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스페셜 (5) 블루스의 전설 버디 가이(Buddy Guy)와 클럽 레전드(Legends)
Chicago Special <5> 블루스의 전설 버디 가이와 레전드
블루스의 도시에서 만난 살아 있는 전설

시카고 매그니피선트 마일의 한 빌딩에 설치된 머디 워터스 벽화/ 버디 가이의 회고록 '내가 고향을 떠났을 때'(2013).
'시카고 스페셜' 연재 순서
1. 시카고 건축 '마천루의 파노라마'
2. 시카고 핫도그 '노 케첩!'
3.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로비하우스 투어
4.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하이라이트
5. 시카고 블루스, 버디 가이의 전설
6. 오리지널 딥디쉬 피자
7. 시카고대 고대문화연구협회(ISAC) 박물관 하이라이트
8. 자연사박물관 필드뮤지엄
9. 시카고 공공미술
10. 호텔 '더 드레이크':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SWEET HOME CHICAGO - Obama, BB King, Buddy Guy, Mick Jagger, Jeff Beck
상전벽해(桑田碧海), 감개무량(感慨無量).
한류의 인기와 파워를 생생하게 체감하고 있는 요즘, 자주 떠오르는 말이다. 뉴욕에 온 지 30년, 한국문화는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가 되듯’ 세계 속으로 퍼져 나갔다. 한인들의 성취에 감격하는 순간이 자주 찾아와, 문득문득 가슴이 뭉클해진다.
뉴욕의 새내기로 버룩칼리지의 ‘음악산업(Music Business)’ 코스를 들을 때, 교재 중 하나가 빌보드지였다. 그때 강사는 연간 출시되는 레코드 중 3%만이 성공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날 K-Pop이 톱10에 수시로 드나드는 모습은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블루스라는 이름 역시 낯설지 않았다.
한국에서 라디오 프로그램 ‘김광한의 팝스 다이얼’에서 처음 들은 머디 워터스(Muddy Waters)의 질척한 목소리, 그리고 대중음악 잡지기자로 일하던 시절 이정선과 신촌 블루스를 취재하며 블루스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88 올림픽으로 한국인들의 자부심이 팽배해 있을 즈음 오리지널 블루스를 접할 수 있었다. 후배의 권유로 레이 찰스, B. B. 킹, 다이앤 슈어(보컬)같은 쟁쟁한 블루스 뮤지션들이 출연한 콘서트 '팔리아먼트 수퍼밴드'에 가보았다.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 후원으로 '양담배'를 한국에 팔기위해 온 공연이었다. 그후로 재즈는 가까이 하기에 어려웠지만, 어쩐지 야릇하게 마음을 뒤흔드는 블루스는 더 듣고 싶은 장르가 되었다.
2026년 그래미상 시상식에서는 K-pop이 미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공인되었음을 실감하게 하는 장면들이 이어졌다. 블랙핑크의 로제(Rosé)는 브루노 마스와 시상식 오프닝에서 올해의 노래와 레코드 후보에 오른 ‘아파트(APT.)’로 무대를 꾸몄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골든"은 시각미디어 최우수 노래상을 수상했다.

*피어17 루프톱 황금 트리오 콘서트: 메이비스 스태플스, 찌기 말리, 트롬본 쇼티, 2023
내겐 그날 또 다른 장면이 깊이 남았다. 고령의 블루스 뮤지션 버디 가이(Buddy Guy, 89)와 메이비스 스태플스(Mavis Staples, 86)의 수상이었다. 메이비스 스태플스는 최우수 아메리카나 퍼포먼스상("Godspeed")과 아메리칸 루츠 퍼포먼스상("Beautiful Strangers")을 동시에 받으며 통산 다섯 번째 그래미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1970년대 초 ‘I’ll Take You There’와 ‘Respect Yourself’로 빌보드 차트를 휩쓸었던 그녀는, 지금도 무대 위에서 놀라운 에너지를 발산하는 뮤지션이다.

