복원 전문가 12명이 3만 시간 들여 골격을 복원한 후 2000년 5월 1층 로비 스탠리필드홀에서 데뷔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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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eld Museum.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필드의 유리 케이스 안에 전시된 수의 두개골(272kg)은 수십 년 동안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많은 과학자들이 아래턱의 작은 구멍들을 연구한 결과 물린 자국이 아니라 감염이라는 의견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2018년 수는 2층의  '진화하는 지구(Evolving Planet)' 관으로 옮겨 전시되고 있다. 

 

단세포 생물에서 공룡, 인간으로 이어지는 진화의 타임라인을 보여주는 진화의 행성관-그리핀홀은 헷지펀드 매니저인 억만장자 케네스 그리핀(Kenneth Griffin)의 후원으로 설치됐다. 그리핀은 2024년 소더비 경매에 나온 스테고사우루스(Stegosaurus, 조반목의 검룡류) '에이펙스(Apex)'를 화석 경매 최고가인 4천460만 달러에 매입한 인물이다. 이전 최고가는 2020년 3천180만 달러에 팔린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스탠(Stan)'이었다. 역시 발굴한 고고학자 스탠 새크리슨의 이름을 땄다. 

 

 

이외에도 필드뮤지엄인 고대 이집트 무덤을 재현한 몰입형 갤러리 '고대 이집트의 신비(Inside Ancient Egypt)', 중국의 수천년 역사를 보여주는 '아시아의 보물(Cyrus Tang Hall of China)', 희귀 보석, 장신구, 금 컬렉션을 감상할 수 있는 '보석관(Grainger Hall of Gems)' 인디언 원주민 문화를 조명하는 상설관 '원주민의 진실(Native Truths)', 그리고 관람객들이 벌레 크기로 작아져 체험할 수 있는 '지하 모험관(Underground Adventure)'이 마련되어 있다. 

 

막시모와 SUE를 지나면서 단순한 공룡 화석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과학과 문화가 만나는 지점을 체감하게 된다. 그리고, 필드박물관에 잠든 1893 조선관 유물들은 단순 골동품이 아니라, 오늘날 한류를 가능하게 한 문화적 DNA의 일부다. 조선의 이름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한 당시의 경험과 현대 한류를 연결해보면, 한류는 결코 갑자기 나타난 문화현상이 아니라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친 역사적 흐름 속의 결과임을 느낄 수 있다.

https://www.fieldmuseum.org

 

 

'시카고 스페셜' 연재 순서

1. 시카고 건축 '마천루의 파노라마'
2. 시카고 핫도그 '노 케첩!' 
3.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로비하우스 투어
4.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하이라이트
5. 시카고 블루스, 버디 가이의 전설
6. 오리지널 딥디쉬 피자
7. 시카고대 고대문화연구협회(ISAC) 박물관 하이라이트

8. 자연사박물관 필드뮤지엄

9. 시카고 공공미술 

10. 호텔 '더 드레이크':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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