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브로드웨이 리바이벌 뮤지컬 '빵집 마누라(The Baker's Wife)' ★★★
The Baker's Wife/ 빵집 마누라
마르셀 빠뇰 감독 프랑스 영화 각색, 오스카 수상 아리아나 드보즈 주연
October 23-December 21, 2025
Classic Stage Company, NYC

The Baker’s Wife at Classic Stage Company. Photo: 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대학시절 경복궁 옆 프랑스문화원에서 보았고, 2019년 뉴욕 필름포럼에서 리바이벌 상영되어 다시 보았던 영화 '빵집 마누라(The Baker's Wife/ La Femme du Boulanger, 1938)'가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로 각색 공연 중이다.
장 지오노 원작 소설, 마르셀 빠뇰 영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 '빵집 마누라'는 1976년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 '갓스펠(Godspell)' '피핀(Pippin)' '위키드(Wicked)'의 스티븐 슈와츠(Stephen Swartz) 작사/작곡, 조셉 스타인(Joseph Stein) 극본으로 각색되어 LA 도로시챈들러파빌리온과 워싱턴 D.C.의 케네디센터에서 공연됐다. 제빵사 역은 '지붕 위의 바이올린'의 토폴과 폴 소르비노, 부인 역엔 캐롤 데마스, 당시 무명의 패티 루폰이 출연했다. 그러나, 브로드웨이는 물론, 오프브로드웨이에도 입성하지 못했던 비운의 뮤지컬이었다.

The Baker’s Wife at Classic Stage Company. Photo: 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13년 후인 1989년, 런던 웨스트엔드의 피닉스시어터에서 56회 공연된 막을 내리면서 로렌스올리비에상 최우수 뮤지컬 후보에 올랐다. 2005년 브로드웨이 입성 전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뉴저지 밀번의 페이퍼밀 플레이하우스에서 공연해 뉴욕타임스와 데일리뉴스의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브로드웨이까진 진출하지 못한 채 빵집 마누라가 부르는 "Meadowlark"만이 명곡으로 전해지는 기구한 운명의 컬트 뮤지컬로 남았다.
그러다가 올 10월 23일 이스트빌리지의 클래식스테이지컴퍼니(Classic Stage Company)가 2025-26 시즌 개막작으로 '빵집 마누라/ 베이커즈 와이프'의 공연을 시작했다. 영화 '웨스트사이드스토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토니상 사회를 세차례 맡았던 아리아나 드보즈(Ariana DeBose)가 빵집 마누라 제네비예브 역으로, SF 드라마 '퀀텀 점프 (Quantum Leap)'으로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한 스캇 바쿨라(Scott Bakula)가 제빵사 남편 역으로 출연했다.

The Baker’s Wife at Classic Stage Company.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오프브로드웨이 클래식스테이지컴퍼니는 200여석에 카페를 겸한 로비가 아늑한 극장이다. ㄷ자 형의 객석에 무대엔 빵집이 객석 가까이에 테이블이 설치되어 공연을 친밀하게 감상할 수 있다. 우리가 보러간 12일 공연은 제빵사에 대역 빌 잉글리시(Bill English)가 무대에 올랐다.
'빵집 마누라'는 사소한 다툼으로 일상을 허비하는 사람들이 사는 프랑스 시골 프로방스에 이사온 제빵사 아미아블과 젊은 아내 제네비에브의 이야기다. 시골 사람들을 일심동체하게 만든 것은 마을의 빵을 책임지다가 사망한 빵집 주인에 대한 그리움이다. 이제 마을의 빵을 만드는 제빵사 부부가 이사하면서 빵 굽는 냄새가 시작되는데, 그만 마을 시장의 조수 도미니크(케빈 윌리엄 폴 분)와 빵집 마누라가 눈이 맞아 도망친다. 상심한 제빵사는 빵 굽는 것을 전면 중단한다. 이에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제빵사가 다시 빵을 만들도록 유도하는데...