2012 로우다운 허드슨 블루스 페스티벌에서 '74 olds young'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버디 가이.
한편, 버디 가이는 ‘블루스는 끝나지 않았소(Ain’t Done With the Blues)’로 최우수 전통 블루스 앨범상을 수상하며 통산 아홉 번째 그래미를 거머쥐었다. 참 그래미사에서 최우수 전통 블루스 앨범 부문 시상을 시작한 때는 1983년이다. B. B. 킹은 이 부문에서만 10개의 트로피를 비롯, 통산 15개를 받아갔다.
루이지애나 출신인 버디 가이는 1957년 스물한 살에 시카고에 정착해 일렉트릭 블루스의 한 축을 세웠고, 스스로 그날(9월 27일)을 ‘두 번째 생일’이라 불렀다. 무대 아래로 내려와 관객 사이를 돌며 기타를 연주하던 모습은 ‘살아 있는 블루스’가 무엇인지 각인시켜 주었다.

시카고의 블루스 클럽 '레전드'에 전시된 버디 가이의 그래미상 트로피. Photo: RX Media/ NYCultureBeat
뉴욕에서 종종 찾던 타임스퀘어의 B.B. 킹 블루스 클럽&그릴이 2018년 문을 닫은 뒤, 블루스를 정기적으로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크게 줄었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시카고 여행에서 블루스 콘서트는 제1의 목표였고, ‘레전드(Legends)’는 블루스를 찾아 나선 그 여정의 목적지였다.
'시카고의 5애브뉴' 격인 매그니피선트 마일의 한 빌딩에는 ‘시카고 블루스의 아버지’ 머디 워터스(McKinley Morganfield, 1915-1983)의 벽화가 걸려 있다. 미시시피의 목화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하모니카를 들고 블루스 밴드를 따라 다니던 소년은 30세에 시카고에 도착해 이 도시의 블루스를 완성했다.

사우스루프의 '레전드(Legends)가 위치한 길엔 Buddy Guy Way로 명명되어 있다.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10월 24일 우리가 예약 없이 찾아간 버디 가이의 클럽 레전드는 이미 만원이었다. 겨우 테이블 가장자리를 잡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버디 가이가 받은 그래미 트로피들과 벽에는 에릭 클랩턴, 제프 벡 등 유명 뮤지션들의 기타, 그리고 블루스의 전설들의 초상화를 미국 대통령이 새겨진 러시모어산에 그린 회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날엔 '더 누블루(The NuBlu Band)' 콘서트가 열렸다. 그 무대에 레전드의 주인장 버디 가이가 올라 "후치 쿠치 맨(Hoochie Coochie Man)"을 불렀고, 늘 그러하듯 객석을 누비면서 "She's Nineteen Years Old"을 노래했다.
공연 중 코냑 한 잔을 마시며 흥을 잡고, 청중과 농담을 하면서 정정하게 블루스를 노래하는 노장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버디 가이 티셔츠를 구입해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살아 있는 블루스의 전설'과의 추억을 만들었다.
'레전트'는 블루스의 뿌리와 현재를 체험할 수 있는 클럽이었다. '재즈의 도시' 뉴욕에서 간접적으로 듣던 블루스와 달리 시카고에선 음과 숨결, 열기까지 모두 느낄 수 있었다.

89세의 전설 버디 가이는 10월 24일 레전드에서 기념품을 구입한 팬들에게 직접 사인을 해주었다. 우리도 티셔츠를 구입한 후 그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Photo: RX Media/ NYCultureBeat
Buddy Guy’s Legends
Neighborhood: South Loop
Blues Jam: Wed. with Jimmy Burns or Bro. John
700 S. Wabash
312-427-1190
https://buddyguy.com
시카고 블루스에 대해 알아야할 것

