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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파비용(Le Pavillon) ★★★★

 

뉴욕 하늘 위로 치솟은 원 밴더빌트 

다니엘 불루가 심어놓은 미식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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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Pavillon, One Vanderbilt, NYC.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21세기에 들어 건축가와 셰프들이 스타덤에 올랐다. 프랭크 게리, 장 누벨, 자하 하디드, 렘 쿨하스 등 스타키텍트(Starchitect: star+architect)는 조각같은 건물로 록스타같은 명성을 누렸다. 한편, 다니엘 불루, 데이빗 장, 고든 램지, 백종원 등 요리사들은 TV와 소셜미디어(인스타그램), 미슐랭 스타, 브랜드화로 셰프테이너(Cheftainer: chef+entertainer)로 부상했다. 건물 뒤의 건축가와 키친 안의 요리사들은 오늘날 대중의 라이프 스타일을 설계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건축가는 우리가 머무는 공간의 미학적, 기능적 가치를 제공하는 디자이너이며, 셰프는 단순한 한끼가 아니라 미식 경험을 제공하는 아티스트로 격상되며 그 이름은 브랜드가 되었고, 세계적인 팬덤을 거느리게 됐다. 

 

스타 건축가는 빌딩을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고, 스타 셰프는 그 공간에 미식적 가치를 불어넣는 트렌드가 가속화되고 있다. '도박의 도시'에서 '미식과 엔터테인먼트의 성지'로 변신하고 있는 라스베거스, 초고층 빌딩으로 세계의 부호들을 끌어들이는 두바이는 호텔과 스타 셰프 브랜드를 유인해왔다. 개발업자들이 주도한 럭셔리 브랜드의 결합이 뉴욕에서 예외는 아니다.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의 스카이라인을 바꾼 허드슨야즈도 2019년 호세 안드레스(메르카도 리틀 스페인), 토마스 켈러(퍼 세), 데이빗 장(모모푸쿠), 앤드류 카르멜리니, 가브리엘 크루서 등을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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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Boulud. SUMMIT One Vanderbilt

 

2020년 맨해튼 42스트릿 그랜드센트럴터미널 옆 73층 고층빌딩 원 밴더빌트(One Vanderbilt)가 완공됐다. 허드슨야즈의 빌딩으로 유명해진 콘 페더슨 폭스(Kohn Pedersen Fox)가 설계한 원 밴더빌트는 뉴욕에서 네번째(One WTC, 센트럴파크 타워, 111 West 57th St.)에 이어 네번째로 높은(1,401 피트) 건물이다. 이 건물의 꼭대기엔 전망대 서밋 원 밴더빌트(SUMMIT One Vanderbilt)가 있다. 원 월드트레이드센터,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록펠러센터의 '톱 오브더 록'처럼 뉴욕과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이 전망대는 거울을 설치한 미러룸으로 새로운 관광명소가 됐다. 

 

원 밴더빌트에도 스타 셰프가 필요했다. 뉴욕에만 12곳, 마이애미, 싱가포르, 두바이까지 20개 가까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프렌치 셰프 다니엘 불루(Daniel Boulud)는 그 해답이었다. 뉴욕이 여전히 팬데믹으로 허우적거리고 있던 2021년 5월 건물 2층에 르 파비용(Le Pavillon)을 오픈했다. 그리고, 이듬해 9월엔 1층에 일식당 조지(Jōji)를 열었다. 18인석의 오마카세 레스토랑이다. 

 

그리고, 2025년 7월엔 빌딩 서밋 아래층(72층)에 2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다이닝 공간 서밋 이벤트(Summit Events)를 오픈했다. 여기에 1층엔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파는 에피서리 불루(Épicerie Boulud)를 운영하고 있다. 바야흐로 다니엘 불루는 뉴욕의 새 랜드마크 원 밴더빌트의 간판 셰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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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겨울 레스토랑 위크를 맞아 다니엘 불루의 르 파비용에서 점심을 먹었다. 뉴욕 레스토랑 위크는 고급 식당의 2-3코스 정식을 저렴하게 먹는 것이 의도였다. 1992년 자갓 서베이의 창업자 팀 자갓과 조우 바움이 뉴욕시에서 열린 민주당전당대회를 기해 고안했던 레스토랑 위크는 런치를  $19.92에 제공했다. 세월이 흘러 올해는 2코스 런치가 $30, $45, $60, 3코스는 $78까지 자율적으로 받고 있다. 르 파비용에선 2코스 런치가 $60이었다. 친구와 2월의 어느 금요일 원 밴더빌트로 갔다. 

 

브라질 건축가 아이세이 웨인펠드(Isay Weinfeld)는 실내 정원과 공항 라운지(특히 의자)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를 구상한듯 하다. 다이닝 공간은 훤칠한 키의 올리브 나무가 울창한 정원길과 낮게 드리워진 패널로 아늑한 분위기다. 무거운 커튼과 카펫이 깔린 다니엘의 화려함보다 자연주의적이며, 미니멀한 공간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 고객들을 지향한 것처럼 보였다. 이름도 '정자(pavilion)'의 프랑스말 '르 파비용(Le Pavillion)'으로 도심 속의 라운지를 의도한듯 하다. 

