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의 '마지막 황제'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 93) 별세
Valentino Garavani (1932-2026)
왕족, 할리우드 스타 애용....럭셔리 패션의 대명사
1990년대 미니멀리즘과 그런지 룩으로 쇠락의 길

'Valentino: The Last Emperor' (2008), Vitagraph Films
왕족, 할리우드 스타, 사교계 인사들의 이미지를 정의한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Valentino Garavani)가 1월 19일 로마에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3세.
그는 2008년 다큐멘터리 영화에서 '발렌티노: 마지막 황제(Valentino: The Last Emperor)'로 불렸다. 발렌티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지아니 베르사체 등 후발 이탈리안 디자이너들이 성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또한, 라이센스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 밀라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최초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되었다.
뉴욕타임스는 "발렌티노는 트렌드를 주도하거나 시대정신을 반영하거나, 최첨단을 걷는데는 관심이 없었다"고 평했다. 고뇌하는 예술가형 디자이너가 아니라 절제된 삶을 즐기는 디자이너였다고 전했다.
발렌티노는 영부인들의 의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68년 재클린 케네디가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 결혼식에서 입었던 크림색 레이스 드레스, 1979년 이란 왕비 파라 팔라비가 남편인 샤가 퇴위했을 때 이란을 탈출 입었던 담비 모피 칼라가 달린 정장, 그리고 1995년 프랑스 자크 시라크의 부인 베르나데트 시라크가 남편의 대통령 취임식 때 입었던 드레스를 디자인했다.
또한, 할리우드 스타들의 메인 스테이지를 장식했다. 1960년 영화 '스파르타쿠스' 로마 시사회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입었던 깃털 장식이 달린 드레이프 드레스, 2001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에린 브로코비치'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 입었던 흑백 빈티지 드레스, 그리고 2005년 케이트 블란쳇이 '에비에이터'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때 입었던 한쪽 어깨가 드러난 노란색 실크 태피터 드레스, 배우 앤 해서웨이와 스웨덴 마들렌 공주의 웨딩 드레스도 발렌티노였다.

'Valentino: The Last Emperor' (2008), Vitagraph Films
본명은 발렌티노 클레멘테 루도비코 가라바니(Valentino Clemente Ludovico Garavani), 발렌티노는 1932년 밀라노 남쪽의 작은 마을 보게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전기용품 회사를 운영했고, 발렌티노는 어린 시절부터 미적 감각이 두드러진 소년이었다. 자신만의 접시를 요구했고, 스웨터의 컬러와 패턴을 지정해 맞춤 제작한 옷을 입고, 재킷의 단추도 바꾸었다. 1941년 주디 갈란드, 라나 터너, 헤디 라마르가 출연한 할리우드 뮤지컬 '지그펠드 걸(Ziegfeld Girl)'의 화려한 의상에 매료되어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의 꿈을 지지해준 부모 덕으로 밀라노에서 패션을 공부했으며, 6개월 후엔 파리 에콜데보자와 패션조합학교(École de la Chambre Syndicale de la Couture Parisienne)에서 배웠다. 졸업 후 그리스 여왕의 옷을 디자인했던 장 데세스(Jean Dessès) 아래서 5년간 일했다. 이후 친구 기 라로쉬(Guy Laroche)와 함께 일하게 된다.
1960년 가라바니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로마에 패션 하우스를 오픈했다. 그해 어느 날 저녁, 로마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건축학과 학생 지안카를로 지아메티(Giancarlo Giammetti)를 만나, 연인이자 사업 파트너가 된다. 가라바니는 사업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아름다운 칵테일 드레스, 화려한 이브닝 가운, 작은 빨간색 드레스 등 화려한 것들을 사랑한 디자이너였다. 빨간색은 자신의 행운의 색이라고 믿었고, 그의 시그내처 컬러(Valentino red)로 만들었다. 반면, 사업은 지아메티가 운영했으며, 발렌티노 브랜드 성공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된다.

'Valentino: The Last Emperor' (2008), Vitagraph Films
발렌티노는 1968년 순백 컬렉션으로 패션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1978년 첫 향수 '발렌티노'를 출시했다. 이듬해엔 핸드백, 여행가방, 우산, 손수건 등에 '발렌티노'를 라이센스해, 전성기엔 약 42개에 달했다. 1984년 이탈리아 올림픽 대표팀은 LA 올림픽에서 발렌티노 의상을 입었으며, 이듬해엔 이탈리아 정부로부터 공로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1990년대 그런지 룩과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면서 '화려함'의 대명사였던 발렌티노는 궁지에 빠졌다. 대세를 따르지 못하면서 발렌티노도 쇠락의 길을 걷게된다. 명품기업 LVMH와 구찌 그룹의 등장으로 경쟁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1998년 발렌티노는 HdP에 매각되고, 이후엔 섬유업체 마르조토(Marzotto)에 넘어갔다. 마르조토는 2005년 발렌티노 패션그룹으로 분사했으며, 2012년 다시 카타르의 펀드 메이훌라포인베스트먼트에 팔렸다. 그후엔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Kering)에 지분을 매각했다.
2008년 매트 타이어나우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발렌티노: 마지막 황제'로 올드타임 디자이너 발렌티노는 젊은 세대의 관심을 모으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발렌티노 가라바니와 지안카를로 지아메티는 65년의 우정 동안 단 2개월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인 관계는 첫만남에서 1972년까지 12년만 지속됐지만, 삶과 사업의 동반자로 2008년 동시에 은퇴했다.
가라바니는 영화감독 소피아 코폴라와 협업으로 로마 오페라단(Teatro dell'Opera di Roma)의 '라 트라비아타(2016)'의 의상을 맡았는가하면, 요리책 'Valentino: At the Emperor's Table'(2014)도 출간했다. 화려함의 대명사였던 그는 런던, 로마, 맨해튼, 스위스 그슈타트, 파리 외곽 샤토 드위드빌에 저택을 보유했으묘, 여섯 마리의 퍼그를 키웠고, 14인승 챌린저 제트기를 타고 개들을 동반해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Valentino: At the Emperor's Table' (2014), Assouline
*NYTimes: Valentino: A Life in Photos
https://www.nytimes.com/2026/01/19/style/valentino-a-life-in-photos.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