루이지애나 출신 버디 가이는 1957년 시카고에 정착했고, 1989년 블루스 클럽 '레전드'를 오픈한 후 종종 무대에 오르고 있다.
#블루스의 종류와 특징
미 흑인들의 음악인 블루스의 기원은 18세기 서부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강제이주된 흑인들이 서양음악과 혼합해 탄생한 영가와 가스펠에 있다. 12마디 형식을 사용하는 노래에 우울한 가사가 많아 '블루스(Blues)'로 불리우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1900년대 초 델타 블루스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블루스는 델타, 시카고, 텍사스 등 지역별 스타일로 나뉜다. 델타 블루스는 주로 어쿠스틱 기타와 하모니카 중심이고, 시카고 블루스는 전기 기타와 밴드 편성이 특징이다. 텍사스 블루스는 기타 솔로와 스윙 리듬의 여유를 보여준다. 그리고, 뉴올리언스 블루스는 피아노 중심, 라틴 리듬에 트럼펫, 색소폰이 등장하며 블루스의 슬픔보다 춤곡에 가깝다.
악기와 연주 스타일에 따라 어쿠스틱 기타의 컨트리 블루스, 슬라이드 기타와 열정적인 보컬이 특징인 델타 블루스, 전기기타, 하모니카, 드럼을 사용하는 시카고 블루스, 기타 솔로가 강조된 텍사스 블루스, 빅 밴드의 댄스 음악 스타일인 점프 블루스, 피아노 기반의 리듬감이 강한 부기우기, 로큰롤이 가미된 블루스 록 등 다양하다.
https://www.chicagobluesguide.com
*뉴올리언스 블루스 뮤지션 케니 닐(Kenny Neal) 이리디움(The Iridium) 콘서트, 2025

버디 가이의 시카고 블루스 클럽 레전드(Legends)에 걸려있는 벽화. 마운트 러시모어에 시카고 블루스의 4대 뮤지션 머디 워터스, 소니 보이 윌리엄슨, 리틀 월터, 그리고 하울링 울프의 얼굴을 담은 작품이다.
#시카고 블루스란?
시카고 블루스는 미시시피 델타 블루스에서 파생된 도시형 블루스다. 1940년대 남부에서 시카고로 이주한(Great Migration) 흑인 음악가들이 농촌의 어쿠스틱 사운드 대신 일렉트릭 기타, 하모니카, 드럼, 베이스, 앰프 등을 갖춘 밴드 스타일로 발전시킨 전기 블루스(Electric Blues)다. 주제는 노동과 사랑, 이별과 희망을 전기 기타의 울림으로 표현한 장르로 머디 워터스, 하울링 울프가 록큰롤의 기반을 닦게 된다.

레전드의 바에는 B.B. 킹, 존 리 후커, 그리고 로버트 존슨 등 블루스 뮤지션의 사진도 걸려있다.
#시카고 블루스의 전설들
델타 블루스의뿌리에 전기 사운드를 접합한 머디 워터스는 '모던 시카고 블루스의 아버지'다. 그외에 우렁찬 보컬의 하울링 울프(Howlin' Wolf), 블루스 하모니카의 혁명을 일으킨 리틀 워터(Little Walter), 최면적인 존 리 후커(John Lee Hooker), 슬라이드 기타 연주로 유명한 엘모어 제임스(Elmore James)가 꼽힌다.
B.B. 킹은 델타 블루스 뿌리를 기반으로 한 전기 블루스, 즉 시카고 블루스 계열로 가장 서정적이고 영향력 있는 전통적 블루스 뮤지션으로 평가된다. 타임스퀘어에 B.B. 킹 블루스 클럽 & 그릴을 운영했던 거장을 2013년 로우다운 블루스 축제에서 본 것은 뉴욕 생활 30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 중 하나다. B.B. 킹은 손끝으로 진동시키는 '비브라토(vibrato)' 기타 주법의 대가다. 이 손가락으로 미묘한 떨림을 주는 연주법은 이후 소울, 록, 재즈 기타리스트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머티 워터스의 시카고 블루스 세대와 롤링스톤스와 에릭 클랩튼으로 대표되는 록세대를 이어준 다리같은 블루스 뮤지션으로 평가되고 있다. 록 뮤지션 척 베리와 보 디들리도 시카고 블루스를 계승했다.
*2013 로우다운 허드슨리버 블루스 페스티벌의 B.B. 킹 콘서트
#머디 워터스와 롤링스톤스의 랑데부
1981년 시카고의 전설적인 클럽 체커보드 라운지에서 머디 워터스와 영국의 록밴드 롤링스톤스가 함께 공연했다. 이 장면은 블루스와 록의 역사적 교차점으로 꼽힌다. 당시 롤링스톤스는 블루스에 큰 영향을 받은 록 밴드로, 머디 워터스와 함께 연주하며 블루스 전통을 기렸다. 이 공연은 블루스가 록 음악에 깊은 뿌리를 남겼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남아 있다. 믹 재거가 추리닝 차림으로 객석에서 무대로 뛰어 올라 "Baby, Please Don't Go"를 부른 이 즉흥 콘서트는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머디 워터스와 롤링 스톤즈
Muddy Waters & The Rolling Stones - Baby Please Don't Go - Live At Checkerboard Lounge
#블루스가 록 음악에 끼친 영향