The Baker’s Wife at Classic Stage Company. Photo: 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영화 '빵집 마누라'는 마을에 신부(종교), 시장(정치), 교수(교육)이라는 제도적 인물들 사이에서 주민들의 생존을 책임지는 제빵사의 역할과 그의 위기 속에서 인간과 사회, 도덕과 책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제도적 인물들의 설교나 계몽 등 '말'보다 마을 사람들의 '입'을 책임져주는 노동자인 제빵사가 권력을 갖는다. 때문에 주민들은 불륜을 조롱하고 도덕성을 논하는 대신 연대해서 생존할 방안을 간구한다.

The Baker’s Wife at Classic Stage Company. Photo: Matthew Murphy and Evan Zimmerman
한편, 뮤지컬 '빵집 마누라'는 보다 불륜에 치중해서 제빵사와 마누라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사라 브라이트만, 리아 살롱가 등 브로드웨이 명배우들이 노래했던 제네비에브의 아리아 "메도우라크(Meadowlark)'는 제빵사 남편에게 남을 지 청년과 도망칠지 고민하는 내용을 종달새에 비유한 곡이다. 주인공의 감정에 충실한 노래가 센터피스인 뮤지컬에선 원작 영화에서 보여준 사회적 질문이 뒷전에 남게된다. 제네비에브의 심적 갈등은 충분히 무대에서 표현되지 못했다. 하지만, 가부장적인 남편들로 인해 억압된 마을 여성들의 단합하는 이야기는 영화보다 페미니스트적인 시각이 첨가된 부분이다.

The Baker’s Wife at Classic Stage Company. Photo: Sukie Park/NYCultureBeat
사회성은 사라졌어도 서정성은 강화된 '빵집 마누라'는 배우들의 고른 열연과 매력적인 무대 디자인만으로도 한번쯤 볼만한 오프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12월 21일까지 연장 공연 중이다.
https://www.classicstage.org/the-bakers-wife
프랑스 시골 마을의 편협을 끝낸 빵집 아저씨
빵집 마누라(La Femme du Boulanger, The Baker's Wife, 1938) ★★★★★
2019. 1. 6.

The Baker's Wife, 1938
한국에서 군부독재 시절 청소년기와 대학시절을 보낸 영화광들에게는 경복궁 건너편의 프랑스 문화원 작은 영화관(르누아르의 방, Salle de Renoir)이 일종의 등대였다. 학교 가는 길 수업을 빼먹으면서도 불란서 영화를 보러 사간동 문화원을 종종 들락거렸다. 영화관의 세척제인지 특유의 냄새에 불어도, 영어자막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이국적인 영상을 포착해서 스폰지처럼 가슴에 흡수했다. 프랑스 문화원은 내게 세상으로 향하는 창문을 열어주었다.
그 시절 문화원 영화 프로그램 책자엔 특이한 글씨체의 한글로 제목이 붙여졌는데, 잊혀지지 않는 것이 '빵집 마누라(라 팜므 뒤 불랑제, La Femme du Boulanger, The Baker's Wife, 1938)'였다. 속사포 대사로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었던 마르셀 빠뇰(Marcel Pagnol) 감독의 흑백영화. 제작된 지 80여년 후, 서울 프랑스문화원에서 본지 30여년 후 다시 볼 기회가 찾아왔다. 맨해튼 예술영화관 필름포럼(Film Forum)에서 리바이벌된 것. 지난해 12월 21일부터 일주일 상영된 후 관객의 요청이 쇄도해서 다시 상영 중이었다.

The Baker's Wife, 1938
프랑스 프로방스의 작은 시골 마을, 이 동네 사람들은 뒷담화를 좋아하고, 이간질하고, 몇 세대를 거쳐 원수가 되기도 한다. 여기에 중년의 아미아블(라이무 분)과 젊고 어여쁜 아내 오렐리(지네트 르클러크 분)가 빵집을 연다. 맛있는 빵으로 주민들이 몰려드는 빵집의 마누라는 그만 젊은 목동에 반하고 어느날 아침 그와 말을 타고 도피한다.
제빵사는 아내의 바람을 믿지 않고, 주민들의 놀림거리가 된다. 이에 충격받은 제빵사는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빵을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러자 시장, 신부, 교사가 나서서 제빵사의 아내를 찾기로 하고, 수색대까지 결성한다. 마침내 한 노인의 제보로 인근 섬에 도피해 있는 바람난 빵집 마누라와 목동을 찾아내는데...

