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2025년 가장 경이로운 사진 18장...미술사가들 회화와 비교
BBC: 18 of the most striking images of 2025

한장의 사진은 긴 글보다 시각적으로 큰 힘을 갖는다. 이미지는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감정을 끌어내며, 복잡한 사건의 핵심을 함축적으로 전달하며 기억에 오래 남게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서 보편성을 갖는 사진. BBC가 하늘의 비둘기에서 침몰한 배까지, 미술사 전문가들이 선정한 올해 가장 경이로운 사진 18컷을 소개했다. 회화와 비교한 평이 흥미롭다.
1. 스카이다이버, 애리조나 Skydiver, Arizona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 날개가 녹아버린 소년의 그리스 신화 이야기에서 이름을 따 "이카루스의 추락"이라고 불린 이 사진은 16세기 피터 브뤼헐부터 20세기 앙리 마티스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무모한 젊음의 비극적인 추락을 묘사하는 전통을 생생하게 되살린다. 특히 피터 폴 루벤스의 묘사(The Fall of Icarus)는 소년의 가속되는 고통을 상상하게 하여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2. 등반가, 네팔 Mountaineer, Nepal
산을 뚜렷하게 조각하는 영원한 얼음과 바위의 주름에 비해 왜소해 보이는 등반가의 모습은 웅장하면서도 위협적이다. 광활한 풍경의 장엄함 속에서 인간의 형체가 왜소해지는 이 모습은 JMW 터너의 섬뜩한 수채화를 떠올리게 한다. 터너가 1831년에 그린 '스카이 섬의 외딴 쿠일린 언덕 풍경(Loch Coruisk, Skye)' 역시 자연의 거대한 위엄과 인간의 보잘것없음이라는 대비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
3. 파괴된 탑, 미얀마 Destroyed pagoda, Myanmar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3월 28일 발생한 규모 7.7의 강력한 지진으로 부분적으로 파괴된 탑을 담은 이 사진은 거대한 불상의 머리가 무너져 내린 모습을 보여준다. 줍니다. 3,000명 이상이 사망한 이 지진의 진동은 중국, 인도, 베트남, 태국까지 느껴졌다.
4. 날아오르는 비둘기, 세르비아 Flying dove, Serbia
11월 1일 세르비아에서 사람들이 손을 벌려 비둘기를 하늘로 날려 보내는 모습 위로 커다란 흰 비둘기 한 마리가 마치 무게 없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하다. 이 행사는 노비사드 기차역 천장 붕괴 사고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이 사고로 16명이 사망했다. 사랑, 순수, 희망의 상징인 비둘기의 강력하면서도 단순한 이미지는 피카소에서 존 레논까지 수많은 예술 작품 속 비둘기 이미지와 연결시켜 준다.
5. 이스탄불 시위대 Protester, Istanbul
수피 신비주의와 관련된 전통적인 더비시 복장을 입은 한 시위자가 최루액을 뿌리는 중무장 경찰 병력과 맞서는 모습이 담긴 사진. 3월에 소셜 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졌다. 죽음과 재생의 상징으로 가득한 독특한 높은 더비시 모자와 길고 여러 겹으로 된 의상은 평범한 거리 시위의 이미지를 신화적인 무언가로 승화시켰다.
6. 버려진 유람선, 엘레프시나 만 Abandoned cruise ship, Gulf of Elefsina
바다에 완전히 잠기지도, 그렇다고 바다에서 벗어나지도 못한 채, 2003년 아테네 서쪽 엘레프시나 만에서 전복된 유람선 MS 메디터레이니언 스카이호의 녹슨 선체. 8월 영원히 반쯤 잠긴 상태로 사진에 담겼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배는 반쯤 가라앉은 채 서서히 풍화되어 낡고 허물어져 가고 있다. 잔잔한 코발트빛 바다를 배경으로 옆모습이 포착된 이 배는 여러 요소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7. 기도하는 승려들, 태국 Monks praying, Thailand
2월 마카 부차 축제 기간 동안 왓 프라 담마카야 사원의 거대한 황금 돔 아래에서 기도하는 수만명 승려들의 사진은 신비로운 빛으로 숨 막힐 듯 아름답다. 비현실적인 광채는 19세기 버마 필사본에 묘사된 사슴 공원에서 부처님의 첫 설법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8. 수상 퍼레이드, 베네치아 Water parade, Venice
2월 베니스 카니발의 수상 퍼레이드에서 그랜드 운하를 따라 떠다니며 컬러풀한 색종이 조각을 흩뿌리는 장면을 담은 사진. 신인상주의 화가 폴 시냐크의 1905년 작품 '그랑 카날 입구(Entrance to the Grand Canal, Venice)'처럼 베니스는 픽셀화된 빛의 모자이크로 녹아든다.
9.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 로마 Tomb of Pope Francis, Rome
100년만에 바티칸 밖에서 안장된 교황, 프란치스코의 무덤 사진. 그 위에 놓인 한 송이 하얀 장미가 섬뜩할 정도로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JMW 터너가 1798년에 그린 '캔터베리 대성당의 모턴 추기경 무덤(Canterbury Cathedral: The Crypt, with the Tomb of Cardinal Morton)'을 연상시킨다. 돌이 죽음처럼 투과적이고 불확정적인 것으로 묘사된 작품이다.