레전드는 뮤지엄급이다. 버디 가이가 받은 그래미 트로피 5개와 에릭 클랩톤, 제프 벡 등의 기타도 전시되어 있다.
12마디 구조로 감정 표현 중심의 기타 솔로가 특징인 블루스는 로큰롤 뿐만 아니라 블루스의 감성적인 보컬 스타일은 소울 음악, 펑크, 힙합 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 영향을 미쳤다.
블루스는 특히 초기 로큰롤 스타일에 영향을 주었다. 1950년대 미 남부에서 탄생한 로큰롤은 델타 블루스, 시카고 블루스, R&B, 가스펠 등 흑인 음악이 핵심 뿌리다. 엘비스 프레슬리는 주로 R&B와 블루스 곡을 흡수해 자신의 록큰롤 스타일로 소화했다. 초기 히트곡 "하운드 독(Hound Dog)", "댓츠 올 라이트(That's All Right)" 등엔 블루스 코드와 리듬이 명확히 드러난다.
비틀즈도 1960년대 초 런던과 리버풀 클럽에서 연주하며 존 리 후커, 머디 워터스, 버디 가이 같은 시카고 블루스 뮤지션의 음반을 탐독했다고 한다.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의 기타 연주에서 블루스적 프레이징과 벤딩 테크닉이 나타난다. 블루스 특유의 호소력있는 보컬, 감정 표현, 즉흥 요소를 흡입했다.
비틀즈가 블루스를 받아들이면서 롤링스톤즈, 레드 제플린, 야드버즈와 크림 등 많은 영국 록밴드들이 블루스 기반의 록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게 된다. 결국 시카고 블루스는 세계 록과 팝의 뿌리로 자리잡았다. 야드버즈와 크림에서 활동했던 에릭 클랩턴은 1986년 버디 가이를 "의심할 바 없는 살아있는 최고의 기타리스트"라고 말했다.
*버디 가이와 롤링스톤즈, 2009
Buddy guy Ft. Rolling stones - Champagne & Reefer Live, 2009
#차세대 블루스 뮤지션
켑 모(Keb' Mo')을 비롯, 조 보나마싸(Joe Bonamassa), 게리 클락 주니어(Gary Clark Jr.), 블루스와 록, 소울, 펑크 등 장르를 혼합하는 케데스키 트럭스 밴드(Tedeschi Trucks Band) 등도 주목할만하다.
뉴욕은 '재즈의 도시'지 '블루스의 도시'가 아니다. B.B. 킹 블루스 클럽 & 그릴이 문을 닫은 후 블루스팬들이 즐길 수 있는 곳은 매년 여름 열리는 허드슨리버파크 블루수&바비큐 페스티벌만이 남아 있다.

2012 브루클린 프로스펙트 파크의 '셀레브레이트 브루클린'에서 기타 3개로 연주했던 켑 모. 타지 마할(Taj Mahal)과 함께 출반한 "Room on the Porch"로 전통 블루스 앨범 후보에 올랐지만, 버디 가이가 수상했다.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블루스 디바' 셰미키아 코플랜드@허드슨강 블루스&BBQ 페스티벌, 2014
'시카고 스페셜' 연재 순서
1. 시카고 건축 '마천루의 파노라마'
2. 시카고 핫도그 '노 케첩!'
3.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설계 로비하우스 투어
4.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 하이라이트
5. 시카고 블루스, 버디 가이의 전설
6. 오리지널 딥디쉬 피자
7. 시카고대 고대문화연구협회(ISAC) 박물관 하이라이트
8. 자연사박물관 필드뮤지엄
9. 시카고 공공미술
10. 호텔 '더 드레이크': 마릴린 먼로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