The Baker's Wife, 1938
마르셀 빠뇰은 인간의 심리에 메스를 가하면서 정치를 풍자한다. 제빵사는 마을 주민의 배를 책임진 인물이다. 시장(정치), 신부(종교), 교사(교육)의 3인조는 실제로 주민의 굶주림을 해결해줄 수 없는 인물들이다. 제빵사는 아내가 목동과 바람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친정 엄마를 만나러, 교회 미사에 갔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인간적인 신뢰와 사랑을 갖춘 남자다. 마을의 새 주민인 제빵사는 놀림감이 되었다가 어느새 주민의 배를 책임진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부상한다. 제빵사는 빵 만들기를 중단하고, 이에 굶게된 주민들은 비로소 단결한다.

The Baker's Wife, 1938
'빵집 마누라'는 곳곳에 유머가 넘친다. 영화 초반에 사라졌던 검은 고양이 뽕뽕의 파트너 뽕뽀네트가 나중에 돌아오자 제빵사는 아내에게 하지 못한 욕을 퍼붓는다. 아내 오렐리가 목동에게 반해 빵을 하나씩 포대에 담가주면서 유혹하는 행동은 무성영화 시대의 히로인을 보는듯하다. 바람난 남녀가 말 타고 도망가는 장면과 이들을 찾기 위해 교사가 말처럼 신부를 태우고 강을 건너는 모습은 이들이 잔다르크와 신의 계시를 두고 언쟁하던 과거와의 화해를 상징한다.
마을 주민들은 삼삼오오 빵집 마누라를 찾아나서다가 부인 대신 서로간의 우정을 발견한다. 마지막 제빵사 부부가 차가운 오븐에 불을 지피면서 사랑을 회복하고, 마을 사람들은 내일부터 맛있는 빵을 먹게될 것이다.

The Baker's Wife, 1938
결국 제빵사는 편협한 마을에 등장해 시기로 가득한 마을 사람들에게 거대한 교훈을 주며, 그들을 변화시킨다. 보잘 것 없는 제빵사이며, 마을의 웃음거리였지만, 빵 하나는 맛있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착한 남편, 빵은 그에게 무기였으며, 권력이 된다. 그는 마을에 평화를 가져오고, 인간애를 회복시켜준 인물이었다. 시장, 신부, 교사도 감히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제빵사 역의 라이무(Raimu, 본명 Jules Auguste Muraire)의 바람난 아내로 상심한 제빵사 역은 영화사에서 기억할만한 명 연기다. 아내를 괘씸하게 여기는 대신 끝까지 아내의 안전에 근심한 상심해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눈썹, 머리카락, 손가락, 뒷모습까지 섬세하게 연기해낸다. 배우 마를레네 디트리히와 오손 웰스 감독이 "역사상 최고의 배우"라고 찬사를 보냈다.

장 지오노(Jean Ginono) 원작 소설 'Blue Boy(Jean le Bleu)'를 각색한 영화 '빵집 마누라'는 1976년 미국에서 뮤지컬 'The Baker's Wife'로 제작됐으며, 한국에서도 1993년, 2012년 무대에 올려졌다.
'빵집 마누라'는 뉴욕비평가협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이번 프린트는 마르셀 빠뇰의 손자 니콜라스 빠뇰과 기욤 휘프만이 35밀리 네거티브에서 고화질의 4K로 복원해서 화질도 좋다. 필름포럼에서 8일까지 상영된다.
1/7, 1/8 12:30pm, 3pm, 9:20pm https://filmforum.org/film/the-bakers-wife