10. 이주 노동자, 찬디가르, 인도 Migrant worker, Chandigarh, India
인도 찬디가르 외곽에서 밀을 수확하다 물을 마시기 위해 잠시 멈춰 선 이주 노동자의 모습을 포착했다. 이 사진엔 거부할 수 없는 원형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황금빛 곡식 속에서 반짝이는 노동자의 컵과 낫은 윈슬로 호머의 '새 들판의 베테랑(The Veteran in a New Field, 1865)'에 나오는 고독하게 수확하는 남자의 상징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11. 로봇 손, 베이징 Robot hand, Beijing
거대한 로봇 손의 천천히 펴지는 검지 손가락을 향해 손을 뻗는 젊은 여성의 모습. 4월 북경의 '로봇 세계'에서 열린 언론 투어 중에 촬영된 사진이다. 언뜻 보면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Creation of Adam)'를 연상시키지만, 어쩌면 MC 에셔(MC Escher)의 수수께끼 같은 '손이 손을 그리는 그림(Drawing Hands, 1948)'와 더 비슷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창조자와 피조물 사이의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
12. 임시 수용소, 부간다 12. Transit centre, Buganda
부간다 근처 임시 수용소에서 그네에 앉아 있는 콩고 난민의 모습은 고난을 초월하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끊임없이 내리는 비, 버려진 놀이터 장비의 녹슨 철골 구조물, 그리고 옆에 매달려 있는 부서진 그네 의자까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여성의 강인한 정신을 보여준다. 프랑스 로코코 화가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Jean-Honoré Fragonard)의 '그네(The Swing, 1767) 옆에 놓으면, 유명 회화의 궁정적인 경박함을 벗겨내고 그네를 시공간을 초월한 놀이와 내면의 평화를 상징하는 영원한 소품으로 재해석하게 될 것이다.
13. 유성우, 캘리포니아 인버네스 Meteor shower, Inverness, California
5월 6일 새벽, 캘리포니아 인버네스 상공을 가로지르는 에타 아쿠아리드 유성우(Meteor showe)를 포착한 사진은 경이로우면서도 겸손함을 느끼게 한다. 위쪽으로 펼쳐진 은하수의 희미한 빛에 비해 작은 마을의 불빛은 광대한 우주 드라마 속에서 깜빡이는 작은 점처럼 보인다. 천체의 규모와 인간의 극적인 대비는 선구적인 천문학적 정확성으로 유명한 아담 엘스하이머(Adam Elsheimer)의 '이집트로의 피난(The Flight into Egypt, 1609)'을 떠올린다. 엘스하이머의 작품에서 성가족은 전경의 극히 일부만을 차지하고 있으며, 시선은 거대한 밤하늘로 향한다.
14. 기름으로 뒤덮인 눈, 런던 Oil-covered eyes, London
화석연료의 종식을 촉구하는 사회운동단체(Fossil Free London)가 5월 셸 에너지 회사 사무실 앞에서 눈을 기름처럼 끈적이는 물질로 덮은 채 시위를 벌였다. 눈을 가린 모습은 조지 프레더릭 와츠(George Frederic Watts)의 상징주의 그림 '희망(Hope, 1886)'을 연상시킨다. 그림에서 눈을 가린 여인이 어두운 지구본 위에 앉아 슬픈 리라를 연주하고 있다.
15. 다이빙하는 수영 선수, 싱가포르 Diving swimmer, Singapore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 오픈 워터 계영(relay)에 참가한 중국 수영 선수 톈천 란의 모습이 물 위에서 거의 몰입감 있게 포착된 사진. 선수는 짙푸른 플랫폼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공중에 멈춰 있는 듯하다. 하늘, 물, 플랫폼의 대담한 푸른색 대비와 선수의 몸이 공중에 정지된 듯한 모습은 프랑스 화가 이브 클랭(Yves Klein)이 창조한 독특하고 강렬한 색상인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와 1960년 사진 몽타주 작품인 '허공으로의 도약(Leap into the Void, 1960)'이다. 이 몽타쥬는 싱가포르 사진처럼 파리 옥상에서 거리로 위험하게 떨어지는 듯한 착시를 일으키며 몸과 심연을 하나로 연결한다.
16. 발레 학생들, 템비사, 남아프리카 공화국 Ballet students, Tembisa, South Africa
남아프리카 공화국 템비사의 무용학원 밖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5살 발레 학생들. 메마른 땅, 선명한 그림자, 그리고 섬세한 드레스의 극명한 대비는 드가(Edgar Degas)의 수많은 무용수 연습 장면에서 볼 수 있는 엄격하고 각진 미학을 떠올리게 한다.
17.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 가자 지구 Emaciated child, Gaza City
지구에서 엄마 품에 안겨 있는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의 충격적인 사진들이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 기구(UNRWA)에 따르면 가자 지구 어린이 5명 중 1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네덜란드 화가 가브리엘 메추(Gabriël Metsu)의 '병든 어린이(The Sick Child, 1665)'부터 파블로 피카소의 파스텔 및 목탄화 '소외된 사람들(The Disinherited Ones, 1903)'에 이르기까지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로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담긴 수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가자 지구에서 촬영된 사진들과 같은 이미지는 회화나 조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유례없는 것이다. 아무리 존경받는 예술가라 할지라도, 어떤 시각적 표현으로도 최근 사진들에 기록된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의 규모를 제대로 담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18. 양 구조, 파트라스, 그리스 Sheep rescue, Patras, Greece
8월 그리스 파트라스에서 발생한 산불 당시 오토바이를 탄 한 남자가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매달리는 양을 구조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이 장면은 2세기와 3세기 로마 카타콤(지하 묘지)에서 발견된 초기 기독교 미술 작품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연약한 동물을 어깨에 메고 있는 모습, 즉 '선한 목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시대와 매체를 초월하여 (프레스코화든 사진이든)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러한 모티프는 영웅주의라는 신화적 개념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져 왔는지를 보여준다.
BBC: Floating doves to sunken ships: 18 of the most striking images of 2025
https://www.bbc.com/culture/article/20250905-the-most-striking-images-of-20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