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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명물 포숑(FAUCHON) 브라이언트 파크로 귀환 

선데이 브런치: 오니온 수프 & 프렌치 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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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트 파크 북쪽에 오픈한 포숑 뉴욕점의 프렌치 토스트(뺑 뻬르듀, Pain Perdu).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포숑(FAUCHON)이 돌아왔다.

2000년 파크애브뉴/56스트릿의 호텔 드레이크 스위소텔(Drake Swissotel) 안에 오픈했던 프렌치 식료품점 포숑엔 마롱 글라세(Marron glacé, 밤설탕과자), 마들렌(Madeleine), 초콜릿, 에펠탑이 그려진 금색 캔에 담긴 모듬 과자, 그리고 라스베리와 블루베리 잼을 사러 가곤 했다. 포숑에선 빵 종류뿐만 아니라 푸아 그라, 훈제 연어, 머스타드, 오일, 식초, 피클도 판매했다.

 

포숑 로고가 담긴 쇼핑백과 핑크색에 금색 포장은 맛있는 포숑을 더 멋지게 만든다. 그 포숑은 4년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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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숑 파리 마들렌 본점.  2018. 10.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이후 파리에 갔을 때 마들렌 광장에 있는 포숑 본점(11 Place de la Madeleine)에 들르는 것은 어린아이가 장난감 백화점 가는 만큼이나 신나는 구경이었다. 한번은 마들렌 성당(Église de la Madeleine) 인근 호텔에 머물며 방금 구워나온 크롸쌍이나 핑크, 보라 등 색색의 따끈한 마들렌으로 아침을 먹기도 했다. 파리에서의 호사스러운 아침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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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숑 파리 마들렌 본점. 차(teas), 치즈, 파테, 생선도 판다.  2018. 10.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다음에 파리 오페라 근처에 머물면서도 종종 포숑으로 갔다. 파리 포숑은 치즈에서 차(teas), 와인, 그리고 생선까지 파는 거대한 식료품점이고, 윗층과 아랫층엔 카페와 식당을 운영해 두번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토리노에 여행 전 파리를 경유하면서도 면세점에선 포숑 브랜드만 보였다.

 

언젠가는 파리 공항 면세점에서 남은 유로롤 다 털어서 포숑 푸아그라를 샀다. JFK에 도착하니 탐색견 비글이 내 주변으로 코를 킁킁거리다가 러기지백 속의 푸아그라를 잡아냈다. 면세점에서 산 식품이라고 설명해 세금은 물지 않고 통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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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UCHON Bryant Park. Photo: Sukie Park/ NYCultureBeat

 

그 추억의 포숑이 뉴욕에 돌아왔다. 올 12월 15일 브라이언트파크 북쪽에 문을 열었다. 20여년만의 컴백이다. 

포숑 오픈 소식을 들은 친구가 마들렌 1박스와 모듬 과자를 사주었다. 우리가 콘서트를 봤던 파리 마들렌 성당에서 영감을 받아 포숑이 그 기둥을 따서 마들렌을 만들었다는 것은 헛소문이었다. 뉴욕의 미슐랭 스타 셰프 다니엘 불루(Daniel Boulud)가 그의 레스토랑에서 따끈한 미니 마들렌 한 바구니를 주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마들렌의 깊은 맛과 식감은 포숑이 우월하다. 친구 덕분에 매일 아침 2개씩 커피와 함께 나흘간 상쾌한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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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숑 뉴욕의 모듬 비스킷 박스와 마들렌 박스.

 

뉴욕 포숑의 영업시간은 월-금(오전 8시-오후 4시), 토-일(오전 9시-오후 5시)로 카페에선 아침식사, 런치, 브런치를 제공한다. 토요일 브런치 예약을 한 후 메뉴를 살펴보았다. 다이너에 가면 주로 시키는 프렌치 토스트(French Toast)가 눈에 들어왔다. 집에서도 가끔 남아서 굳어진 빵으로 만들어먹기도 하는 프렌치 토스트.

 

 

*He takes care of his son for the first time | The French Toast Scene | Kramer vs. Kramer <Boxoffice Movie Scenes>

 

한국에서 1980년대 초 더스틴 호프만과 메릴 스트립 주연의 '크래머 대 크래머(Kramer vs. Kramer)'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스트립과 헤어진 호프만이 아들(저스틴 헨리)과 프렌치 토스트를 서투르게 만드는 씬이었다. 영화를 공부했음에도 이 영화의 주제인 이혼과 양육권 문제, 남녀의 역할 변화에 대한 것보다 프렌치 토스트 만드는 장면만 또렷하게 기억의 한 구석에 남아 있었다.

