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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Seeing Silence: The Paintings of Helene Schjerfbeck

메트뮤지엄 헬레네 셰르프베크 인물화전 

 

December 5, 2025–April 5, 2026

The Met Fifth Ave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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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Silence: The Paintings of Helene Schjerfbeck,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2026

 

얼굴이 마음의 지도라면, 인물화가는 모델의 마음을 포착하는 예술가들일 것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인물화는 영생적 기능을 가졌다. 고대 그리스에선 신체적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상화된 재현에 집중했다. 중세에선 종교적 가치를 전달하는 도구였던 인물화는 르네상스 시대 가문의 명예를 기록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증명하는 용도로 활용됐다. 루이 14세같은 절대 군주들은 자신의 권위와 부를 과시하기 위한 대형 초상화를 위임했다. 한편, 네덜란드에선 신흥 시민계급이 성장하며, 그들의 도덕적 가치와 일상을 기록하는 초상화가 유행했고, 렘브란트는 그 대표 화가였다. 

 

근대에 이르러 사진의 발명으로 화가들은 인물의 복사보다 주관적인 인상과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현대에 와서 인물화는 작가의 콘셉트에 따라 신체가 해체되거나, 추상적인 선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이처럼 르네상스 시대 인격, 이성과 질서를 묘사하던 인물화는 근대에 들어서서 인간의 심리, 불안과 균열을 표현하는 것으로 확장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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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Silence: The Paintings of Helene Schjerfbeck,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2026

 

#셰르프베크와 뭉크: 질병과 고독의 화가들  

 

핀란드의 여성화가 헬레네 셰르프베크(Helena Sofia Schjerfbeck, 1862-1942)와 노르웨의 남성화가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1863-1944)는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화가들이었다. 이들은 긴 겨울과 낮은 태양이라는 북구에서 살았고, 질병을 앓았다. 그들의 캔버스 속에서 얼굴은 다르게 포착된다. 

 

셰르프베크의 캔버스는 창백하고, 고요하다. '침묵의 소리(Sound of Silence)'를 기울이게 만든다. 그녀의 붓질이 저음의 베이스라면, 뭉크의 붓질은 마치 트럼펫 소리같다. 그의 캔버스는 '절규(Scream)'의 아우성으로 흔들리는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왜 셰르프베크와 뭉크의 그림 속 인물들은 고독하고, 불안한 것일까? 두 화가는 평생 질병과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살았다는데,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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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vard Munch, The Scream, Crayon on cardboard, 1893. National Museum of Norway

 

뭉크는 5살 때 어머니가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고, 14살 때는 엄마같았던 큰 누나(15세)도 결핵으로 사망했다. 얼마 후 여동생은 정신병을 앓게 된다. 게다가 아버지는 가족들의 죽음으로 광신도가 되어 자식들을 학대하기 시작했다. 이에 뭉크는 자살 충동, 불안, 강박장애에 시달려야 했다. 

 

뭉크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실연과 상처로 음주벽에 시달리며 불안, 환각 증세로 8개월간 입원해 전기치료법까지 받았다. 그리고, 1919년경엔 세계에 유행하던 스페인 독감을 앓았다. 그는 평생 퇴폐와 악, 사랑과 죽음에 사로 잡혔으며, 어둠과 공포가 작품에 지대한 영양을 주게 된다.  

 

*스페인 독감과 화가들 <3> 에드바르트 뭉크 

https://www.nyculturebeat.com/?mid=Art2&document_srl=3908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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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Silence: The Paintings of Helene Schjerfbeck,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2026

 

한편, 셰르프베크는 네살 때 계단에서 넘어져 평생 다리를 절뚝거리게 되었다. 아마추어 화가였던 아버지는 딸에게 연필, 종이와 크레용을 주었다. 14살 때 아버지가 결핵으로 사망해 엄마는 생계 유지를 위해 하숙생을 들였다. 1883년 셰르프베크는 스웨덴 화가 오토 하그보리와 약혼했다. 그러나, 예비 시댁은 그녀의 고관절 문제를 결핵으로 의심하는 바람에 파혼에 이른다. 때문에 그녀는 평생 독신으로 살게된다.

 

셰르프베크는 1902년 건강 악화로 미술학교 강의를 중단하고, 엄마를 돌보며 살기 시작했다. 1915년 에이나 로이터와 사귀면서 편지를 주고 받았으나, 4년 후 그가 다른 여인과 약혼을 한다는 소식에 실연해 병원에 입원했다. 1942년 정신병원, 간호원들을 모델로 엘 그레코 스타일의 인물화에 몰두했다. 말년에는 요양원을 전전하면서도 그림을 그렸다. 1946년 스톡홀름 외곽 그랜드호텔에서 살며 그리다가 위암으로 83세에 사망했다. 

 

 

#헬레네 셰르프베크 '침묵을 보다(Seeing Silence)'@메트뮤지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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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Silence: The Paintings of Helene Schjerfbeck,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2026

 

헬레네 셰르프베크의 메트뮤지엄 전시는 약 60여점을 소개하고 있다. 전시 제목 '침묵을 보다(Seeing Silence)'는 그가 수십년간 핀란드의 외딴 시골에서 은둔하며 작업에 몰두했던 화가의 내면을 읽을 수 있다. 그녀의 캔버스 속 인물들은 고요함 속에서 고독을 느끼게 한다. 

 

초기엔 사실주의적이며, 내추럴한 화풍이 주도하지만, 중기-말년에 이르러서는 단순한 형태, 절제된 색채에 대상의 본질만 남기는 추상적 모더니즘으로 진화했다. 

셰르프베크는 반 고흐만큼이나 자화상을 즐겼다. 젊은 시절에서 말년으로 갈수록 이목구비가 생략되며, 해골같은 자화상을 그렸다. 죽음을 앞둔 노화의 과정을 잔혹할 정도로 정직하게 담았다. 

 

셰르프베크는 물감을 덧칠하고, 다시 긁어내는 물리적 과정을 통해 캔버스 위에 시간의 흔적과 고독의 여운을 남겼다. 침묵의 화가 셰르프베크의 전시는 4월 5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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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ing Silence: The Paintings of Helene Schjerfbeck,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2026

 

 

*핀란드 근대 여성화가 4인전(헬레네 셰르프베크, 엘렌 텔스레프, 시그리드 쇼만, 엘가 세스만)@스칸디나비아 하우스, 2017

https://www.nyculturebeat.com/?mid=Art2&document_srl=3577915

 

*덴마크 거장 빌헬름 함메르쇼이의 걸작전@스칸디나비아 하우스, 2015

https://www.nyculturebeat.com/?mid=Art2&document_srl=3335838

 

*디자인 왕국, 덴마크의 회화들@스칸디나비아 하우스, 2013 

https://www.nyculturebeat.com/?mid=Art2&document_srl=2924384 

 

*스칸디나비아 하우스: 북유럽 미술가 특별전 'A Time for Everything: 25 Years of Contemporary Art', 2025

https://www.nyculturebeat.com/?mid=Lounge2&document_srl=417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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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ukie 2026.02.08 14:05
    노르웨이 하면 화가 뭉크의 절규와 그리그의 '솔베지 송'이 떠오릅니다.뭉크의 절규는 절규라는 것이 무언인지를 확실히 알게해 줍니다. 공포에 질린 얼굴 표정을 절묘하게 그려서, 그림을 보고있노라면 공포에 질려서 절규하는 모습이 생생합니다. 절규를 이렇게 잘묘사하다니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Ela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