 

칵테일 바에선 보자르 양식의 그랜드센트럴터미널(1913)과 아르데코 크라이슬러 빌딩(1930)의 첨탑 전망이 시원하게 들어오는 통유리창과 높다란 천장, 그리고 거대한 샹들리에가 시원하다. 높이 12피트의 유리 샹들리에는 포틀랜드 출신 앤디 파이코(Andy Paiko)가 제작한 것으로 유리조각 264개가 바로 쏟아져내리는듯한 '빛의 폭포'를 의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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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Pavillon, One Vanderbilt, NYC. 

 

흥미로웠던 것은 문득 한 순간,  고개를 돌려보니 고객의 80-90 퍼센트가 젊은 아시안들이었다는 점이다. 난 마치 대학교의 카페테리아에 와 있는 것 같았다. 뉴욕의 비 아시안 식당에서 주류(majority)가 된 느낌도 처음이었다. 우리가 "폭싹 늙었수다"로 보이는 고객들, 무엇이 20-30대 밀레니얼과 Z세대 아시안 청년들을 르 파비용으로 오게 했을까? 유학생이나 관광객 혹은 고소득 아시안들일 것이라고 추측을 해보았다. 부모의 지원을 받는 유학생이나 테크/금융직의 아시안 이민자들이 다니엘을 좋아하는 것이다.

 

사실 60달러 2코스 런치는 음료와 세금, 팁까지 포함하면 100달러가 훌쩍 넘는 가격이다. 한끼 식사로는 부담스럽다. (*필자는 친구의 초대로 갔다) 뉴욕의 기록적인 물가 상승과 최근 대기업의 대량 해고는 아마도 토박이 뉴요커들의 삶에 직격탄을 날렸을 것이다. 소셜미디어와 친숙한 젊은 세대, 여유가 있는 아시안들에게 르 파비용은 데스티네이션이 됐을 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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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Pavillon, One Vanderbilt, NYC. 

 

니엘은 계열 식당이 늘 그러하듯 서빙 스탭이 넘칠 정도로 많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군대식(여단) 조직 체계인 '브리게이드 드 퀴진(Brigade de Cuisine)'이 모델이라고 한다. 먼저 리셉션에서 예약 확인 후 좌석을 안내하는 메트르 D(Maître d'Hôtel), 고객을 맞고 코트 체크를 안내하는 호스트/호스테스(Host/Hostess), 테이블에서 주문을 받고, 요리에 대해 설명하는 숙련된 섹션 웨이터(Chef de Rang), 식기류를 세팅학, 물을 채우는 조수 웨이터 코미 드 랑(Commis de Rang), 요리를 주방에서 홀로 전달하는 러너(Runner/ Suiteur), 그리고 와인 전문가 소믈리에(Sommelier) 등이 체계적으로 움직이며 효율적인 서비스를 한다.

 

이날 우리 테이블엔 아마도 7명의 직원이 왔던 것 같다. 너무 많아서 어질어질할 정도. 그만큼 주의 깊은 서비스다. 디저트를 먹을 때 개인 접시가 빠진 것을 안 섹션 웨이터가 황급하게 접시를 가져왔다. 우리는 괜찮다고 했는데, "절대 안된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걸 보니 군대식으로 엄격한 트레이닝을 받는 모양이었다. 

 

르 파비용의 총괄 셰프 윌 나세브(Will Nacev)는 제철 식재료를 사용한 서프&터프(Surf & Turf/ Terre st Mer, 육지와 해산물) 요리를 내세우고 있다. 그 섹션 웨이터는 친절하게도 우리가 주문을 하기 전 먼저 레스토랑 위크 런치  메뉴에서 추천했다. 우리가 "오늘은 무엇을 권하겠어요?"라고 묻지도 않았는데 추천해서 의아해했다. 하지만, 결국 식당에 가기 전 결정했던 메뉴, 그리고 섹션 웨이터가 추천해준 메뉴가 동일해서 기쁘게 그의 제안에 따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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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전 빵과 버터 

 

바스켓에 나온 미니 베이글 모양의 사워도우는 짭조롬하고, 쫄깃쫄깃하며 감칠맛이 좋았다. 섹션 웨이터에게 무슨 치즈냐고 물었더니 파미자노라고 했다. 에피서리 불루에서 파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했다. 좋아하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친절하게도 이따가 좀 주겠다고 했다. 원래 미슐랭 3스타였던 레스토랑 다니엘과 44스트릿의 db 비스트로 모던(db Bistro Moderne)에선 따끈따끈한 미니 마들렌이 흰 내프킨에 싸여 나왔다. 양이 많아 다음날 아침식사로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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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타이저: 랍스터 파스타 LOBSTER TORCHIETTI torchietti pasta, poached lobster, pistou

 

토르키에티 파스타에 랍스터와 페스토 약간 가미한 것으로 싱싱한 랍스터에 파스터도 감칠맛이 났다. 양도 많아서 애피타이저라기보다는 메인 디쉬 중 첫 코스 격이다. 