 

호프만의 레시피를 기억해서 종종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어 먹었다. 달걀과 우유, 설탕과 소금 약간을 섞은 후 굳은 빵을 적셔 프라이팬에 버터에 구웠다. 그런데,  베이킹 파우더를 첨가해야 폭신감이 있으며, 바닐라 추출액과 계피를 추가하고, 메이플 시럽을 끼얹어 먹는다는 것은 나중에 알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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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벤튼 감독의 영화 '크래머 대 크래머'(1979)에서 호프만이 아들과 프렌치 토스트를 망치는 장면. 

 

흥미롭게도 브런치 전날 밤 TV 채널을 돌리는데, 케이블 TV TCM(명화극장)에서 '크래머 대 크래머'를 방영 중이었다. 올 5월에 세상을 떠난 로버트 벤튼(Robert Benton, 1932-2025) 추모 프로그램이었다. 당시 이혼 부부의 양육권 분쟁에 대한 이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 감독, 각색, 남우주연, 여우조연(스트립-분량이 적음)을 휩쓸었다. 마침 그 '프렌치 토스트' 씬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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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벤튼 감독의 영화 '크래머 대 크래머'(1979)에서 호프만이 프렌치 토스트 능숙하게 만드는 장면. 

 

엄마가 떠난 후 아들이 아빠를 깨우고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며 태우는 씬이다. 광고회사 간부인 호프만은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아들을 키우면서 회사 생활을 한다. 결국 자아를 찾아 떠났던 스트립이 양육권을 주장하며 법정에 가게 된다. 그래서 제목이 크래머 대 크래머. 호프만은 소송에서 지고, 아들을 포기해야하는 위기에서 다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든다. 이젠 아버지와 아들이 제법 익숙하게 프렌치 토스트를 만든다.  호프만이 아빠 역할에 익숙해졌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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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과 핑크 테마의 포숑 인테리어

 

뉴욕에 3년만의 폭설(4.3인치/11센티)이 내린 다음 날 브런치를 먹으러 포숑에 갔다. 포숑의 주소는 2 Bryant Park이지만, 브라이언트 파크에 자리한 것이 아니라 42스트릿 북쪽 흰색 그레이스 빌딩 서쪽의 뱅크오브아메리카 빌딩 1층에 자리 잡았다. 원래 이 건물의 주소는 1100 6th Ave.다. 일요일 오후 브라이언트 파크는 회색 빌딩들 사이로 눈옷을 입은 나목들 사이로 할러데이 숍들이 즐비했다. 포숑은 벌써 고객들로 가득했다.  

 

블랙&화이트의 타일 바닥, '빅토리아 시크릿' 풍의 핑크색 의자가 초콜릿, 입술 모양의 비쥬 비쥬(Bisou Bisou/ Kiss Kiss) 케이스까지 벌써 발렌타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K-Pop 수퍼스타 걸밴드 블랙핑크에 앞서서 블랙과 핑크 테마의 시그내쳐가 호화롭고도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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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온 수프, 포숑 초콜릿과 함께 나오는 아메리카노 커피, 포숑 미니 잼 2개와 제공되는 브레드 바스켓(위). 그리고 프렌치 오믈렛(아래)

 

우리는 빵과 잼(Breads & Spreads), 프렌치 오니온 수프(French Onion Soup), 프렌치 오믈렛(French Omelette), 그리고 팽 페르듀(Pain Perdu)를 주문했다. (웹사이트 메뉴엔 French Toast로 표기되었지만, 식당 메뉴판엔 Pain Perdu라고 표기되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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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숑의 팽 페르듀(프렌치 토스트)

 

아메리카노 커피엔 다크 초콜릿이 함께 나왔다. 바게트와 사워도, 홀 휘트 브레드가 담긴 빵 바구니는 올리브 오일, 버터, 그리고 미니 포숑 잼 2개(딸기 & 마말레이드)가 제공됐다. 눈 내린 다음 날의 오니온 수프는 컴포트 푸드처럼 위장에 위안을 주었다. 옆 테이블의 프랑스어로 대화하던 두 여인도 각자 양파 수프에 니수아즈 샐러드를 나누어 먹는데 흡족해하는 표정이었다. 내 테이블에 예쁜 프렌치 토스트가 등장하자 그중 한 여인이 '프렌치 토스트!'라고 말을 걸었다. 난 메뉴에 '팽 페르뒤'라고 나왔다고 말하며 그들에게 발음을 물어보았다. 그녀는 '뺑 뻬르흐 듀!"라고 말해주었다. 

 

포숑의 뺑 뻬르흐듀는 브리오쉬 빵을 단정하게 잘라 구워서 카라멜 소스를 뿌리고, 휩드 바닐라 크림에 블루베리, 블랙베리, 딸기로 배열해 디저트처럼 예쁘게 플레이팅을 했다. 브리오쉬의 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한 맛이 달큰한 휩드 크림과 안성맞춤이었다. 내 취향은 카라멜 소스보다는 단풍 시럽이긴 하지만, 만족스러운 프렌치 토스트였다. 

 

욕점 오픈 2주만에 다시 가본 포숑은 내게 파리 여행의 추억들과 사라진 뉴욕의 향수, 그리고 젊은 날 기억 속에 각인된 영화의 장면들을 파노라마처럼 돌이켜보게 해주었다. 포숑의 컴백을 환영하며, 2026 발렌타인 데이 포숑의 멋진 메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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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몬태규 다이너(Montague Diner)의 프렌치 토스트. 2025. 9. 

 

그런데, 왜 '프렌치 토스트'엔 '프렌치'가 붙었을까? 

프렌치 토스트는 프랑스 음식이 아니다. 빵을 우유와 달걀에 적셔 튀기는 레시피는 고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4세기 로마 시대 요리책(Apicius)에 나오는 '알리테르 둘시아(Aliter Dulcia-또 다른 달콤한 요리)'는 우유와 달걀에 적신 빵을 꿀과 먹는 레시피다. 프랑스에선 딱딱해진 빵을 이용해 만드는 '뺑 빼르흐듀(pain perdu, 버려진 빵)'이라 부른다. 그런데, 1724년경 뉴욕주 올바니의 여관주인 조셉 프렌치(Joseph French)가 이 레시피로 만들며 자신의 성을 딴 'French's Toast'에서 아포스트로피를 빼먹어서 French Toast로 전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홈메이드 프렌치 토스트 레시피

1. 며칠 되어 굳어진 빵을 좀 약 1인치 정도로 두툼하게 썬다. 브리오슈, 사워도우 등이 좋다.

2. 넓고 움푹한 그릇에 달걀, 우유, 바닐라 추출물, 베이킹 파우더, 소금과 설탕을 약간 넣고 거품기로 잘 섞는다. (비율: 우유 1/3컵 당 큰 달걀 1개 꼴)

3. 빵을 2의 혼합물에 골고루 묻혀 담근다. (말랑말랑한 식빵은 양면 30초, 하루 지난 빵은 양면 2분 정도, 며칠 지난 빵은 15분 정도)

4. 버터를 두른 팬에 중간 불로 양면이 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5. 접시에 담아 블루베리, 라스베리, 딸기 등 베리 종류를 얹어 계피가루를 뿌린 후 메이플 시럽과 함께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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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UCHON NYC. Photo: Justin Bernard

 

FAUCHON의 역사

 

노르망디 출신으로 수레에서 과일과 채소를 팔았던 오귀스트 포숑(Auguste Félix Fauchon)이 1886년 마들렌 광장에 오픈한 포숑은 신선한 식료품, 가금류, 가공육, 치즈, 비스킷, 사탕, 와인 등 최고급 제품만 판매했다. 1895년엔 제과점을 열고, 3년 후엔 티 살롱을 오픈했다. 이후 프랑스 고급 식품 유통업계의 선두주자가 됐다. 1968년 학생과 노동자들이 권위주의와 부조리에 저항하며 일으킨 파리 폭동 때는 시위꾼들이 포숑을 습격해 푸아그라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어귀스트 포숑은 1945년 사망했고, 자녀들은 1952년 포숑을 초콜릿 사업가 출신 조셉 필로소프(Joseph Pilosoff)에게 매각했다. 필로소프는 에어 프랑스와 동업하면서 해외로 사업을 확장했으며, 이후 딸을 거쳐 손녀가 운영하다가 1998년 금융가 로랑 아다모비츠(Laurent Adamowicz)에게 팔았다. 

 

2004년 향신료 사업가 미첼 뒤크로스(Michel Ducros)가 CEO로 영입됐다. 2018년 포숑 호스피탈리티 설립, 5스타 포숑 호텔(Fauchon L’Hôtel)을 오픈했으며 트래블+레저의 2025 파리 베스트 호텔 1위(Travel + Leisure's 2025 World's Best Awards)에 선정됐다. 이어 교토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도 호텔을 열었다.  포숑은 2015년 파리 테러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이후 대대적인 고급화 마케팅과 제과 셰프(피에르 에르메, 도미니크 앙셀-크로넛)들을 발굴하면서 세계로 확장해 포숑은 한국(잠실 롯데월드몰)을 비롯 15개국에 지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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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UCHON, NYC

2 Bryant Park, New York, NY 10036

929.226.2711

https://fauchon.us 

https://www.instagram.com/fauchon_nyc.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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