다른 애피타이저는 비트 샐러드(BEET SALAD)와 치킨 콩소메(CHICKEN CONSOMMÉ)인데, 아무래도 랍스터 파스타가 가성비가 제일 나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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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트레: 갈비 부르기뇽 SHORT RIB BOURGUIGNON mashed potato, pearl onions, thumbelina carrot

 

프랑스식 와인 갈비찜인데, 육질이 장조림처럼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만족스러웠다. 다른 앙트레는 그레노블 스타일 숭어(TROUT GRENOBLOISE)와 버섯 스튜(MUSHROOM VELOUTE VGE )인데, 이 코스 역시 갈비 부르기뇽의 가성비가 우월했다.

이로써 해산물과 육류를 조화한 식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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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파리-브레스트  PARIS-BREST hazelnut mousseline, orange zest, salted vanilla caramel

 

파리-브레스트는 1910년 페이스트리 셰프 루이 뒤랑(Louis Durand)이 파리-브레스트 자전거 경주를 기념해 바퀴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고리 속엔 페이스트리 크림과 버터를 섰은 고소한 크림에 헤이즐넛 페이스트를 넣으며, 고리 위엔 아몬드 슬라이스를 얹고 슈가 파우더를 뿌린다. 부드러운 아몬드 크롸쌍을 연상시키는 맛이다. 

 

디저트는 하나를 시켜 나누어 먹었다. 때문에 3코스가 되어 $78, 2코스는 $60을 부과했다. 이전의 레스토랑 위크 런치 가격과 비교하면, 무척 오른 가격이지만 음식은 만족스러웠고, 푸짐했다.  어느새 레스토랑 위크가 높은 가격이나 부실한 음식으로 유명무실한 '빛 좋은 개살구'가 된 이즈음 르 파비용의 런치는 추천할만한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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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계산이 끝난 후 웨이터가 조용히 우리 테이블에 후크를 걸고 백을 두고 갔다. 그 안에는 식전 빵으로 나왔던 미니 베이글(사워도우) 5개가 얌전하게 플라스틱 통에 담겨있었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 블루베리 잼을 발라 먹으면서 다시 그 웨이터의 친절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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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불루의 르 그라탕에서 매월 특선요리 카술레를 시도한 날. Le Gratin, NYC, January, 2026.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니엘 불루는 최근 레스토랑을 재정비했다. 2024년엔 11월 프렌치 스테이크하우스 라 테트 도르(La Tête d’Or)를 오픈했으며, 그 전에는 어퍼이스트사이드의 카페 불루(Cafe Boulud)를 이전했다. 2025년 5월엔 사우디아라비아의 포시즌 호텔 리야드(Four Seasons Hotel Riyadh)에 10석 규모의 10코스 메뉴 전문 '줄리앙 바이 다니엘 불루드(Julien by Daniel Boulud)'를 열었다. 이 호텔 안엔 카페 불루도 영업중이다. 

 

지난해 6월 링컨센터 앞의 세 레스토랑 바 불루(Bar Boulud), 불루 쉬드(Boulud Sud), 에피서리 불루(Épicerie Boulud)를 폐업하고, 조만간 브라써리 불루(Brasserie Boulud)를 오픈할 예정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록웰 그룹(Rockwell Group)이 맡으며, 스테이크 프리트, 오니온 수프, 슈쿠르트 가르니 등 정통 프랑스 요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로써 그의 레스토랑 제국은 어퍼이스트사이드의 다니엘, 메종 반스(Maison Barnes), 로어맨해튼의 르 그라탕(Le Gratin), 5애브뉴 티파니 본점의 블루박스 카페(Blue Box Café) 등 맨해튼에만 식당 12곳, 이벤트 공간 2곳, 플로리다 2곳, 해외에 6곳 등을 운영하고 있다.  

https://www.danielboulud.com/restaur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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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모르는 셰프, 다니엘 불루의 세계

http://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3025523

 

*르 마숑 뒤 론 (Le Mâchon du Rhône) (1) 다니엘 불루와 함께 론 와인 곁들인 리옹 식사

https://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4085169

 

*뉴욕 레스토랑 위크 (1) 오거스틴(Augustine)의 스테이크 프리트 ★★★★

https://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3681206

 

*프랑스의 해물탕, 다니엘 불루 '르 그라탕(Le Gratin)'의 부야베스(bouillabaisse) 맛보기

https://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4102496

 

*'프랑스의 맛' 샤퀴테리(Charcuterie)에 관하여

https://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4061802

 

*복을 가져오는 새해 음식: 슈크루트 가르니(Choucroute Garnie)

https://www.nyculturebeat.com/?mid=FoodDrink2&document_srl=3773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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